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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97화 (97/170)

< -- 97 회: 집 주인 혈마 -- >

“비행기를 하나 사시는 것도 괜찮은 듯 합니다, 주군.”

무황의 말에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편안한 것도 좋긴 좋지. 급할 때나 그 녀석을 타고 다니면 되는 것이니까.”

정부는 창현에게 편의를 최대한 봐주고 있었다. 유람하는 것처럼 서해안으로 향하는 창현이 무인도에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헬기를 지원해주었다. 헬기가 매우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동성도 있고 그리 멀리 나가는 것이 아니었기에 창현은 충분히 만족했다.

그리고 따지고 들어가면 군에서 민간인에게 헬기를 지원해준다는 것 자체부터 말이 안되는 것이지만, 창현에겐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2000만 시민을 지킨 영웅이니까.

“재정 문제는 지금 수연이가 잘 하고 있겠지?”

“개파식을 한 이후 문파를 정비하면 전문가들은 따로 뽑는 것이 좋습니다. 그 아이가 제법 명석하다고는 하나, 지금은 분업화 시대이니까요. 그녀는 그런 곳에 썩혀 두기 아까운 재목이기도 합니다.”

무황의 말에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 일만 마무리를 하고 성지 경복궁에서 정식적인 개파식을 하고 제자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정식적인 직계 제자는 솔이 한 명뿐이었지만 능력이 있는 수하들이 많으니 충분히 문파를 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배교 시절에는 조직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지금은 10대 가문이니 뭐니 하는 일본의 우익 세력들과 그 이외의 그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괴생명체와의 전투는 창현의 흥미를 이끌기 충분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욕칠정이 충분하게 되살아나면서 여러 가지 욕구 역시 창현에게 생기고 있다는 것도 굳이 문파를 창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말씀 하신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두호 장군과 똑같은 삼성 장군이었고, 본신의 무력 역시 이류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지만, 남자는 창현에게 극진한 예를 취하고 있었다.

창현과 무황은 언제나 그렇듯 헬기 문을 바로 열어버리고 망망대해를 향해 뛰어 내렸다.

장군은 침을 꿀꺽 삼켰지만, 곧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역시, 라며 중얼 거리고 있었다.

망망대해에 뛰어내린 무황과 창현은 근처 무인도 해안가로 향했다. 물을 마치 땅처럼 가볍게 디디며 경공을 펼치고 있었다.

“한가로워 보이는 군.”

곧 아무도 없는 해안가에서 길게 늘어져 자고 있는 괴물을 보면서 창현은 피식 미소를 터뜨렸다. 가볍게 기운을 끌어올리자 녀석은 창현의 기운을 느낀 듯 그 붉은 눈동자를 희번덕거리기 시작했다.

“술법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어.”

자신에게 복종을 하는 것은 자신이 강한 힘과 더불어 묶어 놓고 있었던 심령의 끈을 끊어 놓은 장본인이기 때문이었다. A급 괴생명체는 상당한 지능을 가지고 있었고, 당연히 감정 또한 존재했다.

본능적으로 인간의 영력을 탐하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요괴들과 마찬가지로 좀 더 상위개체로의 대한 진화를 위해 영력을 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지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본능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긴 했다.

뭐 어쨌든, 요약하자면 나미코의 술법에 얽매여 있던 것은 이 뱀과 용 그리고 개까지 합쳐 놓은 괴물에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단 뜻이다.

“강시로 만들까?”

“…크으….”

녀석은 창현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낮게 울었다.

마치 자신은 강시가 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시위하는 것 같았다.

창현은 피식 웃었다.

“제법 오랜 세월을 살아 온 것 같군. 근데 내가 강시를 만들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데?”

괴물은 그 괴상한 모습으로 몸을 꼬기 시작했다.

“…징그러우니 가만히 있어라.”

창현의 말에 무황이 웃으며 준비 해 온 것을 꺼냈다.

영롱하게 빛이 나는 푸른색 마나석이었다.

“…크릉!”

괴물은 본능적으로 창현이 저 마나석을 자신에게 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했다.

“너는 여러 가지 조건을 갖췄어. 강제적으로 얽매였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사람의 손을 타서 본능도 많이 줄었고…하지만 강함에 대한 그 욕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지. 내가 혈마지기를 뿜어냈을 땐 넌 공포심도 느꼈지만 한 편으로는 동경심 역시 느꼈다.”

괴물은 큰 머리를 살짝 끄덕였다.

“너와 같은 동족들 중 너는 제법 강한 축에 속한다고 들었다. 개체 수조차 별로 없다고.”

“….”

“하지만 인간 역시 한 경지 높은 사람이 그 밑에 경지의 인간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거와 같이 너보다 한 등급 높다고 평가되는 괴물들도 너와 같은 등급을 가진 괴물들을 가지고 놀겠지. 그래서 그 8클래스 마법사가 나보다 강하다고 색목인들이 난리를 피우고 있지만.”

괴물은 창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체에 남아 있는 영력 역시 상당하다. 네 녀석도 지금 이것을 보면서 느끼겠지만, 이건 내 능력으로 정화를 시킨 거야. 네가 A-급이라 불리는 괴물을 상대로 취한다 하더라도 결코 이것과 같은 마나석을 얻을 수는 없지.”

“…크응.”

“사체도 이것도 전부 정화를 시켰다. 네가 취한다면 넌 탈피를 하고 한 단계 더 성숙해지겠지.”

창현의 말에 괴물은 이번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email protected]$%#@%@#$”

창현은 주문과 함께 마나석에 자신의 피를 한 방울 융합시켰다.

“….”

“선택은 너에게 맡기지.”

창현은 마나석을 두고 그대로 돌아섰다.

오소리와 같은 형식이라 할 수 있었다. 녀석이 저것을 취하는 순간 자신의 영력에 귀속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저 녀석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에게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힘이 강해질수록 녀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배력 역시 나미코가 썼던 술법처럼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미코의 술법은 창현의 창시한 술법이 오히려 퇴보되어 대상의 지능을 없애고 강제적으로 일종의 로봇으로 만드는 술법이었다.

창현이 쓴 술법의 지배력은 간단했다.

목숨을 맡기는 것!

이미 중단전까지 넓힌 자신에게 단전이라는 개념은 딱히 없지만 선천지기의 그릇은 여전히 있었다. 따로 어디에 뭉쳐 있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을 타고 흐르며 자연의 기운과 동화를 이루고 있었다.

진정한 현경의 경지!

그 속에 오소리에 이어 저 녀석의 그릇의 고리가 추가 되는 것뿐이었다.

“코오오오오오오오!”

호오, 하며 창현은 몸을 돌렸다.

생각을 오래 할 줄 알았는데 그대로 꿀꺽 삼킨 것이다. 곧 눈부신 섬광이 번쩍 터지기 시작했다. 그 빛은 꽤 오랫동안 괴물의 몸에서 반짝였다. 몸길이가 15미터에 달하는 괴물의 몸이 전체적으로 반짝이자 그 빛이 꽤 강렬했다.

“얼마나 걸릴까요?”

“일본 가문의 술법사는 저 녀석의 능력을 반도 이용하지 못했어. 그래서 나도 그리고 너희들도 그토록 쉽게 제압한 것이지. 본래 A급이라 불리는 괴생명체들이 저 정도로 강하다면 나 역시 그동안의 평가를 수정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괴물들이다.”

창현의 말에 무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 빛이 서서 줄어들면서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강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피슉-!

“환골탈태가 이토록 빠르군. 인간이 아니라 그런가?”

하늘을 올려다 보는 창현의 모습에 무황 역시 시선을 그 곳으로 돌렸다.

고오오오오-!

천천히 내려오는 녀석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팔과 다리는 좀 더 짧아졌고, 주둥이가 살짝 길어졌다. 그리고 붉은 색 눈은 더욱 진해졌다. 콧잔등은 동그랬고, 윤기가 흘렀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수염이 조금 자라 있었다.

긴 몸통은 좀 더 길어졌다.

“용의 모습이군.”

완연한 용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모습이었다.

“등급에 대한 기준을 모르니…확실히 전 보다 한단계 더 강해지긴 했어.”

쿠웅-!

녀석이 두 발로 섰다. 창현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곧 녀석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성지에 어울리는 외모가 되었으니 돌아가야지. 가자 무황.”

“예 주군.”

창현과 무황은 자연스럽게 녀석의 등에 탔다.

“너의 이름은 용신이다.”

“주군, 신이라는 이름은?”

“그냥 기억 속에 이름이 용신이야.”

“….”

“근데 피콜로가 한 번 죽이는 장면도 있던데 싸우지는 않겠지?”

무황은 피식 웃었다. 그는 그 만화를 모른다. 그래서 생각했다.

‘피콜로 정도는 한 수도 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윤기가 넘치는 비늘은 단단하면서도 신기하게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녀석은 비늘 몇 개를 세워 마치 침대와 의자처럼 등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고, 곧 서울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눈깜짝 할 새에 날아갈 수 있었지만 진화한 자신의 모습을 과시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색목인들의 용은 날개도 달렸다는데…그리고 보니 이 녀석 날개가 없잖아?”

“아무래도 정말 용에 가깝게 진화를 한 것 같습니다. A+급이 아니라 S급으로 단번에 진화를 했으니까요.”

“너 등급에 대한 기준도 아냐?”

“이 정도 기운이면 S급이 맞습니다. 지난 번 그 8클래스 마법사가 미국에서 S급 괴생명체를 잡을 때 멀리서 지켜 봤거든요.”

“그렇군.”

“좋아. 이제 돌아가서 자잘한 일들을 정리하고 개파식을 하자. 그리고 그 이후 건방진 것들에 대한 처벌도 하고.”

무황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제 10대 가문과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천외천 고수가 둘이나 있는 그들에게 사실상 전력이 밀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 둘이 창현을 붙잡고 늘어진다면 고수의 숫자에서 자신들이 훨씬 밀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윤미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내단, 그리고 두 구의 사체를 이용해 여러 가지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고 무인들만이 아니라 요괴를 받아들이고…마법사들까지 받아들일 생각을 하고 있는 무황은 다짐했다.

‘주군 무슨 일이 있어도 주군께서 일으켜 세우신 성지의 기운을 세계 최고로 만들겠습니다. 그 오래전 우리의 선조들의 찬란했던 그 역사를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그 붉은 혈마지기와 더불어 무의 근본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요!’

“용신 허세 부리지 말고 빨리 가라. 간만에 요기가 가려우니까.”

사타구니를 벅벅 긁고 있는 창현을 보면서 무황은…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행이라면 저런 모습을…남들에게는 잘…보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창현이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생각을 하니 늘그막에 힘이 돋고 있었다.

“지현이? 윤미? 수연이 으음…이거 생각보다 너무 적잖아?”

무황은 솔의 이름을 언급하려다 그만 두었다.

아직 창현은 지현이 솔이 무공 공부를 하기 전 지현에게 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용신까지 길들인 창현은 경복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감기몸살 걸렸네요.

일교차가 커서 그런 것 같습니다.

명절에 모두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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