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8 회: 집 주인 혈마 -- >
강창현, 세계 최초로 S급 괴생명체 길들이는 것에 성공.
성지로 알려진 경복궁은 그 결계가 풀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인간문화재 분들과 세계 최고의 건축전문가들이 공사를 마친 이후 폭발적으로 관광객이 늘고 있다. 그 관광객들은 이미 2002년 월드컵을 개최 했을 때보다 더 많은 숫자가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리고 그 추세에 더욱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어제 강창현은 지난 번 서울을 습격했던 것으로 알려진 괴생명체를 타고 성지로 복귀한 것이다. 그 괴생명체는 지난번과는 달리 오히려 성지의 기운과 맞물려 방문자들에게 전해지는 따뜻한 기운을 더하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모습조차 거의 용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강창현은 본신의 힘이 천외천 고수라는 한국 랭킹 1위, 세계랭킹 12위에 올라있을 뿐만 아니라 S급 괴생명체를 수하로 부리는 무지막지한 힘을 손에 쥐게 되었다. 미국이나 유럽 쪽에 널리 퍼져 있는 각 클랜이나 강대국들 그리고 중국은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역시 강창현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강창현 측에서 이번에 발표한 일본 10대 가문 문제였다.
독도 습격 사건 이후 두 건의 괴생명체 습격 사건은 분명 전례 없는 일이었다.
혈마 강창현과 무황 김치우는 공식적으로 그들 모두가 일본 10대 가문 중 한 곳인 술법문의 술법에 걸려 있었다. 발표했다. 일본 현 정세는 간단하다. 국제적 발표와 국제법이 새로이 발효되면서 일본은 천외천 고수를 두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10대 가문이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기존 아보총리가 10대 가문 중 무력문 출신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극우단체의 정치적 힘은 훨씬 막강해졌다.
기존의 역사와 입장을 모두 부정하고, 전범들에 대한 연례행사를 더욱 늘리고 있는 그들의 행태는 동아시아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 역시 그 사실에 상당한 유감을 표하고 있고, 전 세계의 이목이 일본으로 쏠리고 있었다. 중국에 이어 북한 역시 이례적으로 지난날을 언급하며 그들을 비판함으로써 일본은 고립되고 있는 형국이었다.
물론, 예전이라면 그 국제적 고립이 상당한 타격을 주겠지만…적어도 천외천 고수를 둘이나 보유하고 있는 그들은 오히려 세계에서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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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수연은 컴퓨터를 끄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개파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주인님께서 전 세계의 이목을 쏠리게 만들고 있어. 전력 자체는 엄청나. 하지만 일본 10대 가문과 정면충돌은 무리야. 그들 역시 일반인들이 휩쓸리기를 원하지 않을 테니까…국제적 발표가 이어진 이후 전쟁의 양상은 바뀌고 있어.’
그랬다.
수연의 생각처럼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그 궤도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평화를 완전히 유지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특이 내전과 내란, 테러와 성전이라 표현되는 분쟁들이 일어나고 있는 중동 지역만 보아도 무인과 마법사들의 죽음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반인들의 피해는 더욱 줄었다.
적어도 무인끼리의 전쟁에 있어 미사일이 발사되고 총격전이 난무하지 않기 때문에 휩쓸리는 일반인들은 줄어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좀 더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전투형 마법사들이 광범위 세뇌 마법을 이용해 주민들을 대피 시키면 남는 것은 당연히 저항력을 가진 무인들이다. 그리고 그 무인들을 향해 광범위 마법을 난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인명 피해는 없지만 재산 피해는 막중 하달까?
여튼 전쟁의 양상은 상당히 변해 있었다.
그래서 일본 10대 가문과 창현과 전쟁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아직도 일본은 대한민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여느 전문가의 말처럼 일본은 전범 국가이기는 하지만 이제 그런 과거를 떠나 가장 이득이 되는 비즈니스적 파트너라는 말도 나왔으니까.
하긴 그 말을 하고 전 국민의 지탄을 받고선 찍 소리도 못했지만 적어도 그의 말이 완전히 거짓이라는 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주인님.”
“응.”
근정전의 높은 천장을 잠시 올려다 본 수연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성지의 주인!
이제는 그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밖에는 여전히 관광객들로 가득 찼지만 추후 건물들은 모두 창현이 개파 하는 문파 소속의 무인들이 사용할 것이기에 관광 그 이외의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업무가 바빠지면 방해도 훨씬 적어질 것이고. 지금 이 수간에도 밖에서 내부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추후에는 그 것도 제지를 당할 것이다.
이미 경복궁에 관련된 모든 절차들을 마무리 했다.
창현은 경복궁과 서울의 궁들을 모두 넘겨받는 조건으로 정부에게 듀란 에너지 회사로부터 받을 나머지 돈들을 모두 넘기기로 했다. 약 1조 2000억 가량이었다. 개인에게는 무지막지한 금액이었지만 나라 입장에서는 그리 많은 돈이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창현이 일본 10대 가문 습격 사건을 홀로 막아낸 점과 나머지 마나석 반과 사체를 중소기업을 통해 유통 시키는 것을 결정함으로써 한국 경제에 막대한 이득을 준다는 점까지 더해져 정부는 도리어 고개를 숙이면서 반가워하고 있었다.
대기업들은 쓴 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함부로 나서기에는 창현은 너무나 강력한 사람이었고,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끌어내고 있었다.
정부는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창현과 10대 가문이 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정부 역시 방향을 결정해야 했으나 난감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국민 여론은 창현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인님, 부산에서 잡은 괴생명체의 사체는 아무래도 정부에게 양도하는 것이 좋겠어요.”
“정부에게?”
약간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창현이 곧 사람들 사이로 뚫고 밖으로 나섰다.
“오!”
“저기 사진 한 번만…!”
“여기 한 번만 봐….”
창현은 그런 관광객들에게 그저 피식 웃어 준 뒤 뒤를 따르고 있는 수연의 말에 귀를 열었다.
“정부는 사실 입장이 아주 난처 할거에요. 여론과 무력을 동시에 쥐고 있는 창현님이 일본이라는 막대한 국가와 홀로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니까요.”
“본디 황제가 백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그 나라는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인데….”
창현은 어린 시절 보았던 그 탐욕스러운 황제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금위군과 동창 무인들을 오만하게 짓밟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 황제를 향해 비릿한 조소를 날려주었다.
그 이후 황제는 자신에게 암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대대적으로 배교를 배척하고 군사까지 일으켜 토벌을 하려 했지만 도리어 반란을 맞아 비참하게 죽어갔다. 그 이후 등극한 황제는 배교를 국교로 삼는다, 어쩐다 자신에게 엄청난 아부를 했었지만 그 때는 이미 인간사에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한 시기였기에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다.
어쨌든 창현은 지금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대가 바뀌고 황제라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그 기억이 잘못된 것인 줄 알고 꽤나 놀랐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창현은 자신이 그들을 위해 줄 이유는 전혀 없었지만, 수연의 충고이니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버릇을 더럽게 들이면 아마 딴 생각을 할 수도 있어.”
자신을 이용해서 정부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고, 또 이미 명분으로 자신을 옭아매려던 전적이 있었기에 창현은 확실히 선을 그었다.
“아마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창현님에게 감사함을 표하게 될 거에요. 정부 소속 무인들이 한층 강해질 수 있는 기회에다 그 사체는 돈 또한 엄청나게 될 것이고요.”
“그래.”
“그리고 개파식에 참여 하고 싶다는 문파들이 연락을 계속해서 취하고 있습니다.”
“배첩을 돌려. 그 것이 그래도 예의이니까.”
이 땅 덩어리는 무척이나 좁다. 중원 시절에도 이 정도의 고수가 문파를 창설한다고 하면 각지로 배첩을 돌린 후 거대하게 개파식을 진행한다. 그 것이 힘의 과시이며 또는 앞으로 무림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장래 문파에 대한 예의이다.
비록 최고 고수라 하지만 창현은 자신의 힘을 숨길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한국에 있는 전 문파가 오겠네요.”
수연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주인님!”
언제 나타난 것인지 윤미가 창현의 앞에서 깊게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우와 윤미다!”
“진짜, 진짜 난 저 분이 제일 예쁜 것 같아.”
“부산 동영상 봤냐?”
그 날 윤미는 무황과 함께 갔지만 거의 홀로 괴생명체를 때려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창현과 같이 패도적인 무공을 쓰는 윤미였기에 확실히 영상적인 효과에서는 뛰어났다. 그 위력도 마찬가지였고.
여자의 몸으로 괴물을 때려잡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인상에 남기에 충분했다.
“솔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
창현은 그녀에게 솔을 맡겨 두었다. 기초는 윤미와 무황이 가장 튼튼했다. 무황은 동이문 제자들과 개파식을 수연과 함께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피콜로와 오소리는 창현이 말한 지점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요기를 따라 그들을 만나러 가고 있는 중이었다.
대길과 지현은 수희를 호위 중이었고.
그래서 창현은 솔을 윤미에게 맡겨 둔 중이었다.
기초부터 확실히 차근차근 가르칠 작정이었고, 그녀라면 머지않아 자신의 가르침 역시 받을 수준으로 올라올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뭔데?”
윤미는 잠시 뜸을 들였지만 곧 입을 열었다.
“지난 번 부산에서 괴생명체와의 충돌만이 아니라 무력문과의 충돌도 있었습니다.”
“그건 무황에게 들었다. 내 명령으로 그 곳을 갔으면 내가 간 것과 다름없다. 피라미들이 난리친다고 봐줄 나도 아니고…잘했어. 문제없다고 했는데 왜 그러지?”
“제가 일본에 풀어 둔 귀들이 있는데 그들로부터 오는 정보에 따르면 무력문에서 아마 저를 제 1 표적으로 비무를 신청 할 것 같습니다.”
창현은 피식 웃었다.
“10대 가문이라! 왜 설마 질 것 같아서?”
“지지 않겠습니다. 설사 그 쪽에서 천외천 고수가 나온다 할 지라도요.”
윤미는 이제 막 초절정 반열에 오르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없어 따로 명상을 할 시간도, 무공을 되돌아 볼 시간도 없었다. 개파식을 앞두고 창현의 측근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으니까.
수연 역시 오늘 경복궁에 들른 것이지 좋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는 중이었다.
“너무 깊게 생각 할 필요 없다. 지난 번 너에게 해주었던 말을 다시 생각 해. 마음의 밭을 여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더구나 인간의 육신이 아니니까. 몸이 뜨거워서 요괴가 되었다는 그 생각보다 네가 왜 진정 요괴의 길을 선택했는지, 그 것부터 다시 생각을 해보도록 해. 그럼 한층 더 쉬울 거다.”
상위 개체에 대한 욕망!
승천에 대한 욕심!
인간의 영력을 취할 때의 극도의 쾌감을 위해 요괴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현재 요괴들은 그 쾌락에 점점 더 빠져들고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윤미급 요괴는 다른 것이다.
윤미는 근정전 뜰에 길게 드러누워 있는 용신을 바라보았다.
상상속의 용과 거의 흡사한 모습이었다. 여의주만 하나 물어준다면.
승천을 한다는 것이 용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가봐. 개파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바쁜 것은 사실이지만 피콜로와 오소리가 금방 돌아 올 것이니까.”
“감사합니다. 주인님.”
윤미가 곧 사라지자 수연이 물었다.
“언니는 어느 정도인가요?”
“내 기준에서는 절정의 끝자락. 하지만 이 곳 단계로 치면 초절정 초입이다.”
“!!!”
창현의 기준이 지금 널리 퍼져 있는 개념보다 훨씬 그 기준이 높다는 것을 수연 역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초절정이라니? 적어도 세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무황과 같은 경지라는 것이다.
그 표정을 창현이 읽었는지 피식 웃었다.
“무황은 초절정의 끝자락이다.”
“아!”
수연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럼 주인님은요?”
“여기 기준에서는 초절정이 끝이잖아. 그 이상 고수들을 천외천인가 뭔가 하는 것으로 부르고.”
“주인님 기준에서는…현경이시라는 말씀인데 제가 알기로는 그 때 경지는 생사경도 있고 생사경에 이르면 등선을 한다고….”
“왜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등선 할 까봐?”
창현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수연의 머리를 헝클였다.
“주, 주인님!”
사람들이 많았기에 수연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이내 창현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 즐거운 일상을 두고 내가 등선 할 이유는 없지. 그 때도 싫었는데 지금은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
“왜 그 일본 10 대 가문 천외천 고수라는 놈들에게 당할까봐?”
“그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비슷한 경지라 평가 받고 있고, 실제로 창현보다 높은 랭커는 11명이나 되었다.
“그 셀린이라는 컴퓨터도 알고 있어.”
창현이 수연의 귓가에만 속삭였다.
“다 똑같은 천외천이 아니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