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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99화 (99/170)

< -- 99 회: 집 주인 혈마 -- >

한혈문의 개파식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광화문은 물론, 경복궁으로 오는 모든 길들에 경찰들이 투입이 되었다. 요소요소에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군 신분 무인들까지 지원을 나와 있었다.

삐이이익-!

호루라기 소리가 무단 횡단을 하고 있는 남자의 귓가를 강하게 때렸고, 남자는 뒷통수를 긁으며 황급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비단 그런 모습은 남자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많은 인원들이 몰려들고 있었기에 경찰들이 많이 투입 되었다고는 하지만 통제가 꽤 어려운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촬영 헬기로 짐작되는 헬기가 촬영을 하고 있었고, 생방송으로 화면에 나가고 있었다.

각국의 정상들은 이례적으로 한혈문에 개파 축하 인사를 보내고 있었다. 천외천 고수가 단체를 설립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일본 10대 가문과 갈등을 빚고 있었지만, 그들 역시 일단은 축하 메시지를 보낸 뒤였다.

적어도 개파식부터 전쟁을 하는 인간들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때 하늘에서 수연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질서를 지켜 주세요.”

그 한 마디면 충분했다. 와, 하고 외친 사람들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녀를 바라보는 것처럼 멍한 눈빛으로 수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경찰의 대표로 보이는 남자에게 수연이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몰릴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 최고의 문파가 개파를 하는 날인데 당연하죠. 그리고 국민적 영웅이신 강창현님이 설립하신 문파아닙니까. 일반인들 통제는 경찰들이 책임지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창현이 사체를 정부에게 넘기기로 결정하자 그는 대인배로 불리기 시작했다. 복지기금에 50%를 사용하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정부가 밝히자 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도 이어졌다. 정부 역시 무능력하지만 그래도 양심은 있다는 식으로 여론이 흘러가고 있었다.

마나석과 남은 사체를 중소기업에 유통 시키자 대기업들은 쓴물을 삼켰지만 그들은 한 가지 소식에 곧 눈빛을 빛낼 수밖에 없었다.

셀린이 조만간 동양 역시 서양만큼이나, 아니 서양보다 더 괴생명체들의 출연이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창현의 존재는 그 예상과 더불어 한층 부각되기 시작했다.

많은 문파들이 있지만 정말로 강한 괴생명체가 나타났을 경우 창현의 손에서 모든 것이 이뤄진다고 보아야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수연은 경찰 대표와 몇 마디 더 나눈 이후에 근정전으로 향했다. 창현은 굳이 귀빈 자리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그 일 역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의례적으로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문파들이다. 당연히 창현이 문파를 설립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상당수의 기업이 접촉을 해왔다.

고위층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차갑게 거절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당연히 이번 개파식에서 자신들과의 관계를 창현이 드러내리라 생각했다. 그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귀빈 대우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예 근정전으로 들어올 수조차 없었다.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하고 밤을 새던 사람들, 그리고 소식을 듣고 몰려든 관광객은 물론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 때문이었다. 그들을 통제하는 경찰들이나 요원들에게 신분을 알렸지만 도리어 냉정하게 거절당했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재계 인사들은 그렇게 도로 바닥에서 창현의 성격을 느껴야했다.

‘문주께서 선착순이라고 하셨습니다. 배첩은 초대장이 아닙니다. 그저 알림말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배첩은 전 국민에게 돌렸습니다.’

한 재계 인사가 거칠게 항의하다 때마침 만난 대길에게 들은 말이었다.

그는 삿대질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곧 상대가 창현의 측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헛기침을 하며 돌아가려 했었다.

그 것도 사람이 너무 많아 쉽지 않았지만.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근정전 앞뜰에서 개파식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들은 행운이라 할 수 있었고, 그래서인지 모두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근정전 앞 오른 쪽에 굳건히 서 있는 용신을 보면서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며 칠전만 하더라도 목숨을 위협하던 괴물이 어느새 용이 되어 성지를 지키는 형국이었기 때문이었다.

“야, 좌 측에 호랑이 한 마리 있으면 더 죽일 것 같지 않냐?”

“그거 괜찮은 생각이군.”

한 남학생의 말에 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히이이익!”

얼마나 놀랐는지 남학생은 두 걸음이나 물러서고 있었다.

“이거이거, 내가 문주인 문파를 개파하는 날인데 날 보러 온 것이 아닌 모양이군?”

“아, 아니에요! 지, 진짜 영광입니다!”

그 때 윤미가 옆으로 다가왔다.

“주인님?”

남학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윤미에게 향했다. 왜 이 곳에 왔는지 그 목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몇 살이지?”

“고, 고2입니다!”

“그렇군. 공부 열심히 해라. 그럼…음…그래. 내 기억에서는 분명 공부를 열심히 하면 예쁜 마누라랑 토끼 같은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말이야…시대가 바뀌어서.”

창현은 윤미의 머리칼을 가볍게 헝클였다. 폭발적인 염기를 애써 억누르고 있는 윤미의 얼굴이 붉어지자 남학생들의 시선이 곧 창현을 향해 선망의 시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대부분 어린 남학생들은 창현의 여자들에 대한 동경심으로 경복궁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연이나 지현 그리고 윤미의 미모는 상당하니까.

경복궁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수희 역시 한 몫하는 것은 당연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그 세 명보다 수희가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

“그래도 공부 열심히 하면 첩…불가능하군.”

“저희도 한혈문 제자에 지원했습니다!!”

“그래?”

시선이 모이기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였다.

“네!”

“열심히 해 봐라.”

당연히 아무나 받아주는 한혈문이 아니었다. 가장 최우선으로 고르는 것은 바로 성지의 선택이었다.

괜히 성지라 불리는 것이 아닌 모양인지 성지는 인간들을 꽤 가리는 편에 속했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경복궁에 들어오면 따뜻하고 부드러운 기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중 몇 몇은 아주 강한 느낌을 받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었다.

SNS 시대에 당연히 그런 느낌들을 자랑스럽게 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뭐 그 것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극소수에 불과하니 대부분 웃음거리로 치부 당했다.

누구나 따뜻한 기운은 느끼니까.

그리고 그 성지가 선택한 인간이 아니더라도 윤미와 무황이 만든 시험을 통과해야했다. 한혈문은 무력문파이다. 추구하는 것은 당연히 극에 이른 무공이었다.

두 가지 갈래로 지원자는 나뉘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의 부모가 받아달라고 오는 경우와 학생들처럼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경우였다. 5 세 이상이 지나면 근골이 굳기 시작하고 혈맥이 탁해지기 시작해 무공을 익히기 어렵다는 정설이 있기는 했지만 창현은 크게 상관 하지 않았다.

이왕 세운 것 세계 최강으로 만들 생각이었고 그러기 위해서 윤미에 내단을 유통 시키지 않고 제자들에게 사용하기로 결정했으니까.

시험은 당연히 인성을 보는 시험이었고,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시간이 걸리기에 시험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 될 예정이었다. 5살 이하 한국 어린이들은 모두 경복궁으로 지원을 하기 위해 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그래, 다시 보길 기대하지.”

창현이 곧 근정전으로 향했고, 윤미 역시 남학생 두 명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진짜…가까이서 보니까 개쩐다.”

“으, 주인님이래!”

“우리한테까지 인사하는 것 보면 진짜 동영상이나 사람들 말대로 엄청 예의 바르면서도 차가운 여자라고 하던데!”

“그리고 졸라 예쁘지.”

두 남학생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킥킥 거리고 있었지만 그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곧 수연의 사회로 개파식이 시작이 되었다.

거창한 것은 없었다. 창현이 한혈문을 설립한 이유와, 그 이름의 배경 등을 가볍게 설명했다. 성지의 기운을 되찾는 일과 한국 무인의 혼을 다시 살린다는 명분으로 이름을 지었고, 좀 더 활발하고 정순한 무를 추구하기 위하여 한혈문을 세운다는 말이었다.

언뜻 정파의 개파식 같았지만, 창현이 사용하는 무공은 패도적이다.

“…세계 최강의 문파가 될 것이다. 무공의 근원지이며 찬란했던 이곳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니까.”

짝짝짝짝-!

약 오 분간의 창현의 연설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성지라고 하더니 역시 이곳의 기운이 우리를 밀어내고 있는군.”

“몇, 몇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노인은 혀를 찼다.

“나미코는?”

“곧 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몸이 성치 못하여….”

“그럴 테지. 근데 자네는 괜찮은가?”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습니다.”

경복궁은 ‘모든’ 인간에게 따뜻한 기운을 심어주는 것은 아니었다. 설사 성정이 악한 자라 할지라도 따뜻한 기운을 심어주지만 이들만큼은 다른 것 같았다. 묵직한 기운이 가슴을 밀어내는 느낌을 받으며 고개를 숙인 남자는 곧 살짝 시선을 들어 창현을 바라보았다.

“연설이 끝이 났습니다.”

“그렇군.”

“제가 청해봐도 되겠습니까?”

“저 남자에게?”

“개파식의 비무는 필수 코스 중 하나이지요.”

노인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과연 그가 받아들일까?”

“수하라도 내보내지 않겠습니까?”

“아보 총리와 회장께서 개파식에서는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하셨는데 말이야.”

“가주께서 직접 오신 것은 모르실겁니다.”

그들은 술법문의 가주와 그의 수행원이었다.

10대 가문 역시 한혈문 개파식 행사에 참여했고, 근정전 앞뜰 곳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문파의 모습이 전부 갖춰지지 않았고 최측근들 밖에 없지만 자신들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탓이다.

남자가 말을 이었다.

“미개한 조선인 따위가 천외천 고수라 불리고 있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분명 강하네.”

“아직 그에게 미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뛰어넘을 겁니다. 그리고 오늘 그 미개한 조선인의 부하를 찍어 눌러 제 능력과 술법문의 힘을 그에게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가주.”

“뭐…알아서 해보도록 하게.”

남자 역시 처음부터 창현과 대결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창현의 측근 중 한 명과는 대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심 남자는 무황과의 결투를 원했다.

창현이 나타나기전 한국 최고의 고수라 불렸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힘차게 발을 딛었다.

“!!!”

창현의 연설이 끝이나고 수연이 간단하게 문파가 나아갈 방향과 지금 논란과 관심의 집중이 되고 있는 제자 지원 방식 그리고 추후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는 찰나, 사람들의 머리를 밟고 접근하는 일본인을 볼 수 있었다.

얼굴 한 가운데를 가르는 긴 칼자국과 묶은 머리 그리고…사람들 눈에 띄일 수밖에 없는 일본 전통 무사의 복장!

노인이 기척을 지우고 사람들 속에 녹아드는 무공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그 역시 눈에 띄었을 것이 분명했다.

남자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고 창현에게 접근 중이었다.

“무….”

“괜찮아.”

수연이 제지 하려 하자 창현은 가만히 뒷짐을 지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곧 남자가 창현의 앞에 서자 웅성거림이 커지고 있었다.

“크르릉….”

창현에게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영혼의 그릇을 함께 나누고 있기에 느끼고 있는 용신이 가볍게 그르렁거리자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입을 막았다.

“조용히해라 용신.”

“….”

용신은 다시 시선을 돌렸고, 사람들은 남자와 창현을 바라보며 갖가지 추측을 하고 있었다.

남자의 한국어는 유창했다.

“난 일본 10 대 가문 중 술법문이라는 곳에 무사다. 개파를 축하한다.”

그 건방진 말투에 사람들 특히 한국인들의 눈빛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술법문이라면 서울과 부산 그리고 독도 인근을 공포로 밀어 넣었던 그리고 위안부 정책에 대하여 당연한 일이라 떠벌렸던 그 문파였기 때문이다.

“개파식에는 비무가 빠지면 안 되지. 지루한 연설은 그만 두고 나와 함께 어우러져 보는 것은 어떤가?”

사실 남자는 말을 하면서도 창현이 직접 나서리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경지를 숨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기에 최소한 초절정에 근접한 윤미나 초절정인 무황이 나서리라 짐작했다. 그 중 무황과의 비무를 성사시킬 목적이었다. 꼭 그 둘이 나서지 않아도 문주인 창현이 개파식에서 직접 자신을 상대하리라 짐작도 하지 않았다. 그가 직접 나서는 것은 아무래도 폼이 살지…

“마침 지루했는데 좋지. 수연 사람들을 통제해라. 이곳에서 바로 하도록 하지.”

“!!!”

남자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창현이 씨익 웃고는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남자를 스치듯 지나치며 속삭였다.

“너의 그 무식한 대가리로 본좌를 판단하지 마라.”

============================ 작품 후기 ============================

한가위 맞이 3연참

걍 3연참.

추신

한혈문 이름 지어주신 분 아이디 적어서 쪽지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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