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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00화 (100/170)

< -- 100 회: 집 주인 혈마 -- >

‘무, 문주씩이나 되어서 직접 나서다니!!’

남자, 가리오코 츠스키는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본신의 무위에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술법문에서 흔치않게 술법보다는 무공을 극한까지 익힌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주의 직속 호위로 뽑힐 수 있었던 것이다.

절정의 끝자락, 곧 초절정의 경지를 앞두고 있는 그는 술법문의 숨겨진 힘 중 하나였다.

셀린의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간단했다. 그가 실력을 드러내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실력을 드러낸 일이 없었다. 랭킹 시스템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셀린은 갈무리한 그 기운을 읽을 수 없었다.

사실, 일본측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면이 가장 크기는 했지만말이다.

각설하고 츠스키는 확실히 엄청나게 당황하고 있는 중이었다. 상대는 가주랑 같은 경지라 알려져 있는 천외천 고수 강창현! 설마 그가 직접 나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창현은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을 했고, 본심을 들킨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했다.

“미개한 조센징 따위가 감히 하늘의 경지에 올랐다고?”

자존심이 상하고 주위의 시선이 적대적으로 변하지 츠스키는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말았다.

한국어가 유창했지만 그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었고, 스스로 술법문 제자라 밝혔기에 그 적대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에다 창현을 무시하는 발언은 물론 한국인 전체 비하 발언까지 했으니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었다.

“재밌군.”

수연의 통제에 의해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정부 기관 요원들, 그리고 각 문파에서 도움 좀 주시기 바랍니다.”

일반인들이 피해를 입을 리 없었다. 수연은 창현을 믿고 있었고, 츠스키가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어떠한 변수도 없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경우 때문에 수연은 무인들이 어느 정도 장막을 쳐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곧 심드렁하게 서 있던 용신이 근정전 지붕 위로 가볍게 올라갔다.

“크르릉…!”

갑자기 용신이 울자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곧 용신의 입에서 투명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빛은 정 사각형의 투명한 막을 만들기 시작했다.

“꽤 쓸모가 많아.”

창현이 빙그레 웃자 용신 역시 그 기괴한 얼굴에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술법문의 가주와 이제야 도착한 나미코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스츠키 역시 지금 용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 지 깨닫고는 잠시 말을 잃었다.

“나미코가 데리고 있을 땐 분명 A급이었는데….”

단 번에 두 단계를 뛰어넘어 S급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한 수였다. 몸 속에 내재된 기운도 기운이었고, 탈피를 한 몸도 몸이었지만 무엇보다 지능이 훨씬 올라갔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스스로의 판단은 창현이 쓴 술법이 술법문에 내려지는 도윤청량심공을 근간으로한 술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것이 중요하지는 않지. 와라 미개한 조선인, 사무라이의 혼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지.”

천외천 고수를 앞에 두고 스츠키는 당당했다.

아니,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군.”

창현이 가볍게 한 걸음 나섰다.

폭발적인 기운이 스츠키에게만 집중되고 있었다.

고오오오-!

땅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약간의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음에도 그들 역시 느끼고 있었다. 지금 스츠키에게 쏟아지고 있는 창현의 기세가 대충 어떤 것인지 말이다.

압도적인 살기!

그 살기 하나만으로 초절정을 바라보는 고수 하나가 벌벌 떨기 시작했다.

“죽을 힘을 다해라. 혹시 알아? 네 놈이 뛰어다니는 재롱이 즐거워 내가 피를 묻히지 않을지.”

“….”

“축제에는 원래 피가 있어야 하는 법이거든.”

스츠키는 온 몸을 떨고 있었다. 이건 차원이 다른 강함이었다. 단지 살기만으로…내력조차 끌어올릴 수 없었다. 움직이는 순간 죽을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는 그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창현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재주를 부려봐라, 미개인 조선인을 상대로.”

창현이 뒷짐을 지자 스츠키는 곧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죽음의 공포에 흔들렸다는 사실을 믿고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을 뽑아들자 찬란한 햇살이 검날에 비추기 시작했다.

“타앗!”

그대로 쏘아져 나가는 스츠키의 몸놀림은 그 빛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마치 그 자리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곧…

따악-!

쾅-!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일반인들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지를 갖춘 고수들은 볼 수 있었다.

수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투명한 막에 부딪혀 이마를 메만지고 있는 스츠키는 굴욕감을 느끼며 겨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주인님, 딱밤이라뇨.”

일반인들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스츠키가 딱밤을 맞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여기저기서 곧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인 전체 비하 발언은 물론 가뜩이나 감정이 좋지 않은 술법문 출신의 무사가 창현에게 건방지게 굴다 그 값을 치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창현과 만났던 남학생이 소리 질렀다.

“문주님 딱 100대만 때려주세요!”

“아예 입을 찢어 버리세요!”

“밟아 버리세요!”

이 곳은 일종의 홈그러운드!

창현을 향한 응원이 이어졌다. 딱히 응원이라기보다는 완벽하게 응징을 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스츠키는 몸을 추스르고 이번에는 신중하게 검을 세워 들고 있었다.

‘말도 안 돼…뒷짐을 지고 있는데 빈틈이 없어?’

살짝 손이 떨릴 것 같았지만 스즈키는 이내 검을 꼭 부여 잡았다. 그렇게 자신하고 떠들어 놓고 이토록 무기력하게 패하면 가문에도 누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창현가 붙을 생각은 없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사무라이의 투지라도 보여주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우우웅-!

검에서 새하얀 검강이 삐죽 삐져 나오기 시작했다.

“타앗!”

스츠키의 기합과 함께 검강이 여러 갈래로 나뉘며 창현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하여 스츠키 역시 다시 일직선으로 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쾅-!

용신은 참 똑똑하다. 창현이 성지를 아끼는 것을 알고 바닥에도 막을 깔았으니까.

그리고 그 막이 검강에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고 있었다는 점은 술법문 가주만이 눈여겨 보고 있는 중이었다.

몇 차례 굉음이 울려퍼졌지만 창현은 멀쩡했다. 몇 걸음 옮기는 것만으로 스츠키의 공격을 다 피한 것도 모자라 그의 턱을 부여잡았다.

“커억!”

스츠키는 움직일 수 없었다. 턱이 잡히는 순간 보이지 않는 강기들이 자신의 몸을 꽁꽁 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따악-!

두 번째 딱밤이 이어졌다.

“커어어어억!”

이제는 이마가 붓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보일 정도였다.

“쿡!”

결국 한 명이 웃음을 터뜨리자 근정전 앞뜰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많은 외국인들 역시 스츠키의 꼴을 보고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이익!”

창현이 놓아주자 스츠키는 이제 남은 것은 악 밖에 없다는 듯 다시 달려 들었지만,

따악-!

달려들기도 전에 창현의 딱밤이 이어졌다.

“커억!”

세 번째는 제법 충격이 강했는지 이마가 거의 터질 지경이었다. 약간 징그러워 보일 수 있는 붓기가 터지면 피가 터질 것을 염려해 창현이 강도를 조절한 탓이었다.

“난 그저 딱밤만 때리고 있다, 술법문의 사무라이.”

사무라이라는 그 말이 묘하게 웃겼다.

“빌어먹을 미개한 조센징 따…”

빠아아아악-!

이번에는 들리는 것이 제법 컸다.

“커억!”

스츠키는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창현은 어쩌면 자신이 죽을 때까지 딱밤만 때릴지도 모른다. 가주가 나선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이건 무인가의 약속된 비무! 설사 죽는다 할지라도 끼어들 명분이 없었다.

말릴려고 할 수야 있겠지만 창현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더구나 비무는 자신이 먼저 칭했다. 그 것도 무황이나 윤미가 아니라 창현 본인에게!

빠아아아아악-!

붓기가 절정으로 올라온 곳이 아니라 그 옆을 때린 창현의 손길에 스츠키는 반대편으로 멀리 날아가 쳐박혀 버렸다.

콰앙-!

주르르륵, 투명한 막을 타고 마치 짓물처럼 흘러내리는 스츠키를 보면서 한국인들은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천히 창현이 스츠키에게 다가가자 스츠키는 공포심을 느꼈다.

죽는 것 따위는 두렵지 않다.

그렇지만 딱밤으로 죽는 것은 아니었다. 공포심이 느껴졌다. 죽어서도 후대에 영원히 건방을 떨다 미개한 조센징에게 딱밤을 맞아 죽은 멍청한 놈으로 기억 될 것이다. 본문에 있는 가족들은 술법문의 명예를 더럽힌 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두 처형 당할 것이다.

이내 창현의 미소를 보면서 스츠키는 확신했다.

“이봐, 그 사무라이의 혼이라는 것을 보여줘. 일어나야지? 안 그래?”

“….”

스츠키는 어디엔가 지켜보고 있을 가주를 찾아보았다.

가주는…보이지 않았다.

“용신.”

창현이 짧게 말 하자 투명한 막이 거둬졌다.

“네가 더럽힌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가라.”‘

“…?”

스츠키는 무슨 말인지 잠시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자신의 사타구니를 보며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극도의 공포심 때문에 방뇨를 해버린 것이다. 자신이 인식하기도 전에!

“그냥 문지기 정도 아닐까?”

“적어도 여기까지 왔으면 한가락 하는 인간이라는 말인데…큭큭 꼴좋기는 하다. 미개한, 조센징 어쩌고 하더니 오줌이나 싸고.”

갖가지 비웃음들이 들려왔다.

스츠키는 이제야 찾을 수 있었다.

돌아서는 나미코와 가주를 말이다.

“재밌었나?”

“최고의 유흥이었습니다, 문주님.”

대길의 말에 사람들이 와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이것으로 마무리 하도록 하지. 경복궁 관람에 대한 추후 공지는 수연이 그…그 뭐지?”

“홈페이지입니다.”

“그래, 거기에 따로 공지를 하도록 할 것이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줬으면 좋겠군. 여러 가지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였거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정부 기관 요원들과 경찰들의 통제를 따라 경복궁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근정전 지붕에 길게 드러누워 있는 용신을 보면서 창현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 모습이 꽤 어울렸기에 그냥 두기로 했다.

어쨌든 용이 지붕위에 누워 있는 것이 꽤 운치가 있었으니까.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기와가 상당히 단단해진 것으로 보아 용신이 무슨 수를 쓴 듯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 무거운 괴물의 무게를 건물이 견뎌낼리 없었을테니까.

“그럼 정식적인 보고를 받아보도록 하지.”

근정전 내부에서 창현이 높은 단상 의자에 앉아 있었고, 지현, 수연, 윤미, 오소리, 피콜로, 그리고 대길과 무황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한혈문의 시작이었다.

============================ 작품 후기 ============================

딱밤신공

어느새 100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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