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9 회: 집 주인 혈마 -- >
튀어 나온 뱃살이 테이블에까지 닿을 것 같았지만, 용케 와이셔츠는 터지지 않고 있었다. 뱃살만이 아니라 턱 살 역시 비죽 튀어 나온 것이 한 눈에 보아도 상당한 비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짙은 연기를 내뱉고 있는 그는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끄며 입을 열었다.
“그 무식한 것들의 전쟁에 도대체 왜 이렇게들 열을 올리시는 겁니까?”
“멍청하긴, 자네는 경복궁에 가보지 않았지?”
“거긴 뭐 하러 갑니까. 가뜩이나 그 근처 땅 값 폭등 중이신 것 모르십니까? 규제를 푼다, 어쩐 다를 현대통령이 하는 바람에 예상치 못한 시점에 값이 뛰어버리니 원…그 지방에 어떤 여자가 반환 소송 반대 서명을 하는 것까지 겹쳐서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잖습니까. 더 심각한 문제는 거기가 성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그 무식한 것들이 떡하니 자리를 잡아 버렸고요. 뭐 조만간 정부에 다시 요청을 할 것이지만.”
제법 길게 말을 한 것이 힘이 들었던 모양인지 이군호 의원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었다.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자리!
스스로 대한민국을 움직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재계는 물론 정계 인사들까지 다양했고, 그 얼굴들만 보아도 이름을 알 만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모여 있었다. 그들이 오늘 모인 이유는 간단했다.
“땅 반환 문제도 그렇고, 일본 10 대 가문은 상당히 이익이 되는 집단인데 말이죠. 그 무식한 것들은 일본 가문이 정말로 전쟁이라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생각들이 없으니 참!”
이군호 의원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겉모습이야 뚱뚱해서 그렇게 호감형은 아니었지만, 이군호 의원은 야당 소속 의원으로 무려 세 번이나 재선에 성공한 국회의원이었다. 그의 지역구는 그의 집이나 다름이 없었고, 정치적인 큰 흐름이 뒤 바뀌는 시대에서도 그는 그 지역구에서만큼은 살아남았다.
그건 결코 운이나 그 이외의 영향력과 더불어 꼼수와 같은 술수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 한혈문인지 뭔지 하는 것들이 무력문과 전면전을 선포했으니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여론은 그들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대통령 역시 미적거리며 눈치를 보고는 있지만 아마 크게 반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희이죠.”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가뜩이나 대통령은 정신이 없을 테고, 국민들의 관심도 모두 한혈문과 무력문에게 쏠려 있을 지금 못 받았던 땅을 찾아야죠.”
“지금 말인가?”
그 옛날 선조들이 가지고 있었던 땅은 정부가 들어서고 모두 빼앗겼다.
친일파 땅 반환소송.
이 시국에 그들은 그 것을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었다.
이군호 의원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힘들게 지키신 땅을 정부에게 도둑맞았으니 당연히 다시 받아야죠. 그리고 그 무식한 것들이 자리를 잡고, 대통령이 야심차게 이런 저런 규제를 풀면서 그 쪽 근처의 땅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이미 판례가 있으니 조금만 빠르게 진행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주신다면 땅을 되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재계 인사 중 한 명인 고두권 이사가 발언했다.
“여러 기업들이 문파와 정부를 저울질 하며 그 연줄을 대기 위해 노력을 했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전면적으로 문파가 나서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한혈문이 있습니다. 그 문주라는 어린 애송이는 생각보다 언론 플레이라는 것을 상당히 즐겨하고 있더군요. 여론이라는 것을 이용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몇, 몇 분들의 땅이 그 경복궁 근처와 그가 사용하고 있는 궁들 근처…그리고 또 그가 소유한 건물들까지 다 포함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것은 명분을 가지고 있는 애송이와 정면대결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대결은 무슨! 본래의 주인이 찾는다는데 무엇이 잘못인가? 문주 역시 국민이네. 그리고 이 나라는 법이라는 것을 지켜야 하는 법치국가이지!”
이군호 의원의 말에 상당부분의 인사들이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명분을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야. 대통령은 눈치를 볼 것이 분명하네. 이미 정부는 한혈문에게 당할 대로 당했고, 빼앗길 대로 빼앗겼어. 당장 셀린이라는 그 여자 컴퓨터 인간도 빼앗겨서 돈이 반 토막 나지 않았나! 그래서 은근슬쩍 너희 기업들에게 압박을 하고 있구말이야.”
재계 인사들이 모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솔직하게 말을 한다면 그 문제야 자네들과 정부가 협의 할 문제이고…일단 미친 듯이 오르고 있는 그 땅을 다시 되찾는 것이 목표이니까. 대법원 쪽부터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좋겠어.”
창현이 무력문과의 전면전을 위해 전력을 정비하고 있을 때 쯤, 스스로 한국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라 믿고 있는 그들은 비밀스럽게 모여 경복궁 주변과 궁들의 주변 땅을 되찾을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간단했다.
이미 대법원 판례가 친일파 후손의 땅을 반환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있었다. 그 판결은 대부분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지만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그들은 알고 있었다. 여론이야 금방 잠재 울 수 있다는 것을.
그 어떤 시대보다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요즘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은 지난날보다 더 쉬운 일이었다.
“한혈문 애송이가 일본으로 직접 간다지? 그가 전면전을 벌이고 있을 때 쯤 우리는 이곳에서 빠르게 마무리 하도록 하는 것이 좋아. 대통령 역시 그가 없을 때는 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그가 일본 한 가운데서 살아온다는 보장도 없고….”
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친일? 웃기는 소리지. 강자의 편에 서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야. 그렇게 추앙하는 독립투사들의 자손들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바보들은 그저 욕만 할 줄 알지 바꿀 줄은 모르니까.’
이군호 의원의 얼굴에 비릿한 웃음이 번졌다.
이곳에 모여 있는 정계 인원들과 재계 인원들만 해도 상당 수였다. 마치 담소를 나누는 듯 이야기를 했지만 각자 테이블 앞에 마이크가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모두 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역사는 역사이고 지금은 지금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 역사 속에서 썩 좋은 역할을 했던 선조들의 후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 때 그 시절 힘이 약했기에 당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의 선조는 그렇게 당하지 않았다.
이군호 의원과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나라와 국민보다는 힘이 강한 쪽에 서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 그리고 그들은 그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때도, 그리고 지금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살고 잘 입고 잘 먹으니까. 심지어 이들 모두 고위층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고, 그들의 생각대로 대한민국의 중요 인물들이었으니까.
“중요한 것은 시간이야 시간! 가장 좋은 것은 한혈문 문주라는 애송이가 일본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어쨌든 대비는 해야지.”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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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각 각주 대길과 각원 10명, 동이각 각주 무황과 각원 10명, 요각 각주 오소리와 각원 10…명으로 구성했습니다.”
“윤미와 수연은 집을 지키기로 한 것인가?”
“네, 주인님.”
수연의 말에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창현을 제외한 인원은 각주들까지 포함 서른 세 명이었다. 분명 신생 문파라 할 수 있는 한혈문은 전력의 차이에서 확실히 무력문에게 밀렸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창현의 존재!
그들에게는 더 이상 천외천 고수가 없었고, 창현은 여전히 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원정은 지나치게 위험했다. 일본 10 대 가문이라 불리는 그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압도적인 세력을 구축하려 했지만, 적어도 외부의 적 특히 한국을 상대할 때는 똘똘 뭉쳤기 때문이었다.
서른 세 명의 문도들과 창현은 일본 10 대 가문을 상대하러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력의 차이가 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용신을 타고 간다.”
그 것이 첫 번째로 그들의 허를 찌르는 점이었다.
S급, 그 것도 비행형 괴생명체를 부리는 사람은 전 세계에 창현 단 한 명뿐이었다. 서양의 마법사 계열 중 하나인 소환술사나 계약술사들 역시 S급은커녕 1급 괴생명체를 길들이기도 힘들어했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술법문의 힘은 분명 대단한 것이지만, 그들 역시 S급은 가지고 있지 않은 걸로 밝혀져 있었다.
일본을 가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배를 타고 가거나, 비행기를 타고 가거나!
10 대 가문은 창현이 전면전을 발표한 이후, 오히려 기회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총리와 더불어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파 간의 전쟁이 아니라 정말로 현대 전쟁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한국에 많은 자원들을 뿌렸고, 그들의 세력을 많이 심어 놓았던 것이다.
무력문 가주의 죽음은 일본 정치인들의 결심을 빠르게 굳히고 있었다. 아보 총리 역시 무력문 출신이었기에 그가 나서서 창현을 규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겁한 술법으로 가주를 죽이는 것도 모자라 아무런 명분도 없이 무력문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한혈문 문주의 태도를 일본은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딱 그 정도 발표였지만, 무황이 비겁하게 치도이를 죽였다는 것만이 아니라 창현이 무력문을 치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는 것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창현은 그 발표에 답했다.
‘천외천 고수가 그렇게 쉽게 죽을 줄 몰랐기에 내 수하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정당한 비무였고 무력문 가주 역시 동의를 했었지. 지금 퍼지고 있는 수천 개의 동영상을 모두 조작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그리고 전면전은 우리가 아니라 무력문이 먼저 선포했지. 그리고 한혈문은 도전을 피하는 문파가 아니다.’
완벽하게 문파들끼리의 대결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용신.”
창현이 짧게 근정전 뜰에서 용신을 불렀고, 인공위성…현대의 기술로는 더 이상 살펴 볼 수 없는 그 뜰 앞에 서른 세 명의 한혈문 문도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는 용신을 타고 간다.”
한혈문 문도들은 그렇다 치고 용신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본좌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용신은 슬그머니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각,
일본 정부는 전 해상에 군사적 경계를 강화 하고 있었고, 일본 10 대 가문 역시 한국에서 오는 모든 비행기와 배가 들어오는 곳에 인원을 배치했다.
창현의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용신을 타고 가는 것이 첫 번째로 그들의 허를 찌른다는 창현의 생각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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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랍업과 속업이 동시에 되어 있는 오버로드 준비 완료.
본진 한 방 드랍ㄱㄱ
좋은 아침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