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0 회: 집 주인 혈마 -- >
무력문은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도 건물 하나를 세워, 일반인과의 접근성을 높이고 현대 사회에서 무인의 역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본문은 일본의 성지라 불리는 후지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많은 자연 재해가 있었지만, 그들은 굴하지 않고 자신들이 터를 잡은 곳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본디 결계로 숨겨져 있던 곳이 국제적인 발표가 이뤄지고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되면서 한국의 한혈문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경복궁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을 하고 있었다. 사실, 각 문들은 국제적 발표 이후 자파의 본문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관광으로 인한 수입을 꽤나 짭짭하게 벌어들이고 있었다.
후지산과 같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 유산과 같은 경우는 그 돈이 몇 배는 뛰었다.
뭐 어쨌든, 후지산과 같은 명산에는 으레 그렇듯 여러 문파들이 자리를 잡고 싶어 했지만, 그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하던 무력문이 대대로 그 터를 지켜오고 있었다.
오늘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그 무력문의 본문을 구경하기 위하여 후지산을 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 짙게 드리우는 그림자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 저게 뭐지?”
“괴, 괴물이다!”
“꺄아아아악!”
서서히 그림자는 더 커지기 시작했고, 비명을 지른 여자의 눈은 꽤 좋은 것 같았다.
긴 수염을 휘날리고 있는 용신이 천천히 자신의 꼬리를 바닥에 내렸다.
용신만큼이나 괴상하게 생긴 요괴 무리들을 데리고 오소리가 먼저 내렸다. 그 이후 대길과 일도각 각원들, 무황과 동이각 각원들이 내렸다. 그리고 그 이후 마치 후지산의 햇살이 모두 그녀에게만 비추는 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설난이 내렸고, 뒷짐을 지며 창현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제법 괜찮은 공기이군.”
창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너, 너는!!!”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무력문 인원이었다. 창현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곧 피로 물들겠군.”
창현의 중얼거림을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무력문 제자는 관광객들을 버려두고 재빨리 본문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오소리.”
그 모습에 창현이 짧게 오소리를 불렀고, 오소리가 그 자리에서 마치 환영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커어어억!”
“꺄아아아악!”
오소리의 날카로운 발톱은 어느새 무력문 제자의 등에 꽂혀 있었다. 그대로 긴 팔을 내리 긁는 오소리의 움직임에 따라 무력문 제자의 등에서 피분수가 터져 나왔고, 그대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설난.”
창현이 가볍게 설난을 부르자 그녀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후지산을 전부 밝힐 만큼 밝았다. 마치 섬광이 번쩍이는 것을 본 관광객들은 도리어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천천히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요각의 인원 중 한 명은 관광객들이 입구까지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 합류해라.”
“알았다, 주인.”
무력문 제자의 시체를 멀리 던져 버린 오소리가 붉어진 손을 혀로 핥으며 대답하고 있었다. 본디 그들은 요괴! 인간의 피와 영력을 탐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눈이 전체적으로 붉어지고 있었다.
“단 한 명도 죽지 않는다. 이것이 첫 번째 명령.”
자신이 있기에 천외천 고수도 없는 무력문과의 전면전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창현은 눈 먼 칼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쟁의 특성이라는 사실은 이미 대규모 전투전을 많이 치러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두 번째는 이들이 성지라 불리는 이곳에 그들의 피를 흩뿌리는 것.”
“네, 문주!”
창현은 피가 뜨거워짐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 설난이 언급한 성스러운 피의 영향인 것 같았다.
“이것은 복수 이전에 본좌를 도발하고 모멸한 무력문에 대한 징벌이다.”
창현의 말에 한혈문 인원들이 더욱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전면전을 통해 전 세계가 알게 될 것이다. 한혈문 그리고 본좌를 도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일본 10 대 가문은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흘린 피의 값을 그들의 피로 갚아야 한다는 것을!”
창현은 말과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무력문 제자들은 재빠르게 창현의 뒤를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정문이 보였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물들은 분명 멋스러워 보였다. 이미 소식을 듣고 결계를 가동했는지 주위에는 기묘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검을 쥐고 있는 수십 명의 무사들이 한혈문 인원과 창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들이 가주를 죽인…!”
어차피 일본어이기에 창현은 알아듣지 못했다.
대충 짐작은 했지만.
창현의 입에서 짧은 말이 흘러나왔다.
“도괴.”
우콰콰콰콰-!!
땅이 일직선으로 갈라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무력문 인원들은 긴장한 눈빛으로 창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주가 없다.
가주가 상대 가주에게도 아니고 일개 각주에게 비무에 패해 죽었다.
그 사실은 남은 무력문 인원들 중에서도 굉장한 고수가 많다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얼굴에 긴장감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키키킥! 키키키키킥! 피다! 피피피다!”
창현은 웬일인지 도괴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었고, 그 산들바람은 도괴를 부드럽게 감싸기 시작했다. 도괴를 가볍게 쥐고 있던 창현은 도신을 땅바닥에 끌며 마치 들어 올리는 듯 도괴를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고오오오오-!
“마, 막아!”
“결계 강화!”
“아, 아냐 피해!”
각가지 소리가 들려왔지만 붉은 혈마지기가 마치 소용돌이처럼 무력문 정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쾅-!!!
결계가 가볍게 찢어지고 정문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창현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저들에게 피의 역사를 만들어 줘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황을 선두로 동이각 인원들, 대길을 선두로 일도각 인원들, 그리고 오소리를 선두로 요각 인원들이 한꺼번에 무력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뭐, 뭐라고? 본문이 침입을 당해?”
아보 총리의 얼굴이 급격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전 해상은 물론 전 상공에도 분명 경계 명령을 내렸는데 그들을 왜 놓쳤지?”
“…그들은 용신이라 불리는 그 괴물을 타고 왔답니다.”
“!!!”
콰앙-!
테이블을 내려치는 아보 총리의 눈치를 많은 군인들과 의원들이 찔끔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멍청하긴…! 그래서 본문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그게…무슨 이유에서인지 후지산 쪽에는 위성사진도 찍히지 않고 그 어떤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고 있습니다.”
아보 총리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한혈문이 맨 처음 무력문을 상대로 전면전을 발표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보 총리는 그들을 비웃었다. 아무리 가주가 죽었다고 하지만 무력문과 한혈문의 전력 차이는 창현의 존재를 제외하고는 너무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력문은 혼자가 아니다. 10 대 가문으로 뭉쳐져 있고, 아직 술법문의 천외천 고수도 남아 있었다.
그런 그들이 일본으로 직접 들어온다고 발표를 했을 때 아보총리는 도리어 쾌재를 불렀다.
가주가 죽은 것은 슬픈 일이지만 눈에 가시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막대한 재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대대적으로 전쟁에 찬성을 표했다. 이미 전쟁으로 성장한 그들은 전쟁이 얼마나 막대한 사업적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국민 여론조차 아보 총리로 인해 한국에 적대적으로 변해가고, 그 예전처럼 일본 선민의식이 점점 커져가면서 그들은 야욕을 키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보 총리는 그런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막대한 자금을 운용할 수 있었고, 그 돈으로 천외천 고수는 또다시 만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본디 무인이 아니기에 무력문의 무공과 엄청난 영약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다.
창현이 한국으로 온다는 말에 쾌재를 부른 것은 명분 싸움이었다.
국제적 선전 포고를 하려면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들이 일본 본토로 와서 난리를 치고 간다면 그 명분을 조작하기가 너무나 쉬웠다.
그들을 전부 정리한 이후, 그들로 인한 일반인 학살!
얼마나 그럴듯한 명분인가?
그렇다면 10대 가문과 함께 일본은 한국 침략을 정당화 할 수 있게 되고 국제적인 관계에서도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끼어들 틈을 만들어주지 않을 수 있었다.
무인들의 전쟁은 애초에 다른 나라가 끼어들 명분이 없으니 거기에 무인들이 자국민을 학살했다는 이유를 붙여서 무인들은 물론 현대 전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아보 총리의 목표였고,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 창현이 일본으로 직접 옴으로써 완성이 되는 것이었는데 처음부터 틀어지고 있었다.
“10 대 가문은 무얼 하고 있다는 말이지?”
아보 총리의 물음에 10 대 가문 관계자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무력문을 지원하기 위해 인원을 편성 중입니다.”
“젠장, 빨리! 미개한 조센징들이 진정한 성지를 더럽히기 전에 서둘러야 하는 것이 좋아! 그리고 이초스키 의원!”
“네, 총리!”
“후지산을 봉쇄 하도록 하세요.”
아보 총리의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스치고 있었다.
“군인들로 말입니까?”
“물론이죠.”
모두의 얼굴에 잠시 의문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한국과 전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10대 가문이 먼저 창현을 정리한 이후 정보를 조작해야 했다. 그러려면 아직 군대는 동원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어차피 그 곳은 지금 위성에도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그 미천한 조센징놈이 무슨 수를 쓴 것 같은데…내가 알기로는 오늘도 성지 후지산에 상당한 관광객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자, 그럼 이렇게 합시다. 그들은 지금 대피하고 있을 테도, 그 조센징 놈은 머리가 나쁘니 그들을 건들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아마 산을 내려 보내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아보 총리가 어떤 의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후지산을 군대 무인들로 봉인합니다. 그들 중 술법문 인원도 있겠죠?”
“네, 총리.”
10대 가문 관계자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결계를 칩시다.”
“결계요?”
아보 총리의 웃음이 진해졌다.
“그들은 무력문과 한혈문의 전면전으로 인해 희생되는 겁니다. 후지산을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요. 물론 한혈문이 그들을 무시하고 무력문에게 무리하게 전면전을 벌이기 때문이죠.”
모두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지금 아보 총리는 가문을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문의 명예와 존속을 위하여 원대한 목표를 수정할 수는 없습니다. 10대 가문과 여기 모인 의원분들 그리고…기업 관계자분들도 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
모두가 침묵을 지켰다.
“다시 한 번 조선의 식민지화를요.”
아보 총리는 싱긋 웃었다.
“그러려면 적당한 희생양이 필요합니다. 그리고…가장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그 미개한 조센징놈이 일본에 와 있을 때 확실히 정리해야 합니다. 그 부분은 10대 가문이 잘 해주리라 믿습니다.”
그런 아보 총리의 말에 그들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선의 바보 놈들에게 약속한 것을 다시 한 번 연락해서 언급해 주세요. 그럼 그들은 또다시 열심히 앞장서줄테니까요.”
그 말에는 모두가 쿡쿡, 하고 웃음을 흘렸다.
한국의 고위층이라는 사람들이 한혈문을 도우는 것이 아니라 여론 조작 등, 자신들을 도우려 한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것은 그 옛날에도 마찬가지였고,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한국인의 특성이라 믿는 아보 총리와 일본 의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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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이 생일이었던지라 하루 쉬었네요.
생일이었으니용서를!
ㅋ
주말 힘차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