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1 회: 집 주인 혈마 -- >
“성지를 더럽히는 미개한 조센징들을 응징하라!”
“가주의 원한을 갚는다!!”
이런 저런 말이 오고가고 있다.
전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그 어떠한 명분을 갖다 붙인다한들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어찌 미화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말이야…!”
창현은 빙긋 웃었다. 움켜쥐고 있는 도괴가 창현의 기운을 느끼는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도괴의 떨림이 전해지는 탓은 아닐 것이다. 창현은 지금 자신의 피가 용솟음 치고 있는 것처럼 뜨거워지는 것은 이들의 몸에 흐르는 피에 맺힌 원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이 피의 선조격이지만 이미 그 시대부터 쌓이고 쌓였던 한(恨)!
조금씩 깨닫고 있는 것이지만 후손들은 이들에게만 한이 쌓인 것이 아니었다.
“뭐 어쨌든…!”
미화가 될 수 있건, 없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창현에게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신의 민족 전체를 미개하다며 깔아 뭉개고 있는 것이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신을 도발한 것을 물론 자신까지 깔아 뭉갠 것이었다.
“본좌를 모욕한 죄는 결코 작지 않지!”
창현이 선두에 나서며 직접적으로 고수들 위주로 한 수, 한 수만에 피를 뿌리고 다니자 나머지 한혈문 문도들 역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사실 고수의 숫자 측면에서는 한혈문이 30 명밖에 없기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지만, 창현의 존재가 이 싸움의 저울의 추를 완벽하게 기울게 만들고 있었다.
츠팟-!
대각선으로 베어지는 남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에 도괴가 눈알을 굴리며 낄낄 거리고 있었다.
“피다! 생사람의 피! 피피피피피!”
창현은 도괴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피콜로가 아마 조금이라도 방심을 했다면 도괴의 마성에 젖어 잡아 먹혔을 것이다. 아니, 따지고보면 도괴는 그저 숨죽여 있던 것에 불과했다. 자신을 사용할만한 강자가 없었으니 그저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창현이 도괴를 취하자 그 마성이 폭발하고 있었다.
도괴에 베어진 남자의 피가 급속도로 말라갔다. 도괴의 눈알이 점점 더 붉어지고 있었고, 기괴하게 자란 입에서 머금고 있는 붉은 피 역시 점점 더 진해지고 있었다. 창현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후지산 정상 쪽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었다.
“쥐새끼들이 도망을 가는 군!”
창현의 말에 본능처럼 무력문 문도들이 뒤를 바라보았다.
말을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창현의 시선이 이미 뒷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쪽빠리 새끼들 도망 가는 구만!”
“하여튼, 이 새끼들은 지들이 무슨 21세기 마지막 사무라이의 혼 어쩌고 하면서 정작 안되면 제일 먼저 튄다니까!”
일도각 인원들은 언제나처럼 거친 말을 쏟아내며 비웃고 있었다.
“빨리 정리해라! 여기 있는 모든 인원들을 오늘 말살한다!”
대길의 외침에 한 명의 남자가 퉤, 하고 침을 뱉으며 말했다.
“아 거따 대장이라고 하여튼 말은 겁나게 쉽게 한다니까! 살가죽이 질겨서 그런지 때려 잡는 것이 한계가 있당께롱!”
“쿡!”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전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은 여유가 넘쳤다.
특유의 분위기 탓이었다.
창현 역시 피식 웃으며 고개를 하늘로 올리며 말했다.
“용신, 마무리해라.”
“…크르릉!”
이제 껏 정문 쪽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용신이 하늘로 높게 솟구쳐 올랐다. 그 긴 몸이 돌돌 말리면서 정말 이름 그대로 용이 승천하는 것 같았다. 곧 용신의 입에서 붉은 강기탄이 서리고 순식간에 뒷문 쪽으로 향해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쾅쾅쾅쾅-!!
후지산의 지형이 바뀔 만큼이나 엄청난 강기탄이 마치 비처럼 무력문을 강타하고 있었다. 몇몇 후기지수들을 데리고 훗날을 기약하려했던 고수들은 그 강기탄에 몸이 찢기는 경험을 해야만했다.
‘도쿄라는 곳에 건물이 있다고 했나?’
이제는 전의를 상실한 무력문 문도들을 보면서 창현은 그들의 또다른 근거지라 할 수 있는 도쿄 건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곳에는 거의 사무적인 업무만 하기에 무인들은 없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신경을 끄기로 했다.
그들은 그저 일반 직원들이나 마찬가지이니까.
“오소리.”
“무슨 일입니까, 주인이시여.”
요각을 맡더니 제법 오소리의 말투는 어른스러워져 있었다. 창현이 가장 먼저 거둔 부하라 할 수 있기에 오소리는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었고, 인간형 요괴가 아닌 것 치고는 그 무력도 상당했기에 요각의 각원들에게 충성심을 잘 이끌어내고 있었다.
“저들의 피와 영력을 취하는 것을 허락한다.”
“…감사합니다. 주인이시여.”
오소리가 가장 먼저 바로 앞의 시체에 자신의 앞발을 찔러 넣었다. 도괴가 피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오소리의 손에서 붉은 기운이 서렸고, 시체는 죽었음에도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곧 요각의 각원들이 다른 시체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주군, 전부 정리가 되었습니다. 한 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피해가 없습니다.”
“일도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용신.”
“…크르릉!”
“이 곳의 지형을 완전히 변화 시킨다. 아예 깎아 버리는 것도 좋겠지.”
창현은 말과 함께 완전히 부서져 버린 무력문의 정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각,
“으으으음!”
“근데 정말로 전면전을 벌이는 건가?”
“소식을 듣지 못하셨어요?”
“듣기야했지만, 출입 제한이 걸린 것도 아니고…또 무력문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했네.”
설난은 어깨를 으쓱였다.
콧수염이 꽤나 멋들어지게 긴 서양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는 분명 선전포고를 했고, 무력문 본문을 친다고 발표까지 했습니다. 근데도 일반인들의 관광을 허락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네요. 무력문 역시 저희와의 전면전을 피하지 않는다고 했고,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다고 했었거든요.”
“젠장! 일본에 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콧수염 남자의 말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대부분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외국인들이었다.
“그러게, 가뜩이나 방사능 사고를 숨긴다고 현지 친구가 말해줬었는데. 자기도 귀국 준비중이라면서!”
“괜히 더 올라가고 있었다가 목숨을 잃을 뻔 했잖아!”
“능력자들끼리 전쟁에 휘말려서 목숨을 잃으면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는데!”
.
.
.
설난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 사실은 각국 대사관에 알아서들 알리시던지 하세요.”
“아가씨의 말이 사실입니까?”
중국인처럼 보이는 남자가 영어로 물었고, 설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했죠? 난 문주만큼이나 고수라고. 그리고 술법…그러니까 능력자들이 익숙한 서양 분들의 기준으로 치면 마법사라고. 지금 저들이 보이고 있죠?”
“…아!”
앞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심지어 탱크도 보였다.
그리고 군인들 중에는 검을 찬 무인들 역시 섞여 있었다. 탱크만이 아니라 괴생명체라 짐작되는 생물들도 보였다.
“정말…우리를 당신들의 전쟁에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군.”
콧수염 남자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저 남자 미국 의원이라고 했던가? 휴가 나왔다는데 대어가 걸려들었어.’
그 한 명이 큰 영향력을 발휘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전쟁에서 미국이 끼어들 수 없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혈문과 무력문의 전면전에 미국이 은근히 무력문 쪽에 유리한 성명을 내는 것도 그랬고, 떡고물을 받아먹어도 일본에서 주는 것이 훨씬 컸기 때문에 은밀하게 무력문을 도울 생각도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자국민의 희생까지 그들이 그냥 넘어갈 리는 없었다.
더구나 의원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지나가도 되는 것인가?”
“저들은 저희를 보지 못했요. 절 믿으세요. 지금 절 따라 오시는 분이 근 100여명이 넘는데 아직도 저들은 모르잖아요.”
길이 아닌 곳으로 가고 있기는 했지만,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일본 군인들과 무인들은 정말로 이들을 못 보는 것 같았다.
“위 쪽에 강대한 기운이 계속 터지고 있는데…어떻게 된 것이가?”
“상황을 알아보러 올려 보냈습니다. 아마 금방 돌아 올 겁니다.”
“위성도 안 먹히고…정말 답답한 상황이야. 관광객들은 어디에 꼼쳐 두기라도 한 거야? 총리께서 전부 말살하라고 하셨는데.”
설난이 씨익 웃었다.
“일본어 할 줄 아는 분 꽤 되시죠?”
그 말에 관광객들 대부분이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자 그럼, 제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렸으니 여러분들을 각각의 대사관으로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가능한가?”
“마법사니까요.”
설난은 싱긋 웃었다.
쾅-! 쾅-! 쾅-!
“으악!”
“꺄아아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폭음이 터졌고, 후지산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지금 당장 용암이 분출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산등성이에서 퍼지고 있는 먼지와 그 먼지를 가르며 올라고 있는 용신의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술법문, 술법문 인원은 어디 있는가?”
“…네, 네!”
그는 부르르 떨고 있었다.
“지금…저거…괴생명체 맞나? 저 놈이 지금의 힘을….”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똑같은 괴생명체인 다른 괴물들까지 몸을 떨고 있었다.
“미국, 중국, 덴마크, 프랑스, 영국, 독일, 이스라엘. 나머지 다른 국적 분?”
설난은 태연하게 말했고, 관광객들은 다른 나라는 없다는 듯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곧 그녀가 살짝 손을 휘두르자 새하얀 빛이 반경 30미터는 넘게 감싸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한 꺼번에 사라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예전에 S급 괴생명체를 홀로 잡은 마법사가 있었다.
그녀 역시 8서클 대마법사였고, 천외천 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녀가 아마 지금 광경을 보았다면 눈을 찢어져라 크게 뜨고 경악했을 것이 틀림 없었다.
“후…그럼 다음 임무를 해 볼까? 하여튼 은근히 악덕이라니까.”
창현이 설난에게 내린 다음 임무는…아보 총리의 세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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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좋은 작품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