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3 회: 집 주인 혈마 -- >
이군호 의원을 비롯한 많은 국회의원들이 이번 땅 반환 소송에 참여 하고 있었다. 재계 인원들도 몇 명 포함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소송에 필요한 자금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잡일들을 담당하기로 했지, 소송에 직접 참여를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경복궁 주변에 반환 받을 땅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렇지만 높으신 어르신 분들이 도와달라고 직접 압력을 가했기에 재계 입장에서는 추후 일본과의 관계에서 얻을 이익들을 저울질 하면서 구색을 맞춰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창현이 마나석과 괴생명체의 사체를 중소기업을 통해 가공 시키는 것은 물론, 원품이나 가공품까지 모조리 그들을 통해 유통 시키는 것을 눈앞에서 보아야만 했기에 쓰라린 속을 달랠 수밖에 없었고 그 것은 곧 창현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의원들이 창현의 죽음과 한혈문의 해체를 기정사실화 하고 그들의 모든 것을 그대로 흡수 할 예정인 그 계획에 동참하지 않을 리 없었다.
창현이 그들의 후원을 받지 않는 것도 대기업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유통을 시킨 중소기업과 가공을 시킨 중소기업이 급격하게 대기업으로 부상한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었고, 창현은 수연이 직접 컨택하고 키운 그들의 후원을 받아들인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한혈문을 후원한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기존 대기업들은 새롭게 커가고 있는 그들이 한혈문을 등에 업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었고, 그건 세계 어느 기업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창현이야 그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총무각 각주 수연은 일부러 그런 것을 유도하고 있었다.
뭐 어쨌든 그 것은 나중 문제이고,
국회의원들과 손과 발을 맞춰 대기업들 역시 한혈문이 멸문 할 것이라는 사실을 기정사실화 하고 경복궁 주변의 땅 반환 소송에 적극 참여를 하고 있었다. 이군호 의원이 일본 총리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 역시 일본 기업들과 여러 가지 논의를 펼치고 있었다.
그들이 전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회의원들은 분명 상당한 수였고 기업인들 역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들이었다.
결론은 그들은 한혈문이 일본 10 대 가문에 의해 무너지고 그 이후 아보 총리의 야욕이 한반도를 뒤덮는다는 것을 믿고 있고, 그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 것도 모자라 그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그 일을 추진하는 일본 우익 세력의 움직임에 맞춰 그동안 미뤄 왔던 땅 반환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 것은 애초부터 어긋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창현은 용신을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은밀히 돌아왔다. 용신이 애초에 높게 날았고, 한국 상공을 군은 물론 여러 군데에서 매일 같이 관찰하고 있었지만, 창현이 혈마지기를 이용하여 일종의 술법을 걸었기 때문에 첨단 장비로는 그들을 관찰 할 수 없었다.
서울로 곧바로 온 것도 아니었고 인천의 한적한 바다로 들어왔다는 것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있었다. 출정 때는 당당히 근정전 뜰 앞에서 출정을 선포했기 때문이었다.
“운수대통, 인원들을 통솔해서 한혈문으로 돌아가. 그리고 설난, 무황, 오소리는 남는다.”
“알겠습니다.”
대길이 동이각 인원들과 일도각 인원들 그리고 요각 인원들까지 한꺼번에 통제를 하면서 경복궁으로 향했다. 애초에 은밀히 왔기에 그들은 돌아갈 때도 은밀히, 라는 명령이 생략된 것을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경공을 사용하며 마치 잔상처럼 사라지는 그들을 일반인들이 볼 수 있을리 만무했지만, 대길은 차가 다니지 않는 산길을 이용하여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던 창현이 설난을 향해 말했다.
“설난이 너는 한혈문 대표로 국제회의에 참가한다. 그리고 그 때 일본의 상황을 설명해. 물론 훨씬 부풀려서.”
“마법사들이 있으니 좀 힘들 수도 있어.”
“아니, 그들이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되지 않아. 내 능력의 영향을 받은 용신이 여러 기계들을 무력화 시켰던 것처럼 그 곳에서 태어나는 괴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 직접 보지 않는 이상 확인하기 힘들 거야. 우리가 10 대 가문을 전부 쓸어버리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 온 것은….”
설난이 도중에 잠시 대신 덧붙였다.
“한국을 위해 그들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창현은 싱긋 웃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설난은 충분히 알고 있었고, 자신의 계획을 전부 이해하고 있었지만 한 번 더 확인을 하는 것에 불과했다.
“8서클 대마도사는 인간도 다른 천외천 고수들 역시 절대로 일본을 직접 살피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지금까지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괴물들이 나타날 테니까. 그 것도 떼거지로.”
“일본은…멸망할까?”
설난도 창현의 생각을 전부 꿰뚫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일본은 멸망하지 않아.”
“천외천 고수들이 모여도 제거 할 수 없는 괴물들이 떼거지로 나타난다며? 내가 느꼈던 것은 대충 세 마리 정도인 것 같은데…치도이도 죽어버린 지금 일본은 그 세 마리도 막아내지 못할 것이 분명해.”
“내가 용신과 대신 막아 줄 거다.”
“응?”
“작은 집으로 삼을 거니까 멸망은 막아줘야지.”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고 있는 설난에게 창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시킨 대로 국제회의에서 그냥 그 일을 부풀리기 나해. 아무도 끼어들 수 없게. 어차피 강대국이라는 인간들은 지근거리에 있는 우리의 지원부터 압박할 것이 뻔하니까
“…너 설마.”
“얼른 공항으로 떠나라. 먼 길이니 그래도 대접 받으면서 가야지. 어차피 네가 공항에서 예약할 비행기를 탈 때쯤에는 한국이 뒤집어져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설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며 칠동안 외국에 나가 있어야 하기에 준비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용신도 경복궁 하늘에 있어라.”
“…크릉.”
용신이 사라지자 남은 것은 창현과 무황 그리고 오소리 뿐이었다.
“오소리…요각 인원들 중 너보다 강한 것들도 꽤 보이더라.”
오소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요각 인원들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요괴들의 집단이나 마찬가지였다.
“좀 더럽긴 하겠지만, 내 그릇과 동화를 하고 있으니 정화 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될 거다. 그동안 너도 강해지기도 했고.”
이번 무력문 출정에서 오소리는 의도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요괴들과 함께 했다. 창현이 그들의 육신과 피 그리고 영력을 취할 것을 허락하리라는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탁한 기운을 흡수한다면 오히려 승천에서 더욱 멀어지지만 그 것을 정화만 할 수 있다면 훨씬 강한 힘을 얻는 것도 사실이었다.
더구나 일반인들도 아닌 무인들이었으니까.
용신은 그 것이 가능했고, 같은 요괴라 생각하는지 용신은 그들에게 창현의 힘을 공유하면서 얻은 능력으로 은근슬쩍 영력을 정화 시켜 주었다. 창현은 그 것을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어차피 명령을 내릴 생각이었으니까.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을 취하는 것이 가장 경지를 높이기 쉬운 방법이었다.
오소리와 같은 요괴들에게는.
이내 창현은 무황에게 말했다.
“자비를 두지 말고 확실히 처리해라. 그리고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이도록.”
“…네, 주군.”
“그들이 나라를 배반하고 국민을 팔아먹으려고 했기 때문은 대외명분이고…본좌를 도발하고 본좌를 이용해 먹으려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알게 되겠지. 적어도 그 10 대 가문이라 불리는 것들은 말이야.”
창현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오소리가 무황에게 말했다.
“주인이신 문주님은 네가 죄책감을 가지지 않기를 바라신다. 그래 요괴인 나와는 다르게 근본적으로 동족을 죽이는 너는 어느 정도 마음이 무거울 수 있지만…설난 각주가 넘겨 준 자료에 따르면 저들은 네 민족만을 팔아먹는 것은 둘 째 치고 일본과 협력하여 문주를 죽이려 했다. 네가 왜 주인을 주군이라 부르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면 적어도 그런 표정을 지을 일은 없을 것 같군.”
오소리 역시 곧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무황은 설난이 넘겨준 자료들과 그들의 행태를 다시 한 번 머릿속에 담았다.
“…살 가치가 없는 인간들에게 손을 쓰는 것을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겠습니다. 주군”
이내 무황 역시 검을 고쳐 잡으며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
이군호 의원은 대법원 관계 인물들에게 소식을 들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언론은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었기 때문에 친일파 땅 반환 소송 같은 것은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욱 흡족했다.
오랜만에 젊은 애인의 엉덩이를 두드릴 것을 생각하니 아랫도리가 꼴릿하면서 자동차가 느리게만 가는 것 같았다.
“좀 더 밟지.”
“네.”
데리고 다니는 경호원의 대답에 이군호 의원은 흡족한 표정으로 등을 기댔다.
그리고 이내,
콰앙-!
끼이이이이익-!
“뭐, 뭐야 컥!”
자동차가 그대로 한 바퀴 빙그르르 돌면서 가드레일에 쳐 박혔다. 경호원은 에어백 덕분에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이군호 의원도 한 바퀴 구르기만 했을 뿐 어디가 부러지거나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띠리리-!
때 마침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이군호 의원은 본능적으로 상황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옅은 신음을 흘리며 전화를 받았다.
“여….”
“크, 큰일 났습니다. 언론에 흘러 들어간 것은 물론 지금 그 때 아보 총리와 이야기를 했던 영상까지 전부 인터넷에 뜨고 있습니다. 더, 더구나 강, 강창현이 지금…!”
이군호 의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이내 그 목소리마저 멀어지고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너냐, 집돼지들 중 가장 돼지 녀석이.”
“…어, 어떻게.”
자신의 귀에 이어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군호 의원은 씨익 웃고 있는 창현을 보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본좌를 능멸한 죄를 어떻게 갚을 것이지?”
“대, 대체, 이, 이게.”
창현은 그대로 이군호 의원을 들어 올렸다. 100KG이 넘는 거구였지만 창현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돼지 중 돼지이군.”
창현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뚱뚱하다고 돼지가 아니다. 너처럼 남의 것이나 탐하고 그 것으로 배때기를 불리는 녀석을 돼지라 부르는 것이지. 그리고 너 같은 돼지가 내 집을 노렸다는 것도 참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이고.”
“으으으…제, 제발…난 무인도 아니다!”
이군호 의원은 빌다가 이내 자신은 일반인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냈는지 창현이 자신을 죽일 리는 없다고 확신했다.
참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 회전이었다.
하지만 창현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넌 일반인이지. 하지만 더 이상 일반인이 아니야. 이미 많은 국민들이 너 같은 돼지는 때려 죽여야 한다는 것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거든.”
이군호 의원은 몰랐다.
창현의 명분은 충분했다.
정치적 혁명이 아니다. 일본과 짜고 자신의 문파를 멸문 시키려 한 인간들에 대한 응징이었고, 일본 우익 세력은 물론 그들과 손을 잡고 있었던 대기업과 국회의원들까지 모두 새로 발표된 국제법에 의거 창현과 10 대 가문과의 전쟁에 참여한 인원들이었다.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다. 중요한 것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집 돼지를 처단 할 거야. 어떤 일반인은 너를 죽여야 할 이유로 오백육십칠가지로 써 놨더군.”
“으으….”
이군호 의원은 자신이 일반인인지 아닌지, 권력을 쥐락펴락 하는 국회의원인지 아닌지는 창현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네 놈의 그 덕지덕지 붙은 살부터 모두 도려 내 주지.”
창현의 손에서 붉은 혈마지기가 맺히기 시작했고, 이군호 의원의 사타구니가 비린 내로 젖어가기 시작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창현은 그저 옅게 웃었다.
아주 오래전 혈마를 노렸던 정파인들이 최후에 창현의 모습을 기억하는 그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