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6 회: 집 주인 혈마 -- >
“젠장!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남자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회의실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각종 첨단 장비와 더불어 방어만을 전문적으로 익히고 있는 방어마법사들, 그리고 세계 랭킹 1위를 자랑하는 아니, 이제는 2위인 천외천 고수까지 대기하고 있는 곳이었다.
남자의 힘은 분명 대단하지만 그들에 비해 모자란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설명을 해봐.”
남자의 말에 모두가 몸을 떨고 있었다.
무심한 얼굴로 그 어떠한 표정도 드러내지 않는 여자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
그렇다, 이곳은 세계 최강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도 가장 큰 무력단체인 실버론즈의 본부였다.
그리고 남자는 실버론즈의 리더이자 미국 내에서 대통령보다 더욱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론즈였다.
“…한혈문이라는 곳이 그토록 빠른 행보를 보일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셀린이라는 그 컴퓨터 인간을 지나치게 신뢰한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안경을 추켜올리는 남자는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떨궜다.
일본은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그 지옥 같은 곳은 마치 그 모든 것이 영화의 한 편이었다는 것처럼 눈부실 정도로 빠르게 수습되어가고 있었다. 모든 일본인들이 한혈문을 칭송하기 시작했다. 마치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자들은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며 힘이 있는 남자들에게 몸을 대가로 주는 것도 서슴지 않았고, 모든 전기와 수도 기본적인 생활 요건들이 파탄을 맞으면서 자신의 오줌을 받아 생명을 연장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괴물은 미친 듯이 날뛰었고, 하루에도 수천 명씩 죽어 나갔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무능력했고, 그토록 믿고 있었던 10 대 가문은 오히려 괴생명체 출연의 원인이라는 것만 밝혀졌다.
그리고 한혈문에 단 세 시간 만에 멸문 당한 것은 물론, 한국을 식민지화 하려던 것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은근히 옛 영광을 꿈꾸었던 국민들은 현실의 암담함에 부딪혀야했다. 그러던 도중 믿고 있었던 세계 각종 구호 기구는 구호물자 이외에는 아무런 도움이 없었다. 그 구호물자조차도 고위층과 소위 있는 것들 위주로 배분이 되었다.
그 순간 총리가 나서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일본 다음은 한국이니 간곡히 도움을 청했고, 불과 하루 전만 해도 10대 가문과 으르렁 거리던 한혈문이 나서서 괴생명체를 모조리 정리 해 버렸다.
총리가 내세운 파격적인 조건들은 일본 국민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살았다는 그 자체였다.
창현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확하게는 수연이 움직인 것이었지만, 그동안 거래를 트고 대기업으로 성장한 그들을 일본으로 보내 일본 현지를 빠르게 정리했다. 괴생명체는 무려 S급이었고 기존 괴생명체보다 방어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굉장히 높았다. 사체와 마나석을 가공하고 유통 시킨 돈으로 가장 먼저 황폐화 된 국토 복구를 서둘렀고, 일반인들에 대한 보상도 빠르게 마무리했다.
세계 경제 대국 중 한 곳이었던 일본은 수습을 시작하자 그 능력을 잃지는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복구에 박차를 가했다.
그들에게 정부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기존 정부는 한혈문과 일본 본토를 잇는 역할만 수행하게 되었다. 한혈문 제 1지부가 되어 버린 일본은 특별했다. 국민들은 모두 한혈문 소속이 되었고, 그들의 수익은 고스란히 한혈문이 가지게 되었다. 물론 일본의 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술법문 가주가 책임을 지고 할복을 하면서 술법문 자체가 지리멸렬했고, 일본 10 대 가문은 빠르게 해체 되어 버렸다. 창현은 한국 정부에게 요청하여 외교권, 군사력까지 모두 1차적으로 한혈문 소속으로 만들어 버렸고, 그 이후에 한국 정부에게 순서가 돌아가도록 배정하였다.
일본의 수익이 한혈문으로 가장 먼저 들어오고 한국 위주의 경제가 활성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기뻐했다.
특히, 전쟁의 피해자들이 손수 그들이 숭배했던 전범자들을 모아 놓은 곳을 파괴하면서 그들은 눈물을 흘렸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일본에 거저 진출하고 있었고, 일본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 밑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물론 그 것조차 모두 한혈문 소속이었다.
한혈문은 하나의 나라를 완전히 집어 삼킨 것이나 다름 없었다.
창현은 더 이상 부를 논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막강한 재력은 물론, 그 많은 인력까지 가지게 되었다. 중동의 내로라하는 부자들조차도 창현에게 비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하나의 나라를 가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큰 혼란이 있을 것 같았지만 윤미가 이미 반대파를 모두 제거 했고, 아보 총리 역시 결국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마지막 책임을 다하게 되었다. 전쟁을 강력하게 추진했다는 이유에서 극악하게 변하는 여론을 감당하지 못한 탓이었다. 창현의 세뇌 역시 한 몫 했다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구상에 일본이라는 나라는 더 이상 없었다.
한혈문 제 1지부라는 명칭만이 지도에 새롭게 차지했다.
한국 정부 역시 창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정리를 당했고, 그들을 후원하던 대기업 몇 곳이 풍비박산이 났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대통령은 창현의 경고를 직접 들었기에 감히 그의 비위를 거스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연이 여론에 제법 많은 신경을 썼기 때문에 일본에서 들어오는 대부분의 자금을 한국 경제를 위해 풀고 있었다. 그 어떤 정치인도 하지 못했던 완전한 복지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었고, 생명이 줄어든 것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는지 일본 국민의 45%가 목숨을 잃으면서 한국 인력들이 보다 쉽게 일본으로 진출 할 수 있었다.
창현은 일본의 무공 근원이 머나먼 한국의 고대 국가에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밝히면서 그들의 뿌리조차 서서히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한혈문은 그 어떠한 무력 단체보다 많은 부와 힘을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사체는 널렸고, 마나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컴퓨터 인간이 한혈문 소속이라 1위 자리를 그 놈에게 넘겨 준 것이겠지? 그동안 추세를 살펴보면 그 놈은 무서운 속도로 랭킹이 올라갔잖아.”
무심했던 여자가 차가운 눈빛을 빛내며 론즈에게 말했다.
“만나봐야 알겠죠.”
“그래, 전 세계 클랜과 국가들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어. 일본의 경우를 보았을 때 그 놈의 야망은 거기서 끝이 아닐 수도 있겠지. 중요한 것을 간과해서는 안 돼. 그 셀린이라는 컴퓨터 인간의 정보력과 그 놈의 무력…그리고 비상한 두뇌회전을 경계해야 돼. 압도적인 무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지.”
“주한 미군 측에 연락을 해 주세요. 그 쪽을 통해 방문을 해보죠.”
여자의 말에 론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 역시 여자의 실력에 대해서는 일체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인간이 도달 할 수 없다는 8서클 마스터 경지에 오른 유일무이한 인간!
그리고 그녀는 최근 들어 9번째 고리를 만들고 있다고 알려 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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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기운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본디 절맥이라는 것이 음기가 강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것이 냉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야. 물론 그 무공을 극한까지 이룬 여자는 구음절맥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북해빙궁 출신이었고, 굳어가는 혈맥을 스스로 얼리면서 익힌 것이지 너처럼 모두 치유한 이후에 익힌 것은 아니니까.”
“네, 스승님.”
솔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하고 있었다.
창현이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헝클였다.
“서두르지마라. 너도 분명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함께 무공을 익히는 이들보다 훨씬 더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그렇다고 자만도 하지 마라. 무공이라는 것이 본디 재능에 좌우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결국 하나의 벽에 막히게 되면 얼마만큼이나 노력을 했느냐에 따라 깨달음의 높낮이와 시간이 달라지고는 하니까.”
부드러운 창현의 손길을 느끼며 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창현이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가르침을 내려주는 제자였다.
윤미나 무황 같은 경우에도 넌지시 몇 마디 조언만 해 줄 뿐이었지, 이토록 시간을 투자해서 직접적으로 무공을 봐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들이 드높은 경지이기 때문에 오히려 과한 조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창현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현이 보기에는 솔은 이제 막 기초를 잡아가는 과정이었다.
“사실은 무공보다는 마법이라는 학문에 관심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
솔은 몸을 움찔 떨었다.
마법 중에서도 방어마법 계열이 솔은 가장 재미있었고 이해가 쉽게 되었다. 동양인 특성상 마법사가 거의 없기는 하지만 간혹 몇 명씩은 있기에 수연을 통해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고, 창현의 배려 덕분에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면서 솔은 무공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 것이 자신을 나락에서 구해준 창현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류 수준…그리고 단전 역시 하단전이 열리는 단계이니 오히려 딱 여기까지 육체르 단련하고 심장에 고리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남들이면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솔은 분명 절맥의 특성을 갖추고 있었다. 하늘이 내린 재능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천재 소리를 들을만한 여자였다.
마법을 지금부터 익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창현이 자연의 기운을 강조하면서 기초부터 잡아 주었기에 더욱 유리할 수 있었다.
마법은 결국 자연의 힘을 심장을 통해 돌려 그 공간력을 지배하는 학문이기 때문이었다.
“…스승님.”
“하고 싶은 것을 해라. 그 것이 널 제자로 받아들인 이유이니까. 더 이상 눈치를 보지마라. 그 것은 오히려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외적으로 넌 나의 유일한 직계제자이다. 언제나 그 사실을 명심해.”
솔은 고개를 들었다.
“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너도 좀 쉬도록.”
“…저기 스승님.”
자신의 옷자락을 조심스레 붙잡는 솔을 보면서 창현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무슨 일이지?”
“그 지난 번에 말씀드렸던….”
창현은 모르고 있었지만 지현에게 솔은 이미 창현의 여자였다. 솔 역시 그 것을 크게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일 같이 주변에서 주인님이라 부르는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물이 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힘든 나날들 속에서 거짓말처럼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 창현에 대한 동경심이 그 것들을 더욱 크게 만든 것도 사실이었다.
창현은 설난이 나타난 이후 그녀와의 관계를 가장 자주 가졌다. 수연이나 지현 그리고 윤미는 너무나 바빠서 시간을 낼 틈도 없는 것이 사실이었기에 이미 일본도 점령한 마당에 인력을 빠르게 보강하려 마음먹고 있던 참이었다.
한 마디로 창현 역시 요새는 창덕궁 비원에서 홀로 달이나 구경하며 지내는 밤이 많다는 뜻이었다.
“그게…저는 왜 주인님이라 부르면 안…되나요?”
솔의 말에 창현은 몸을 움찔 떨었다.
절맥의 영향으로인한 새하얀 피부는 마치 몇 년이나 병원에만 있던 환자와 같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꾸준히 무공을 익히면서 몸은 탄탄해졌고, 내부는 튼실해졌다. 살이 적당하게 차오르고 근육이 가득 차면서 새하얀 피부에도 불구하고 아픈 것 같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다.
윤미나 설난, 지현이나 수연과는 다르게 적당히 작은 가슴도 색다른 면이었다.
보통 사람과 비교 했을 때 그리 작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들이 워낙에 컸으니까.
“주인님이라 부르고 싶냐?”
창현은 가느다란 솔의 각선미를 감상하는 듯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왜?”
“…내각 각주께서 교육을 해주셨어요. 처음 한 달은 무공보다 그 교육을 더 많은 시간을 받았어요.”
“지현이에게?”
창현은 지현에게 허락 해 주었지만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교육?”
“주인님을 모셔야 하는 교육이요.”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는 창현은 눈부신 햇살에 눈을 찡그렸다.
“언제부터 그런 것 따졌다고.”
이 번 삶은 오욕칠정에 무척이나 충실한 삶이었다.
제자라고는 하지만…수연보다 한 살 어린 이제 스무 살 성인이었고, 원래 혈마 시절에도 그런 것은 잘 따지지 않았으니까.
“그럼…교육을 받았으면 실습을 해봐야지.”
솔의 하얀 피부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내가 평가 해 줄게.”
“…뭐야?”
설난의 목소리에 창현이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싱긋 웃으며 자신의 가슴 밑에 팔짱을 끼고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것저것 다 부려먹었으면 보상은 해줘야지. 몸도 찌푸둥한데…막내가 얼마나 교육을 잘 받았는지도 보고, 강창현 양기도 좀 흡수하고.”
설난이 나서서 솔의 손을 잡고 걸었고, 창현은 피식 웃으며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7까지 올렸습니다. 빠른 시일내에 30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