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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19화 (119/170)

< -- 119 회: 세력 -- >

일본은 그리 멀지 않은 나라였다. 그래서 창현과 윤미, 오소리 요각의 각원들은 금방 도착 할 수 있었다.

상당히 황폐화 되어버렸기는 했지만, 수도 도쿄는 그나마 무사한 편이었고, 공항도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었기에 창현의 비행기는 무사히 일본 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할 수 있었다. 아보 총리가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려 했었다. 창현은 한창 복구 중인 일본의 사정상 행사를 펼친다면 일반인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기에 거부하고는 조용히 들어왔다.

“주인시여, 어느 정도의 말살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일단은 총리를 만나러 가야 했고, 집으로 직접 가기로 한 창현은 그가 보내 준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오소리가 차 한 구서에 누워서 묻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건방져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모습이었다면 상당히 건방져 보여겠지만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완전한 말살.”

창현은 짧게 대답하고는 힐끔 오소리를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 하수구를 돌아다니던 오소리에 불과했던 처음에는 개의 모습으로 진화하더니 지금은 마치 소설 속에 나오는 웨어울프라도 된 것처럼 강인한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현존하는 늑대보다 덩치는 몇 배나 컸고, 은색의 털은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마치 사자의 갈기처럼 돋아 나 있는 갈기 역시 오소리는 늑대가 아니라 마치 신화 속 동물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요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었지만, 그 외양은 상당히 멋있었다.

어쨌든, 창현은 대답을 이었다.

“단순한 복수라 할 수 있겠지. 명분을 찾는다면 그들은 그 옛날 우리의 땅에서 엄청난 학살을 저질렀다. 그들에게는 일반인, 무인의 구분 따위는 전혀 없었지. 꼭 학살말고도 그보다 더한 짓도 저질렀다. 따지고보면 그들의 그런 악행에 비해서 나의 결정은 어떠면에서는 자비롭다고도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주인이시여, 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 인과응보라 할 수 있지만 그 일은 이미 지난 일이고 내가 벌이려는 일은 당장의 현실이니까. 수 십년도 더 지난 일가지고 명분을 찾기에는 변명에 불과 할 수 있다. 사실은 그런 복수가 아니라 한혈문의 지부로 전락한 그들에게 반항이라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하도록 완벽한 정리를 하는 것이니까.”

창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말이야, 중요한 것은 명분이냐, 내가 잔이하냐 자비롭냐 등의 이미지 따위가 아니다. 난 후환을 남기고 싶지 않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그 것이지. 바로 본좌가 후환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학살이라 불리는 그 일을 나는 행할 거이다.”

“주인께서 원하시는 일이니 저 역시 더 이상의 의문은 갖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창현은 싱긋 웃었다.

점점 강해지고 있는 오소리, 어느새 중급 요괴를 넘어 중상급의 요괴가 되었다. 겉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귀력이 50년 이상 쌓인 것이다. 요괴로 각성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모두 자신 덕분이었다.

그 사실을 생색 낼 생각은 없었지만 창현은 오소리가 더 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요각의 인원들까지.

“용신이 너보다 강한 정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용신이 너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귀속 되어 있는 것은 요괴들 모두가 마찬가지이지만 본인의 능력에 따라 나의 정화력을 너희들이 받아들이는 양부터가 다르기 때문이지.”

“그렇습니다, 주인이시여! 그래서 이번 원정길에 각원들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현은 오소리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네가 당장 용신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몇 번의 진화를 더 거쳐야 하니까.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용신보다 약할 이유는 없고, 또 뛰어넘지 못할 경지에 용신이 위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에게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본능에 의존하는 생물이기는 하지만 그 괴물 역시 강함을 추구하는 것은 너희 요괴와 다를 바가 없는 사실이다. 늘 근정전 지붕 위에서 하릴없이 햇볕만 쬐고 있는 것 같지만 성지의 기운이 근정전 지붕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용신은 그 것을 알고 조금씩 자신이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창현의 말에 오소리가 눈을 크게 떴다.

“그 괴물은 그런 식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날 때부터 A급이라고, 본능에만 충실한 괴물이라고 결코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지.”

“주인이시여, 저는 그럼 어떻게 한다면 더 강해질 수 있습니까?”

윤미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유지한 채 오소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 요괴는 요괴다. 오소리에게 하는 창현의 말은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용신은 상당히 강한 존재였다. 초절정의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는 윤미조차도 용신과 일 대 일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만큼이나 강한 것이다. S급 괴생명체는 그토록 강한 존재였다.

늘 차가운 표정을 짓고 딱딱한 말투와 필요 이상의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 윤미였기에 자칫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같은 요괴인 오소리나 요각의 인원들에게는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창현의 여자들에게는 잠자리가 아니면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윤미가 오소리에게 입을 열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면이었다.

“요괴들은 언제나 인간형을 선호하지.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지?”

갑작스런 윤미의 질문에 오소리가 몸을 움찔 떨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갸웃 거리며, 앞다리로 그 긴 갈기를 살짝 쓰다듬으며 크음, 하고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야….”

“인간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미의 말에 창현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태초에 요괴는 승천을 위해 태어난 존재라 할 수 있다. 마치 도사들처럼 도를 쌓고 신선이 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요괴 역시 수련을 하고 영력을 쌓아 승천을 하는 것이 목표였고, 초창기에는 그런 것이 잘 이루어졌다. 하지만 인간의 영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요괴들은 좀 더 쉬운 길을 선택했지. 근본적으로 근력과 신체 조건에서 인간보다 월등하니 일반인들을 잡아 먹는 것은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주인이시여….”

“그래, 그 기운은 탁하다. 하지만 말이야. 윤미가 네게 말 하는 것은 그렇게 타락한 요괴들이 왜 탁한 기운을 받아들이면서도 인간을 취하는지 물었던 것이다. 인간의 모습을 따라하면서까지 말이다.”

“…그건…인간의 영력을 취하는 것이 훨씬 더 빨리….”

“그런 근본적인 이유를 잊지마라. 그들은 탁한 기운으로도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피콜로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 그렇지만 오소리와 너희 요각의 인원들은 나와 귀속이 되어 있지. 그리고 난 합법적으로 인간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오소리는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듯 몸을 떨었다.

“마음껏 그들의 피를 취하고 영력을 취해라. 그리고 나의 앞길을 막아서는 자들의 전면에 너와 요각 각원들이 나서라. 일도각이나 동이각보다 더 적극적으로, 더욱더 전투적으로 임해라. 그렇게 강해지면 되는 것이다.”

창현의 말이 끝나자, 곧 아보 총리가 초대한 곳에 도착한 듯 자동차는 멈춰섰다. 윤미가 먼저 내렸고, 오소리가 이어서 내렸다. 요각 인원들을 태운 차 역시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윤미는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창현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꽤 괜찮군.”

총리의 집이라 그런지 으리으리한 면이 있었다. 일본의 집들은 대부분 작게, 작게 지어진 편이었고, 그마저도 많은 주택들이 무너졌지만 아보 총리의 집은 무사히 보존되어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요각인원들이 전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정원은 넓었다.

거대한 대문이 열리고 아보 총리가 허겁지겁 나와 창현에게 깊게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문주님.”

“그래, 들어가지.”

기묘한? 아니 어떻게 보면 통쾌한 장면이었다.

-침략이라는 정의는 학계 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아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 아보 총리의 망언 중 하나였다.

지난날의 침략과 학살을 정당히 하고, 위안부 문제를 서슴없이 시대적 흐름이라 했으며 독도 문제 역시 정당한 일본의 땅이라 주장하는 극우 세력의 중심적인 인물이었다. 아보 총리를 따르는 수많은 극우 세력의 정치가들 역시 그에 못지않은, 아니 오히려 아보 총리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와 지지 세력의 단결을 위해서 더욱더 강도 높은 발언을 경쟁하듯 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그들은 창현의 충실한 수하였다.

그들의 역사의식을 개조 시키고 확실히 싹싹 빌게 만드는 것 역시 그 망언에 대한 복수의 방법이지만 창현은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스스로 특권층, 선택 받은 선민, 우월한 일본인이라 자부하며 조선 시대부터 미개하다는 말로 한국 사람들을 깔보는 그들에게 한국을 숭배하고, 자신을 숭배하게 만들고 일본을 한국을 위해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창현이 선택한 아보 총리에 대한 벌이었다.

그리고 뿌리부터 개조 되어 버린 아보 총리는 그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앉으십시오.”

창현과 윤미가 소파에 앉았고, 오소리가 다른 쪽 소파에 길게 자리를 잡았다. 오소리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아보 총리와 그가 이끌고 있는 기존의 극우 세력의 정치인들 중 영향력이 있던 세 명의 인물들 역시 창현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었다.

모두 거실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 것이 설난의 세뇌 효과 중 하나였고, 그가 받고 있는 벌 중 하나였다.

“복구는 얼마나 진행이 되고 있지?”

창현의 말에 아보 총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지원해주시는 자금 덕분에 약 60~70퍼센트 가량 복구가 진행 되었습니다. 그 속도가 점차 올라가는 중이고 한국 정부가 파견해준 무인들 덕분에 치안도 빠르게 안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존 기업들이 넘어 오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핵심 기술 등을 넘기고 있으며 세계 가지고 있던 인맥을 이용해서 이제 그 기술력이 한국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일본의 한혈문 지부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혜택을 받는 것은 바로 기업들이었다.

일본은 세계 경제 2위를 자랑하던 경제 대국이었고 전자 사업과 수많은 사업들에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한국 역시 그 옛날에 비해 많이 발전했고, IT쪽에서 초 강세를 보여주고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판세에서 확실히 일본에 밀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미국과 같은 경제 대국들이나 유럽에 유통되는 많은 사업적인 부분들에서 한국 기업보다는 일본 기업이 이미지가 좋은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바뀌고 있었다.

더 이상 일본산은 없다.

오로지 한국산만 있을 뿐이었다.

기업들은 일본 기업의 핵심 기술을 공짜로 받아들이면서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기존에 일본에게 쏟아지던 혜택과 물량이 한국 기업으로 쏟아지고 있었고, 곧 그 것은 한국 시장 경제에 곧바로 효과를 주었다. 기업들의 이익이 무지막지한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하자 그들 역시 그 전과는 달리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많은 돈을 시장에 푸는 것은 물론 창현의 눈치를 보면서 복지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창현의 한국 내 지지력과 영향력이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었다.

“좋군.”

창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보 총리와 세 명의 극우 정치인들이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땅 바닥에 박고 있었다. 상당히 아플 것 같았지만 창현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 이들은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론 관리는?”

“남아 있는 언론을 통하여 문주님의 지원과 더불어 한혈문의 은혜 그리고 한국 기업들의 원조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괴생명체로부터 멸망의 위기에서 구해 준 것은 한혈문 뿐이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 시키고 있습니다.”

창현은 어느 정도의 보고를 이 정도라만 받기로 하고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전 10 대 가문을 비롯한 무인들은 정부에서 그동안 어떻게 관리했나?”

아보 총리는 조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본은 한국과는 다르게 그들의 존재가 비밀로 부쳐져 있을 때부터 그들의 자유도를 상당 부분 보장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 것은 아보 총리가 총리직에 오르고 나서 더욱 심화 되었다. 총리 자신이 일단 10 대 가문 중 무력문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자유도를 보장하고 일본 정부에 무인들의 영향력을 극대화 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창현은 대답을 하지 못하는 아보 총리를 보면서 대충의 사연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쟁 준비로 참여 할 문파와 그렇지 않을 문파, 그리고 무인들을 가려내고 있었군.”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감히 반란을 꿈꿨습니다!”

쿵! 쿵! 쿵!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설난이 이미 통역 마법을 걸어줬기에 대화는 불편하지 않게 진행되고 있었고, 창현은 그들의 행태를 보면서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마에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들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 그만! 뭐 좋아.”

“….”

“일단 전쟁에 참여 하려 했던 무인들에 대한 정보는 모두 가지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언론을 통해 발표해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혈문은 일본 무인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고 일본 무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각 행정 기관을 통하여 거주지 및 문파의 특성과 무인들의 숫자 등등 모든 것을 보고하라고.”

창현의 미소가 진해지기 시작했다.

“너의 능력을 한 번 보도록 하지. 난 그들을 모조리 학살할 생각이다. 그런데…난 이 곳에서 여전히 한혈문 문주가 영웅이었으면 좋겠거든.”

아보 총리는 피와 함께 식은땀을 흘렸다.

그 말은 그 옛날 조선 시대의 조선인들이 나라를 팔았던 것만큼이나 천인공노할 매국이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만이 있나?”

“아닙니다! 확실히 저의 능력을 문주님께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더 이상 아보 총리에게 그런 일은 매국이 아니라 창현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그리고 일본 무인들은 당연히 죽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 일이 창현에게 영웅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창현이 내린 지독한 벌이었다.

그리고 창현의 결심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아보 총리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죗값을 치룰 수밖에 없다. 그들이 했던 망언들과 그들의 선조들이 벌였던 악행들에 비하면 창현은 오히려 자신은 무척 자비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하여 며 칠 더 쉴까 했습니다.

몸도 썩 좋지 않았고요.

지금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컨디션이 다시 되돌아오고

있으니 다시 꾸준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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