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1 회: 세력 -- >
참혹함!
목젖이 꿰뚫리고 피 분수를 터뜨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참혹함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윽, 하고 자신의 검을 닦고 있는 윤미의 모습에서는 그 어떠한 참혹함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에게 느껴지는 것은 그 무심한 눈길 속의 한줄기 아름다움이었다.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을 핥아 올리고 있다면 색기 어린 표정이라도 지어야 하건만, 윤미의 표정은 무표정 그 자체였다. 무표정 속에서 묻어 나오는 서린 기운과 살을 벨 것만 같은 날카로운 기분임에도 일본 무인들은 몸을 부르르 떨며 사타구니에 기묘한 기운을 느껴야만했다.
정글 속 한 마리의 암사자에게서 느껴지는 카리스마와 잔혹한 심성!
“…천한 계집 따위가…!”
가주로 보이는 노인이 이를 부득 갈았다. 한 번의 살인으로 처음 보았을 때보다 훨씬 강대한 염기를 폭발 시키고 있는 윤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가주는 멸문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긍지를 잃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사무라이다. 끝까지 명예를 지켜라. 더러운 조선의 계집 따위에게 홀리지 말라는 말이다!”
“….”
윤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창현이 입을 열었다.
“전투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욕정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면 너희들의 수준을 알만도 하군. 본좌가 손을 쓰기조차 아깝게 느껴질 정도야.”
“…조센징…!”
창현이 고개를 돌렸다.
“빠르게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넘어간다. 그 곳에는 본좌를 즐겁게 해 줄만한 인재들이 있었으면 좋겠군.”
그 말이 끝나고 학살이 시작 되었다. 요각 인원들이 달려들기 시작했고 붉은 혀를 내밀며 피와 영력을 취하기 시작했다. 은색의 갈기가 전장의 가운데에서 휘날리기 시작했다. 윤미는 한 번 검을 뽑을 때마다 섬광이 번쩍이는 것처럼 순간의 속도로 일본 무인들의 목젖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창현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옅은 미소를 그렸다.
저런 여자가 자신과의 잠자리에서는 둘도 없는 애교녀로 변한다.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이 적당했다. 거친 것을 좋아하고 하드한 것을 좋아하지만 아양을 떤다. 이 세계에 와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설난보다 윤미와 더욱 자주 밤을 보내는 이유였다.
뭣보다 감찰각 각주로써 딱히 크게 내부 감사를 하지 않았기에 덜 바쁘다는 것이지만.
오소리가 전투를 지휘하면서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한 가문의 멸문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일본 무인들이 중국 무인들과 함께 아시아 최강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을 창현은 느끼고 있었다.
멸문의 위기에 직봉 한다면 후계자는 뒤로 빼돌리는 것이 정석이다. 그리고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들 역시 뒤로 빠져 있기 마련이었다.
이 가문의 인원은 총 60명이었고, 모두가 무인이었다.
나이가 많건, 적건 전혀 관계가 없었다. 모두가 검을 빼들고 ‘적’인 자신에게 맞서고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중요할 때 꼬랑지를 말았지.”
괴물을 막는 것에 손을 보탰다면 창현은 이들을 비웃지 않았을 것이다. 10 대 가문보다 이들은 더욱 비열한 자들이었다. 모든 책임을 10 대 가문에게 돌렸다. 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들은 10 대 가문이 어떻게든 그 괴물을 막아내리라 예상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전력이 약화되는 것은 필수였고, 이미 천외천 고수가 한 명 죽은 이상 괴물 출연의 책임을 물어 술법문 가주를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려고 했을 것이 틀림 없었다.
그리고 국토가 황폐화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그 뒤를 생각 했을 것이다.
괴물을 막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일신의 안위를 지키면서 새로운 10 대 가문을 꿈꾸고 그 전보다 훨씬 더 큰 권력을 생각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라는 변수가 생겼고, 이들은 한혈문이 자신들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차선책을 벌써 생각한 것이다.
한혈문의 지부화가 되면서 그들을 특별하게 대우 해 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확신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니까 정리가 되자마자 자리로 돌아와서 전력이 고스란히 있다는 것을 알리듯 시위를 하고 있었다.
정작 여전히 미개한 조선인이라는 생각과 자신들이 지배자라는 사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은빛 갈가기 붉은 피를 물들고 있었다. 오소리는 시체에서 피와 영력을 취하고 있었고, 다른 요각 인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윤미는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작은 손수건으로 말끔하게 닦고 있었다.
“끝났습니다.”
창현에게 가볍게 숙이며 보고를 했다.
인과응보, 또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들을 긍휼히 여기고 측은하게 여길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하나의 과정이었다. 한혈문 제 1 지부에 대한 완벽한 지배력을 위한 과정이었다. 명분도 있었다.
“다음은 어디지?”
“이 곳에서 약 20킬로 떨어진 곳입니다.”
그리 멀지 않았다.
일본 무인들은 아직도 상당수 많이 남아 있었다. 창현은 서두르지 않았다. 느긋하게 할 생각이었고, 아보 총리의 발표가 끝이 나면 잔존 무인들을 찾아내기란 훨씬 쉬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나 설난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의외의 고수에 대한 정보 역시 가려질 것이고 그 때가 되면 오소리와 요각의 인원들에게만 맡겨도 충분할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그저 여행을 하는 것처럼 거닐면 되는 것이다.
그 시각,
이제는 한혈문 제 1 지부의 각종 언론들이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무인의 신고도 신고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후쿠시마 괴물의 악몽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괴생명체의 악령!
-술법문…최후의 힘까지 미리 남겨두어…그 힘이 개방되면 그보다 훨씬 큰 규모의 괴물들이 발생할 것!
-문주님께서 마지막 힘을 제거 하시려 친히 방문 중!
-무인들은 즉각 각 행정기관에 모든 것을 신고하고 힘을 얻어 많은 권한을 행사하던 그 책임을 져야!
-제 2의 지옥까지 남겨 둔 10 대 가문의 비열함!
.
.
.
아보 총리의 승부수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복구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고 치안이 한혈문 인원들로 인해 조금씩 회복 되고 있었지만 일본인들에게 종말의 공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창현은 무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 했지만, 그들을 다시 한 번 종말에서 꺼내주기 위해 방문 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실로 절대적인 충성이었고, 절대적인 매국이었다.
아보 총리와 각 정치 세력들은 창현을 조금씩 신격화하기 시작했다.
어떠한 종교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반인들의 의식 속에 일본을 지워 버리는 작업을 빠르게 진행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것은 역시 죽음에 대한 공포와 그 공포를 이겨 낼 희망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 것은 상당한 효과를 내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은 창현이 후쿠시마 일을 완전히 해결 한 이후에 행할 것이 무인들에 대한 정리라는 사실을 주목하고 하나, 둘 그 일에 동참을 하기 시작했다.
각 지역의 무인들은 결국 산이나 오지로 숨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만 눈에 뜨여도 그들의 무공은 폐해진다.
창현이 아니라…같은 일본인에 의해서!
힘을 발휘하면 되지만 그렇게 된다면 학살을 자행할 수밖에 없게 되고 주요 지역에는 한혈문 무인들이 모두 파견되어 있다. 그들의 힘이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지만, 뭉치면 분명 힘이 되고 일본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는 창현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그들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도쿄 인근 가문 인원들처럼 그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이 끝이 나버린 것이다.
항복을 하고 나오는 가문도 적지 않았다.
“그래, 그들은 따로 분류를 해 놓도록. 목숨을 보장하고 추후에 삶 역시 어느 정도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분명히 명시해라.”
“네, 알겠습니다. 문주님.”
아보 총리에게서 온 전화를 끊은 창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무공을 폐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머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후인 양성은 꿈도 못 꾸게 해야 했다. 일본 복구가 마무리가 되면 그들에 대한 감시는 한혈문의 귀한 인원이 아니라 일본인들 그 자체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대충 마무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주인님.”
윤미의 말에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큰 두 곳을 직접 마무리하고 그 다음부터는 오소리와 요각 인원들이 정리한다.”
“네, 주인이시여.”
오소리가 곧바로 대답했고, 급격하게 전력을 불리고 있는 요각 인원들이 다시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 두 곳을 마무리하면 그들은 더욱 위기감을 느끼고 아마 뭉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보 총리에 대한 적개심을 엄청나게 불 태우겠지. 아보 총리에게도 요각 인원을 몇 명 붙여 놓도록 하지.”
오소리가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완벽한 징벌이야. 그들은 그 옛날 우리들에게 했던 것을 그대로 돌려 받고 있다.”
가장 잔혹한 것은 같은 민족들끼리의 상잔이었다. 아보 총리는 무력문 출신이었고, 무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며 전쟁을 생각하던 극우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 자신의 힘이었던 무인들에 대한 제거 정리를 가장 앞서서 하고 있었다.
잔인한 일이었지만 창현은 죄책감 같은 것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은 자신이 이들을 지배해야 한다는 이유로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일반인들을 수십 만 씩이나 학살하지는 않았고, 이들의 기본 인권을 무시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한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주인님.”
“뭐지?”
“…여기서도 느껴질 정도로 성지의 기운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창현은 그 말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그리고 한은 조금씩, 조금씩 풀려가고 있지. 그리고 그 한이 풀려갈 때마다 성지는 예전의 기운을 점점 더 되찾는 것이다. 많은 원혼들이 저절로 성불을 하고 있으니까.”
“…아!”
오랜 세월을 살아 온 윤미로써도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앞으로 상당히 재밌어질 거다. 기존에는 성지를 방문 하는 사람들에게만 그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에게 큰 도움은 없지만 그래도 당장의 활력은 주었지. 하지만 이제 그 것은 더욱 확대 될 것이다. 윤미 네가 무인이기에 여기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끝과 끝에서도 일반인들도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 그거군!”
창현은 기억 속 한 단어를 끄집어 낼 수 있었다.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이 성지의 ‘버프’를 받기 시작하는 것이지. 그리고 성지는 내 의지에 따라 그 기운을 조절 할 수 있고. 내가 그 곳의 주인이니까.”
“!!”
“!!”
오소리와 윤미는 그 사실이 의미하는 엄청난 바를 곧바로 이해했다.
“일단은 모두 누리게 만든다. 다시 옥석을 골라내야지.”
창현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이 일을 지금은 일단 바로 알릴 생각이 없었다. 이 틀이면 두 곳의 가문을 멸문 시킬 수 있고, 오소리와 아보 총리를 한 번 더 만난 뒤 최종 지시를 내릴 생각이었다. 그 일이 끝이나고 윤미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면 성지에 관한 일을 설난을 통해서 퍼뜨릴 생각이었다.
일반인들도 당장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나라 전체가 버프를 받아 정말 모든 것이 잘 풀려 나가기 시작할 것이니 자신의 힘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여론이라 불리는 지지율은 또다시 급상승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
버프는 한국이라는 나라만 받는 것이 아니다. 민족이라는 이름 하에 북쪽에 있는 나라 역시 상당량의 버프를 받을 것이다.
이곳보다 더욱 많은 중국의 속가가 그 곳에 있다는 것을 창현은 알고 있었다. 또 그것만큼이나 전통적인 문파들이 그 곳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공통점이라면 그들 모두 한 가문의 지배를 받는 것이었다.
‘일단은 놔두도록 하지. 지금까지 오히려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 끼리끼리 살고 싶다는 것이겠지. 하지만…중원인들, 그 돼지들이 분명 끼어들 것이 분명해. 언제나 그랬으니까.’
창현은 크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자신의 세력은 전 세계가 주목할만큼 커지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조용히하고 있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등이 분명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중원을 쓸어 버리던 시절이 있기는 했었는데…!”
윤미가 무례를 무릅씁니다, 라는 말과 함께 자동차 뒷좌석에서 가만히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왔고, 창현은 생각을 지우고 그녀의 전투 장면을 다시금 떠올렸다.
피식 웃었다.
두 가문을…이틀이 아니라 몇 시간 만에 지워야 할 것 같았다. 돌아가는 비행기는 윤미와 둘이 탈 예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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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님이 미쳐 날 뛰고 있습니다.
전장의 화신
전장의 화신 윤미
윤미님이 학살 중입니다.
전설의 출연
전설의 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