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4 회: 세력 -- >
일본 무인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악명을 떨친 것은 단연 오소리였지만, 일찍 한국에 들어 온 윤미와 창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폭발적인 염기를 뿜어내며, 무표정한 얼굴로 정확하기 목젖을 뚫어 숨통을 끊어 놓았던 윤미는 무인들에게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이미 피분수가 터지고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공포였다.
창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별로 나서지 않았지만, 가끔 붉은 혈마지기가 가문이 있는 곳을 쓸어 가면 남는 것은 폐허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일반인들을 모두 골라내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고, 아보 총리는 적절히 그 사실들을 조작하고 부풀리면서 창현을 일본에서 신격화하기 시작했다.
어찌 되었든,
사람을 죽이는 과정이다.
무인이라고 하지만 그들 역시 사람이었고, 생명이었다. 어떠한 명분이라 할지라도 생명을 취하는 것은 분명 자극적인 일이었다. 일반인들을 살려둔다 하더라도 어떠한 금제가 그들에게 가해졌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아보 총리의 신격화 과정에서도 반론을 제기하는 자는 분명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쯤 아보 총리는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띄운다.
후쿠시마 사고의 폐해로 일본 먼 해상에서 알 수 없는 소용돌이가 발생했고, 그 것은 곧 태풍으로 발전했다. 일본 남쪽 해안에 쓰나미 경보가 즉각적으로 발효 되었다. 이제 막 희망을 가지고 복구를 시작한 일본인들에게는 절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한 단독 결정인가?
근정전에서 화상으로 보고를 받고 있는 창현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의 모자란 생각으로는 지금 쯤 시선을 돌리고 다시 한 번 구원이라는 빛을 내려 주신다면 지부화 과정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흐으음!”
창현은 깊은 신음을 토해 내었다.
한 나라를 정복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의외로 손이 무척이나 많이 갔다. 한혈문 전력 역시 대부분 아직도 그 곳에 치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돌리고 있는 중이고 기업들이 후원을 하고 있다지만 막대한 자금이 소모 되는 시점이었다.
한국 기업들이 무기와 방어구 생산 그리고 화학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생산하면서 나오는 이익의 일부분을 받고 있었고, 설난의 정보료는 여전히 천문학적이기에 그리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창현은 기왕 일반 문도들에게는 좋은 무기와 방어구를 지급하고 싶었다.
그 자금을 빠르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지부에게 더 많은 자금과 자신의 행보 자체가 쏠리게 된다면 한국 내 여론도 지금처럼 좋게 유지 될 수 없었다.
‘다행인 것은 성지의 버프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이지.’
일반 무인들의 무공은 빠르게 늘어가고 있었다. 이미 한국 내에서의 영향력은 압도적이기에 다른 문파들 인원들까지 덩달아 강해지는 것은 그리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다. 거대 클랜과 국가들을 상대로도 창현은 우위를 점하고 싶었기에 지금보다 한혈문이 더욱 성장하기를 바랬다.
그럼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제 1 지부의 안정화였다.
그 곳은 곧 엄청난 이득으로 돌아갈 테니까.
“거짓말은 아니야.”
설난이 끼어들었다. 땅바닥에 고개를 박고 있던 아보 총리가 새로운 목소리에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의문이 들어있었다. 아보 총리가 언론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기에 있지도 않은 자연 재해조차 조작할 수 있는 특이한 상황이었다.
대뜸 거짓말은 아니라는 설난의 말에 궁금점이 치솟아 오르는 것은 당연한 문제였다.
“아주 먼 해상이지만 정말로 초강력 태풍이 생겼어. 그리고 예상 진로는 일본을 절묘하게 비껴 나갈 거야.”
“그래?”
“응, 하지만 지금 인간들의 과학력으로는 그 사실을 예측하지 못하겠지. 아마 세계 기상청들도 전부 일본을 관통하고 동해 쪽으로 빠져 나간다고 예상하고 있을걸?”
창현도 의문이 들었다.
“너의 그 정보력이 과학에 근거한 것이라면 왜 기업들과 지부화의 전문가들까지 연계해서 무기와 방어구 개발에 힘쓰지 않는 것이지? 그들은 마법사들의 마법을 과학으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그건 내 능력 밖이야. 태풍 역시 하나의 거대한 기운이지. 이 컴퓨터는 내 능력을 기반으로 해. 나 역시 뛰어난 마법사이기는 하지만 기존 마법사들과는 좀 달라. 그들은 자연의 기운을 재배열해서 수식을 뒤틀어 내는 방법으로 마법을 발현하지만 난 창현처럼 자연의 기운 그 자체를 사용하는 거니까.”
마법이라는 학문에서 창현은 문외한이기에 별다른 대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데?”
창현이 다시 아보 총리에게 말했고, 그는 번쩍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처럼 손뼉을 쳤다.
“…… 저, 그게 문주님…….”
“괜찮다. 편하게 말하라.”
경멸스러운 인간이었지만 꽤 쓸모는 있었고, 이 모든 과정과 일들이 그에게 내려지고 있는 징벌이기에 창현은 오히려 아보 총리를 좀 더 편안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가 일본을 팔아먹으려면 팔아먹을수록 진정한 죗값을 치루는 것이니까 말이다.
“어차피 비켜 나갈 태풍이고,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면…… 먼 해상에서 적당한 연기를 부탁 드려도 되겠습니까?”
“호오…… 다시 한 번 영웅 만들기라? 그런데 고서클 마법사들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너만큼 자연의 기운에 민감한 인간이 있다면 가능하지.”
설난의 말에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적인 자부심!
그 누구도 창현은 자신의 오성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서슴없이 아보 총리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이미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부근 주민들까지 대피를 시키고 있다지? 그럼 판은 마련 된 것이고…… 이 쪽에서 적당한 타이밍에 맞춰 태풍을 비켜 나가는 것처럼 꾸밀 테니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잘 해보도록.”
“네, 문제없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아보 총리는 바닥에 쿵, 하고 이마를 찧었다. 곧 모니터가 꺼졌고, 창현은 의자에 깊숙이 등을 기댔다.
‘용신과 함께 날아가 적당한 연기를 한다면 정말로 태풍이 밀려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그런 거대한 자연의 진리를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나저나 재밌어. 굉장히 강한 기운이 노골적으로 흘러나오는 듯 하면서도 은은하게 퍼지고 있다. 거의 남쪽 끝에 있고 그 부근에는 문제가 별로 없으니 굳이 살펴 볼 필요도 없겠지만…… 이 정도면 전 세계 랭킹 1위라던 그 마법사인데, 설난은 그녀보다 자신이 뛰어나다고 했지만 그 것도 아닌 것 같고…… 어차피 아무도 없는 바다이니 전 세계 무인들을 상대로 무력시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창현은 생각을 정리하고 설난에게 말했다.
“윤미를 불러줘. 그리고 너는 그 앞잡이 돼지에게 자세한 정보를 넘겨줘서 지부 인원들의 공포심을 자극 시키는 것에 힘을 거들어 주도록 해.”
“그 웃긴 쇼를 할 생각이야?”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지부의 안정화이다. 인간이 1억 명도 넘게 산 곳이었고, 땅 덩어리 역시 이곳보다 더 넓은 곳이다. 통째로 집어 삼키려면 노력이 필요한 법이지.”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설나의 말에 창현이 피식 웃었다.
“배교 시절에 없던 욕심이라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지배할 욕심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개파한 문파가 최강이었으면 하는 욕심은 있지. 그 첫 번 째 단계가 일본의 완벽한 지부화가 될 것이니까.”
“뭐…… 그렇다면 알았어.”
설난과 함께 나가 창현은 용신을 준비 시켰다.
근정전 지붕 위에서 언제나처럼 광합성을 하는 듯 길게 늘어져 누워 있던 용신이 크릉, 거리며 지붕을 내려왔다. 10미터가 다 되어가는 그 육중한 덩치를 뒤덮고 있는 비늘은 여전히 단단해보였다.
창현이 말을 한 것처럼 언제나 끊임없이 강함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용신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강대해지고 있는 성지의 기운에 무척이나 기뻤다. 그래서 밤에는 어디론가 숨어 버리다가 요즘에는 야간 개방으로 인하여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밤에도 근정전 지붕을 지키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 크릉은, 약간의 항의 표시였다.
“……불만 있냐?”
창현의 물음에 용신은 시선을 돌렸다. 꼬리를 길게 늘어 뜨렷다.
“오늘은 대충 어느 정도 위력인지 보고만 올 거야. 가자 윤미야.”
지부도 잠깐 들른 생각이기 때문에 창현은 윤미를 동행 시켰다. 지부 내에서 이미지는 자신과 오소리 그리고 윤미가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이동 중 소소한 즐거움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자신의 등 위에서 관계를 가지는 것에 무척이나 불만을 가지고 있는 용신이었지만, 괜스레 반항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창현이 밥만 축내고 있다고 고깝게 보는 중이라는 사실을 용신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치를 보는 것이다.
뭐 그 것은 그 것이고 창현은 윤미와 함께 용신의 등에 올라탄 이후 드러누웠다.
‘그 옛날에도 자연재해는 수 없이 있었다. 내륙의 특성상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드문 편이었지만…… 강기탄을 중심부에다 난사하면 어떻게 되려나? 그래도 흡수가 되려나, 아니면 정말로 파괴를 시킬 수 있으려나.’
창현은 과학자도 아니고, 천문학자도 아니고 그 쪽 분야에 대한 지식은 아주 없기 때문에 태풍이 강기탄을 맞고 어떻게 변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괜히 건드려서 정해진 진로가 아니라 변수라도 생기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지만 크게 상관 하지 않기로 했다.
“가자.”
창현의 말에 용신이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10미터가 다 되어가는 거대한 몸뚱이가 경복궁에서 모습을 감추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창현이 일본 남쪽 먼 해상으로 떠나기 며칠 전,
부산 경찰청은 비상사태에 돌입 되어 있었다.
며칠째 일어나는 고아 실종 사건!
그리고 실종 된 고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피가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은 미라와 같은 시체로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경찰은 그 사건에 크게 주목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고아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은 편이 아니었고, 고아원이나 위탁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보다는 정말로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이 실종 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가 10 명 단위를 넘어가면서는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도심 한복판에 아이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것은 분명 주목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가장 먼저 무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일반인들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되는 법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살인에 가장 능숙한 사람들은 무인들이었고, 또 타살이라 단정 짓는다면 그들은 어떠한 특수 무공과 같은 살인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이었다.
무인들 역시 시체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끔찍한 형상이기도 했지만 무공의 흔적이 전혀 없었던 탓이다.
피가 전부 말라 버렸다는 것에 가장 먼저 흡정공의 존재 여부를 살펴보았는데 말 그대로 피가 말라 버렸을 뿐 인위적으로 빨려 들어간 흔적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에 큰 상처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 부산에 있는 문파 무인들은 흉기에 당하고 피가 콸콸 쏟아져 나오게 한 뒤 무공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피를 뽑아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경찰들은 무인들을 용의 선상에서 제외하고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소득은 없었다.
그리고 창현이 일본 해상으로 떠난 그 시각,
한 보육원 시설에 고아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몰살을 당했다. 그 보육원에 있던 아이들은 물경 서른 명을 헤아렸고, 어른들까지 희생 되었다.
경찰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언론은 드디어 집중적으로 그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한국에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또 그 날, 나미코는 드디어 일류까지 다시 술법공을 회복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태풍 정도는 막아줘야..
저녁에는 두령이랑 무한도전
정총무가 간다에 나왔던 전집
찾아가보려고요
비도 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