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마, 현대 재림기-126화 (126/170)

< -- 126 회: 세력 -- >

“피와 영력에 취해버렸나?”

“…… 죄송합니다, 주인이시여.”

오소리의 말에 창현은 피식 웃었다.

“네가 엄선해서 뽑은 인원들로 아는데.”

다른 각들은 계속 해서 인원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요각의 경우는 특별했다.

한혈문은 꿈의 직장이 되었다. 정부의 혜택도 혜택이지만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한혈문은 인원 양성에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었다. 일본의 복구 자금과 인원 양성에 들어가는 돈이 가장 많을 만큼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당연히 꿈의 직장이라 불릴 수밖에 없었다.

대우는 대우대로 좋았고, 복지도 좋았다. 일단 한혈문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자기 인생은 물론 가족의 인생까지 펴졌다. 어디 가서 한혈문 소속이라고 한다면 자랑스럽게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었다. 비단 각각의 각만이 아니라 일반 행정 인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것은 인간의 기준.

요괴들, 그 것도 요각은 인간형이 아니라 동물형 요괴들의 집단이었다.

그러한 것들이 매력으로 다가기 힘들었고, 이미 동물형을 고집하는 요괴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에 그 수도 적었기 때문이다.

창현은 오소리에게 일본 무인들의 정리를 맡겼고, 그가 용신을 뛰어 넘고 싶어 하는 마음과 요각 인원들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피와 영력을 취하도록 허락했다.

하지만 자리를 비운지 얼마나 되었다고 기어이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창현이 일본 무인들을 정리하는 가장 중요한 명분이 바로 그들이 ‘무인’ 이기 때문이다. 이 전쟁의 의미는 무인들끼리의 전쟁이었다. 거기에 이어서 그들이 일본을 멸망 직전에 빠뜨렸다는 기회를 포착, 그 멸망에서 그들을 구원해주면서 일본을 지부화 하는 작업 과정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애ㅤㄲㅜㅊ은 일반인들이 희생이 되어 버렸다.

창현은 자신이 고귀한 피를 이었다는 사실과 역사적 사실에 의해 일본인들에게 썩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반인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 되었다.

적어도 그들은 확실한 역사의식 교육과 지난날의 과오를 확실히 알려줌으로써 충분히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반한 감정이 있는 일반인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이미 그들은 멸망에서 구원을 해준 그 기억이 훨씬 크기 때문에 반한 감정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전부 소집해라.”

창현의 말에 오소리가 밖으로 나갔고, 아보 총리는 그저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아, 아 이건 한혈문 내의 일이니까 그다지 긴장 할 필요는 없다.”

아보 총리는 다시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아보 총리의 머리였지만 그는 정당한 벌을 받고 있는 것이기에 창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소리가 인원을 소집하는 동안 태풍에 관한 의논을 하기로 결정했다.

“언론을 장악 했으니, 전 세계 기상청들조차 이 일을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문주님께서 해결 방안을 들고 오셨다고 알리자 이제는 지부화를 거부하는 일반인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간간히 기존 무인 세력과 결탁해서 지부 본단에 반항을 하는 무리가 있지만 그들 역시 이번 태풍 건으로 돌아서고 있는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창현은 일본에 상당한 돈을 투자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황폐화 되어 있는 일본은 한국 기업이 엄청난 양으로 후원하고 있는 구호 물품과 또는 자금, 그리고 세계 각국의 지원까지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한혈문 지부이기 때문에 이뤄지는 일이기에 일반인들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창현에게 돌아설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마지막 마무리가 남은 것이고 그 마무리를 아보 총리는 자연 재해를 떠올렸고, 때마침 기다렸다는 듯 초강력 태풍이 북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창현이 정말로 그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방법이 있다면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보고와 함께 설난이 그 태풍이 교묘하게 일본을 벗어난다고 예측하자 번뜩 자신의 계획을 강행시키기로 결정을 하고 창현에게 권유한 것이다.

잔머리는 상당히 잘 돌아간다고 할 수 있었다.

“의심을 하는 자들이 생길 것이다.”

“…… 네, 모두 믿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눈으로 보게 해 줘야지. 가까이 접근하지는 않을 것이야 나 역시 태풍이라는 거대한 자연은 부담스러우니까. 하지만 영향을 어느 정도 덜 받는 곳까지는 접근을 해야 할 것이고, 그 장면을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내보내도록. 그럼 동영상이 뜰 것이고 전 세계 네티즌이라는 인간들이 알아서 진실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줄 테니까.”

아보 총리가 여전히 오체투지(五體投地) 자세를 유지하며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윤미 너는 설난에게 연락해서 설난이 이 쪽 전문가들과 함께 태풍이 경로를 바꿀 지점이 정확하게 어디인지 알아보도록 해. 그래야 어느 정도 거리를 가늠할 수 있으니까.”

“네.”

윤미는 짧게 대답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창현 역시 몸을 일으키며 아보 총리에게 말을 마무리했다.

“준비가 되면 연락을 하도록.”

“네!”

곧 창현이 밖으로 나왔고, 오소리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 멀지 않은 언덕과 비슷한 곳이었다.

해안이 한 눈에 보이고 벌써부터 영향권에 들어 온 모양인지 제법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태풍이 온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실감할 정도였다.

‘오늘이면 대충 마무리가 되겠군.’

오늘 오후쯤이면 태풍 경로에 대한 것도 마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주인이시여 모두 소집하였습니다.”

이미 도착해 있는 오소리를 보면서 창현은 진한 미소를 그렸다.

요각 각원들은 어느 정도 긴장할 줄 알았는데 크게 긴장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들은 창현이 이미 허락을 한 문제였고, 일반인 몇 명 죽였다고 자신들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동물형 요괴는 그 숫자도 많지 않았고, 자신들처럼 강한 동물형 요괴들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혈문이 인간의 성별은 물론 나이를 비롯해 모든 종족까지 포용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요각을 쉽게 정리할 수 있으리라 믿지 않고 있었다.

“내가 내린 명령이 무엇이었지?”

“…… 이곳의 무인 세력들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그런 것이었지. 상대가 제법 강했나?”

창현의 물음에 오소리가 대표 격으로 대답했다.

“제법 강한 무인들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런 가문은 저와 더불어 조장들이 함께 움직였기에 크게 무리가 없었습니다.”

중소 가문에서도 분명 강자는 있다.

하지만 오소리는 이제 중상급을 넘어 상급에 가까워진 요괴였고, 요각의 조장들 역시 대부분이 중급 요괴들이었다.

그들이 함께 움직인다면 절정 고수 한 명 역시 합공으로 이길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일반인들의 목숨까지 취한 것인지 궁금하군.”

뱀과 비슷한 모양이었지만 두 다리가 있는 아주 특이한 요괴가 그 말에 대답했다.

“영력을 정화 시키는 과정에서 순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이곳 무인들은 대부분 순혈이 아니라 탁한 기운이 너무 심하였고, 도리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일반인들이라면 어차피 무공을 익히지 않았으니 자연적으로 탁한 기운 이상은 영력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고 그 피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급한 각원들 위주로 일반인들의 피를 취하게 하도록 한 것입니다.”

창현은 입을 연 요각 조장 한 명이 주도적으로 일반인 학살을 이끌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미 그는 오소리에 버금 갈 정도로 강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한혈문 인원들 중 누구나 창현을 만난다면 자신의 경지를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다.

천외천 고수인 창현이 몰라볼 일도 없었고, 기운을 함부로 풍기는 것 자체가 무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각의 인원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조장 요괴는 지금 자신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강해졌는데 수요도 적은 동물형 요괴인 자신들을 크게 질책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이들을 정리할 때마다 성지의 기운이 강해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즉, 이들은 일본인들의 목숨을 벌레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 것은 그들 특유의 인간을 깔보는 습성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요괴들에게 천대 받던 시절을 까마득히 잊고 꽤 유명해진 오소리 밑의 각원들이 되었다는 사실과, 이제는 그 오소리조차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창현 역시 그 모든 사실을 단 번에 짐작했다.

그리고 곧 창현이 가볍게 손을 올렸다.

츠츠츠츠-!

그대로 뱀처럼 생긴 조장 요괴가 끌려 들어왔다.

“컥컥!!”

요괴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특이하게도 요괴의 얼굴은 인간형이었다. 그는 동물형과 인간형의 혼합형이었기 때문이다.

“내 명령은 무인들을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오소리가 너희들에게 내린 명령 역시 무인들을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조금 강해진 것 같으니 욕심이 생기나? 오소리를 제외하고 일반인들의 피와 영력을 취하지 않은 것들이 없군.”

창현이 기세를 풍기며 혈마지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요각의 각원들은 무엇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것을 깨달은 것은 너무나도 늦었다.

창현이 그대로 손아귀에 힘을 주었고, 크아아아악, 이라는 비명이 조장 요괴에게서 터지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빠르게 말라가기 시작했다.

앙상한 가죽 밖에 남지 않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내 명령을 우습게 아는 각원들은 필요가 없다. 너희들이 날 잘 못 판단했군. 오소리를 위해서 요각을 만든 것이다. 요괴와 인간의 화합이라는 거창한 명분 따위는 애초부터 나에게 없었어. 오히려 난 그 옛날 인간을 사냥하던 요괴들을 취미로 사냥하곤 했으니까.”

혈마의 악명은 정파에게만 퍼진 것이 아니었다.

혈마지기가 곧 수 십 갈래로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요각의 모든 각원들에게 꽂혔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 순간에 녹아버리고 있었다.

실로 무시무시한 광경에 오소리가 갈기를 떨고 있었다.

“…… 주인이시여.”

오소리는 머리를 깊게 숙였다. 창현의 무심한 눈빛에 자신을 책망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창현처럼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이들을 통솔 했다면 이런 일은 애초에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오소리는 잘 알고 있었다.

압도적인 무력이 없다하더라도 통솔력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오소리는 꼭 무력 탓만 할 수 없다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자신의 잘못인 것이라고 오소리는 생각했다.

“그거 아나? 지현이는 나의 첫 번째 여자이지만 너는 나의 첫 번째 수하이다.”

오소리가 몸을 떨었다.

“네가 피와 영력을 취하는 것을 내가 허락한 이유는 네가 근본적으로 강함을 추구하기 때문이고 나의 곁에 있으며 내 능력으로 인해 그 것을 정화 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수련을 통해 승천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현의 능력으로 요괴들은 탁한 기운을 정화 시킬 수 있었지만 승천이라는 최후의 목표는 무인들의 깨달음처럼 끝임 없는 수련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오소리 역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미꾸라지가 용이 되어 승천을 했듯 그 역시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창현의 말은 오소리를 진즉에 훨씬 강하게 할 수 있었지만 그의 자존심을 위해 그가 스스로 강해지도록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오소리 역시 그 말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과거의 혈마라면…… 쓰레기들의 우두머리였던 너 역시 지워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내 가슴이 좀 더 널 신경쓰지 못한 내 탓이라고 하는군.”

“……주, 주인이시여!”

“받아들여라. 이들의 영력을 받아들여 한동안 산 속에서 정화 시키는 작업을 해라. 아마 무척이나 힘들고 어쩌면 아주 오랜 세월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소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본적으로 창현의 고리가 자신의 그릇 안에 있었기 때문에 탁한 영력을 정화 시킬 수 있었고, 그에게 생명을 저당 잡혀 있는 것이다. 이미 충성을 맹세했기에 저당 잡혀 있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창현이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자신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오소리 역시 알고 있었다.

설사 창현의 경지가 낮다 하더라도 말이다.

“너의 그릇 안의 고리를 끊는다. 그래야 진정 너의 힘으로 이 더러운 영력들을 정화시키고 네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니까.”

“…… 주인……이시여.”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 아마 그 작업이 끝이 나면 너는 어쩌면 윤미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니까.”

창현은 잠시 침묵한 뒤 오소리의 그릇에 요각 각원들에게 흡수한 영력을 모조리 집어넣었다.

“크으윽!”

어느 정도 고통이 느껴졌지만 오소리는 금세 신음을 멈췄다.

“그대가 나를 실망 시키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왜냐하면…… 그대 역시 언제나 내 옆에 함께 있었으면 좋겠으니까. 새로운 이름으로 나에게 오리라 믿는다.”

오소리는 그 것이 자신의 그릇 속에 있던 고리 보다 훨씬 더 창현에게 충성을 다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가 되어버렸다는 느낌을 받으며 몸을 떨었다.

“기다리고 있겠다.”

예전이라면 이미 오소리 역시 죽였을 것이다.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게 하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창현은 자신은 더 이상 배교 시절의 교주가 아니라 한혈문을 이끄는 문주라고 생각했다.

그 때와는 다른 것이다.

오소리가 곧 사라졌다.

“…… 그대에게 준 그 책임을 언젠가는 꼭 지리라 난 믿는다.”

창현의 그 혼잣말에 윤미가 가만히 손을 잡아오고 있었다.

그녀 역시 언젠가는 오소리가 스스로의 이름으로 자신과 창현 앞에 다시 올 날을 믿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휴일엔 롤 말고 연참을 해야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