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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32화 (132/170)

< -- 132 회: 세력 -- >

창현의 시선은 도사 청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솔이 창현의 직계 제자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이미 마법으로 진로를 변경한 상태였고, 수희는 창현이 무공을 가르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한혈문의 인원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아니, 지부의 국민들까지 모두 인원이라 치면 세계 최대라 할 수 있었다.

그 중 창현이 직접적으로 후계자라고 거론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애초에 창현이 이제 갓 20살을 지났고, 후계를 거론하기에는 너무 젊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희에게 그토록 많은 인원들이 접촉하려 했었던 것은 만약 후계가 확실히 정해지면 수희의 영향력 역시 상당히 커지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가족이라고는 여동생인 수희 한 명뿐이었기에 대부분 사람들이 수희를 잠재적 후계자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창현의 뜬금없는 발언은 그들 모두를 움찔 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재밌군, 장문인.”

“……예.”

“다시 묻지, 어째서 무황처럼 내게 오지 않았나? 내가 성지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모를 리 없었다.

동이문과 천명문.

성지의 주인을 위해 만들어진 문파이고 꾸준히 계승 되어진 문파이다.

동이문은 세력을 구축하며 성지의 주인이 나타났을 때 즉각적인 전력 중 하나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였다면 천명문은 일인 계승으로 성지의 주인의 호위 임무를 맡은 문파였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를 고르는 것에 무척이나 신중했고, 일단 인원이 많아야 강력한 문파가 된다는 선입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일인 계승을 고집해 왔던 것이다.

도사 청년 장문인의 사부까지만 해도 꽤 강력한 무위를 자랑했지만, 도사 청년 장문인 부터는 그 무공의 경지가 무척이나 낮아졌다.

창현과 천명문 장문인을 주목하고 있는 뱁새눈 중년인의 눈빛에 비웃음이 서렸다.

딱 보아도 창현이 장문인에게 실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한 문파의 장문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경지가 낮은 것은 근정전 뜰에 있는 대부분의 무인이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갓 일류 초입.

무슨 일인지 몰라도 천명문 전대 장문인은 지금의 장문인이 무공의 자질이 없음에도 후계로 키웠고, 지금의 장문인 역시 단전조차 형성 되지 않은 기이한 신체의 도사 청년을 후계로 키우고 있었다.

“……알고 있었습니다.”

“어째서 내게 오지 않았지?”

창현은 다시 물었다.

“……천명문은 대대로 성지 주인의 호위 임무를 맡은 문파입니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찾아 올 수 없었습니다.”

“장문인!”

도사 청년은 전부 처음 듣는 이야기인 듯 싶었다.

노골적인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한국의 모든 문파가 모여 있는 자리라 할 수 있었다. 모임을 만든 것은 창현이었고, 창현은 등장한 이후에 그 어떤 언급도 없이 오로지 개인적 용무인 것처럼 보이는 천명문 문제만 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한가한…….”

창현의 기세가 입을 연 노인에게 쏟아졌다.

“그럼 꺼져라.”

“…….”

“불만 있으면 꺼지라고 했다.”

노인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가벼운 기세에 불과했지만, 모든 장문인들과 그 후계자들은 느낄 수 있었다.

‘전부 한꺼번에 덤벼도 소용이 없다.’

바로 그 사실을 말이다.

“너에게 주어진 임무를 행하라. 저 말코 도사 놈은 제법 잘 키운 것 같군. 힘들었을 텐데.”

“!!!”

단전이 없는 기이한 신체!

무인이라면 한 눈에 보아도 알 수 있는 기형이나 마찬가지인 신체였다.

그런데 그런 도사 청년을 창현은 직접적으로 후계자라 지목하고 있었고, 그 장문인에게 무척이나 잘 키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설명을 바라는 눈길로 보지 마라. 너희들 따위에게 내가 설명할 의무는 없으니까.”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종운이 나섰다.

모두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종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에서 한혈문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문파는 역시 태극문파였다. 중국 무당파의 속가이기는 하지만 분명 그들은 강한 무인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속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과의 갈등을 빚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영향력은 크다 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

종욱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뭐 네 말대로 본론에 들어가도록 하지. 그 전에 확실히 할 것은 확실히 하고. 천명문.”

천명문 장문인이 힘겹게 입을 떼었다.

“네…… 주군.”

“끝이 나면 저 말코 놈과 함께 남아 있어라. 할 이야기가 제법 많은 것 같으니.”

창현은 그들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이내 좌중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불러 모은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살인 사건을 모두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긋한 노인들이 대부분이었고, 후계자라는 사람들 역시 중년을 넘은 사람이 꽤 되었지만 창현의 반말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모두를 내려다보는 그 시선에는 제왕의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

“범인은 무인이다. 부산 지역 무인들은 그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더군. 하지만 내가 살펴보니 술법에 의한 살인이었다. 살해당한 사람들은 술법의 제물로 사용 된 것이고.”

“!!!”

모두가 몸을 떨었다.

무인이라니?

지금 무인들은 어디를 가도 대접을 받는다.

무인의 숫자와 강함은 곧 국력을 의미하고, 문파들은 정부에게서 막대한 후원을 받으며 세력을 키워간다. 누구나 무인이 되고 싶어 했고, 대기업보다 더욱 많은 인원들이 몰린다. 경지가 오르면 오를수록 부러움에 찬 시선은 더욱 많아지고, 문파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다는 것은 출세를 했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무인이 일반인들을 100여명이나 살해했다.

그 것도 무척이나 끔찍하게.

여론이 충분히 돌아설만한 사건이었고, 그렇게 이미지가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린다는 것이 문제였다.

다들 얼굴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3대 문파는 옛말이 되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성세를 자랑하고 있는 태극문파가 그 발언권을 다시 한 번 가져가고 있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확실한 것입니까?”

“확실하다.”

창현은 다시 한 번 확인을 해 주었고, 여기저기서 신음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내가 불러 모은 것은 굳이 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아주 재미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이 얽혀 있더군. 론즈 가문은 모두가 알고 있겠지?”

창현은 본격적으로 쥐새끼 착출에 나섰다.

눈알을 굴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정부는 주한 미군을 더 이상 한국에 두려 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지금 성지가 강력한 힘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무인들은 더욱 경지를 높여 가고 있고, 새로운 무인들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 역시 정부 나름대로 전 무인협회와 같은 단체를 새롭게 편성하고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 미군에게 들어가는 쓸데없는 돈을 그 쪽에다 쏟아 부을 수 있는 여건이 생겼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알다시피 론즈 가문은 각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후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한국과 같은 미국의 영향력이 큰 곳에는 그 미군들을 이용하여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지. 미국 내에서도 그들은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큰 문제점이 지금까지 없었어. 하지만 내가 나타나고 한혈문이 일본을 지부화 하면서 상황이 바뀌어 버렸다. 더 이상 미군이 필요치 않게 되었지 이 나라에는.”

창현의 말은 길었지만, 장문인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기존에 이미 모두 짐작하고 있었던 내용이다.

그 것과 살인 사건을 연계 시키느라 그들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눈알을 굴리던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신중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론즈 가문의 끄나풀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쥐새끼가 제법 꼬랑지를 잘 마는 편이군?’

창현은 싱긋 웃으며 생각을 접은 채 말을 이었다.

“론즈 가문의 가주는 어떤 형식으로든 날 제거 하든지, 견제 하고 싶을 것이다. 설난이 조사했던 그 놈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자 여기서 문제는 그 살인마하고의 연계이다. 술법을 사용하는 놈은 제물로 무엇을 하고 있는 지까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놈의 생각대로 여론은 나빠지고 있고, 모두 나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가 되었지. 내가 여기서 해결을 하지 못한다면 충분히 그 놈 뜻대로 한혈문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그 것 때문에…….”

한 남자가 한혈문의 이미지 때문에 모두를 불러 모은 것이라는 발언을 하려 했지만 종욱이 그 말을 끊었다.

“무인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면 확실히 전보다 행동반경이 좁아 질 수 있고, 각종 후원이 끊어질 수 있겠군요. 그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고수를 보유한 기존의 강력한 문파들 뿐이겠고요.”

“역시 제법 똑똑하군.”

“그런 것도 그런 것이지만, 여기에 분명 론즈 가문에 협력하고 있는 쥐새끼가 있다.”

“!!!”

창현이 쓰윽 둘러 보았다.

“가려내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아. 지금 그 살인마를 돕고 있는 년이, 하나 있는데 모두 알고 있겠지? 전 세계 랭킹 1위 계집 마법사를.”

“!!!”

창현의 미소가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분명히 어떤 형식으로든 한 번쯤은 그 마법사와 쥐새끼 문파가 접촉을 했으리라 창현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가설을 더 세웠다.

‘그 술법사가 술법문의 잔존 세력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림은 더욱 커지겠지. 친일파 정치인…… 그리고 론즈 가문과 쥐새끼 문파. 이들의 이해가 얽히고 얽혀 있다고 볼 수 있어.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지 모두 쓸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창현이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이었다.

“그 계집을 내가 직접 잡기는 힘든 일이야. 천외천 고수에다 마법사라는 특이한 능력까지…… 승부를 결코 장담할 수 없거든. 그런데 그 마법사의 흔적까지는 잡아 낼 수 있지. 내가 시체들 속에서 많은 것들을 보았던 것처럼. 그리고 그 마법사는 너희 중 누구와 분명 접촉을 했어. 표면적으로 론즈 가문과 그 쥐새끼는 협력 관계이니까. 그리고…… 내가 지난 번 정리하고도 남은 집돼지 새끼들도 끼어 있겠지. 요새 유난히 정치인들의 방문이 많았던 것은 내 동태를 직접 살피러 온 것일 수 있겠지. 그 것들은 불안하면 직접 움직일 스타일은 아니지만 오히려 정치인들의 방문이 많으니 그 무리에 끼지 않으면 의심 받을 거라는 생각을 분명히 했을 거니까.”

이내 창현의 시선이 번개 같이 세 곳을 스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금연이란 참으로 힘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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