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4 회: 세력 -- >
“흠…… 이 근처에 있네?”
“네, 언니 덕분에 어제 술법이 완전히 먹혀들었어요.”
나미코는 싱긋 웃었다.
눈빛에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마치 그 미소는 살인에 대한 희열을 엿보게 하는 것 같았다. 실비아 역시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동생이라면 해 낼 줄 알았어.”
“고마워요 언니!”
아이처럼 품 안으로 뛰어드는 나미코의 등을 실비아가 조심스럽게 쓸어내리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강력한 기운에도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있었다.
‘강창현이라는 그 놈은 아닌 것 같은데…… 한 명은 소드마스터 이상의 경지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히히히힛 이거 알 수 없잖아?’
실비아의 얼굴에 흥미가 가득했다.
창현이외에 자신이 가늠할 수 없는 강자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은 평소에는 그 기운을 숨기고 있다는 말이었고, 실비아 자신이 그 숨긴 기운을 읽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었다.
“동생, 잠시만…… 그리고 저 계집들 꿈틀 거리는 마무리 좀 부탁해!”
“네, 언니.”
더 이상 제물은 필요가 없다.
나미코는 어느새 그 전보다 더 뛰어난 경지에 올라 서 있었다.
일류에 불과 했던 그녀는 어느새 절정을 넘었고,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물도 제물이지만 실비아의 영향이 무엇보다 컸다. 나미코가 처음 시작하는 무인보다 좀 더 나은 환경이기는 했지만, 실비아가 제공한 영약의 힘과 전과는 다르게 피를 모두 사용해 술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좀 더 빠르게 경지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팟-!
팟-!
“이히힛! 이히히힛! 더러운 조센징! 역시 더러운 년답게 처녀가 없군! 후레 같은년!”
현장에 도착한 설난과 무황은 말을 잃고 있었다.
이미 죽어버린 여자의 시체를 나미코는 난도질하고 있었다.
“……멈추시오.”
하지만 나미코는 듣지도 못하는 것처럼 여전히 난폭한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무황은 참지 못하고 검을 날렸다.
일직선으로 날아가고 있는 검에는 자비가 전혀 없었다. 머리를 그대로 꿰뚫겠다는 기세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강대한 내력을 담고 곧장 나미코의 머리로 향했다.
테엥!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검이 머리를 꿰뚫는 소리가 아니었다.
어느새 투명한 방어막에 무황의 검은 막혀 버렸다.
“이거, 이거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데?”
“그대가 작금 살인사건의 주인공이요?”
실비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나미코를 가리켰다. 그제야 나미코가 무황에게 시선을 돌렸다. 온 몸에 피를 칠한 채 웃고 있는 그녀는 확실히 정상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한혈문.”
무황이 누군인지 곧바로 알아 본 나미코의 눈에 증오가 담기기 시작했다.
그 증오의 불은 점점 커져 큰 소리로 이어졌다.
“한혈문!!!”
“동생 진정해. 걸려 들었는데 흥분해서 일을 그르칠 셈이야?”
“……헤헤, 아니요, 언니. 잠시 벌레들을 보고 제가 흥분했네요.”
나미코는 또다시 다른 사람처럼 곧바로 멍청한 표정으로 웃으며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실비아는 설난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나스캔.’
그녀에게 주문 따위는 일절 필요하지 않았다.
수식을 읊고, 마나를 재배열하는 목적에서 사용되는 주문은 마법사의 필수라 할 수 있었다. 그 캐스팅 시간 때문에 일 대 일 대결에서 마법사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당장 6서클만 넘어가도 그런 캐스팅 시간은 훨씬 줄어든다.
그리고 공간 지배력은 압도적으로 강해진다.
무인이 기세를 끌어 올려 공간 지배력을 키우고 상대방 내력이 뻗어 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것은 고수끼리의 대결일 때의 이야기이다.
내력을 밖으로 유형화 시키는 경지가 되려면 최소한 절정 이상은 되어야 하고 환골탈태를 한 번 정도 경험해야 한다.
그리고 그건 꿈에 경지라 불린다.
단지 창현과 같은 괴물 고수들이 속출하고 있어 낮아 보이는 것뿐이지 모든 무인들은 절정의 경지를 꿈에 경지라 여기고 있다.
확실히 그런 면에서 마법사들은 분명 일 대 일에 유리하다.
6서클이면 일류 고수와 비슷한 경지라 할 수 있다. 6서클을 완벽하게 마스터를 해야 절정 고수와 비견할 수 있지만 일단 6서클 익스퍼트 경지만 들어도 공간 지배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건 마나의 흐름을 재배열하는 그들의 고유 권능이나 마찬가지였다.
8서클 마스터인 실비아에게 애초에 캐스팅 따위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생각이 곧 마법으로 이어지는 경지!
천외천 고수의 이름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니까.
‘호오…… 숨겨진 기운까지 합해서 저 늙은이랑 달려들면 제법 고전할 수도 있겠어.’
실비아는 생각과 함께 미소를 흘렸다. 무황의 경지는 단 번에 알아보았다. 알 수 없었던 것은 설난이었지만 실비아는 마나 스캔을 통해 설난의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재미있어. 동양에는 고서클 마법사가 거의 없는 줄 알았는데…… 심장에 고리도 없는 주제에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은 분명 마법사의 기운!’
“너 해부 해도 돼?”
실비아는 천연덕스럽게 설난에게 말하고 있었다.
“뭐?”
“심장에 고리도 없는 주제에 풍기는 냄새가 마법사라서. 무척이나 궁금해졌어. 나미코, 저 여자는 내가 가질게.”
“네, 언니. 늙은이는 제가 처리 할 게요!”
설난이 하, 하고 헛웃음을 삼켰다.
그렇지만 그녀는 확실히 평소와는 다르게 긴장하고 있었다. 탐스러운 금발을 휘날리며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을 깨주는 여자가 설마 창현의 여자들 이외에 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다.
무황과 설난은 실비아의 본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일루젼 마법은 간단하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마법!
실비아가 나미코에게처럼 일루젼 마법을 시전 했다면 무황과 설난 역시 그녀보다 경지가 낮기에 본래 모습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한혈문에서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실비아 역시 사전 정보로 알고 있었고, 나미코에게처럼 굳이 숨길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나미코야 마지막 순간에 절망과 경악으로 물든 그 눈동자를 보고 싶어 지금까지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모습을 숨길 필요가 있었다.
진정한 모습을 보면서 완전히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줄 필요성이 있었으니까.
각설하고,
“나와 괴물아!”
나미코의 음성이 설난과 무황에게 꽂혔고, 곧 뒤따라오던 동이각 각원들에게까지 들렸다.
“모두 물러나…….”
무황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크아아악!”
“컥!”
나미코의 웃음이 비명소리와 섞이기 시작했다.
“이힛! 이히히히힛!”
등 뒤에서 나타난 거대한 괴물에 동이각 각원 세 명이 순식간에 찢기고 있었다. 말 그대로 찢긴다는 표현 밖에 할 수 없었다.
5M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몸체, 팔과 다리는 마치 골렘을 연상케 하는 듯 돌로 이뤄져 있었고, 눈빛은 흉흉했다. 그리고 그 눈빛을 담고 있는 얼굴 역시 흉측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일단 눈이 네 개였기 때문에 얼굴도 두 개였다.
육중한 덩치였지만 은밀했다.
무황도 설난조차도 그 괴물이 접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정도였다.
“각원들은 어서 피해라!”
무황은 설난과 자신 이외에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원이 없다는 사실을 즉각 깨달았다. 아니, 자신과 설난조차도 눈앞에 실비아 때문에 장담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말도 안 돼! 내 컴퓨터에는 전혀 잡히지 않은 괴물이잖아! 적어도 S급 이상인데!’
덩치의 크기로 그 급이 갈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괴물은 보여주고 있었다.
당황하며 그 자랑하는 진세조차 짜지 못하고 있는 동이각 각원들을 괴물은 학살하고 있었다.
나미코의 웃음이 명쾌하게 터졌다.
“아핫! 아하하하핫! 최고다! 최고! 그 녀석 따위도 이제 두렵지 않아! 멍골아 저 녀석들의 피를 취해! 이 더러운 조센징들의 피로 이 땅을 뒤덮는거다!! 아하하핫!”
실비아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스쳤다.
‘자신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참 재밌을 거야 후후후!’
경황이 없는 와중이지만 무황은 이미 나미코의 술법이 발현되는 순간부터 그 기운의 뿌리를 느끼고 있었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태국이든, 또는 서양이든, 그 무인들이 나타내는 내력의 기운은 각각 전부 달랐다.
‘분명 이 땅의 기운이 느껴지건만……!’
무황은 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설난에게 빠르게 말했다.
“각주, 아이들을 보호 해 주게…… 나는 저 마법사의 시선을 붙잡아 두도록 하겠네.”
“네, 할아버지.”
설난이 더 강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실전 경험은 무황이 많았다.
설난이 상대해 본 무인이라고야 창현이 전부였고, 그 것도 까마득한 옛날이었기 때문이다.
무황이 회수된 검을 고쳐 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컥!”
“사, 살려……!”
비명 속으로 설난이 손을 저으며 파고 들어갔다. 순풍이 일면서 투명한 막이 동이각 각원들에게 서리기 시작했다.
“빨리 도망쳐!”
“……각주님!”
“방해만 되니까 빨리! 그리고 당장 창현에게 연락해!”
그들은 이를 악물었다.
벌써 절반에 가까운 희생!
눈 깜짝 할 사이에 수 십명이 괴물에게 찢겨 버린 것이다. 그들은 나미코를 노려보고는 이내 무황과 설난을 돌아보았다.
본능적으로 그들도 알고 있었다.
실비아가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한다는 것을!
“조, 조금만 버티십시오!”
그들은 믿었다.
멀리 있는 문주가 이 곳에 저들을 구하러 올 것임을.
설난은 방어 위주로 동이각 각원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괴물과의 승부는 그 다음으로 미뤄도 늦지 않았다. 하나, 둘 각원들이 빠져 나가기 시작하자 나미코가 얼굴을 찡그리며 주문을 외우는 속도를 빨리 했다.
‘저 계집을 처리해야 하지만…… 그렇다면 등 뒤가 괴물에게 노출 돼. 쳇, 저 년은 반드시 찢어 죽이겠어.’
설난도 입술을 질끈 물었다.
그리고 무황은 그 날을 떠올렸다.
근정전 앞뜰에서 무력문 가주와 비무를 벌였던 그 날…… 최후의 초식을 비로소 완성했던 날이었다.
실비아에게는 처음부터 가장 강한 초식을 쓸 생각이었다.
“타앗!”
백발이 성성하고 이제는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그의 기합은 우렁찼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실비아 역시 가볍게 손을 내밀며 싱긋 웃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으하하하핫 3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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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참, 5연참, 6연참!!!!!!!!!!!!!!!!!!!!!!!!!!
추신
작가는 금연 49시간 째로 점점 미쳐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넓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