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마, 현대 재림기-137화 (137/170)

< -- 137 회: 세력 -- >

콰콰콰쾅-!

창현의 혈마지기와 실비아의 화염돌개바람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면서 산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폭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역시 제법이야!”

그 순간에도 블링크와 동시에 강력한 배리어를 펼치고 있는 실비아의 마법력과 캐스팅 속도는 가히 가공하다 할 수 있었다.

그에 못지않게 창현 역시 허공을 휘저으며 정확하게 실비아가 블링크 한 곳으로 도괴를 찔러 넣고 있었지만 말이다.

카앙-!

배리어는 단 번에 부서지지 않았다.

지상 최고를 가리는 대결이 벌이지고 있는 순간, 용신은 자존심을 구기고 있었다.

“크르릉-!”

그 육중한 덩치에도 나무들의 머리를 밟아가며 용신의 몸을 노리고 있는 괴물은 상당히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S급인 용신과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는 괴물의 대결이었지만, 용신은 나름 잘 대응해 나가고 있었다.

최근에 경복궁 지붕에서 성지의 기운을 듬뿍 받은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었지만, 용신은 예전이라면 터무니없이 허무하게 졌을 것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더욱 분노하고 있었다.

긴 꼬리가 괴물의 머리를 노렸다.

츠팟-!

괴물은 순간적으로 옆으로 이동했다.

마치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세 문파 중 한 곳인 구의문파의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보법이었다. 창현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런 괴물에 무공을 덧입힌 나미코의 술법과 실비아의 마법 역시 엄청나게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순간적으로 괴물이 나무를 크게 밟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

용신은 눈을 부릅떴고, 자신의 몸을 휘감아 오는 괴물의 손과 발을 느낄 수 있었다. 재빨리 하늘로 날아올라 피하려 했지만, 이미 괴물의 악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크르르릉!”

괴로운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용신은 뒤틀 거리며 비늘을 송곳처럼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괴물의 몸은 이미 대부분이 바위였기에 크게 소용이 없었다. 용신은 강기탄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방어막 역시 오로지 물리적인 힘만으로 대응하고 있는 괴물에게는 크게 소용이 없었다.

“크르르릉-!”

나미코가 술법을 다시 한 번 외웠고, 입에서 터져 나오는 푸른색 내력이 곧 괴물에게 솟구치고 있었다. 괴물이 그 푸른 내력을 두르며 한 손을 뗀 이후 강력하게 용신의 몸체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용신은 그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괴물은 마치 인간과 같았다. 재빨리 몸을 회전시켜 용신의 위로 올라갔고, 용신을 밟고 그대로 점프했다. 이미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는 것을 느끼는 용신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괴물은 다시 한 번 몸을 회전시켜 머리가 땅 방향으로 향하게 했고, 두 주먹을 뻗으며 푸르른 내력을 쏟아냈다.

콰앙-!

땅바닥에 용신이 먼저 떨어졌고, 나미코는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리고 이후 괴물의 손에서 뻗어 나온 내력이 용신의 온 몸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콰아앙-! 콰앙-! 쾅쾅-!!

마지막 마무리를 하겠다는 것처럼 괴물은 그대로 용신의 몸에 자신의 육중한 몸을 내리 꽂았다.

콰아아앙-!

“쿠어-!”

가볍게 몸을 일으킨 괴물은 자신의 승리를 직감한 듯 괴상한 울음소리를 터뜨리고 있었다.

‘용신…… 아직 죽지는 않았군. 쿡! 재밌어! 이 이상의 경지는 등선을 할 수 있기에 망설였는데…….’

천외천의 경지라 불리는 절대적인 경지.

그 시절에도 딱히 무엇이라 부른 적 없었던 절대자의 경지!

창현은 그 이상에 발을 딛었고, 자신의 몸이 오색찬란하게 빛나며 영혼이 빠져 나가는 것을 느끼자 황급히 자신의 복부를 스스로 찔렀다. 그리고 다시 인간사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지금이 바로 딱 그 전의 경지나 다름이 없었다.

‘이 계집도 알고 있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다음 경지로 나아간다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하지만 이 계집은 거기에도 욕심이 있는 모양이군.’

창현은 생각을 깊게 할 때가 아니라는 사실에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다시 한 번 극도로 내력을 끌어 올렸다.

순풍이 불었다.

“끝내야겠군.”

실비아는 창현이 최후의 수를 쓴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런 걸 동양에선 양패구상이라 하나?”

이내 실비아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안 돼, 안 돼, 난 너를 노예로 만들 거라니까? 평생 내 발바닥과 가랑이를 핥으며 살게 만들 거야. 여기서 같이 죽을 순 없잖아?”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다 계집.”

상단전으로 가는 길이 뚫리기 시작했다.

막대한 혈마지기는 온 몸에 퍼지기 시작했고, 곧 머리끝까지 닿았다. 섬광이 번쩍였다. 새로운 경지로 나아간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창현은 자신의 몸에서 단전을 없애버린 것에 불과했다.

이미 산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초토화가 되었지만 강원도의 산은 넓고도 넓었다. 붉은색 기운이 마치 정기를 흡수하는 것처럼 주변 공간을 뒤덮기 시작했다.

공간 지배력!

창현이 이 속에서는 절대자라는 것을 암시했다.

그 어떤 것도 창현의 내력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는 공간!

실비아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내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블링크를 시전 했지만, 지금까지처럼 깔끔하지 않았다. 창현의 내력을 이겨내고 시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인간이 이런 마나를……!’

자신의 심장에 있는 8개의 고리가 모두 한꺼번에 회전할 때보다 더욱 많은 마나가 주변을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에 실비아는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가지고 싶어! 오늘 계획은 정말 잘 짜둔 것 같아. 너의 실력을 확실히 알았으니 다음번에는 꼭 내 노예가 될 거야!”

실비아가 나미코의 어깨를 잡았다.

상단전을 뚫고 온 몸이 그릇이 된 그 순간에 잠시 내부를 수습하고 있었던 창현은 이제 완벽하게 공간을 틀어쥐려 하는 순간이었다.

그 찰나의 틈을 실비아가 놓치지 않은 것이다.

피슛!

실비아와 나미코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텔레포트라는 마법인가? 그건 엄청난 내력을 소진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 계집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계획이라…… 그렇다면 애초에 텔레포트라는 그 마법을 준비 해 놓고 이곳으로 날 유인한 것이군. 더불어 동이각 각원들을 정리한 것이고…… 그 계집은 내가 목표였던 것 같은데 왜 동이각 각원이나 설난 그리고 무황에게 굳이 힘을 썼을까?”

창현은 혼잣말을 중얼 거리며 남아 버린 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꼼짝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괴물은 두려움을 느꼈다.

곧 창현의 있는 그 공간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수백, 수천 군데에서 한꺼번에 혈마지기가 폭발하는 것처럼 갈래로 나뉘어 괴물에게 쏟아졌다.

“쿠어어어어어어-!”

온 몸이 갈기갈기 찢겨버린 괴물은 수만 갈래로 갈라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소멸!

창현은 그 수를 실비아에게 쓰려 했지만 그녀는 위험을 느끼고 피해버린 뒤였다.

“……일본의 잔존 세력 그 계집과 뭔가가 있군.”

창현은 고민을 해 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동안 살인 행각은 멈출 것이 분명했다. 실비아 역시 꽤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녀도 수습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그에 반해 창현은 약 반보 정도 경지를 끌어 올린 뒤였다.

굳이 끌어 올린다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순간 내력을 폭발 시키는 그릇을 넓힌 것 뿐이니까말이다.

“그나저나…….”

창현은 크르릉, 하며 신음을 흘리고 있는 용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일단 집으로 데리고 가야겠군. 너 역시 제법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내게 죽은 잡종한테 꼼짝없이 당했으니까.”

용신의 큰 눈에서 분함의 눈물이 살짝 흐르고 있었다.

창현은 숨을 몰아쉬며 가볍게 용신의 꼬리를 잡았다. 10톤이 넘는 용신이었지만 무인인 창현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마치 돌멩이를 드는 것처럼 가볍게 들었다.

“……조금 있으면 회복 될 것 같으니 그냥 알아서 와라.”

무황의 상태도 궁금했고, 생각보다 힘이 들 것 같다는 생각에 창현은 바로 자리를 떠났다.

“크릉…….”

용신은 뭔가가 아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서 곧바로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각,

“뭐라고요?”

“그 서양 마법사는 론즈 가문의 일원인 실비아가 틀림없습니다.”

“그래서요?”

“……우리는 한혈문에게 복수를 하려 당신을 이용한 것뿐이지, 외세의 힘을 빌려 그들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하! 힘도 없는 주제에 뭐? 나나 언니가 없으면 복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술법문의 가주께서 역시 당신에게는 긍지를 가르치지 않은 것 같군요. 오늘 싸움 보았습니다. 당신은 그저 뒤통수치기에 급급했죠. 힘 있는 여자의 뒤에서 숨어서. 그리고 우리에게 내린 명령 역시 후퇴하는 적의 뒤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멍청한 말도 정도껏…….”

“하긴 당신 따위가 사무라이의 긍지를 알 리가 없죠. 우리는 차라리 일본으로 돌아가서 할복을 하든, 강창현에게 정식으로 항복을 하든지 할 것입니다.”

“당신 따위가?”

표독스럽게 변하고 있는 나미코의 표정에도 남자들은 피식 비웃음을 머금었다.

“왜 술법문에서 당신을 그저 부려 먹기만 했는지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습니다. 그 여자도 당신의 그런 점을 알고 가지고 노는 것 같은데…… 우린 그런 광대놀음에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다 죽여…….”

챙, 챙, 챙!

나미코는 이내 자신이 길들였던 한 마리의 괴물이 창현에게 찢겼다는 것을 떠올렸다. 일류를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 이들의 합공을 모두 물리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 긍지를 모르는 인간답게 바로 꼬리를 마는군. 우리는 그만 가지. 살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라. 인형극에 맛을 들린 여자의 분노를 사 비참하게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곧 그들은 별장을 나섰다.

강원도 깊은 산골에 있는 거점이었고, 이내 그들은 숲으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동생, 무슨 일 있었어?”

“그들이 가버렸어요.”

실비아는 진심으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괜찮아요, 언니! 그리고…… 실망 시켜서 죄송해요. 그토록 강한 제물을 주셨는데 결국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괜찮아. 그런데 내 정체를 알고도 묻지 않네?”

“언니의 정체가 무엇이든지 전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오히려 감사해요. 언니처럼 강한 사람이 절 도와준다면 반드시 그 개자식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실비아는 나미코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미안해, 생각보다 그 남자가 강했어.”

“……흑! 괜찮아요.”

나미코는 실비아와 같은 강한 여자가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는 생각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또한 한편으로는 창현과 한혈문 그리고 방금 떠나버린 잔존세력에 대한 증오와 분노 역시 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나미코를 안고 있는 실비아의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스쳤다.

‘호호홋! 네가 제물로 사용한 그 한국인들과 같이 너 역시 한국인이고…… 가주의 사생아라는 것을 안 이후, 그저 넌 나의 인형이었다는 것까지 안다면…… 정신이 무너져 버리겠지? 역시 마법을 이용한 세뇌보다 이런 것이 훨씬 재밌어.’

실비아는 살짝 몸을 떨었다.

나미코는 그 것이 자신에게 미안해서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자책하지마세요. 그 개자식은 분하지만 분명 강하니까…… 꼭 언니를 도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게요.”

이내 나미코가 살짝 떨어져 말을 이었다.

“술법을 위한 피가 모두 모였어요. 지난 번 언니가 잡았다던 그 S급 괴물에 술법을 걸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죽어버린 괴물처럼 만들면 S+급 그 이상의 괴물이 나오겠죠. 그럼 그 때는 저도 언니를 도울 수 있겠죠?”

실비아는 환하게 웃었다.

“물론이지.”

그녀는 다시 몸을 떨었다. 나미코는 이번엔 자신에게 감격해서 그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 실비아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경악으로 부릅뜬 눈으로 자신에게 죽어가는 그 눈동자였다.

실비아가 세상에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모든 것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을 배신하고 죽여 버리는 것, 절망과 경악으로 물든 그 눈동자 하나를 자신의 손으로 뽑아버리는 것. 바로 그 것이었다.

한 가지가 실비아의 머릿속을 다시 한 번 스쳤다.

‘……일 대 일 대결에선 결코 이길 수 없어. 텔레포트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거야. 넌 그를 내 노예로 만들기 위한 미끼이니까 조금 소중하기도 할지도…….’

============================ 작품 후기 ============================

다음편으로 곧바로 이어집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