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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38화 (138/170)

< -- 138 회: 세력 -- >

“내가 왜 왔을 거라 생각하나?”

창현의 차가운 말에 구의문파 장문인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다.

구의문파는 중국의 사천당문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속가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번 세 문파 담합 사건의 중심적으로 역할을 했던 문파이기도 했다. 창현에게 찢겨 버린 괴물은 구의문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보법을 사용했고, 그것은 암기를 주로 사용하는 사천당문의 보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세히 보아도 그 유사점을 찾기 힘들만큼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킨 구의문파였지만, 창현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중원을 누볐고, 모든 무공을 섭렵했던 혈마였기 때문이다.

“……잘 모르겠소. 일단 왔으니 안으로 드시지요.”

구의문파 장문인은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 날, 근정전 뜰에서 보았던 창현의 눈빛이 머릿속을 스치고 있었다. 이미 다 알고 있으니 마치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그 눈빛!

한 편으로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창현이 자신들을 멸문 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같은 한국 문파를 멸문 시키는 것은 일본 문파를 멸문 시키는 것과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창현은 자신들과 론즈 가문의 연계 그리고 친일파라 불리는 국회의원들과 같은 고위층은 물론 은밀히 자금을 대고 있는 기업들까지!

그 모두를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은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나 믿고 있었다.

그러나,

“커억-!”

챙, 챙, 챙!

구의문파 장문인의 목을 창현이 틀어쥐자 순식간에 수십 명의 무인이 검을 빼들었다.

“지금 그게 무슨 짓입니까!”

한 제자의 말에도 창현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들의 단전을 모두 폐해라.”

“네, 문주님.”

윤미가 싸늘하게 대답했다.

구의문파 장문인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날 너무 자비로운 사람으로 착각했어. 명분? 여론? 원래 난 그딴거 모른다. 하지만 굳이 몰라도 유능한 사람들이 곁에 있기에 걱정도 하지 않지. 오늘 구의문파는 멸문한다. 모든 제자들이 더 이상 무공을 익힐 수 없을 것이고 너와 너의 직계 제자들은 살인자와의 연계를 해서 날 노렸던 죄로 죽을 것이다.”

구의문파 장문인이 황급히 내력을 끌어 올리려 했다.

우두둑-!

너무나 간단했다. 절정의 벽을 깼던 거대 문파로 발돋움하기 직전이었던 구의문파의 장문인! 그는 몇 개의 기업에서 받은 후원과 더불어 론즈 가문과 거래를 한 영약들로 한층 더 강해져 있는 상태였다.

내심 혼자 다니는 창현의 특성상 그가 문파에 방문을 한다면 세 문파 장문인들과 협공을 할 생각도 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비아가 도움을 주면 더더욱 좋았고.

하지만 결과는 그는 손도 휘둘러보지 못하고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으으…!”

수십 명의 제자들은 윤미의 모습조차 보지 못하고 있었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그들의 단전은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커어억-!”

창현은 직계제자로 보이는 남자의 배를 가볍게 혈마지기로 두들겼고, 그는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있었다.

“비참한가?”

“……죽여……커억-!”

검이 목젖을 꿰뚫었다.

“나약한 자의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 적어도 날 죽이려 했으면 그만한 각오는 했어야지.”

근 백여 명이 넘어가는 구의문파가 정리되는 시간은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몇 구의 시체와 신음을 거듭하고 있는 수십 명이 제자들! 그들은 절망적인 눈길로 창현과 윤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든지 복수를 해도 좋다. 만약 다시 힘을 되찾는다면 말이지.”

창현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정리할 곳이 아직 두 군데 남아 있었다.

“가자, 윤미.”

“네.”

윤미는 언제나처럼 짧은 검은색 치마와 하얀 와이셔츠 그리고 숏 자켓을 입은 채 창현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경공을 펼치고 있음에도 또각, 또각 들리는 구두소리가 절망에 빠진 구의문파 제자들의 귓가에 강하게 꽂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각,

“재계 인사들은 네가 맡도록 해. 정보는 여기 있어.”

“네, 각주님.”

“그럼 겁 대가리를 상실한 집돼지들을 만나러 가볼까?”

설난은 말과 함께 근정전을 나섰다.

오늘도 정치인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한혈문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고, 외국 관광객들 역시 상당수가 찾는 곳이다. 또한 성지의 기운이 가장 강한 곳이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찾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초대권이 아니라 경고문이라는 것을 그 돼지들은 알고 있을까?”

한혈문 문주의 이름으로 발송된 초대권은 이례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그들의 선조가 어떤 일을 했는지, 또 그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늘 이 맘 때면 나오는 군 기피 문제와 그들의 자녀에 대한 혜택, 그리고 땅 반환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이슈가 되기는 하지만 금세 잊혀 버렸다.

또 다른 가십거리가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렇게는 안 되지.”

설난은 창현이 이들을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살인마와 연계를 했지만 문파간의 전쟁에 끼어든 것이 아니었고, 일반인었기 때문이다.

설난은 경회루로 걸음을 옮기면서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경회루에는 그들이 모여 있었다.

아무나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창현이 아끼는 곳 중 하나였고, 물 위에 떠 있는 경회루로 들어가려면 그 작은 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선택받은 사람만 경회루에서 그 운치를 즐길 수 있었다.

희희낙락거리고 있는 십 수 명의 남자들은 자신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일반인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었다.

이내 설난이 가볍게 물을 차며 다가오자 그들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오, 각주!”

“듣던 대로 역시 미인이시군요! 이렇게 만나보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설난은 진하게 웃었다.

이들은 론즈 가문과 정부의 반목을 이용하고, 재계 인사들을 몇, 몇 회유해 세 문파에게 후원금을 대고 만든 장본인들이었다.

죽일 필요는 없지만, 사회적인 사형 선고를 내릴 참이었다.

“집돼지 새끼들이 좋다고 떠들어 대고 있네?”

“…….”

그들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설난은 가져 온 서류를 하나, 하나 들춰보기 시작했다.

“이거 많이도 해 쳐 먹었잖아? 범죄도 상당하네.”

“……각주 지금 무슨 말을…….”

“한혈문을 노린 대가는 커. 집돼지들을 대우 해 줄 필요는 없지. 오늘 너희들을 부른 것은 너희들이 한 짓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서야. 이미 증거 확보는 끝이 났고, 청와대 쪽도 압력을 넣어야지. 그럼 그들 역시 너희들을 보호하기 위해 뛰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잘가라, 집돼지들. 아마 내일 인터넷이 아주 볼만 할 거야.”

설난은 그들을 향해 서류를 던졌다.

그들은 이내 서류를 천천히 살펴보고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다.

자신들조차 이미 잊은 수많은 일들이 그 서류에 모두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증거까지 세세하게 나열 되어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마지막 경회루의 운치를 잘 즐겨. 아마 그 것들이 터지면 다시는 이런 따사로운 경치는 볼 수 없을 테니까.”

설난은 다시 경회루를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충격! 최악에 살인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

-하룻밤 사이에 세 문파의 멸문…… 한혈문은 독재자인가?

-일본의 잔존 세력에 나라와 국민을 팔아먹은 재계와 국회,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그들의 형량은?

.

.

.

“차를 내왔습니다.”

수연이 건네는 차를 보며 창현은 켜 놓은 모니터를 껐다.

“재계라는 것들은 어떻게 처리 할 작정이지?”

“대기업이 두 곳 끼어 있기는 하지만 크게 무리는 없을 거예요. 일단 지부의 기술을 그들에게서 정당하게 박탈했고, 추후 괴생명체 마나석과 사체에 대해서 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어요. 국회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기업의 이름이 드러났기 때문에 여론의 엄청난 질타를 받고 있어요. 불매 운동 일어나고 있구요. 타격이 심할 거예요.”

“일본 잔존 세력과 연계를 했으니 당연하지. 정부쪽에서도 그들을 제제 할 모양이더군?”

“네, 청와대에서 문주님에게 잘 보이려 무척이나 애쓰고 있는 것 같아요. 실비아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론즈 가문이 껴 있다는 것은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고, 그 명분으로 주한미군의 철수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오히려 보상 차원에서 미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실로 눈부신 한국의 성장이었다.

미국에서 재채기를 하면 한국은 감기가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경제, 군사 등 많은 부분에서 미국에 의존하던 한국이었다.

하지만 한혈문의 성세는 그 모든 것을 뒤덮고 있었다. 청와대는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미국의 견제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한혈문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한혈문 지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더 이상 그 영향력이 결코 미국 기업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대통령도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라고 알고 있는데. 더 이상 줄타기는 하지 않을 것 같군.”

“네, 대통령 역시 눈치를 보고 있으니까요.”

작금의 사태에서 침묵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예전에 많은 구설수에도 입을 열지 않아 질타를 받았던 대통령은 황급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론까지 등에 입은 창현에게 대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한혈문에게 완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굉장한 처세술이었다.

마치 아보 총리처럼.

쏟아지는 질타의 시선도 있었지만, 창현의 영향력이 워낙 크고 이번 사건에서 창현이 보여준 행보가 무척이나 파격적이었기에 대통령의 줄타기는 묻히는 감이 있었다.

“뭐……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대충 정리가 되었고.”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부 역시 거의 안정화가 되었지?”

“네. 많은 자금이 투입 되고 이제는 회수되고 있으니 복구가 거의 이뤄졌다고 봐야죠.”

“운수대통은?”

“조만간 정리를 끝마치고 귀국하기로 했어요.”

“무황의 상태를 잘 살펴. 무인이기는 하지만 그는 나이가 있으니까. 그리고 죽은…… 동이각 각원들에 대한 보상은 아끼지 마라. 그들의 가족의 슬픔을 달래줄 순 없겠지만…… 자랑스러운 한혈문의 문도들이었다는 것을 널리 알리도록 해. 조금이라도 그 슬픔이 덜어지게.”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잔인하게 세 문파를 멸문 시키고, 고위층들의 비리와 각종 범죄들을 터뜨리고 청와대까지 압박하고 있는 창현의 모습은 폭군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각주급들, 즉 창현의 측근들만 알 수 있는 이런 창현의 모습은 그가 폭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동이각 각원들의 무덤을 손수 삽을 푼 것이 창현이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고개를 숙여 애도를 표한 모습은 유족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그 계집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마법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해. 그런 의미에서 마법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솔이를 중심으로 인원을 모으고 있었요.”

“그래, 그 것도 추진을 하고……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아마 마법의 힘이겠지.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찾을 수 없으니 살짝 답답하군. 흔적을 찾는다면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곧바로 나에게 알리도록 해.”

“네, 문주님.”

“그리고 용신은?”

“……지붕에 있어요.”

창현은 피식 웃었다.

용신 역시 재대결을 벼르고 있을 것이다. 괴물을 자신이 처치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또다시 그런 괴물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니까.

“나 역시 마찬가지이지…… 이번에 걸리면 텔레포트든 뭐든 도망칠 수 없을거야.”

창현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늘어지면 연참으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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