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9 회: 세력 -- >
고오오오-!
강원도 인적 없는 바닷가에서 물결이 출렁이고 있었다. 땅이 살짝 흔들리고 그 물결은 서서히 갈라졌다.
이내 잔뜩 바닷물을 머금은 푸른색 괴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변으로 쿵, 쿵 발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괴생명체의 모습은 끔찍하다고 할 수 있었다.
바닷물만이 아니라 초록색으로 진득진득한 진물을 흘리고 있었다. 덩치는 5M가 넘었고, 비늘로 뒤덮여 있는 몸체는 물고기와 다르지 않았다. 비늘 사이사이로 흘러나오는 초록색 진물이 더러움과 끔찍함을 더하고 있었다. 머리는 역시 물고기처럼 앞으로 길게 튀어 나왔고, 귀 대신 아가미가 달려 있었다. 땅까지 닿는 긴 손의 끝에는 물발퀴가 달려 있었다.
인간형 물고기.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그 것이었다.
“이히히히힛! 완성 되었다! 완성 되었다!”
나미코는 희열에 찬 얼굴로 괴생명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비아가 그 모습을 보고 옅은 미소를 흘리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강화 마법만 걸면 끝이 날 것 같아.”
더 이상 정체를 숨기지 않아도 되었기에 실비아는 가볍게 손을 휘두르는 것은 마법을 부렸다.
섬광이 번쩍이면서 괴생명체의 비늘에 알 수 없는 수식어가 생기기 시작했다.
“술법은?”
“완벽해.”
“좋아…… 이제 너의 술법이 다음 단계까지 가는 일만 남았지? 얼마나 걸린 것 같아?”
“금방이야, 언니! 제물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은밀해야해. 그 녀석은 내 작은 기운까지 놓치지 않을 것이니까.”
“응!”
나미코는 해맑게 대답했다.
이제 초절정의 경지가 멀지 않았다.
술법문 가주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발을 딛지 못했던 술법의 절정의 경지! 나미코는 수많은 살생으로 그 피를 취하고 실비아의 힘을 통해서 그 경지에 올라서기 직전이었다.
“그럼 이 쪽 한혈문 시설 한 곳을 쓸어버리자.”
“……빨리 치고 빠져 나와야 할 것 같아.”
“응. 그리고 네가 완성이 되면 시골에 있는 시설 한 곳이 아니라 서울의 본문으로 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고마워 언니. 모두…… 언니 덕분이야!”
나미코는 실비아의 품에 안기고 있었다.
“좋아, 일단 가보자.”
실비아가 나미코의 손을 잡았고, 곧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괴물은 천천히 뒤를 따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경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신장이 5M가 넘고, 덩치도 엄청나게 큰 그 괴물은 발자국 소리조차 내지 않고 실비아와 나미코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괴생명체였다.
‘S++급이라 불러야 하나?’
슬쩍 뒤를 돌아 본 실비아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경상도 한혈문 기관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보인다.”
대부분의 기관이 도심 속에 있었지만 경상북도 한혈문 기관은 도심 속에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실비아가 목표로 정한 곳이다. 창현이 미처 대응을 하기도 전에 치고 빠질 수 있었고, 나미코가 한 단계 높은 경지에 이르면 괴물과 함께 창현을 어느 정도 견제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일 대 일 대결에서는 승패를 장담할 수 없어. 그래도 지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평생 내 가랑이를 핥게 하려면 살려 둬야지.’
상상을 하자 실비아는 몸이 떨려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mail protected]#”
아직 사람들은 볼 수 없는 높은 허공에서 광대역 마법을 펼치고 있었다.
그 것이 바로 뛰어난 고서클 마법사의 진정한 무서움이었다.
대량 학살에 적합하고 광대역 마법은 엄청난 인원수를 통솔할 수 있었다. 마나력을 지우는 마법을 먼저 실행했고, 사람들에 대한 가벼운 세뇌 마법을 뿌렸다. 도심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꽤 많았다.
그들이 신고를 하는 순간 창현의 귀에 들어갈 것이 분명하기에 실비아는 철저히 안전망을 쳐 놓은 것이다.
“좋아.”
대량 학살을 할 필요는 없었다.
모두 죽여도 상관은 없지만 목적만 달성을 해야 하니까.
사실 실비아는 나미코를 가지고 노는 것도 슬슬 지루한 참이었고, 창현과의 대결을 통해 그를 노예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커졌다. 론즈 가문에서 주한 미군 일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부리고 있는 일본 잔존 세력을 이용해 한혈문을 더 흔들라는 명령이 내려 왔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있었다.
마법이 퍼지는 것을 보고 있는 실비아가 피식 웃으며 나미코를 향해 말했다.
“그럼 빠르게 마무리 하자.”
그녀들이 천천히 지상을 향해 내려가고, 괴물이 접근하고 있는 그 시각,
“문주님께서는 용신의 치료와 무황의 치료를 위해 서울에 계신다. 그래서 날 보내셨다. 최소한의 시간이라도 끌어 줄 수 있으니까.”
“그, 그럼 그녀들이 정말로 이곳을 습격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두려워하지 마라……!”
윤미는 말이 끝나자마자 강력한 기운이 주변에서 느껴지는 것을 곧바로 알아챘다.
“……벌써 온 것 같군.”
검은색 자켓을 가볍게 벗어 던지자 터질 것 같은 와이셔츠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기관 내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상황조차 잊고 침을 꿀꺽 삼켰다.
“모두 피하도록 해.”
윤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무황은 그녀가 존경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설난처럼 친근하게 지내지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강함이 부러웠고, 그가 있었기에 좀 더 발전할 수 있었다. 창현이 깊이 따르는 것 역시 그가 좋은 이유 중 하나였다.
‘성지에 직접 계시는 것이 그 기운을 방대하게 하기에 용신의 치료가 빨라진다…… 주인님께서 자리를 비우시지 못하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상황이다. 오시기전에 시간을 끌어야 해. 어느 정도만 버티면 분명 오실테니까.’
창현과 막상막하로 싸웠다던 실비아, 그리고 절정을 넘어서고 있다던 나미코는 또다시 용신보다 강한 괴생명체를 부릴 것이 분명했다.
그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을까?
수연의 짐작을 통해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초고수의 수는 턱 없이 부족했다.
한혈문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었다. 성지의 기운이 방대해지고 엄청난 자금력으로 영약과 내단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각주급의 고수는 모자란 상황이었다. 그들과 같은 초고수는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괜히 어중떠중이 무인들이나 다른 각원들을 데리고 왔으면 동이각의 경우처럼 순식간에 죽을 것이 분명했다.
쓸데 없는 희생이었다.
윤미는 허공에서 내려오는 실비아와 나미코의 모습, 그리고 그 뒤로 나타나고 있는 괴물의 모습을 보면서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어제,
“네가 가주었으면 한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윤미는 그렇게 바로 대답하고 출발하려 근정전을 나서려 했다.
하지만 이내 그대로 손을 잡아 품에 이끄는 창현을 보면서 살짝 몸을 떨었다.
처음이었다,
주인의 떨리는 심장 소리를 듣는 것은.
“……알고 있다. 어쩌면 네가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럼에도 너에게 맡기고 싶은 것은 용신과 무황이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성지는 내가 멀어질수록 그 기운이 약해진다. 자존심이 강한 용신은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빠르게 회복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해. 무황 역시 마찬가지이고. 지속적으로 기를 주입해서 진탕이 된 내부를 진정 시켜 주어야 하지. 그 계집의 마법이 제법 깊숙이 침투했으니까.”
쿵쾅, 쿵쾅-!
창현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윤미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들보다…… 제가 더 주인님에게 소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윤미는 그 것이 욕심이라 생각했다.
“……미안하다.”
창현은 그저 윤미를 꽉 끌어안았다. 목숨을 건 임무를 맡겨야 하는 자신이 조금은 싫은 느낌이었다.
윤미는 천천히 창현을 떼어 내었다.
“괜찮습니다.”
“……반드시 살아서 버텨라. 그들이 나타나면 네가 죽기 전에 반드시 내가 간다.”
윤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용신의 회복이 완전히 끝나면 그가 한 단계 더 진화할 것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큰 전력이 되겠죠. 저는 괜찮습니다. 이미 그는 저를 뛰어 넘었으니…… 저 같은 것 보다는…….”
윤미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나약함이 싫었다. 다른 각주보다 강하기는 하지만, 결국 막강한 적의 앞에서 창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내 부드러운 입술을 윤미의 입술을 덮었다.
“!!!”
혀와 혀가 오고가고 그 어느 순간보다 격렬한 키스가 이어졌다.
“……하아!”
“너를 오래 곁에 두고싶다.”
“……주인님.”
윤미가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창현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경상도 기관으로 가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네가 많이 생각난다.”
“!!!”
“……그리고 너를 볼 때마다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내 감정을 다스릴 수 없게 되었다.”
윤미가 결국 다시 몸을 돌려 창현의 품으로 뛰어 들었다.
“……주인님.”
“반드시 살아라. 그년들을 잡고 난다면 결코 너를 떼어 놓는 일이 없을 것이니.”
회상을 마친 윤미가 팬티를 겨우 가리는 짧은 정장 치마의 옆을 뜯어 버렸다. 더욱 야한 차림이 되었다. 흰 와이셔츠 하나와 옆이 훤히 드러나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지상으로 내려 온 두 여자를 바라보았다.
“어머? 언제 한 번 봤었나?”
“……네년!!”
나미코가 다시 증오의 눈빛을 불태우고 있었다.
부산으로 보낸 괴물을 막아낸 사람 중 한 명이 윤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 주군이 오신다.”
병상에 누워 있던 아주 희미한 목소리로 괜찮습니다 주군, 이라는 말을 하던 무황도 윤미는 떠올렸다. 그의 강함과 그 절대적인 충성을 이 자리에서 자신도 보여 줄 것이라 다짐했다.
그리고 믿었다.
언젠가부터 자신과 특별한 교감을 나누기 시작한 자신의 주군이 금방 올 것이라고.
“그 전에……!”
윤미의 모습이 사라졌다.
“!!!”
실비아가 순간적으로 얼굴을 굳혔다.
나미코는 곧 목젖을 노리고 들어오는 검의 살기에 기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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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참입니다.
저녁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