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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44화 (144/170)

< -- 144 회: 전쟁과 여인 그리고 과거의 향기 -- >

창현은 한혈문을 한 번 재정비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전력은 문주님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요. 동이각과 일도각 두 각만이 즉시 전력이라 할 수 있죠. 감찰각이야 윤미 각주 한 명뿐이고, 솔이가 맡기 시작한 마법각은 이제 출발점에 있으니 즉시 전력에서 제외를 해야겠어요. 요각의 부재는 확실히 아쉽지만…… 자금력과 영향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엄청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즉시 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한혈문의 약점이라면 약점이라 할 수 있죠. 그 모든 것을 상쇄 시키고 있는 것은 문주님의 존재이지만 실버 론즈와 전쟁을 하신다면 일단 우리는 숫자에서 밀릴 거예요. 절대 고수의 숫자야 비슷하겠지만,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그들을 모두 상대하려면 가장 먼저 인원 충원부터 이뤄져야해요.”

수연의 긴 말에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이틀 만에 무인을 양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공이 그렇게 쉬운 공부도 아니고, 고수가 되는 길이 무척이나 쉬웠다면 누구나 전부 무공을 익힐 것이다.

하지만 창현에게 좋은 점은 성지의 기운이었다.

“당분간 성지의 기운을 우리 쪽에 좀 더 집중 하도록 하지. 동이각과 일도각 인원들이 빠르게 고수가 될 수 있도록. 단 번에 경지를 올리는 길은 쉽지 않지만 이제는 지부가 거의 정상화 되었으니 그 쪽에서 들어오고 있는 자금력으로 영약을 풀도록 하고, 무기와 방어구 역시 대량 구매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때?”

“자금이 상당히 들 거예요. 지부에서 많은 돈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여유분을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 각각의 지부를 세우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요. 아마 부족할 듯 싶은데요?”

“지부의 기술들을 이제 제공이 아니라 기업들에게 대가를 받고 팔도록 하지. 지부의 기술을 그들이 흡수한 것은 아니고, 그저 인원들을 데리고 간 것이니까.”

“네, 그 방법도 좋겠네요.”

수연은 여러 가지를 메모하고 있었다.

창현의 지시를 바탕으로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한혈문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많이 움직이는 사람답게 그녀는 한혈문 내부의 일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창현보다 세세하게 알고 있는 것이 수연이었다.

“그럼, 지시하신 것을 바탕으로 일단 준비부터 해 볼게요. 선전포고는 그 이후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충고, 직언?

창현은 수연의 말 속에서 그저 자신의 말이 옳다는, 약간의 강요를 느끼고 있었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 가보도록 해.”

“네, 문주님.”

근정전에 둘 뿐이었지만, 수연의 입에서는 주인님이라는 호칭은 나오지 않았다. 빠르게 근정전을 빠져 나가는 수연의 뒷모습을 보면서 창현은 그저 옅은 미소만 보이고 있었다.

“……수연 내성주가 많이 건방져 진 것 같습니다.”

“무릇 인간이란 권력의 맛에 빠지면 변하기 마련이지.”

“……주인님.”

뒤에서 스르르 나타나는 윤미의 모습에도 창현은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윤미는 더 이상 창현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고 한동안 그렇게 옆에 서 있기만 했다. 관광객들이 안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적응이 된 탓이다.

이윽고 창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윤미에게 물었다.

“무황이랑 용신의 상태는?”

“완벽하게 회복되었다고 합니다.”

“다행이군. 무황을 한 번 들라고 하지. 그리고 지난 번에 데리고 온 천명문 장문인과 그 바보 도사도 함께.”

“네.”

윤미 역시 곧 근정전을 빠져 나갔다.

“선전포고는 그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라!”

자신의 의견이 그대로 실행 될 것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었던 수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난 번 문파들이 모였을 때 후계자 발언을 한 적이 있었지만, 도사 청년의 영향력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었다. 창현의 나이가 아직 21세에 불과하고, 그의 영향력이 너무나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사 청년과 창현의 연결 고리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수희의 영향력은 제법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문주의 유일한 혈육이라는 타이틀은 결코 가볍지가 않으니까.

수희 역시 스스로 그 사실을 알고 행동을 상당히 조심하고 있었다.

그 둘 보다 훨씬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수연이었다.

내성주라는 직책은 한혈문의 자금 관리는 물론, 인사 관리까지 하고 있었고, 거의 모든 일에 관여을 하고 있었다. 유명무실한 감찰각의 일까지 수연이 하고 있으니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그녀는 말 그대로 창현을 제외하고는 한혈문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정부 기관에서 일을 했기에 조직의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고, 실제로 지금까지 아주 잘 해내가고 있었다.

단지 윤미의 말처럼 이제는 창현과의 남자 대 여자의 관계보다는 문주와 유능한 문도의 관계를 더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 조금 변한 수연의 모습이었다.

“……순리대로.”

창현은 나지막하게 중얼 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근정전을 나오자 탁 트인 뜰 속에서는 언제나처럼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있었다. 창현의 모습이 보이지 그들의 시선이 단 번에 창현에게 몰리고 있었다.

딱히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창현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푸르른 하늘의 모습에 괜스레 상쾌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주군.”

무황의 모습이 뒤에서부터 들리고 있었다.

“…….”

창현은 천천히 경회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상당수의 사람들이 창현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창현의 뒤에 무황, 천명문 장문인 그리고 도사 청년이 선두 그릅을 지키고 있었고, 그 뒤로 관광객들이 종종 걸음으로 사진 촬영을 해가며 이동하고 있었다.

마치 꼭 닭과 병아리들의 모습 같았다.

그 많은 사람들의 웅성 거리는 소리는 꽤 시끄러웠지만 창현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천명문 장문인과 도사 청년의 귓가에 꽂히고 있었다.

“아직 결정 하지 않았나?”

“……주어진 운명을 거부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단지…… 이 아이에게 미리 말하지 못해 조금 혼란스러웠을 뿐이었습니다.”

“그랬군.”

창현은 가볍게 경회루 연못의 물을 찼다.

“우와!”

사람이 물 위를 걷는 모습은 기적과도 같은 모습이었지만, 창현에게는 그저 걸음걸이와 다르지 않았다.

도사 청년의 얼굴이 미미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장문인과 무황은 편안하게 뒤를 따랐는데 자신은 아직 경공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멀뚱히 멀리서 관광객들과 함께 세 사람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무황.”

“예, 주군.”

창현은 도사 청년을 가리켰다.

“저 아이의 몸을 보았나?”

“그렇습니다.”

“장문인.”

“예…… 주군.”

“그래도 다행이야. 억지로 뭔가를 가르치기라도 했다면 천상체의 균형이 깨졌을 것이니까.”

“……역시 천상체가 맞았소!”

무황이 천명문 장문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신이 내린 재능.

하늘이 내린 육체.

그리고…… 인간.

창현은 도사 청년을 보면서 피식 미소를 지었다.

“조만간 몸에 맞는 영약을 하나 구해 보도록 하지. 그 이후에 저 녀석에게 호위공을 가르치도록 해. 자네가 일성조차 익히지 못했다면 저 녀석은 아마 3년 안에 십이성까지는 이룰 거야. 자신의 재능은 스스로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주군.”

천명문 장문인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주어진 운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가르치도록 하고. 제법 당돌한 녀석이니까.”

창현은 흐르는 바람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무황은 희생 된 동이각 각원들 유족들을 잘 살피고 있나?”

“그렇습니다.”

“다행이군. 검을 든 이상 목숨을 내놓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가족들은 언제나 걱정을 하는 것이 당연해. 조만간 살인마들과 관련해서 정확한 사항들이 언론에 흘러나가고, 내부 자체적으로도 발표가 있을 거야. 그럼 내 성격을 알고 있는 이들이 동요를 하겠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과 전쟁을 해야하니까.”

“…….”

무황과 천명문 장문인은 대답하지 않고 있었다.

“그 속에서 희생되지 않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보장은 없어.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갈 거다. 전쟁은 한 사람의 강력한 무인이 있다하여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 마법사 역시 제법 강한 편이고. 오히려 우리가 밀리는 형국이지.”

“주군.”

무황의 짧은 물음에 창현은 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해져야 해. 그래야 희생자가 줄어. 지부가 안정이 되면서 돈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 할 거다. 비무와 일 대 일 대결은 무인의 대결이지만 전쟁은 무공만 강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준비하도록 해.”

“네.”

“저 말코 도사 놈을 한동안 데리고 다니면서 흠씬 두들겨 줘 장문인.”

“……네, 주군.”

윤미가 사람들을 헤치고 가볍게 물을 차 올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창현과는 또다른 모습이기에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었다.

“설난 각주께서 뵙기를 청합니다.”

“그 녀석은 지금 어디 있지?”

“창덕궁 쪽에서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작업?”

창현의 물음에 윤미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살인마 제거 과정 발표 이후 여론이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창현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미 고급 정보를 취급하고 있는 각국의 수뇌부들이 실버 론즈와 한혈문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구파일방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정보가 포착 되었고, 국내에서 루머 형식으로 떠돌고 있는 듯 합니다.”

꼭 세계를 두고 창현이 선전 포고를 앞두고 있는 것처럼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었다.

특히, 실비아의 클론을 죽인 이후 북한으로 흘러가는 성지의 기운을 창현이 어느 정도 차단했다.

이미 구파일방이 움직일 것이라는 사실은 창현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그들의 속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국의 있는 그들의 속가와 북한 수뇌부 가문으로 흘러가고 있는 성지의 기운을 차단하고, 북한은 일반인들이 건강에 도움이 될 정도의 기운만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 것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일단 한 번 가보지.”

창현의 얼굴은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세계를 두고 선전포고라…… 그리고 정파놈들의 움직임이라! 이거 옛날 생각이 나는 걸?’

굳은 얼굴이 풀리는 때까지는 찰난의 순간도 걸리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이거 이틀을 쉬어 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이제 다시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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