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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50화 (150/170)

< -- 150 회: 전쟁과 여인 그리고 과거의 향기 -- >

당천위는 100% 창현의 짐작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아주 물 만났군. 거대 문파의 수장이란 녀석이 한가하게 계집들과 온천 놀음이라니.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책임감이 없는 모양이야.”

직접 일본으로 수행을 따라 온 종욱은 떠오르는 비웃음을 애써 억눌렀다.

“뭐 나야 고맙지. 천혈고지독만 있으면 제 아무리 천외천 고수라도 한 방이거든! 크흐흐!”

문득 그 독에 대한 정체가 종욱은 궁금해졌다.

‘결정적인 순간에 알려야 우리의 존재를 확실하게 어필 할 수 있다.’

“천혈고지독?”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지만, 종욱은 당천위가 자랑스럽게 그 독에 대한 정보를 풀어 놓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의 성격 자체가 자랑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쁘게 말하면 허세가 강하다는 것이었다.

당천위는 종욱의 짐작대로도 그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천혈고지독은 당문 최고의 독이다. 한 방울만으로도 천 명의 사람을 녹여 버릴 수 있는 독이지. 이 독은 체내에 들어가면 빠르게 피를 빨아들이면서 강력한 열기를…….”

종욱은 천천히 당천위의 말에 호응을 해주고 있었다.

무색무취는 기본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창현에게 알리는가?

그 것이 가장 문제였다. 당천위의 의심을 전혀 받지 않으면서 한혈문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창현에게 한 가지 빚을 지우고, 그 힘을 이용하여 지긋지긋한 무당파 속가를 벗어나는 것이 종욱의 목표였다.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장문인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종욱은 후계자로써의 책임감을 막중하게 느끼고 있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무당파로부터의 독립이었다. 창현의 암살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무당파 속가를 벗어나는 것이 제일 우선이라 할 수 있었다.

뿌리가 무당파 무공이었기에 완전히 벗어나려면 일대 종사가 되어 무공을 창시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였지만, 종욱은 그동안 창현의 행보를 보면서 크게 깨달음을 얻고 있는 중이었다.

예부터 초절정의 고수도 없이 태극문파가 3대 문파 안에 들 수 있었던 이유는 고른 인재의 양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재능이 있는 제자들이 많았고, 새로운 무공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 것을 흡수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설사, 오랜 시간이 걸린다하더라도 비록 한혈문의 도움으로 속가에서 벗어나지만 독립 된 문파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이 종욱의 생각이었다.

애초에 한국의 문파 흐름은 한혈문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었기에 그 파도조차 거부 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무공으로 전 세계를 압도하고 있는 중이었으니, 굴욕적인 일도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서 녀석이 진득하게 놀아나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 이미 사람을 심어 놓았거든. 거사일은 내일 저녁이니 밤쯤에 결과가 나 올 것이다. 모조리 죽기야 하겠지만, 상관없지.”

“!!!”

종욱은 몸을 움찔 떨었다.

노리는 것은 창현이었지만 애ㅤㄲㅜㅊ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창현말고 두 여인이 만약 화라도 당한다면 그의 분노는 생각보다 무척 커질 수 있었다. 그가 아무리 공명정대하고 침작한 사람이라도 지극히 아끼는 두 여인이 화를 당한다면 태극문파의 독립보다는 복수에 더욱 큰 신경을 쓸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문책할 수 있었다.

‘천혈고지독이라…… 천외천 고수인 그가 당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분명 그의 주변 사람들이나 죄 없는 일반인들이 죽어 나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초 예정보다 행동을 빨리 움직여야겠군. 문제는 당천위인데…….’

자신의 연기는 비교적 잘 먹히고 있었다.

옆에 있는 다른 태극문파 제자조차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으니까.

“헤헤, 그럼 당대주님 오늘 밤에는 저희가 사람을 보내서 직접 동향을 살피고 보고를 해드려도 되겠습니까?”

“너희들이? 당문의 사람을 이미 심어 놓았다.”

당천위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종욱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무당파에서 도움을 주라고 당대주님을 본파에서 모시게 했는데 아무런 도움을 드리지 않으면 화를 입을까 두렵습니다. 진대인님 문제도 있어, 무당파에서 본파를 보는 시선도 썩 좋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심부름 정도만 해 주게 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당대주님.”

이제는 태극문파의 장문인이라 할 수 있는 종욱이 깊게 허리를 숙이자 당천위는 크하하핫, 하면서 자신의 위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지, 그래. 들키지 않게 인원을 보내서 동향을 살펴보도록 해라. 어차피 안에 있는 우리 가문 사람의 말만 전해 오는 것이니 크게 조심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자네가 어느 정도 공로를 세우고 싶다고 하니 자비로운 내가 그 마음을 외면할 수는 없지.”

“감사합니다.”

종욱은 감격스럽다는 듯 당천위가 호텔 방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연신 허리를 펴지 않으며 모시고 있었다.

“……뭐하시는…….”

함께 수행을 하던 제자들이 곧 무섭도록 굳어져 있는 종욱의 표정을 보고 그제야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직접 들어간다. 그리고 강창현을 만나 정보를 건넨다.”

“대, 대주님?”

종욱은 차갑게 말을 이었다.

“당문 사람의 무공 수위가 어느 정도 되지?”

완벽하게 당천위를 속이고 창현의 신뢰를 위해서는 그를 직접 죽일 수밖에 없다고 종욱은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호오?”

창현은 이질적인 기운이 꽤 익숙하다는 사실이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었다.

“쭈르릅…… 뭐야?”

무엇인가를 맛있게 핥고 있던 설난이 고개를 들었다.

“나 올 것 같은데?”

창현의 말에 설난은 황급히 다시 고개를 묻었다. 야한 소리가 이어지고 곧 창현은 설난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끌어 당겼다. 흡입력은 더욱더 강해졌고, 터질듯한 느낌에 결국에는 분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으으.”

윤미가 없는 단 둘만의 시간에 설난은 무척이나 즐거운 것 같았다.

몸을 일으키자 그녀의 눈부신 나신이 창현의 눈동자 속에 풍덩 빠지는 것 같았다. 옅은 미소를 배어 물은 창현은 입술에 묻은 것을 닦아내고 있는 설난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역시 좋은 것 같은데?”

“……너, 너를 위해서 그런 건 아니야. 요새 피부가 나빠진 것 같아서 그런 거야.”

큭큭, 거리는 창현은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여기까지만 해도 되겠네. 피부를 위해서는 굳이…….”

“이 멍청이가 닥쳐!”

설난은 일어서려는 창현의 어깨를 누르고 그대로 자신의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내리 눌렀다. 아까와는 또 다른 흡입력에 창현은 잠시 크읏, 하는 신음을 흘렸다.

“하으! 역시 내가 제일이지?”

설난은 말과 함께 리드미컬하게 허리를 튕겼다. 창현은 아무런 대답 없이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엉덩이 잡아줘!”

설난의 말을 그대로 따르고 한동안 열락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악, 하윽! 하아악!”

이질적인 기운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창현은 허리를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곧 설난이 창현의 위에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아아앙!”

다시 한 번 안속에서의 분출의 여운을 느끼며 창현은 가볍게 설난까지 들고 몸을 일으켰다.

“씻겨줘?”

“……응.”

설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싫다면서 아주 다 해달라고 하네.”

“다, 당연하지 멍청이! 원래 그게 매너야!”

“잠깐 먼저 가 있어. 곧 가서 씻겨 줄게. 몸이라도 담그고 있어.”

온천과 욕탕은 또 따로 되어 있기에 설난은 실내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그렇다.

둘은 지금까지 야외 온천에서 몸을 섞은 것이었다.

무척 부끄러워하던 설난이 이내 적극적으로 변해 관계를 다섯 번이나 맺은 것이었지만 지금 그 문제는 딱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온천물에 몸을 담근 창현은 느긋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나와.”

“…….”

아무도 없는 곳에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신형이 스르르 들어났다.

“오랜만이군.”

창현은 크게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젖혔다.

숲 속에 걸린 달이 생각보다 아름답게 보였다. 눈앞에 눈부신 달빛을 받았던 설난의 나신이 다시 아른 거리는 것 같았고, 방금 분출 했지만 우뚝 서 힘이 들어가는 아랫도리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색마 못지않군.’

욕정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를 탐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무슨 일이지?”

창현의 물음에 종욱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 같군.”

그의 하대에도 창현은 크게 문제를 삼지 않았다. 그 역시 한 문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파나부랭이 놈들이 너희들을 택한 모양이군?”

“……역시 다 알고 있는 있었어.”

“그 바보들은 언제나 그러니까.”

종욱은 자신의 역할이 결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방금 전 도사로써 얼굴이 벌게질 수밖에 없는 광경을 보면서 허탈함까지 들었다.

“말코 도사놈들이 쉽게 놓아 주지는 않을텐데.”

암습 사건만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까지 모두 짐작하고 있는 창현의 목소리에 종욱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고급 정보로 실비아 사건을 꼼꼼히 알고 있는 종욱으로써는 새삼 그가 전쟁을 벌이려는 론즈 가문의 위세가 느껴졌다.

이런 남자를 제거 하려 하는 그들의 힘이 새삼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들…… 우리 문파는 이토록 작았던가!’

탄식을 간신히 막아내었다. 그리고 그 것을 곧바로 또다시 짚어내는 창현의 목소리가 한가로운 온천을 울렸다.

“작다고 아쉬워 하지 말고 키우면 그만이다. 무릇 문파란 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어야 크는 것이 아니야. 수장이 고수가 아니여도 된다. 결국은 인간을 얻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문파였고, 그 유대감을 꼼꼼히 하는 것이 문파를 결속 시키는 힘이다. 그리고 결속이 된 문파는 무공의 고하와 상관 없이 언젠가는 이름을 떨치게 되는 것이지.”

“……고맙군.”

진심 어린 충고라는 것을 느끼고 종욱은 고마움을 표했다.

“자, 그럼 들어 볼까?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것은 성지의 기운을 집중 시켜 주는 것.”

“!!!”

종욱은 몸을 떨었다.

바로 그 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이 곳까지 잠입한 것이었다.

당천위도, 그리고 창현의 부하들의 이목도 숨기고말이다.

“그런데 자네 무공이 많이 늘긴 늘었군.”

“악의가 없어 보였기에 통과 시킨 것 뿐입니다. 무례를 범했다면 용서하십시오 주군.”

“!!!”

종욱이 다시 크게 몸을 떨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윤미의 모습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창현을 제외하고는 자신보다 고수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오만함은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나조차 자만심을 버리지 못했는데……!’

“크게 실망 할 필요는 없어. 설난 역시 알고 있었어.”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였군.”

종욱의 씁쓸한 미소를 보면서 창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기운을 집중하고 너 정도의 재능이 노력까지 한다면 금방금방 발전을 할 거야. 그럼 그 기운을 받으려면 나에게 흥미를 동해야지. 자 무당파에서 암습을 시도 할 거다. 그리고 늙은 여우같은 그들은 나서지 않고 오대 가문 중 한 곳에 지시를 했겠지. 떡고물을 던지면서 말이야. 욕심이 많은 당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고, 그 놈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천혈고지독 밖에 없는데. 그 것을 저녁식사 도중에 사용을 할 것이고.”

종욱은 결국 하, 하고 크게 한숨을 내 쉴 수밖에 없었다.

“다 알고 있으면서…….”

아무 것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자 종욱은 쓸쓸하게 몸을 돌렸다.

저들은 향락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함정을 파고 있는 것이었다.

멍청한 당천위는 그물에 걸린 지도 몰랐다. 그리고 자신 역시 멍청하게 그 것으로 창현에게 떡고물을 기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창현의 목소리가 종욱의 귓가에를 때렸다.

“그러면서도 굳이 널 기다리고 있던 이유는 듣지 않고 갈 것인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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