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3 회: 전쟁과 여인 그리고 과거의 향기 -- >
“당분간 내성주는 윤미에게 맡긴다.”
“주, 주인님!”
반역을 일으키는 징후도 없었고, 딱히 크게 잘못을 한 것도 없다고 수연은 생각했다.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에게 받은 뒷돈이야 한혈문으로 흘러 들어오는 천문학적인 자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창현의 명령을 대부분 깔끔하게 실행했고, 자신이 한 일은 한혈문을 더 키우기 위한 것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넓힌 것 이외에는 없었다.
문파가 성장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문주가 아닌 각주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딱히 엄청난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이 되어 있는 것보다 분산되어 있는 것이 가끔은 더 나을 때가 분명히 있었다.
그런 면에서 수연은 창현에게 가벼운 꾸지람을 듣고, 그의 기세가 사뭇 매서웠지만 언제나처럼 따뜻하게 자신을 감쌀 것이라 은연중에 믿고 있었다.
그 것은 한혈문의 정점에 서 있는 창현에 대한 질투, 시기와 더불어 창현을 믿는 양가감정이라 할 수 있었다.
“본좌의 권위에 도전한 대가 치고는 아주 작은 벌이지.”
“…….”
직접적으로 권위를 언급하는 창현의 말에 수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
“네가 어린 시절부터 정부 기관에 몸을 담고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딱히 그 것이 크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 네가 문내에서 진행했던 방식 역시 비겁한 암수와 술수는 없었으니까. 일을 진행하면서 너의 능력을 보이고 사람들을 따르게 만드는 방식이기에 그나마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다. 뒷돈을 받아먹은 것은 또 따로 징계를 받아야 하는 것이고. 도로 토해 내라고 하지는 않겠다. 아마 넌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그 재물 때문에 평생을 나와의 관계에서 얽매이게 될 것이니까.”
“!!!”
그 것이 어쩌면 수연은 가장 큰 벌이라 할 수 있었다.
어느새 뒤에서 눈빛을 빛내고 있는 윤미의 모습이 보였다.
최근 창현과의 관계에서 가장 달라진 사람이었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는 어느 순간부터 따스함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 것은 사랑받고,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이었다. 정확하게 그 감정을 알 수 없지만 수연은 그 것이 참 부러운 감정이라고 본능적으로 느끽 있었다.
그리고 그 관계를 위한 진전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했었던 일들은 언제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창현을 떠날 생각이 없는 수연은 이제야 자신의 잘못을 조금씩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주인님…….”
말꼬리를 흐리는 수연의 모습에 창현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윤미가 많이 바빠질 것이니까 설난과 둘이 당분간 나를 따라 다니도록 해. 갈 곳이 아주 많으니까. 무공 수련도 다시 하도록 하고. 언제나 내가 보호해 줄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실비아의 경우만 보더라도 윤미와 무황은 스스로 살아남았다. 그들의 노력으로. 하지만 똑같은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넌 내가 지켜주기도 전에 죽을 수밖에 없어. 중원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야. 내가 휩쓸었던 곳이기도 하지만 정파의 뿌리는 깊고, 크고, 단단하지. 은거를 하고 있는 고수들의 수도 상당할 것이고 말코 도사 놈들은 제법 음흉하니 무슨 짓을 꾸미고 있을지 전혀 예상할 수 없거든.”
그동안의 자신감과는 다르게 창현은 수연의 긴장감 조성을 위하여 확실하게 경고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윤미가 책상에 수북이 쌓인 서류를 들고 창현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마음이 깊어지고 관계에서 꽤나 서로 끈끈해진 상황에서 다른 여자를 탐내는 자신의 모습이 얄미울 법도 하건만 윤미는 언제나 그런 것을 티를 내지 않았다. 적어도 그 여자가 있는 곳에서는 말이다. 둘이 남게 된다면 핏, 하고 삐지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창현에게는 그 모습조차 꽤 귀엽게 느껴졌다.
얼음마녀라는 별호와는 달리 수줍음도 많이 타고 애교도 은근히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끓어오르고 있는 욕정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사실, 그 누구도 자신의 권위에 도전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배교 시절 반란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그 것은 수연처럼 단독으로 자신의 권위를 누르고 문을 장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원 전체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이 더욱 맞는 상황이었다. 배교는 정파와 손을 잡고 비동으로 자신을 가두었으며, 수천의 고수가 동원이 되었다.
잠시 옛 생각에 끓어오르던 욕정이 조금 가라앉기는 했지만 창현은 수연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자신의 잘못을 느끼고 떨고 있기 보다는 오히려 그동안의 일들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검토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윤미와의 관계를 부러워하면서도 내성주의 자리를 다시 찾으려고 벌써부터 생각에 잠긴 수연의 권력에 대한 욕구는 확실히 강했다. 이명길이 그랬던 것처럼 정점에 대한 본능적인 집착에 가까운 욕구인 것 같았다.
딱히 크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권력에 대한 욕구가 있기 마련이고 수연은 그 것을 충분히 움켜 쥘 능력도 있느니 더욱 많이 추구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분명 권위에 도전을 했고,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도 창현에게는 놀라운 점이었다.
하지만,
찌익-!
“주, 주인님!”
“그럴수록 정복하는 맛이 있지.”
혈마 시절 수많은 여자들을 품었다. 그 중에는 멸문을 시키거나 봉문을 시킨 문파의 여자들도 꽤 되었다. 일반인들보다 오히려 무공을 익힌 여류 고수들이 많았다. 그녀들은 하나 같이 창현을 원망했고, 틈만 나면 창현을 죽이려 했었다.
성공 할 수는 없었지만, 그 반항 자체를 창현은 제법 즐겼던 시절이 있었다.
꽤나 독특한 취향이고 현대 사회에서 용서될 수 없는 일이기는 했지만 그 때에는 그런 관념이 부족했고, 지금 수연과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인이라 부르는 여자를 다룰 권리는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하얀 정장이 아까부터 계속해서 자극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는 창현은 어느새 솟아 오른 불기둥을 가만두지 않았다.
팬티조차 벗기지 않고 옆으로 끌어버리고는 전희 없이 곧바로 들어갔다.
“아윽!”
실로 오랜만의 관계였다.
그리고 수연에게는 낯선 거친 경험이었다.
애무조차 없이 메마른 자신의 중심에 꽂혀 들어오는 창현의 물건, 더구나 문조차 잠그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직 내성주가 바뀐 것이 공식적인 일은 아니었기에 하루에도 수 없이 들락거리는 많은 사람들이 언제 들어올 줄 몰랐다.
창현은 허리를 튕기며 수연의 앞섬으로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처음 그 때를 떠올려라.”
“으윽, 주인님…….”
수연의 목소리에 물기가 담기기 시작했다.
“나를 위해 봉사를 한다고 했던 그 시절을 말이야. 네 몸뚱이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믿던 그 시절. 그게 너다.”
“……하응!”
비쳐 새어 나오는 이슬은 굴복의 의미일까?
권위에 도전했던 수연은 처음 창현에게 무릎을 꿇던 그 때를 떠올렸다. 야인에 불과한 고수를 위해 온 몸을 내던지던 그 때! 그 때 역시 정부기관의 힘을 위해서, 그리고 추후 자신의 협회장 자리를 위해서 권력을 위해 자신의 몸을 창현에게 바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성주는 윤미지. 그리고 앞으로 그 것은 너의 행동에 따라 바뀔 것이야. 여전히 그 자리는 나 이외에 가장 큰 권력을 누리고 한혈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자리라는 것은 변함이 없어. 자신의 취향대로 문을 바꿀 수도 있고, 모든 일에 관여를 하면서 무소불위에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변하지 않아. 네가 그렇게 바꾸어 놓았으니까.”
귓가에 속삭이는 창현의 말에 수연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정하는 것은 본좌이지. 그 건 절대 불변의 진리나 마찬가지야.”
내성주.
자신의 이름과 함께 쓰여 있는 그 명패를 보면서 수연은 책상에 손을 얹었다. 아직도 상당한 아픔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엉덩이를 더욱더 뒤로 뺐다.
창현이 가만히 있자, 허리를 서서히 움직였다.
이내 그녀의 몸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흐응! 하윽!”
달뜬 신음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명패를 보면서 수연은 입을 악물면서도 시야가 흐려지는 것이 방해가 된다는 듯, 오른 손으로는 눈물을 훔쳤다.
똑똑-!
“!!!”
누군가 왔다.
수연은 지금 이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굴욕적인 굴복의 모습이라서가 아니라, 남녀의 관계 자체를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황급히 창현의 기둥을 빼려고 했지만 엉덩이를 잡아오는 우악스러운 손길에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내지 않았어.”
“주, 주인님.”
“서두르라고.”
똑똑-!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수연의 머리가 새하얀 도화지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떻게든 창현을 만족 시켜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엉덩이를 더욱더 비틀면서 아직도 뻣뻣한 자신의 안에 윤활유를 쏟아내고 그의 진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긴장이 되니 오히려 더욱 메말라가는 느낌이었다.
“들어와.”
창현의 말에 수연이 크게 몸을 떨었다.
창현은 동시에 수연을 그대로 들었고, 소파로 훌쩍 날아갔다. 소파 깊숙이 창현이 몸을 뭍었다. 그 위에 수연을 그대로 내리 앉히면서 수연의 상체만 소파 위로 드러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소파에 절묘하게 창현이 가려진 상황이었다.
“……문주님이 계셨습니까?”
“아, 아니.”
창현은 수연의 하체를 완전히 나신으로 만들었다. 정장 치마를 벗겨 내고 이제는 팬티까지 찢어 버렸다.
“아 보고 할 것이 있어서…….”
“거기다 올려두고 곧바로 나가 봐. 내가 보고 여, 연락 할 게.”
떨리는 수연의 목소리에 남자는 고개를 갸웃 거렸지만 곧 책상 위에 보고서를 놓았다. 소파를 등진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연의 모습은 분명 꽤 이상한 것이었다.
“내성주님 혹시 다른 문제라도?”
“아, 아니야!”
다시 한 번 창현이 허리를 튕기자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신음을 수연은 간신히 막아 내었다.
“어, 얼른 나가 봐!”
“아, 네.”
덜컥-!
남자가 나가고 수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이내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ㅤㅌㅡㅇ증과 쾌감에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이제 움직여라.”
창현의 말에 수연은 그의 어깨를 짚고 천천히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하윽! 아아아아!”
소리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긴장이 풀리자 윤활유가 빠른 속도로 새어 나왔고 이제는 통증보다는 쾌감이 더욱 더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오랜만의 관계이기 때문에 수연이 절정으로 향하는 속도는 빨랐다.
창현 역시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자신과의 관계보다 다른 것들을 추구하는 그녀의 속성에 묘한 흥분감을 느끼며 곧바로 꿈틀 거렸다.
곧바로 수연을 빼어내고 창현은 그녀의 앙증맞은 입술에 자신의 기둥을 들이 밀었다.
“하아아-!”
창현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 시절.
지현과 함께 그에게 봉사를 하며 온 몸에 그의 모든 것을 받았던 그 때를 수연은 떠올리며 사무실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창현이 몸을 부르르 떨며 그녀의 앙증맞은 입술에서 여운을 즐기며 말했다.
“당문으로 향할 테니 준비를 해 둬.”
“쭈릅…… 네.”
‘이 맛을 다시 보았으니…… 하아!’
창현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멀리했던 이유를 수연은 이제야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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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이네요.
보람찬 11월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