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마, 현대 재림기-156화 (156/170)

< -- 156 회: 전쟁과 여인 그리고 과거의 향기 -- >

“예상보다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어요. 전처럼 과격한 반응은 전혀 없지만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호의적인 시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에요. 아무래도 사회 분위기가 악플 문제에 민감한 편이었으니까요.”

“그건 이미 정리 된 일이야. 앞으로 그런 놈들이 또 나타난다면 지금보다 더한 일을 당하게 되겠지. 본좌가 한 번 마음먹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목적이었고, 수희가 좀 더 편안하게 학교를 다니게 하려는 것도 있었고.”

“네.”

“학교는 정리가 되었나?”

“네, 윤 각주에게 말씀하신 것을 확실히 정했으니 이미 처리가 되었을 거예요.”

창현은 수연의 대답에 만족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가진 영향력이 상당하기는 하지만, 창현은 그동안 수희를 생각해서 꺼려왔던 일을 미루지 않고 곧바로 실행했다.

“많은 자금이 소요가 되었나?”

“학교를 위해 3000억 정도를 내놓기로 하고 인수 비용은 그 배가 넘게 들었어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학교 발전을 위해 3000억을 내놓은 것이 공식적으로 기사가 나갔고, 재단 자체를 얼마에 인수를 했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흘리지 않았지만 총 1조 원가량이 든 수희가 다니는 명문대학교 인수였다.

재단 자체를 바꿀 생각은 없었지만, 창현은 중국에서 돌아오는 대로 한혈문 중심으로 재단을 다시 짤 생각이었다.

“그 쪽은 인재가 상당히 많으니까. 낙후된 다른 학교 몇 곳도 인수를 해. 한혈문 인원은 무척이나 많이 필요하니까.”

이미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곳에 한혈문 인수 사건이 터지면서 그 경쟁률은 더욱 심화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원을 늘리는 우려의 목소리 따위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네.”

창현은 한혈문 후원을 분산시키기 위하여 다른 학교 몇 곳도 인수를 할 작정이었다.

“제 1지부에서 그동안 외국에 세웠던 외교부 건물들이나 그 일들을 할 인원들이 모자라. 지부의 인원은 아직도 부족하니 일단 인재들을 중심으로 일을 맡길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끊임없이 새로운 인재들이 필요했다.

하나의 국가를 지부로 거느리고 있기에 인원은 늘 부족한 참이었다.

“문에 취업하고 싶은 사람은 너무나 많아요. 학생들의 반발도 전혀 없었어요.”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 하도록 하지.”

“네.”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한혈문이다. 그동안 교육 관련에는 복지에만 자금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직접적으로 학교 인수에 뛰어듦으로써 시사 하고 있는 바가 상당히 컸다. 한국이 복지는 정부나 다른 대기업이 후원 또는 복지 사업을 모두 합친 것보다 한혈문 내에서 실행을 하고 있는 사업의 규모가 더 크기에 한혈문의 행보는 어디서나 반기는 입장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창현과 수연은 당문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라 창현은 무척이나 감회가 새로웠다. 자신의 입국을 막을 줄 알았던 중국의 정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다.

“음흉한 말코 도사 놈들은 당문을 이용한 것뿐이야.”

“이용이요?”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수연은 창현이 현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문과 충돌을 원했을 것이다. 아시아 전역에 끼치고 있는 영향력은 구파일방 중심이었고, 그 중에서도 무당파의 성세가 가장 강하지. 그들의 입장에서는 일본을 지부화 하고 아시아 전체는 물론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한혈문의 성세가 무척이나 걸림돌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나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기도 하고. 걸림돌이니 치워버리자는 목적이 있지만 알다시피 문파간의 전쟁은 명분이 있어야 해. 그래서 당문을 이용한 것이다.”

창현은 수연의 탄탄한 허벅지를 베고 누워 말을 이었다.

“오대 가문의 성세가 예전만 못하기에 그들은 무당파의 덕을 보려고 했을 거야. 당문은 그 중 가장 먼저 나서서 희생을 당하는 것이고. 그동안 내 행보를 관찰해서 암살 시도가 있으면 확실한 응징이 뒤 따른다는 것을 말코 놈들은 이미 알고 있어. 당문은 나에게 강제 봉문을 당한다. 그건 분명한 징계이지만 그들은 떠들겠지. 당사자를 그렇게 비참하게 죽여 놓고 단독 범행을 가문의 봉문으로 잇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중국 문파를 대표해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한혈문과의 전쟁의 명분을 자신들이 찾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구파일방 모두가 함께 합공을 하겠지.”

“전면전이…… 일어나나요?”

“아니,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설난의 정보에 따르면 무당파가 둘로 나뉠 조짐이 보인다. 지금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쪽이 반대편을 정리하기 위해서 나를 이용할 것이 분명하지. 검선이라는 칭호를 잇고 있는 놈이 있다더군. 그 놈이 기득권의 반대편이고.”

힘이 있으나, 그 힘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여전히 많았다.

창현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끝까지 보여주면 그만이다.’

그 시각,

당문은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창현이 굳이 중국행을 숨기지 않았고, 그 목적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당파에 도움을 청했고, 무당파는 보란 듯이 배신을 때렸다. 애초에 당천위를 꼬드긴 것은 무당파이건만, 당문 역시 최종 승인을 했다는 이유로 발을 빼어 버렸기 때문이다.

창현이 예상한 것을 그들도 예상할 수 있자, 당문은 분노를 참을 길이 없었다.

그렇다고 무당파에 화풀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일본 10 대 가문의 무력문과 술법문이 어떻게 당했는지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욕적인 것은 창현이 한 명의 수행원만을 데리고 당문으로 오고 있다는 그 사실이었다.

단 한 명에게 멸문을 당할 것이 기정사실화 되자 그들은 허탈함을 넘어선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해결방안은?”

당문의 가주는 넓은 회의실에서 수척한 얼굴로 가문의 주요 인물들에게 물었다.

뾰족한 수는 없었다.

“자체 봉문이 가장 피해가 적을 수 있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가주의 동생의 말에 장로 중 한 명이 급격하게 흥분했다. 자체 봉문이라니?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확실했다. 앞으로 중국 내에서는 고개도 들지 못할 것이다. 10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전통을 자랑하는 당문이 단 한 명 때문에 자체 봉문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치욕적인 일이었다.

차라리 끝까지 대항을 하다가 멸문을 당하는 것이 오히려 명예를 지키는 일일지 몰랐다.

“그래봤자 개죽음일뿐입니다. 그가 전면전을 벌이는 것을 우리는 막을 그 어떠한 명분도 없습니다. 누구의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강창현을 암살한다니요?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천혈고지독 하나만 맹신한 결과는 결국 이거지요.”

냉소를 짓는 가주의 동생의 모습에 장로들은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옛 영광을 찾기 위하여 무당파를 찾은 이들이 그들이었고, 당천위를 꼬드긴는데 한 몫을 한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문이라는 것답게 그들은 모두 혈육이었다.

냉소를 짓고 있던 사내가 그 사실이 떠오르자 작은 한숨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초절정 고수조차 없는 우리는 천외천 그 이상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강창현의 옷자락 하나 건들지 못하고 몰살할겁니다. 천혈고지독을 분명히 먹었는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괴물에게 그 어떠한 방법도 통하지 않을 테니까요. 대항을 하다 개죽음을 당하느냐, 아니면 자체 봉문을 해서 그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느냐.”

장로들은 물론 가주까지 신음성을 흘렸다.

선택의 길은 없다.

멸문이든 봉문이든 마찬가지이다.

“……그를 맞을 준비를 하게.”

“가주!”

장로 중 한 명이 소리쳤지만 대세는 기운 듯 싶었다.

이미 그 사실을 마치 본 것처럼 짐작하고 있는 창현은 수연의 정장 치마를 끌어 올리며 말을 잇고 있었다.

“아마 자체 봉문으로 나의 화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제일 높지.”

“하…… 윽! 그럼 받아들이실 건가요?”

손가락이 무자비하게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자신은 아직도 벌을 받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수연은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윤미나 설난처럼 관계의 배려는 자신에게 없었다.

주인이 누구라는 것을 알리는 것처럼 폭군은 자비가 없었고, 배려도 없었다.

속옷을 옆으로 끌어 내리는 것은 자신의 몫이었다. 이미 준비를 마친 폭군의 상징은 메마른 대지에 곧바로 침범을 하고 있었다. 짜릿한 통증이 이어졌다.

“물론이지. 본좌를 도발한 대가를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지만 말코 도사 놈들의 의도대로 놀아나지는 않을테니까. 오히려 그들을 이용하여 잠재적으로 구파일방을 몰아내고 중국 내 한혈문의 영향력을 키울 작정이다. 론즈 가문과의 대결에 앞서 같은 아시아 지역의 문파들을 정리하는 것이 순서이니까.”

퍽-!

비행기 좌석은 너무나도 넓었다.

창현은 수연의 풍만한 가슴을 옷조차 벗기지 않고 끌어 내리는 것으로 드러나게 했다.

살짝 윤기가 오른 배도 보였다.

무공 수련을 게을리 하면서 사무실에 앉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으니 아랫배가 살짝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늘 매끈한 복부만 보아오던 창현은 그조차도 새로운 매력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살이 좀 쪘군.”

“죄, 죄송해요.”

간신히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억누르고 있는 수연의 대답에 조금씩 달뜬 신음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몸은 저절로 반응하고 있었다.

무자비한 폭군조차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럼 뿌려 줘야지.”

이제 막 흥분을 하려던 참에 끝낸다던 창현의 말에도 수연은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창현이 의도적으로 그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바로 엉덩이를 높게 들었다.

이미 비행기에 타는 순간부터 엉덩이를 주물럭 거렸던 그가 그 곳에 뿌리고 싶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으!”

뜨거운 것이 쏟아지는 순간에 수연은 몸을 떨었다.

‘……당문행은 꼭 나의 개조가 목적인 것 같아.’

수연은 창현의 속내를 제대로 짚어내고 있었다.

비행기는 곧 사천 어느 한 곳으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대로 아시아 최고라 불리던 구파일방, 무공의 진원지라 불리는 그 본토에 창현이 입성하고 있었다.

옛 배교 시절 교주로써 휩쓸고 다녔던 그 드넓은 중원에.

============================ 작품 후기 ============================

중원 정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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