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9 회: 전쟁과 여인 그리고 과거의 향기 -- >
“아흑!”
달뜬 신음 소리가 퍼지고 있는 침실에서 수연은 새하얀 엉덩이를 비틀어대고 있었다. 곧 윤활유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메마른 자신의 대지이건만, 이상하게 쾌감은 계속해서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길들여지는 것과 같이.’
창현과의 관계는 꽤 많았지만, 요새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다.
그를 멀리하고 권력을 추구한 이후부터 자연히 몸도 멀어졌다. 바쁜 와중에 다른 여자들은 창현과의 관계를 위해 시간을 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라도 되는 것처럼. 수연 역시 의도적으로 창현을 멀리하면서 그 말을 조금씩 실감하고는 했다.
창현이 권력을 박탈하고 다시 육체적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수연은 서서히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려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오랜만에 했던 그 때가 떠올랐다.
‘다시 이 맛을 보았으니 벗어날 수 없어.’
마치 자신의 몸 모든 감각이 명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윤활유가 조금씩 흐르기 시작하자 어김없이 무자비한 폭군은 꿈틀 거리며 용트림을 시작하고 있었다.
수연은 창현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부르르 떨고 있는 창현의 몸을 느꼈다.
“……좋군.”
“하으으…….”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곧바로 무자비한 폭군은 메마른 대지를 빠져 나갔다. 윤활유가 아니라 씨앗들로 윤기가 흐르는 자신의 대지를 수연이 꽉 조였다. 마치 소중한 무엇인가가 빠져 나가는 것을 막고 싶은 것 같았다.
“내일이면 당문을 떠날 것이다.”
“벌써요?”
오대 가문의 회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금 갑작스럽게 돌아가는 것은 이상했다.
이미 창현이 당문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멀리 퍼진 뒤였다. 무당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도착은 했지만, 당문에서의 전투 소식은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윤미에게 연락해서 당문 가주와 했던 대화를 공식적으로 정리해서 발표하도록 해. 그럼 무당파에서 움직임이 있을 것이니까.”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암왕의 후예는 생각보다 젊더군.”
가주의 나이가 50이 넘었지만, 창현은 그가 기억하는 암왕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에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옛 생각에 손속을 섞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큰 즐거움을 느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어느새…… 그 때 그 시절과 같이 강자와의 대결이 작은 즐거움이 되었다. 다른 것은…….’
창현은 수연의 머리를 가볍게 쓸었다.
“……주인님.”
애정 어린 손길.
여자라는 동물은 무척이나 민감하다.
눈앞의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그저 욕정에 기인한 것인지, 탐욕인지, 애정인지 남자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느끼고 반응한다.
권력을 추구했고, 그 단 맛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수연은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고 있었다.
창현은 지금 자신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관계에서는 무자비하고 배려가 없을 수 있지만, 그 것은 일종의 징계라고 생각했다. 아니, 징계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것에 반응하는 자신의 모습에서는 징계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름답군.”
여자의 나신을 바라보는 창현의 눈에는 순수한 감탄이 서려 있었다.
그 역시 전에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삶 그리고 윤미와의 관계 발전 이후 느껴지는 소중한 일상들이었다.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 진짜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
강자와의 대결만큼이나 즐거운 잠자리, 즐거운 인간관계.
오욕칠정을 추구하는 삶과 완벽하게 부합이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인간사를 초탈하고 세상조차 우습던 그 시절에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다. 풍만한 느낌이 가슴을 채우고 있었다.
파정 이후 으레 찾아오는 허탈함도 없었다.
충족되는 느낌은 언제나 그녀들을 찾게 했다.
“너 역시 언제까지나 나의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주, 주인님.”
어쩌면 윤미가 변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런 눈빛 때문이라고 수연은 느꼈다. 따뜻한 창현의 눈빛을 보며 가만히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당문의 밤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
-오대 가문과 한혈문 전격적인 동맹 관계 선언.
-국제적 협약에 따라 각 나라와 동맹 관계와 외교 관계와는 그 어떤 관계도 없어.
-구파일방을 대변하는 중국 정부 긴민한 움직임.
-암살 시도에서 동맹 관계까지, 도대체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
.
.
한국 언론은 물론 중국 언론 그리고 세계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는 문파의 동맹 관계였기 때문이다.
세계의 문파 중 가장 결속력이 강한 동맹은 당연히 구파일방이었다. 아홉 개의 문파와 하나의 방이 이뤄진 중원의 실세! 근대화 과정에서 나라의 고위층을 점령하고 무인들이 정부를 통치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성세는 더욱더 강해졌다.
천마교, 사파연합으로 대변되는 그들과 반대 되는 문파들은 이제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마공은 철저히 금기시 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구파일방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무당파가 창현의 암살 시도 배후에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은 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창현이 아직 당문에 머물러 있고, 당문이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전력의 반을 깎는 개혁을 단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야 흥미진진한 대결 구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전쟁을 해도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으니까말이다.
단지,
두 국가의 국민들의 자존심 싸움은 강렬해지고 있었다.
무공의 근원지로 자부하고 있는 중국의 국민들,
세계 랭킹 1위와 성지 버프를 최초로 드러내며 일본이라는 거대 국가조차 지부화 해 버린 창현이 있는 한국 국민들의 자부심은 실로 대단했다.
“주군은 돌아 오셨소?”
“아직은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무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성주직을 맡으면서 대련 빈도가 많이 줄어 늙은이가 무척이나 심심하오, 허허.”
윤미는 작게 웃었다.
그녀의 미소는 실로 아름다웠고, 본능적인 욕정을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있었지만 무황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녀가 창현 이외에 다른 남자에게 옅은 미소를 짓는 유일한 이유였다.
“결국 적은 실비아라고 알고 있소.”
“그렇습니다.”
윤미는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무황 역시 그 때의 일을 생각하고 호승심에 치민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내성주의 무공은 날로 발전하고 있소. 주군의 무위는 실로 놀라운 것이지만, 내성주 역시 그에 못지 않소. 실비아는 그 본신을 숨기고 그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정도로 강자요. 더구나 그녀는 론즈 가문이라는 세계 최고의 단체에 소속되어 있소. 그건 분명 큰 힘이요. 아직 한혈문이 그 곳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우리는 여전히 인재가 부족하오. 그래서 내성주와 같은 사람의 역할은 중요할 수 밖에 없소.”
무황이 윤미에게 잔소리를 하고자 온 것은 아니다.
둘은 서로 대련을 하면서 더 높은 무를 추구했다.
한혈문에서 대표적인 무공광인 둘이기 때문이다.
무황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접고 본론을 꺼냈다.
“천명각의 도사 아이는 본 적이 있소?”
윤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창현이 직접 후계를 언급 했던 최초의 경우였다. 단전이 없는 신체!
창현은 모두가 무공을 전혀 익힐 수 없는 재능이라 버려진 그 도사 청년을 천상체라 부르며 최고의 재능을 갖췄다고했다.
“주군이 던져주신 비급을 보고 있지만 역시 도사 청년에게는 무리인 것 같소. 그래서 천명각 각주와 내가 열심히 해석을 하려고 하지만, 우리 역시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소. 외성주가 바쁜 것은 알지만 힘을 좀 써줬으면 하오.”
“네,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윤미 역시 창현이 그 청년을 상당히 중요한 전력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미 창현이 거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무황과 천명문의 장문인이었던 천명각의 각주 정도의 인물이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면 자신이 보아도 딱히 큰 가능성은 없지만, 그의 부탁을 거절하기는 어려웠다. 창현의 호위의 운명을 타고난 문파라했다.
동이각은 고귀한 혈통의 무력이 되어야 하는 운명을 탔고, 천명문은 고귀한 혈통의 호위를 맡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설난에게 듣기로는 또 다른 많은 운명들이 있지만,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던 것은 동이각이 된 동이문과 천명각이 된 청명문뿐이었다.
“잠시의 여유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검을 섞었으면 합니다.”
“내성주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요.”
둘은 곧바로 근정전 뜰로 나갔다.
많은 관광객들은 물론 한혈문 내부 인원들도 공개적인 비무를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둘은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먼저 선공하도록하겠습니다.”
아직 무황에 미치지 못하는 윤미이다.
그녀는 검은색 정장 치마의 옆을 가볍게 찢었다. 그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키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탄탄하게 드러나는 허벅지와 풍만한 가슴, 아름다운 얼굴은 색기 조화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가까이 보고 있는 무황은 그저 가볍게 검을 느러 뜨린채 그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윤미의 상대는 그녀의 무공보다 먼저 그녀의 색기와 싸워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100세를 바라보는 자신조차 흔들리는 마음이 든다. 주군의 여자인데도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나 얼토당토한 무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무황은 무심했다.
‘검에게 자신을 맡기지조차 못하면서 어찌 검이 울어주기를 바라는가?’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뼈와 살이었다. 자신이 익혔던 그 모든 무공과 원론을 뒤집어엎었고, 딱딱한 껍질 속에 갇힌 자신을 세상 밖으로 이끌었다.
윤미 역시 검을 뽑았다.
그녀 특유의 표정처럼 한기가 서려 있었다.
“볼만하겠군?”
순식간에 적막이 깨지고 근정전 지붕으로 시선이 쏠렸다.
“많이 늘었어 무황. 그리고 윤미 역시 마찬가지이고. 한혈문에서 날 제외한 최고수를 정하는 비무인가? 나도 무척 궁금하군.”
그저 편한 비무에 묘한 호승심을 불어넣고 있는 사람은,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창현이었다.
두 사람의 표정이 조금 더 진지해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우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