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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63화 (163/170)

< -- 163 회: 전쟁과 여인 그리고 과거의 향기 -- >

당했다.

완벽하게 당했다는 사실에 왕효명은 붉어진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이나 세계 언론들이 한혈문의 무황이 진정한 천외천 고수라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고, 동양 최고라 자부하는 무당파의 최고수를 꺾은 일은 술자리이든 식사 자리이든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었다.

무당파의 명예는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암살 사건을 꾸민 것도 모자라, 그 일을 비무 형식으로 되갚기 위해 문파 최고수를 보냈다가 창현과는 검도 섞지 못하고 꺾여 버렸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두 사람의 양패구상은 완전히 물 건너 가 버린 것이 되었다.

문제는 문파 최고의 어른이자 최고의 고수가 창현의 말을 받아들인 것이었고, 자신은 그에 따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것이 현재 여론의 흐름이었다. 만약, 그조차 거부한다면 선제 공격권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명분 싸움은 의외로 중요하다.

국제법이 명시가 되어 있고, 유엔보다 권위가 높은 기관은 각 국의 무력 단체 모임이었다.

만약 명분을 어기는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면 무당파는 전 세계와 동맹을 이룬 한혈문과 싸우게 되는 것이다. 론즈가 전면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 뻔하고, 검선까지 패한 마당에 다른 팔파일방이 어떻게 나 올지 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 위기인 것은 오대 가문의 움직임이었다.

이미 그들은 한혈문과 공식적인 동맹 관계였고,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당천위를 비롯, 무당파를 적으로 선포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미 명분은 한혈문에게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란 생각에 왕효명은 생각에 잠겼다.

‘공개 비무…… 이든 아니든, 검선과 강창현은 분명 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사를 놓고 전력을 다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완전한 착오야. 검선이 강창현의 부하보다 약하다니…… 이렇게 된 이상 론즈 그 놈과 이야기를 다시 해야겠군.’

왕효명은 어떻게든 무당파를 아시아 최고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똥물을 뒤집어써도 상관없었다.

세계적인 흐름은 곧 힘이 법인 시대로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그렇게 결심을 하고 있는 시각,

“도착했나?”

“네.”

창현의 말에 윤미가 대답했다.

곧 근정전 안으로 다섯 명의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그들은 바로 오대 가문들의 가주들이었다.

“오는 길은 편안했나?”

창현의 하대는 언제나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웠고, 거대 가문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의 받아들임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자연스러웠다.

“신경 써 주신 덕분에 편안하게 왔습니다.”

아무리 예전의 성세만 못하다 하지만 정파를 대표하는 다섯 가문인 것은 분명 틀림이 없었다. 구파일방에 그 위세가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한혈문과의 동맹을 통해 중국 내에서의 입지는 물론 아시아 전체의 영향력을 키울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구파일방을 누르는 것이 먼저였다.

같은 중국 문파라고는 하지만 먼저 칼을 빼든 것은 분명 무당파를 비롯한 구파일방이었다. 소림사조차 무당의 흉계를 알고 묵인했다는 것은 오대 가문 가주들에게는 분명 충격이었다. 이미 변해버린 것은 도사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실은 정보를 제공한 창현과 오대 가주들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비무 소식은 들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남궁세가 가주의 말에 창현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검이라면 둘 째 가라면 서러워 할 남궁가에게 칭찬을 듣다니, 무황도 꽤 기뻐할 것 같아.”

“아직 많이 미치지 못함을 압니다.”

“그대들의 무공은 정심한 것은 물론 중후하기까지 하지. 대대로 무거운 검을 썼으니까. 발전을 이루면서 본래의 것을 잃어 가는 것이 안타까워. 내가 본 것은 그저 비무의 한 장면이었지만 본래 남궁가의 검이 아니었어. 원래의 빛을 잃지 않는 노력이 발전을 더욱 빛나게 하는 법이지.”

창현의 짧은 충고였지만 남궁세가 가주의 얼굴에는 깊은 감격이 흘렀다.

세계 최고수에게 가문 비전의 무공이 간파 당했다는 사실보다 그가 알린 충고가 더욱 실효가 크기 때문이었다.

“그 방계의 재밌는 놈은 수련 중인가?”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대대로 폐쇄적이면서 방계를 제외시킨 당문의 가주 치고 자네는 약간 특이하다고 할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아는 암왕도 역시 그랬거든. 당문의 미래 역시 점점 밝아지고 있는 것 같아.”

가주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저희들을 불러 모은 것은 구파일방을 본격적으로 흔들기 위함이십니까?”

약간은 찢어진 눈고리, 그리고 짧은 수염은 제갈 세가의 가주였다. 제갈 공명의 후손이라 불리는 그들의 대대로 천재적인 두뇌를 자랑했으며 무력은 약하지만 그 머리로 중원을 지배한 적도 있을만큼 대단한 가문이었다.

가주의 겉모습이 약간은 얍삽한 인상이라 할지라도 그의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수 만가지의 계획과 수천가지의 경우의 수를 재고 있음이 분명했다.

창현은 옅게 웃었다.

“역시. 맞아. 검선과의 비무로 본좌를 암살하려고 한 죄를 뒤덮기는 작지.”

“이미 발표를 그렇게 하신 것은 너그러운 자비를 보이시기 위함과 더불어 무당파의 왕효명이 그 발표에 발끈 해 오히려 무리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고 계시군요.”

“응. 자네처럼.”

제갈 세가의 가주는 역시 창현의 계획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머지 네 가문의 가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언뜻 듣기는 했지만 제갈 가주는 분명 창현의 생각을 꿰뚫고 있었다.

“론즈 가문이 발을 뺄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그 놈은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바로 발을 빼니까요. 이미 멀리 온 무당파는 론즈 가문의 자금 없이도 구파일방을 수습해 전쟁을 하려고 할 것이고, 오대 가문과 동맹을 맺은 문주님은 구파일방을 한 번에 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신 것이군요.”

“정확해.”

창현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저희들의 역할은 중국 내의 정리가 되겠구요. 물론 직접적인 관계가 얽힌 당문이 전력을 다해 도울 것이 분명하지만…… 추후를 생각해서라도 저희들 역시 가문의 사활을 걸어야 하는 선택지를 주실 것 같습니다.”

“호오!”

창현은 제갈 가주가 생각보다 멀리 내다 보고 있고, 아주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당문은 이미 그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구파일방과의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자세가 되어 있어. 당문의 가주에게는 명분까지 있지. 죄 없는 가문의 사람을 끌어들여 나를 암살하게 한 것은 물론, 당문 자체를 집어 삼키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나머지 네 가문의 가주들은 당문과는 좀 입장이 달라. 당문이 구파일방에게 칼날을 들이밀면 사람들은 명분이 있기에 고개를 끄덕일 테지만 네 가문은 한혈문과 당문의 위세를 등에 지고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탐욕의 명분으로만 바라볼테니까.”

이번엔 제갈 가주가 웃었다.

“말코들은 타락했습니다. 나머지 문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검선께서 정파의 정기를 지키고 계셨을 뿐, 오랜 기득권 생활을 유지하면서 그들은 중국을 부폐 시키고 있습니다. 명분은 충분하지요.”

창현이 다시 한 번 호오,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그건 자신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권력을 독점했기에 그들은 오히려 틈을 많이 노출 했습니다. 중국을 뒤집는 사건입니다. 구파일방을 정리하는 것은. 그 자리를 저희들이 채우기는 하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천하가 뒤집히는 일은 분명합니다. 큰 혼란이 벌어지 걸 것이 분명할 것이고 그 혼란을 혁명으로 바꾸는 작업은 의외로 중요하니까요.”

제갈 가주가 잠시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인민들에게 그렇게 알리면 그만. 명분이라는 것은 어쨌든 만들기 마련이니까.”

그 명분을 만들기란 결코 쉽지 않지만 천재적 두뇌를 자랑하는 제갈 세가의 가주는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난 듯 했다.

문제는,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한혈문과 오대 가문이 손을 잡은, 아니 한혈문 하나의 문파 힘으로도 구파일방을 정리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주님은 굳이 그 이득을 저희에게 나눈 것입니다. 그 것이 오히려 관리를 하기가 편하니까. 동맹의 관계란 결코 수평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지.”

창현은 쿨하게 인정했다.

이미 그들의 결심은 선 것 같았다.

“인민들을 포함한 모든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선에서 오대 가문은 한혈문에게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제갈 세가 가주가 대표격으로 말을 했고, 모두의 표정에 결의가 담겨 있었다.

‘기득권을 교체하는 일, 그 어떤 명분을 댄다고 하더라도 저들에게는 그저 구파일방을 대신 하고픔 욕망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 하지만…… 일본처럼 지부화를 하기에는 중국은 분명 너무나 넓고 크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오대 가문에 대한 지배력을 확실히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지.’

창현은 빙그레 웃었다.

“구파일방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 강제 봉문을 당하기는 하겠지만.”

뒷 말은 잇지 않았다.

‘그 이후에는 론즈 가문…… 그리고 실비아 그 여자이지.’

============================ 작품 후기 ============================

아스날대맨유 매우 기대되네요.

뜬끔포 지송.

야구의 시즌이 지나고 해축의 시즌이 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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