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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65화 (165/170)

< -- 165 회: 전쟁과 여인 그리고 과거의 향기 -- >

으그그그그-!

괴상한 소리가 남자의 몸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지켜보고 있던 검선은 착잡한 마음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어떤 기운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내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단의 무공은 오래전 사장 시킨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자신이 모르는 일이 또 있다는 생각에 검선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도윤이무공이 무슨 무공인 줄 아나?”

창현의 물음에 검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 된 줄 알고 있었던 무공이었지만, 무공에 관한 기록은 검선 역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 옛날,

무당파의 한 도인이 무공을 무리하게 익히다가 주화입마에 걸렸다. 내력이 뒤틀리고 온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 도인은 오히려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그 고통을 쾌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미친 듯이 움직이던 내력이 손을 내민 것이다. 그리고 그 내력은 단전을 완전히 태워 버렸고, 가슴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주화입마가 그런 식으로 안정이 되자 무력은 오히려 한 단계가 아닌, 두 단계보다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도인은 그 이후 주화입마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높은 위치에 있었던 그는 그 권력을 이용하여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것에 성공했고, 하나의 무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어쨌든,

그 도인은 꽤나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주화입마를 겪으면서 무공을 만들기란 애 장난이 아니니까 말이다.

문제점은 도인 스스로조차 모르게 마성에 물든 것이다.

온 몸을 마성이 집어 삼켰고, 도인은 자신의 이름을 딴 도윤이문공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이미 고수였던 그가 훨씬 더 발전 된 무공과 끝을 알 수 없는 내력을 뿜어내기 시작하자 막아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 도인은 자신의 실험을 비롯해 도윤이문공을 상세하게 남겼고, 무당파는 그 무공을 마공으로 취급하면서도 버리지 않았다.

추후,

그 위험성이 너무나 높은 까닭에 사장 시켰지만, 은밀히 비처에서 전해져 내려 왔고 왕효명은 그 무공을 10명의 도인들에게 전수했다. 적당한 사람을 골라 그 무공을 10부분으로 쪼개 익히게 했고 합공을 통해서 도윤이문공을 완성했던 것이다.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10명이 꼭 다 모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유사시를 대비하여 다섯 명을 그 중에서도 선별했고, 그 특출한 재능들을 이용하여 다섯 명이서도 완벽한 도윤이문공을 펼칠 수 있게끔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투자했다.

왕효명은 그저 간사하고 비열한 것만이 아니라 끈기까지 갖춘 사람이었다.

아쉽지만 남자는 그 5명 안에는 들지 못했다.

“역시 예상대로 검선 너를 따라 온 열 명의 수행원들이 나눠서 익힌 것 같군. 그 무공은 상당히 재미있는 무공인데…… 왕효명이라, 자네의 사질은 생각보다 더 똑똑해. 저런 발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검선의 착잡함은 더해지고 있었다.

남자의 복부는 풍선처럼 부풀었고, 턱 역시 마찬가지였다. 팔과 다리가 두꺼워졌으면 초록색 진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한 마리의 두꺼비 같았다.

오톨도톨 피부에 동그랗게 잔뜩 나기 시작했고, 보기에 무척 기괴하면서도 혐오스러웠다.

“크크크!”

쇠를 긁는 남자의 괴상한 소리에서도 창현은 여유로움을 지우지 않았다.

“……저 아이의 목숨을 거두실 것입니까?”

“도가의 제자, 무당이 거두었기에 그대가 거두고 싶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지. 내 집에서 난동을 부린 죄는 커. 난 그걸 용서할만큼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고.”

“…….”

검선은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이 일은 만천하에 알려질 것이야. 그리고 무당파는 홀로 떨어지겠지. 도윤이문공은 중원에서도 마공으로 취급 받은 지 오래고, 아직까지 무당이 그 무공을 버리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제재를 받아야 하는 일이니까. 한혈문에게는 나의 암살 시도와 더불어 확실한 명분이 생긴 셈이지. 그리고 네가 사질에게 버림받았다는 증거 또한 확실하고. 그대와의 비무 도중 이런 일이 생겼다면 모든 것을 그대가 뒤집어썼을 테니까. 왕효명은 그대를 이용해서 날 제거하고 무당파가 도윤이문공을 폐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그대에게 모두 돌릴 생각인 것 같았으니까.”

창현의 말은 한 치의 틀림도 없었다.

검선 역시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끼던 사제가 자신을 이용했고, 그 것도 모자라 무당파의 수치를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려 했다는 사실을말이다.

검선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채 검을 뽑았다.

“캬캬캬캬!”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눈동자가 번뜩였다.

창현을 향해 남자가 달려 들다.

마치 한 마리의 두꺼비가 높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몸에서 뿜어 나오고 있는 진물은 바닥을 녹이고 있었고, 혀가 길게 뻗어 나왔다.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외모였다.

검선의 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스삭-!

단 한 수에 팔을 베어 버린 검선의 몸이 빙그르르 회전했다. 수십 개의 검강이 남자를 향해 쏟아지면서 마치 이 세상에서 그 존재 자체를 지워 버리겠다는 듯 온 몸을 난자하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콰앙-!

마지막으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남자는 시체조차 남기지 못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먼지가 가라앉고 들어나는 모습은 팔 하나와 목이 잘린 남자의 모습이었다.

오톨도톨 났던 동그란 껍질은 모두 제거 되어 있었고, 본래 얼굴을 되찾았다. 진물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검선은 가볍게 도호를 외고 있었다.

“그의 시체를 가져가는 자비는 베풀지.”

검선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창현은 빙그레 웃었다.

“무당파의 죄를 묻겠다. 그대가 돌아가는 것도 허락을 하지. 자네가 스스로 단전을 파괴하고 무당파의 죄를 씻으려 하지마. 난 네게 죄를 묻는 것이 아니니까. 내가 갔을 때 무당파가 조금이라도 깨끗해져 있다면 멸문을 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검선은 창현의 말을 들으며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 남자는 내가 스스로 무당파 전력을 약화 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었다!’

그랬다.

검선은 무당파가 정도를 걷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알아버렸고, 사질인 왕효명이 명예에 미쳐 무당파를 오히려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 들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 느끼게 만들었다.

창현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어쩌면 이미 정해진 수순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가 되면 검선 자신이 수습하기조차 힘들 상황이 분명했고, 그 때는 이용만 당하다 차갑게 땅 속에 묻혀 있을 수 있었다.

“무당파가 고립되지 않을 수 있어. 구파일방은 이미 너무 멀리 갔거든. 자네 사질은 생각보다 치밀한 사람인 것 같으니까. 꽤 깊숙이 개입을 했거나, 왕효명이 이미 통제 할 구실을 만들어 놓았을 가능성이 커. 중원의 피바람은 예고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

창현은 가볍게 뒷짐을 지며 걸음을 옮겼다.

“그 곳은 한 번 정리를 해 주어야 해. 아시아의 패권은 한 문파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검선은 깨달았다.

왕효명도, 자신도, 그리고 창현도 어쩌면 그 목표가 하나일 수 있었다.

자신의 문파의 부흥과 광명!

하지만 그 것을 실현하는 능력의 차이가 단지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다.

왕효명은 비겁한 암수와 음모를 동원해도 그 능력이 없지만, 창현은 그저 물 흐르는 대로 천천히 일을 진행만 시켜도 아시아를 차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의 뒷모습에서 검선은 왕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정해진 운명을 걷는 사내!

그 운명의 무거움과 가벼움은 사내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설사 그 운명이 천하를 짊어지는 큰 것이라 하더라도 어쩌면 사내에게는 무척 가벼운 것에 불과 할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사질, 어쩌면 의미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 같구나.”

검선은 왕효명의 삐뚤어진 문파 사랑이 진심으로 걱정되고 있었다.

한편,

“이 곳이 어디지?”

윤미의 차가운 목소리에 모두 모인 직원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애초에 일반인들이 견딜 수 있을리 만무했다.

하지만 윤미는 충분히 기운을 조절 할 수 있었고, 자신의 분노를 어느 정도 조절을 하면서 풀어내고 있었다.

그 것만으로도 직원들은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짧은 검은색 정장 치마와 풍만한 가슴을 그대로 드러내는 타이트한 와이셔츠, 그리고 그 위에 살짝 걸친 재킷, 긴 와이셔츠를 걷어 올려 드러나는 새하얀 팔!

아름다움과 섹시함의 절정이라 할 수 있었지만, 남자직원들도 숨조차 내쉬기 힘들만큼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한혈문이 모두 무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력은 곳곳에서 필요했고, 모두 무인들만 뽑기에는 효율이 도리어 떨어졌다. 행정 임무 같은 것은 한 때 고급 인력이라 불렸던 출신들이 훨씬 효율이 좋기 때문에 한혈문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사용하면서 그들의 대한 대우를 확실히하고 고용을 하였다.

일반 기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일반 기업보다 훨씬 더 높은 연봉과 복지가 한혈문이 대기업보다 드림 직장이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파였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힘을 다해 취직한 이곳은 한국 제일의 문파이고, 세계 제일의 문파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하신 문주님이 창건하신 곳이다. 그런데 어째서 대륙의 나부랭이들에게 그런 치욕을 당하고도 참는 것이지?”

“…….”

일동은 숨죽이며 윤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 딴 쓰레기가 난동을 부리는데도 문주님께서 거두신 너희들이 그저 참고만 있었다는 것에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너희들은 문주님을 믿지 않았다는 증거이니까.”

애초에 윤미가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긴 일장 연설에 직원들은 느끼는 바가 무척이나 컸다.

“권리는 스스로 찾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법이다. 누군가 대신 너희들의 권리를 찾아 주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대신 권리를 찾아 주기를 바라는 나태하면서도 책임감 없는 인력은 한혈문에서 필요 없다.”

“죄, 죄송합니다!”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외치자 여직원 중 한 명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무, 무서워서 그랬어요. 보잘 것 없는 직원이 괜히 문에 분란을 일으키면 불이익을 당할까…….”

윤미도 알고 있었다.

아직도 남아 있는 좋지 않은 관습 중 하나였다.

“너희들이 그동안 생각했던 곳과 한혈문이 똑같다고 생각하지마라. 이곳은 최고의 문파이니까. 그리고 너희들은 최고의 문주님께서 직접 거둔신 직원들이다. 그 사실을 명심하고 스스로의 권리와 그리고 그 권리에 맞는 책임감을 확실히 가진다면 너희들 역시 역사에 남는 한혈문의 일원임이 분명할 것이니까.”

“물론이지.”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선이 순식간에 창현에게 집중 되었다.

“어려워하지 마. 부당한 대우라 생각한다면 가감 없이 상사를 통해 보고를 하도록 해. 그걸 항명이나, 반항이라 생각하지 마. 그건 바보 같은 생각이니까.”

창현은 빙그레 웃었다.

“너희들 역시 문의 일원이다. 자부심을 갖도록. 그럼 난 이만, 우리 애기가 오늘 따라 무척 예뻐서!”

“…….”

오글 거리는 말에 윤미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방금 전까지 매서운 서릿발을 날리던 윤미가 얼굴을 붉히자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문주의 문란함은 제외 좀 부탁해.”

“쿡!”

누군가가 웃음을 터뜨렸고, 창현은 손을 흔들며 그대로 윤미의 허리를 잡아 끌며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졸라 부럽다.”

한 남자 직원의 말만 그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멘탈이 갑자기 깨진 문제도 있었고,

12월 중순 중으로 출판 신작 1,2권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연재가 갑작스럽게 중단이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너무 뜸하지 않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연재 신작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혈마 현대 재림기는

200편 전후로 하여 완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그 때까지는

혈마 현대 재림기를 쭉 이어갈 생각입니다.

그럼 2013년의 마지막 달 모두 보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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