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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66화 (166/170)

< -- 166 회: 전쟁과 여인 그리고 과거의 향기 -- >

“잊힌 마공이지.”

수많은 기자가 모여 있는 자리에서도 창현의 태도는 언제나처럼 의연하고 또한 오만스럽게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음에도 그의 몸에서는 기품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건 그가 가지고 있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일종의 기운이었고, 보통 사람들까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렬했다.

“무당파에서는 아직 아무런 말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공론화 하는 것은 중원 침공에 대한 명분 확보를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아닙니까?”

한 중국인 기자가 꽤 용기 있게 질문을 했다.

창현은 그를 바라보면서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언론 플레이?”

다시 되묻자, 기자는 우물쭈물한 표정으로 작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무당파에서 생겨난 무공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마공이라고 무당파는 조용히 있는데 한혈문에서 먼저 나서니…… 더구나 중국의 문파와 갈등이 심화 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본좌가 그 따위 문파들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본좌가 마공이라면 마공인 것이다. 너희들의 확인 따위는 필요가 없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무공이고, 그 무공을 내세워 무당파는 본좌를 죽이려했다. 그 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없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군.”

창현의 말에 한국의 기자들조차 흠칫 몸을 떨고 있었다.

최근 세계적인 영향력이 한혈문 덕분에 한국이 무척이나 강력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미 구파일방을 중심으로 중국의 영향력은 미국 못지않았다.

미국에 퍼져 있는 수많은 클랜들의 영향력은 강대국인 그들이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만들었고, 유럽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클랜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중국의 구파일방은 그 두 세력을 위협하는 세력 중 하나로 거듭난 것은 물론, 미국조차 뛰어 넘을 기세를 가지고 있기에 그들을 적대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구파일방의 수장을 창현은 정면으로 비난하고 있었다.

“전면전은 시작이 되었다. 무당파는 멸문으로 그 죄를 갚아야 하겠지.”

창현의 마지막 말에 모두가 소름이 돋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행동은 빨랐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시간은 오 분도 걸리지 않았고, 기자 회견이 끝난 것도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다.

창현은 벌써 한혈문의 정예들과 함께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연히 창현과 한혈문에 대한 입국 자체를 막고 군사력까지 동원해 항공을 통제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 중국 당국이었지만, 그 것이 크게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용신에게 현대 과학 무기란 무용지물이었고, 비행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신호는 이미 용신의 능력으로 교란이 되고 있었다.

용신만이 아니어도 설난의 능력으로도 이미 중국은 까막눈이나 다름이 없게 되어버렸다.

구파일방이 국가 권력 자체를 장악하고 있었기에 일본 때와는 조금 다른 전투 양상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중국 전체와 싸워야 할 수 있었다.

“무당파로 곧바로 갈까?”

“그게 좋겠지.”

설난의 말에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기에 타고 인원은 겨우 오십 명 가량이었다.

아무리 창현이 천외천 고수이고, 한혈문 역시 막대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단 오십 명으로 중국 전체를 상대하기란 분명 무리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창현의 얼굴에 그런 걱정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적당한 때에 도착했어.”

“오소리?”

“그래.”

그를 생각하자 창현은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일본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그 책임을 지고 떠난 오소리는 막대한 전력을 이끌고 돌아왔다. 시국을 보고 현 상황에서 자신은 은밀히 돌아오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 창현만을 홀로 독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까지 쌓은 것은 창현으로써도 예상 밖이었다.

설마 무황과 윤미의 시선까지 피해낼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한층 변해 있던 오소리는 더 이상 오소리라 부르기 힘들 정도였다. 은색 털갈기가 더욱 길게 자라났고, 길었던 송곳니 역시 한층 날카로워졌다. 팔과 다리가 길었고, 몸통도 윤기가 흘렀다.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늑대에서 진화한 은늑대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보다 더 특이하기는 했다.

그리고 오소리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괴물들은?”

“각지에서 흩어져 중국 내로 진입하기로 했어.”

오소리는 한국 주변에 있는 A급 이상의 괴물들을 대부분 세뇌 시켜서 돌아왔다.

그 것은 엄청난 전력이었다.

A급 괴수 하나면 웬만한 중소 문파는 가볍게 쓸어버릴 수 있었다.

그런 괴물들이 8마리였다.

그 중 한 마리는 S급이었다.

S급을 세뇌시켰다는 것은 오소리가 이미 윤미만큼이나 뛰어난 요괴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인간형이 아닌 요괴로는 아마 최초일 것이다.

“구파일방에 차례로 한 마리씩 보낸다. 정예들 역시 붙여서. 나와 설난 그리고 윤미가 무당파로 간다.”

단 세 명.

구파일방의 수장 문파이고 초고수들이 득실 거리는 무당파를 멸문 시키러 가는 인원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명수였지만,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도심 속에 있는 문파를 상대 할 때는 일반인들의 피해를 조심하도록 해라. 말이 나오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지켜야 하는 대상이기에 너무 조심스럽게 행동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학살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인들의 피해는 모두 중국 당국의 책임이니까.”

그 것이 명분을 확보하고, 선제공격을 할 때의 이점이었다.

창현의 말이 끝나자 무당산 근처가 보였다.

그들은 최첨단 장비를 갖춰 놓지는 않았다.

전통을 중요시 했기에 군사력까지 동원을 해서 무당산을 지키고 있지는 않았다. 그 것이 오히려 한혈문에게는 무척이나 호재로 작용했다.

활주로조차 없는 곳이지만,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착륙을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서 그대로 모두 뛰어 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드높은 창공에서 뛰어내리는 일은 위험하지만, 무인들에게는 딱히 위험하지 않았다. 한혈문에서도 최정예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콰앙-!

“용신은 소림으로 가라. 그 쪽에 파견 된 괴물을 도와. 만만치 않은 곳이니까.”

소림사가 괜히 소림사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창현 역시 그들의 잠재력만큼은 경계를 하고 있었기에 A+급 괴물과 용신을 동시에 파견 하고 있었다.

“이 쯤에서 기다리고 있을텐데.”

“오셨습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당문 가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대 가주들이 모두 보였다.

창현은 오대 가문의 일원에게 이 번 구파일방 소탕 작전의 지휘권을 맡길 생각이었다.

중국 인민들에 대한 통제권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나라의 문파가 침공을 해서 자신의 영토를 쑥대 밭으로 만드는 것과 자국의 문파가 지휘권을 가지고 전쟁을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이다.

대외적으로 오대 가문과 한혈문은 동맹의 입장이었으니 어색하지 않았다.

인민들은 이것이 한혈문이 명분을 확보해 오대 가문이 구파일방을 몰아내고 패권을 쥐려는 전쟁정도로 인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실상은 모두 오대 가문의 충성을 받은 창현이 중국 내의 새로운 관리자로 등극하는 것이었지만.

“오소리는 화산으로.”

“네.”

설난이 가주들을 인식해 존대를했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두 문파를 용신과 오소리에게 맡기고 창현은 오대 가문의 가주들과 회의를 거듭하여 병력의 배치에 꽤 많은 시간을 들였다.

아직 구파일방은 창현이 중국으로 들어 온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기자회견을 하고 그 다음 날 새벽이 되자마자 올 것이라 예상하는 이는 없었으니까.

“각파의 주요인물들은 죽여도 상관없어. 무공을 폐하는 것은 기본이지. 그리고 그들의 무공을 뿌리채 뽑으려면 모든 것을 압수하는 것이 좋아. 천년이 넘게 교류를 해왔으니 그들의 비처에 숨겨져 있는 고급 무공서들의 위치 역시 자네들은 알고 있을테지?”

창현의 말에 오대 가문의 가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전쟁. 자비심을 가지지마라. 이기는 자는 이 대륙의 패권을 움켜쥘 것이고, 지는 문파는 그대로 멸문의 길을 걷게 되겠지. 물론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지만.”

웅장한 무당산을 내려다 보면서 창현은 싱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럼 가 볼까? 점심은 무당파 안에서 먹고싶군.”

출전이었다.

각자가 모두 흩어졌고, 무당산에는 창현과 윤미 그리고 설난이 남아 있었다.

터벅터벅-!

해검지.

멋들어지게 음각이 되어 있는 간판을 보면서 창현은 감회에 잠겼다.

검선이 죽고 참으로 오랜만에 오는 무당파였다.

“그 놈이 살아 있을 때는 제법 이 곳에 자주 왔었어. 나에게 검을 빼고 오라고 난동을 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다, 당신은?”

해검지를 지키고 있는 무사는 평상시에는 없었다.

무당파의 자신감이자, 중국 무인들이 얼마나 무당파를 성스럽게 여기고 있는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해검지에서는 스스로 병장기를 해체했다.

어제 발표가 난 이후 급히 해검지에 경계 무사들을 배치한 왕효명이었지만 늦은감이 있었다.

곧바로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도사를 굳이 막지는 않았다.

“난 검이 없는데?”

“…….”

윤미는 주로 쓰는 연검을 가지고 있었고, 설난 역시 검은 없었다.

“신호탄을 쏘아 올릴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리 멀지도 않잖아? 어서 가서 장문인에게 알려라. 무당파의 멸문이 다가 온 것 같다고.”

============================ 작품 후기 ============================

월요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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