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날 살리기로 결심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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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날 살리기로 결심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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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날 살리기로 결심했으면
2022.06.02.
리엘라는 저도 모르게 헤르한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심장이 두방망이질하듯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시온의 말대로,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였다.
높은 구두만큼 높아진 신분으로 연회장에 입장하는 것 말고.
손님들에게 황제의 파트너로서 좋은 첫인상을 보이는 것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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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숨을 노리는 이들과 대면해서 이겨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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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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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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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을 것 없어. 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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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폐하만 보고 있으면 된다고요?”
결연하게 헤르한의 말을 가로챈 리엘라가 씩씩하게 미소 지었다.
헤르한은 그런 리엘라를 한번 내려다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내, 그는 옆을 지나던 시종에게서 샴페인 잔을 하나 받아들었다. 다른 한 손을 들어 악사의 연주도 다른 곡으로 바꾸었다.
작전 개시를 알리는 신호.
멀찍이서 그 신호를 알아본 이엘이 황제와 리엘라가 선 곳으로 몸을 틀었다.
검은 연미복을 갖추어 입은 그의 옆에는 백발의 노신사가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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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
리엘라는 침을 꼴깍 삼켰다.
사건이 있었던 날 이후, 이엘을 대면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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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 바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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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태양이신 폐하를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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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가까이 다가와서 선 이엘은 고개를 들지 않을뿐더러, 리엘라 쪽은 절대 쳐다도 보지 않았다.
리엘라는 그런 그의 외면이 못내 씁쓸했다.
괘씸한 것 같기도 하고. 서운한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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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가 생겼네.’
일부러 턱까지 높은 깃을 세우고 화장도 두껍게 했지만, 그래서 더욱 리엘라의 눈에는 그의 상처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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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속이니까 그렇지. 그러게 왜 그렇게 미운 짓을 했어요.’
이엘이 얼마나 가혹한 문초를 당했을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그가 응당히 치러야 할 대가였고, 지금은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싸움에 임해야 할 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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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괜찮으시다면 전에 말씀드린 저의 후견인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연습했던 대로.
이엘이 담담한 목소리로 포문을 열었다.
헤르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엘을 따라왔던 노신사가 잿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한발 앞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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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존엄하신 폐하를 뵙습니다. 아젠느 왕국의 아르빈 시온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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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에게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 아젠느에서 공작위를 갖고 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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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젠느를 떠나 온 지 오래되었습니다. 폐하의 땅에선 그저 포목 상단을 운영하는 장사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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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과 같은 우수한 학도들을 후원하는 훌륭한 독지가기도 하지. 겸손이 지나치군. 시온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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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찬이십니다. 폐하.”
시온 공작이 주름진 입가를 올리며 웃었다.
물론 그는 공작도 아니고 훌륭한 독지가도 아니었다.
아젠느 왕국은 바다 건너 멀리에 있는 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출신 신분을 조작할 대상국이 된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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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뛰어난 인재의 덕을 보게 된 것도 모두 공작의 덕이로군.”
그래도 헤르한은 시치미를 뚝 떼고 연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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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소동에서 이엘이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지는 공작도 들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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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소식을 듣고는 저도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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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이 활약해주지 않았더라면 나와 나의 정인 모두 위험해졌을 테지.”
‘나의 정인’
그 말에 시온 공작의 눈이 다시 한번 빛났다.
일순간, 내내 공손한 척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의 시선이 헤르한의 옆에 선 리엘라에게로 옮겨갔다.
리엘라는 태연한 척 숨을 고르면서 자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 그의 눈빛을 감내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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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 블리니테.’
굳이 황제가 옆에 끼고 있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눈이 갔을 만한 여자.
먹잇감을 탐색하는 맹수처럼 리엘라를 노려보던 시온 공작이 다음 단계로 쳐다본 것은 이엘 쪽이었다.
더 정확히, 그가 바라본 것은 이엘의 목에 걸린 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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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때 시온 공작이 눈을 부릅뜨고 동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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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지, 시온 공작? 뭔가 문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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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닙니다. 폐하.”
그걸 지켜보는 헤르한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이엘의 마석은, 태초부터 그런 것처럼 새까맣기만 할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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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마석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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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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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연맹이라고 해도 후손을 판별해내는 건 이엘의 마석 하나에 의존하고 있지. 그러니 이걸 역으로 이용하면 충분히 눈속임할 수 있을 거다.”
가짜 마석을 이엘의 목에 걸어 리엘라를 의심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헤르한이 낸 묘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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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명하신 대로 장인을 모셔왔습니다.”
헤르한은 그렇게 급하게 불려온 장인 앞에 두 개의 보석을 건넸다.
하나는 이엘의 마석. 다른 하나는 세공되지 않은 흑요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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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흑요석을 깎아서 이것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야 한다. 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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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하오나 폐하. 색이 다릅니다만. 이것은 푸른빛이 감돌고 있습니다.”
장인의 물음에 헤르한은 바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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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상관없어. 모양만 같으면 된다.”
어차피 그 멍청한 자들은 푸른빛이든 붉은빛이든 볼 일이 없을 테니까.
*
어색하게 웃는 시온 공작의 동공이 갈 데를 모르고 사방팔방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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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까만색? 저 여자가 가까이 있는데도 마석이 아무 반응이 없잖아? 내가 그동안 정말 헛다리를 짚은 거라고?’
헤르한은 굳이 공작의 몸에 손을 대지 않아도 그런 그의 생각이 전부 읽히는 것 같아 우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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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토록 훌륭한 인재를 키워 보내준 것에 대한 치하는 언젠가 분명히 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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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감사합니다. 폐하.”
시온 공작의 고개가 맥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럼 이걸로 끝인가. 생각보다 싱겁군.
헤르한이 리엘라와 함께 돌아서려는데, 그대로 물러나나 싶던 시온 공작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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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폐, 폐하! 외람되오나, 아직 드릴 말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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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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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러니까…….”
시온 공작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제 후원 업무가 어쩌고, 또 폐하가 해주신다는 치하가 어쩌고, 중언부언하고 있지만 결국은 아직도 의심을 말끔히 떨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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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럴 만도 해. 연맹은 꽤 오랫동안 날 의심했으니까. 그동안 이엘의 행적도 충분히 의심스러웠고.’
리엘라는 잠깐 고민하다가 결심을 굳혔다.
원래의 계획상, 자신이 할 일은 그저 황제의 옆에서 시온 공작에게 얼굴을 보이고 마석의 무반응을 확인시켜주는 것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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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 경!”
리엘라는 발랄한 목소리를 꾸며내며, 모두가 보란 듯이, 특히 시온 공작이 보란 듯이 이엘의 손을 덥석 잡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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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엘 경. 얘기가 길어질 모양인데 우리는 저쪽에 가 있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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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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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에 없던 돌발행동에 이엘과 헤르한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시온 공작 역시 전보다 더 크게 부릅뜬 눈으로 맞잡은 두 사람의 손을 빤히 보았다.
리엘라는 그의 의심이 다 풀릴 때까지 일부러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이엘에게 보다 더 가까이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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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이 말씀 나누시는 동안 우리는 저쪽으로 가서 같이 디저트를 먹어요. 네? 어때요?”
이엘은 비로소 고개를 들고 리엘라와 눈을 마주쳤다.
리엘라는 거칠게 동요하는 그의 검은 동공에 당당히 응수하면서 눈빛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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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지 말아요. 흔들리지 말아요. 날 살리기로 결심했으면 끝까지 노력하라고요.’
리엘라는 일부러 이엘에게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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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나랑 같이. 폐하. 저 다녀와도 되죠?”
시온 공작의 눈은 그렇게 맞닿은 두 사람의 몸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쨍하리만치 까맣기만 한 이엘의 마석을 수십 번 왔다 갔다 했다.
한참 뒤.
시온 공작은 마지못해 사실을 받아들인 듯 다시 고개를 숙였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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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늙은이가 숙녀분을 지루하게 만든 모양입니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폐하.”
시온 공작이 돌아서서 멀어졌다.
리엘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팔짱을 풀었고, 이엘은 리엘라에게 풀려나자마자 쏜살같이 몇 발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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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어른을 배웅하고 오겠습니다.”
이엘이 고개를 숙인 채 도망치듯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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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어때요? 저 잘했죠? 우리 계획이 정말 먹혔…….”
그리고 헤르한도, 쌩하니 등을 보이고 돌아서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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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가 삐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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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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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엘의 손을 잡고 팔짱을 꼈다고, 삐지셨어요.”
리엘라가 대답했다.
아직 연회는 한창인데 왜 혼자 대기실에 있느냐고 물었던 제스는 어이가 없어 입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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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 자리에서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그 시온 공작이라는 그 할아버지가 어디서 또 다른 무슨 마석 같은 걸 구해와서 절 다시 시험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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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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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사실 저보다도 더 위험한 건 폐하 아닌가요? 나만 후손인가? 자기도 후손이잖아요? 다 폐하를 위해서. 필요해서 한 일이었는데.”
제스는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리엘라의 한탄에 제 귀를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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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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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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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앞에서 사랑싸움 같은 거 하지 마시라고요. 못 들어주겠으니까.”
제스가 몸서리치는 것에 리엘라는 기운 없이 입술을 쭉 내밀었다.
제스에 대한 것이든, 아니면 헤르한에 대한 것이든, 어쨌든 리엘라의 원망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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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를 믿고 기다렸으면 됐을 텐데.’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충동적인 행동이었던 건 사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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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가 먼저 사과를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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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상담 안 합니다. 전.”
제스는 냉담하게 손사래를 치고 돌아섰다.
그대로 아예 떠나버리나 했는데, 몇 초 지나지 않아 그는 언짢은 티를 팍팍 내며 대기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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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가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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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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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을 쐬면 복잡한 머릿속이 좀 환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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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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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폐하를 발코니로 모시고 갈 테니까, 거기서 기다리시라고요. 거기서 찬바람 쐬면서 둘이 화해를 하시든지, 더 싸우시든지. 뭐.”
리엘라는 성질을 내고 픽 나가버리는 제스를 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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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사과를 하러 가자.’
제스의 말대로 발코니로 나가 찬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니 구름 위를 걷듯 방방 떴던 정신이 좀 가라앉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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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
리엘라는 크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꼭 꿈만 같은 하루였다.
헤르한에게 청혼을 받고, 울고, 투정도 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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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지를 끼고…….’
이 반지를 끼고 헤르한의 백성들 앞에 나아가 얼굴도 보이고, 연맹에서 저를 탐색하러 온 남자를 속여 내쫓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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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말도 안 되는 하루였어. 정신이 하나도 없네. 연맹은 이제 한동안 잠잠할까? 폐하가 시온 공작에게 미행을 붙일 거라고 하시긴 했는데.’
리엘라는 달빛에 빛나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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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정말 황후가 되는 건가?’
그러다가 제 풀에 피식 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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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 전에 폐하 마음부터 잘 풀어드려야지. 안 그러면 하루 만에 이 반지를 도로 뺏길지도 모르겠어.’
큰일들을 한 번에 치러내고 나른하게 긴장이 풀려가는 그때.
옆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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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구세요!?”
잔뜩 긴장해서 한쪽 발코니 문을 열어젖힌 리엘라는 이내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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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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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놀라라.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거예요?”
연회장의 시종이었다.
아마 정신없는 일터에서 도망 나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던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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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어도 되니까 방금 내가 엄청 웃기게 하품한 건 비밀로 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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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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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같이 바람 쐐요.”
시종은 어쩐지 자신을 빤히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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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아나?’
리엘라는 생각하다가 혼자 웃어버렸다.
그야. 오늘 이 황궁 안에 모인 사람들 중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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