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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5화 (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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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분해 작업을 완료하고, 방 곳곳에 튄 흔적들을 모두 청소한 뒤에야 나는 허리를 세웠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마무리 단계였다.

이제 남은 건 분해한 사체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슬쩍 둘러보니 난장판이었던 그곳은 어느새 훨씬 깔끔해진…….

‘시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불현듯 밀려오는 자괴감에 고개를 떨어트렸다.

대체 뭔가.

뭔데 내가 여기서 보람을 느끼고 있는 건가.

“이야, 준우 씨 이 일 처음 맞아?! 왜 이렇게 잘해!”

“……뭐, 1인분은 하네.”

“1인분이 뭡니까. 거의 준우 씨 혼자 다 했는데.”

아까와는 사뭇 달라진 그들의 표정과 말투에 나는 학을 뗐다.

고작해야 청소 일.

칭찬을 들어도 같잖기만 할 뿐이다.

“좋아. 상혁아, 리미트는?”

“5분이요.”

“충분하네. 다들 수고했어. 이제 나가자.”

이윽고 우린 분해한 몬스터를 한 조각씩 들고 보스방을 나섰다.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출구가 보였다.

선두에 선 박 팀장을 따라 모두가 출구를 코앞에 둔 그 순간.

“……뭐야?”

갑자기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분해한 단면에서 흘러나온 피가 무릎에서부터 발끝까지 뒤덮고 있었다.

“팀장님! 이 새끼 못 움직입니다!”

“뭐야, 왜 그래?”

“피가 묻었어요! 빨리 끌어낼 만한 걸…….”

한상혁과 문소연이 진심으로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서 오직 나만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뭐, 내가 이거 처음 밟아본 것도 아니고…….

“호들갑은. 다들 물러나 있어요.”

침착하게 다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센티피드의 피는 어마어마한 접착력을 자랑한다. 그 위력은 헌터 때의 나조차도 힘으로 벗어나는 게 불가능했을 정도.

당연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업화.”

아예 녹여버릴 생각으로 화염 스킬을 시전했다. 이거면 충분하겠지.

[습득 스킬 : 업화]

[스킬 사용 불가]

[해당 스킬이 잠겨 있습니다]

“……아.”

스킬이 모두 잠겼다는 것을 깜빡했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나는 곧바로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고.

‘음……. 좆됐네?’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상혁아! 밧줄 챙겨왔지?”

“네, 여기 있어요!”

“빨리 묶어! 희장이 너는 뒤에서 잡아, 소연이도!”

그런 와중에도 팀원들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시도했다.

“하나, 둘, 셋!!”

이윽고 통로에 울려 퍼지는 박 팀장의 우렁찬 목소리.

네 명의 안간힘이 온몸에 전해졌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힘 스테이터스가 거의 최대치를 달성한 회귀 전 나조차도 단순히 힘만으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었으니까.

“젠장, 리미트는?”

“1분…… 아니, 55초 남았습니다.”

“안 되겠다. 준우 씨, 빨리 방호복 벗어!”

“자, 잠깐. 가스 수치가 너무 높아요! 너무 위험한…….”

“그럼, 여기서 다 같이 갇힐래?”

박 팀장은 문소연의 말에 정색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박 팀장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다 같이 갇힌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움직일 수 없는 건 나 혼자인데, 왜 다 같이 갇힌다는 거지?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는 건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아무리 비효율적이고, 손해가 막심해도 그들은 위기가 닥치면 꼬리를 자른다. 그래야 살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이란 그런 것이다.

그런데 뭔가.

“뭐 하고 있어! 빨리 방호복 벗으라니까!”

“일단 위에만 벗고 밧줄로 다시 한번 당기죠!”

“야! 야 이 새끼야, 정신 안 차려?!”

이 도마뱀보다 못한 것들은.

“안 되겠다. 일단 다 나가.”

“네?! 뭐 하시게요!”

“뭐하긴. 살 사람은 살아야지!”

“그럼 팀장님은요?”

“내가 왜 팀장인지 알아?”

“또 그 소립니까? 이번엔 정말 위험한…….”

“빨리 나가!!”

그렇게 팀원들이 등을 돌린 걸 확인한 박 팀장은 이내 내 방호복을 다급하게 벗겼다.

상체가 드러나자 순간 전신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 가진 않았다.

박 팀장이 곧바로 자신의 방호복을 벗어 나에게 덮어준 것이다.

“10초 남았어요!”

던전 밖에서 들려오는 한상혁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급하게 피가 묻은 방호복을 벗어버리자 박 팀장은 곧바로 나를 부축했고, 그대로 출구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2초!!”

출구 밖으로 몸을 던진 그 순간.

지이잉―

던전이 소멸했다.

“허억, 허억…….”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와 소란스러운 팀원들의 목소리.

괜찮다 손사래 치는 팀장.

그런 와중에도 어떻게 살아 나왔다 싶은 안도감.

‘뭐야 이거.’

그것들이 한바탕 몰아치고 나서야,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었던 건지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나 지금 설마…….’

죽을 뻔한 건가?

몬스터도 없는, 이미 토벌이 완료된 던전에서?

그것도 청소 일이나 하다가 죽을 뻔했다고?

적잖은 충격.

아니, 꽤나 큰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던 그때.

“준우 씨, 괜찮아?!”

박 팀장이 손을 내밀었다.

“아… 뭐, 네.”

“그래도 다행이야. 가스가 농도가 생각보다 옅었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예.”

박 팀장의 손을 잡고는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군데군데 화상을 입은 그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그리 심각하진 않았다. 응급처치만 잘한다면 흉터도 남지 않을 듯했다.

“이야, 오늘 첫 던전부터 고생깨나 했네! 뭐 액땜이라고 생각하자고! 하하하!”

박 팀장은 여전히 호쾌한 목소리로 크게 웃었고, 팀원들도 그제야 안도한 듯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을 뻔하던 찰나.

“……잠깐.”

문득 박 팀장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음? 뭔가?”

“방금 오늘 ‘첫 던전’이라고…….”

“당연하지! 아직 몇 개 더 남았네.”

“그…… 몇 개나 더……?”

넌지시 던진 질문에 박 팀장은 활짝 웃으며 한 손바닥을 모두 펴서 보여줬다.

***

작전수행팀은 서울 본부에만 8개 팀.

전국 지부에는 총 96개 팀이 존재한다.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민간 길드나 프리랜서까지 모두 합치면 국내에 등록된 헌터 수는 약 11,300명.

매달 출현하는 크고 작은 던전의 수가 전국 수백 개에 달하니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그 정도 수는 당연한 거였다.

그런데 서울 본부에 소속된 던전 청소팀은 고작 다섯 개.

그리고 총원은…….

25명.

다시 말해 한 팀당 하루 평균 3.3개의 던전을 청소해야 한다.

물론 그것도 평균일 뿐.

운이 나쁘면 하루에 5번 이상 던전에 들어가야 한다고, 팀장이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오늘이 바로 그 ‘운 나쁜 날’이었다.

나는 그 고비를 넘기고서도 네 번이나 더 청소 일을 해야 했다.

“좋아. 오늘은 ‘운 나쁜 날’이었으니까, 회식이다!”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각.

모든 작업이 끝나고 박 팀장이 말했다.

“설마 이번에도 팀장님이 사는 건 아니죠?”

“무슨 소리야. 원래 이런 건 상사가 사는 거야.”

“매번 팀장님이 사면 팀장님은 뭐 먹고 살아요. 월급 차이 얼마나 난다고. 됐어요. 오늘은 엔빵해요.”

“이럴 때만이라도 기 좀 살려주라.”

임희장의 만류에도 박 팀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팀원들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박 팀장을 따라나섰다.

“준우도 갈 거지?”

박 팀장은 고개를 돌려 나를 불렀다.

어느새 박 팀장이 날 부르는 호칭에선 ‘씨’가 빠져 있었다.

“오늘 일등 공신이잖나. 솔직히 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너 이 새끼, 대체 뭔 일을 하다 왔길래 던전을 죄다 꿰고 있냐?”

“던전뿐입니까? 몬스터 특징도 다 알고 있더만.”

어째 대하는 태도가 아침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자자, 질문은 자리 옮겨서 계속하자고. 나도 궁금한 게 많아.”

“오늘은 가까운 데로 가요. 피곤하기도 하고.”

“제 차로 가시죠. 대리 부르면 되니까.”

“야, 뭐해! 빨랑 와!”

“……저 간다고 안 했는데요.”

내 한 마디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뭐, 이럴 거라곤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저기에 낄 생각은 절대 없다.

다만 그건 그거고…….

“그, 저…….”

머뭇거리던 끝에 박 팀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 오늘…….”

“음? 너무 신경 쓰지 말게. 회식은 강요 안 하니까. 나야 입 줄면 좋지! 하하하!”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닙니다. 됐어요.”

영,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그만뒀다.

그렇게 나는 인사도 생략한 채 등을 돌렸다.

먼저 자리를 뜨며 몇 걸음 걸어가자.

“오늘 고생했다, 새끼야.”

한상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

“……내일 봐요. 준우 씨.”

문소연이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

돼지우리 같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다.

‘박 팀장은 아니야.’

전생에서 날 죽인 건 박 팀장이 아니다.

그는 원한 때문에 살인을 사주할 만큼 모질지 못하다.

그렇다면 대체 누굴까.

‘다른 놈들 중에 나한테 원한이 있는 놈이라면…….’

하, 젠장.

짚이는 놈이 너무 많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한 놈 한 놈이 다 의심스럽다.

나한테 맨날 욕 처먹던 우리 팀 막내 양관모.

허구한 날 나한테 조인트 까이던 통제팀 황동휘.

서로 죽일 듯 싸우고 헤어진 민유진.

기타 등등.

대체 어떤 놈일지 머리를 싸매고 있길 잠시.

‘에휴……. 이제 와서 그게 뭔 소용이냐.’

몰아치는 회의감에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갔다.

그냥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졌다. 어차피 난 스킬도 없는 청소부일 뿐이지 않은가.

게다가 날 죽인 놈도 여기선 생판 모르는 놈일 텐데, 지금 복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결국, 진짜 복수를 하려면 일단 이 빌어먹을 업보를 풀고 전생으로 돌아가는 게 첫 번째다.

그리고 그러려면…….

‘국제 이능 협회 사무총장이라…….’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젠장, 스킬만 있었어도 비벼볼 만할 텐데.

다시 헌터가 되든, 아니면 통제팀에 들어가든 말이지.

물론 청소부는 당장에 때려치울 거고.

하아, 스킬만 있었으면…….

머릿속으로 투정이나 부리고 있던 그때.

불현듯 스친 기억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시스템 오픈!”

[기존 스킬을 해금하려면 각각의 조건을 달성해야 합니다 - 자세히 보기]

그래, 그랬다.

아침에 봤을 땐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확인을 못 했지만, 조건을 달성하면 잠금을 풀 수 있었다.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청소부고 뭐고 때려치우고 일단 스킬을 되찾는 것에만 집중하자.

범인 찾기든, 사무총장이든 다른 건 그다음이다.

그런 희망을 품으며 나는 해금 조건을 열었고.

[타천사 - 해금 조건 : 던전 청소부 평균 연봉 6천만 원 이상]

[한계돌파 - 해금 조건 : 던전 청소팀 입사 경쟁률 30:1 이상]

[전능 - 해금 조건 : 던전 청소부, 20대 청년층 해당 직업 선호도 1위 달성]

[롤링 페이퍼 - 해금 조건 : 던전 청소부 정규직 전환율 50% 이상]

…….

[마왕 - 해금 조건 : 확인 불가]

“와, 시발.”

동시에 절망했다.

죄다 청소팀에 관련된 조건이라니.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게다가 조건들이 하나 같이 청소팀에 뼈를 묻으라는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업보 이 새끼……. 존나 철저하네.’

또다시 힘이 쭉 빠졌다.

침대에 풀썩 쓰러진 채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습득 패시브 : 결벽증]

[패시브 발동]

“아오 씨…….”

다시 몸을 일으켰고, 돼지우리 같은 방을 한 번 더 둘러본 후 청소를 시작했다.

***

그날 밤.

꽤나 피곤했던 건지 죽은 듯이 잠에 빠져 있을 때.

[해금 조건 달성]

[출근 1회]

어렴풋하게 머릿속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습득 스킬 : 하이퍼 부스트 -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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