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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0화 (2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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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번인 인원들이 대기 중인 10번 구역.

리더 변동이 일어났음에도 헌터들은 서로 눈치만 살필 뿐, 누구 하나 움직이는 놈이 없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감도 못 잡고 얼빠진 얼굴들이다.

시작부터 한숨이 새어 나왔다.

김민주 그 녀석…… 이 얼간이들을 데리고 용케 여기까지 왔군.

참으로 대단한 녀석이다.

“어이가 없네. 이봐, 당신.”

그때, 임동빈 팀장이 기가 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당신 뭔가 착각하는 거 같은데, 여기 팀장은 나야. 뭐 리더 자리 하나 인계받았다고 대장이라도 되는 줄 알았어? 어디 작전 경험도 없는 어린놈이…….”

“경험은 내가 그쪽보다 배는 많을 텐데.”

“……뭐?”

“그리고, 설마 내가 모를 것 같습니까? 어디 던전에서 직급을 들이밀어요. 니가 팀장인 게 여기서 무슨 상관이라고.”

눈을 똑바로 뜬 채 임동빈 팀장을 노려봤다.

그러자 그의 얼굴에서 당혹감이 드러났다.

여긴 던전, 심지어 작전 중인 던전이다.

작전 중에는 현장 최고 결정권자인 ‘리더’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통제한다.

그 리더님께서 나한테 지휘권을 넘긴 거다.

팀장 딱지로 어떻게 비벼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임동빈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당신… 헌터였어?”

“흠, 왜 날 만나는 놈마다 헌터냐고 물어볼까.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중요하지! 헌터도 아닌 청소부가 현장 지휘를 맡겠다고? 우릴 다 죽일 생각이야? 이건 징계 수준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당신 말은…… 나 같이 경험도 없는 애송이가 아니라 당신 같은 베테랑 헌터가 직접 지휘를 해야 한다는 소린가?”

“다, 당연한 거 아니야! 알겠으면 나한테 지휘권 다시 넘겨. 지금이라도 넘기면 청소팀 징계는 없던 일로 해줄 테니까.”

정말이지…….

어쩜 이렇게 구미가 하나도 안 당기는 조건을 내밀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뭐, 청소팀이 징계를 받건 말건 내 알 바 아니고……. 지금 널 보니까 자꾸 옛날 생각이 나서 기분이 참 좆 같아.”

임동빈 팀장을 향해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좋았지? 그동안 날로 실적 두둑이 챙겨 먹어서.”

“그, 그게 무슨 말…….”

“넌 지금 부로 작전에서 열외다.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아무것도 가져갈 생각 마.”

“……!”

작전 열외.

토벌 참여권은 물론, 이 토벌을 통한 수당과 실적을 모두 박탈하는 작전 중 최고 수위 징계.

“입 닫아, 새끼야. 벌레 들어가겠다. 징계 처음 받아봐?”

표정에서 완전히 넋이 나갔다.

뭐, 팀장이 본인 작전에서 그런 징계를 받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겠지.

나는 그가 가지고 있던 무전기를 뺏어 들었다.

“아아, 청소 3팀에 김준우 청소부입니다. 전 토벌대원들에게 알립니다. 현 시간부로 임동빈 팀장은 작전 열외입니다. 그런고로 남은 대원들끼리 힘내봅시다.”

무전기가 시끄러웠다.

“그리고 들었다시피 김민주 헌터가 저한테 지휘권을 인계했으니 지금부터는 제 지시를 따르세요.”

「…….」

“대답!”

「……네, 네.」

「아, 알겠습니다.」

꽤나 떨떠름한 목소리였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대기 중인 헌터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럼 일단… 지금 놀고 있는 B, C팀은 청소팀 도와주러 가세요.”

“…….”

“음… 알았어. B, C팀은 지시 불이행으로 모두 이번 작전 열외입니다.”

10구역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가볍게 무시하며 다시 무전기를 입에 가져다 댔다.

“A팀~ A팀. 응답 바랍니다.”

「네, 네! A팀 수신했습니다!」

“김민주 헌터 바꿔.”

잠깐의 침묵.

「네, 선생님!」

힘이 바짝 들어간 목소리로 응답했다.

“지금 인원이 많이 빠져서 어쩔 수 없이 너희가 좀 더 고생해줘야겠다. 지금 11구역 토벌 중이냐?”

「맞아요. 그런데 이 몬스터…….」

“그 곰탱이 새끼, 공격받으면 10분간 공격 면역이야. ‘가디언’ 클래스 앞으로 배치해. ‘힐러’ 클래스는 광역 버프 스킬 말고 단일 버프로 가디언들한테 집중하고.”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면역 시간이 끝나면 가장 앞에 있는 놈한테 달려들 거야. 가장 근력 스텟 높은 놈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있다가 달려들면 그냥 맞아. 별로 안 아프니까. 그럼 네가 바로 카운터 넣고. 너… 왼손 악력 키웠지?”

「그럼요.」

“좋아. 그대로 한 번 해봐.”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전투 중인 대원들의 음성이 간헐적으로 무전기를 타고 넘어왔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11구역 클리어했어요!」

거친 숨소리가 섞인 음성이 들려왔다.

“오케이. 12구역은 고스트 타입 몬스터다. 물리 공격은 투과시키니까 검사 클래스는 뒤로 빠져 있어. 마법사 클래스는 어쭙잖은 스킬 연계하지 말고, 제일 센 거 하나만 연사해.”

「넵!」

그렇게 50분 만에 12구역 클리어.

“다음! 환각계 몬스터니까 체력 스텟 높은 놈들로 배치하고. 힐러 클래스는 정화 스킬 다 때려 부어! 무리하게 거리 좁히려 안 해도 되니까 치고 빠지기만 잘하면 돼.”

「리더! 포션으로 환각 풀립니까?」

“어. 최상급 포션으로는 풀려.”

「……없으면요?」

“그럼 대가리 한 대 쳐서 기절시켜놔.”

정확히 40분.

13구역 클리어.

“마지막이 제일 별거 없어. 그냥 힘으로 때려잡아. 스킬 빨로 밀어붙이면 충분히 잡으니까.”

「넵!!」

「알겠습니다!」

우렁찬 대답들.

더 이상의 무전은 필요 없었기에, 나는 하품과 함께 기지개를 켰다.

그리곤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다시 주변을 살폈다.

임동빈 팀장을 포함해 B, C팀 헌터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한 채였다.

현역 시절, 나를 바라보던 팀원들과 똑같은 표정으로.

‘뭐, 어쨌든 이걸로 끝…….’

「부, 불가능합니다!」

그 순간,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무전을 탔다.

“뭐? 대체 뭐가 불가능한데?”

「선생님! 다들 너무 지쳐서 스킬 화력이 제대로 안 나와요!」

「체력 스테이터스가 너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이대로는…….」

“하아…….”

깊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벅벅 긁었다.

참 나, 무슨 헌터라는 놈들이 그거 하나 못 잡아서…….

“다 뒤로 빠져서 대기하고 있어.”

「……예?」

나는 마지막 구역으로 향했다.

14구역에 도착하자마자 A팀 헌터들의 시선이 동시에 쏠렸다.

물론 김민주도 마찬가지였다.

“서, 선생님…….”

초조한 목소리.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검.”

“……네?”

“검 빌려 달라고.”

김민주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게 검을 건넸고, 나는 몬스터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물론 최근에 해금했던 스킬들을 발동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과몰입.”

[습득 스킬 : 과몰입]

[스킬 발동]

[전투 중 시전자가 사용하는 모든 스킬의 효과가 대폭 상승합니다]

“업화.”

[습득 스킬 : 업화]

[스킬 발동]

이윽고 김민주의 검에서 검은 화염이 피어올랐다.

크르르르―

몬스터 또한 위협을 느꼈는지 거대한 이빨을 드러냈다. 내 몸통만 한 앞발을 들고 가공할 속도로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무섭네…….’

저 앞발에 한 대라도 맞았다간 내 머리는 청소팀이 진공포장을 해줘야 할 것이다.

뭐,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콰앙―!!

[시전자를 향한 공격 감지]

[현 시간부로 전투태세에 돌입합니다]

[습득 스킬 : 하이퍼 부스트]

[스킬 발동]

[전투 중 시전자의 이동 속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여유롭게 공격을 피한 직후, 몬스터가 다시 공격 태세를 갖추기도 전이었다.

검을 움켜쥐며 몬스터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푸욱―

[습득 스킬 : 원 카운터]

[약점 공격 시 대미지 3,000% 증가]

[과몰입 스킬 효과로 대미지 3,000% 추가 증가]

정확히 심장에 검을 꽂아 넣자, 육중한 몸뚱이가 크게 휘청이길 잠시.

쿠웅, 굉음과 함께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

“…….”

동시에 몰아치는 정적.

나는 눈을 슥슥 비비며 입을 열었다.

“나가자. 먼지 때문에 눈 가렵다.”

그렇게 등을 돌려 먼저 그곳을 벗어났다.

***

모든 구역의 토벌이 완료됐다.

하지만 A팀의 헌터들은 여전히 14구역에서 얼어붙은 채였다.

“뭐, 뭡니까…?”

“지금 대체 무슨……?”

모두가 자신이 뭘 본 건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김민주 또한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체 얼마나 더 놀라게 하시려는 건지…….’

이내 씨익,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김민주를 제외하고 방금 일어난 일을 납득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호, 혹시 그 사람입니까? 김민주 헌터님께서 가르침을 받는다는…….”

“저 사람, 대체 정체가 뭡니까?!”

“뭐겠어.”

헌터들의 호들갑에, 김민주는 도리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청소부지.”

“…….”

“…….”

이제부턴 내 차례네.

김민주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다들 방금 여기서 일어난 일은 비밀로 해줬으면 해.”

“……네?!”

“왜, 왜요? 비밀로 할 게 아니라 당장 스카우트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협회에 알려야죠! 청소부에 저런 분이 계신다는 거! 청소팀에 있을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김민주가 고개를 저었다.

“저분한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거든.”

“그게 무슨 말씀……?”

“돈, 명예, 권력. 헌터로 치자면 스킬, 스텟, 무기…… 그런 거에는 관심 없는 분이야. 그냥 원하는 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게 전부인 분이거든.”

“…….”

“그러니까 너희들도 그냥 저런 사람이 있다고만 알아둬.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고.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A팀의 헌터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충격.

경외감.

그리고 굳은 각오가 느껴지는 눈빛들이었다.

***

협회 서울 본부, 본부장실.

“돌았냐?”

서민철 본부장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미쳤어? 미쳤냐고! 팀장이나 된다는 새끼가 이런 중요한 작전에서 열외를 당해?!”

“……죄송합니다.”

임동빈 팀장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청소팀의 실수를 퍼트리기 위해 무리하면서까지 불러 모은 기자들이 오히려 독이 됐다.

던전 토벌 직후, 임동빈 팀장의 작전 열외 사실이 기자들 사이에 삽시간에 퍼지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중이었다.

물론 자세한 내막을 아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작전팀의 팀장이 본인의 작전에서 징계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가히 충격적인 사건임은 분명했다.

“아무래도 김민주 헌터랑 그 청소부 놈이 짜고…….”

“이 새끼가 지금 누구한테 이빨을 까! 청소팀 엿 먹이고 김민주 실적 꿀꺽하려다가 이 사달 난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임동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걸 본부장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

A팀의 팀원들이 본부장에게 모든 것을 털어놨다는 사실을, 그가 알 방도는 없었다.

“그니까 그 사람이 누군 줄 알고 건드려! 네 빽은 하느님이냐? 어디 주제도 모르고!”

“……이제 와서 저한테 죄다 덮어씌우시겠다고요?”

분명 자신이 잘못한 건 맞았지만, 이렇게 몰아가는 건 임동빈 팀장으로서도 억울한 일이었다.

“뭐? 너 지금 뭐라 그랬냐?”

“청소팀 놈들 눌러주겠다고 했을 때, 좋다고 필참 명단 써준 건 본부장님…….”

“야!”

서민철 본부장의 눈빛에 살기가 드리웠다.

“너, 내가 니 친구로 보이냐? 수용이 선배라고 좀 봐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

임동빈 팀장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하… 이미 인터넷에 퍼진 이상 이번 일 그냥은 못 넘어가. 어떻게 처분할지 고민해 볼 테니까, 돌아가서 경위서부터 쓰고 있어.”

“…….”

“뭐해. 안 꺼져?”

서민철 본부장의 호령에 임동빈 팀장은 고개를 떨군 채 사무실을 나섰다.

하지만 서민철의 화는 도저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게 아니라, 임동빈의 말대로 자신도 이번 일에 연루되어있다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어떡합니까. 임 선배가 본부장님도 도왔다는 걸 그 청소부한테 말해버리면…….”

“시발…….”

이수용 팀장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본부장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 라인을 걱정하는 것뿐이었지만.

‘저 새끼가 자신만만하게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서민철 본부장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잘못 걸리면 이번에야말로 모가지였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 전에 어떻게든 임동빈과의 고리를 끊어야 했다.

“야, 수용아.”

“……네.”

“김민주 헌터 말이야…….”

서민철 본부장은 말 꺼내기를 망설였다.

하지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힘겹게 입을 열었다.

“팀장 달아주는 게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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