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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1화 (2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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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공동 프로젝트가 끝난 지 불과 5일 만에 작전 2팀에서 대규모 인사 발령이 진행된 것이다.

토벌 당시 작전 열외를 당했던 B, C팀 대부분이 경기 지부로 발령 났고, 개중에는 울릉도 지부로 떨어진 놈도 있었다.

말이 인사 발령이지, 실질적으론 2팀을 통째로 물갈이 한 수준이다.

나조차도 고작 징계 한 번에 너무 과도한 조치가 아닌가 싶었지만…….

‘뭐, 윗분들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놈들이 어떻게 되든 나랑은 딱히 상관도 없고.

사실 그런 것보다 진짜 충격적인 것은 따로 있었으니까.

「작전 2팀, 임동빈 팀장에게 다음과 같은 징계를 처분한다.」

「랭크 등록 해제」

임동빈 또한 작전팀 출신의 랭크를 보유한 헌터.

헌터 랭크를 삭제한다는 건, 헌터 자격을 박탈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물론 팀장이라는 직급을 건든 건 아니다.

토벌 자격만 없어졌을 뿐, 팀장으로서 팀을 운영하고 작전을 기획하는 일엔 문제가 없다. 형식적으로는 계속 팀장 자리에 남아 있을 수는 있다.

‘근데 뭐… 말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거지.’

이제 헌터도 아닌 자를 그 누가 팀장으로 대우해주겠는가.

그보다 임동빈 본인이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까지 남아 있으려 하겠는가.

임동빈 팀장의 사퇴는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리고 공석이 된 작전 2팀장 자리에…….

“언니! 축하해요!”

“이야~ 우리 헌터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누님, 저 주변에 자랑 좀 해도 됩니까? 작전 팀장이랑 아는 사이라고?”

김민주가 올라섰다.

“최연소 팀장이라. 때깔 좋네. 축하해.”

“다들…… 고마워요.”

작전 2팀 사무실.

소소하게 준비한 꽃다발을 전해주자 김민주는 흔치 않게 감동한 표정이었다.

“언니 울어요?!”

“아, 아니에요. 꽃가루 때문에…….”

미안하지만 그거 조화다.

딱 보니까 축하해준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사실 제가 먼저 찾아봬야 했는데 저도 정신이 없어서…… 죄송해요.”

“아냐, 아냐! 우리야 사무실 구경도 하고 좋지.”

“그럼, 이제 언니가 여기 대장인 거죠?”

“당연한 거 아니냐? 작전 팀장이잖아. 저기 저… 이수용 팀장이랑 동급인 거라니까!”

“그건 아니에요. 같은 직급이라도 엄연히 연차가 다르니까.”

김민주가 머쓱하게 웃었다.

그리곤 사무실 안쪽에 마련된 작은 테이블로 우리를 안내했다.

“일단 여기에 좀 앉으세요. 차라도 내올게요.”

김민주는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았다.

청소팀에게 직접 차를 대접하는 작전 팀장이라…….

한 달 전만 해도 꿈도 못 꿀 일인데.

“사무실이 좀 휑하죠? 아직 정리가 안 돼서 조금 어수선해요.”

팀원들이 사무실을 연신 두리번거리고 있자 김민주가 면목 없다는 듯 말했다.

“뭐, 그 정도 인원이 한 번에 빠졌으니 어쩔 수 없지. 몇 명이나 남았댔지?”

“17명이요. 사실상 내놓은 팀이죠. 그렇다고 터트릴 순 없으니까 저한테 떠넘긴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겸손도 도를 넘으면 기만이야. 아무리 하꼬 팀이라고 해도 팀장직을 아무나 다는 줄 아냐. 네가 그만큼 인정을 받았다는 거니까 조금은 뻐겨도 돼.”

“……고마워요.”

김민주가 얼굴을 붉혔다.

공중분해 될 뻔한 팀을 운 나쁘게 넘겨받았다고 해도 팀장은 팀장이다.

팀에 소속된 헌터들을 손가락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자리.

물론 다른 팀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인원.

하지만 바꿔 말하면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일개 헌터였던 그녀에게 17명의 전력이 생긴 셈이다.

‘나도 팀장은 서른 돼서야 달았는데…….’

어째 아랫배가 살살 아파 왔다.

“솔직히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다 선생님 덕이죠. 뭐, 제가 팀장이라고는 해도… 결국 선생님 팀이나 마찬가지예요.”

“야야… 너는 그렇다 쳐도, 팀원들한테는 그런 얘기 하지 마.”

“왜요?”

김민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심으로 몰라서 물어보는 건가?

“본인 팀이 청소부 팀이나 마찬가지라는데 어떤 헌터가 좋아하겠냐? 안 그래도 나 때문에 팀이 통째로 날아갈 뻔했는데…….”

“좋아하던데요.”

“……뭐?”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대답인가 싶던 그 순간.

“복귀했습니다!”

“교대 쪽 토벌은 좀 늦는대서 우리 먼저 왔습니다.”

“아, 배고파. 팀장님, 오늘 점심은 배달 어떻습니까?”

때마침 문이 벌컥 열리며 몇 명의 헌터들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얼굴들을 보아하니 토벌 때 마주쳤던 A팀 놈들이다.

“수고했어. 토벌 보고서는 내일까지 제출해줘.”

“넵!”

“아, 그리고 청소팀 와 계시니까 다들 인사드리고.”

“청소팀이요…?”

“청소팀이 오셨습니까?!”

이윽고 팀원들의 시선이 뒤늦게 우리에게 꽂혔다.

“안녕하십니까! 작전 2팀, 이진호입니다!”

“저번 작전 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작전 2팀, 최종훈입니다!”

“홍지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의 허리가 일제히 접혔다.

“아, 안녕하세요……. 문소연이라고 합니다…….”

“한상혁입니다. 저희도 뭐… 자,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작전팀의 기세와 다르게, 문소연과 한상혁은 데면데면했다. 작전팀의 인사를 받는 게 아직까지 꽤나 어색한 모양이다.

“에이, 같은 팀이라 생각하시고 편하게 대해주십쇼.”

“아, 그리고 혹시 저희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시고요!”

“그… 다른 팀 녀석들이 무례하게 굴거나, 저번처럼 던전에 장난질 쳐 놓으면 저희가 가서 그냥…!”

손날로 목을 긋고 동시에 혓바닥을 내미는 제스처에 문소연이 쿡, 웃음을 흘렸다.

그걸 계기로 두 팀 사이에서 이런저런 대화가 조금씩 오고 갔다.

진심으로 생글생글한 얼굴들.

나는 목소리를 낮춰 김민주를 향해 슬쩍 입을 열었다.

“너… 애들 때렸냐?”

“아뇨.”

“근데 상태가 왜들 저래.”

“든든하죠?”

“…….”

팀장 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고생길이 훤하군.

팀원이라는 놈들이 어째 죄다 맛이 갔잖아.

“아무튼, 이제 본부도 청소팀을 쉽게 못 건드릴 거예요. 당분간 마음 놓고 청소에만 전념하셔도 돼요. 방해꾼들은 제가 처리해드릴 테니까.”

“그거참, 고맙…다고 해야 하냐?”

청소에만 전념하라.

그 무시무시한 말에 가벼운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뭐…….

‘내 팀이나 마찬가지라…….’

청소팀을 고깝게 보던 놈들은 죄다 날아가고, 청소팀에 호의적인 놈들만 남았다는 건 우리로서도 좋은 일이다. 게다가 팀장이 김민주 아닌가.

여기 있는 놈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해금이 훨씬 수월해지겠지.

‘뭐, 앞으론 조금 더 대범하게 나가도 되겠네.’

김민주, 이 자식…….

드디어 도구로 써먹을 수 있는 정도까진 됐구나.

“그나저나 슬슬 오실 시간인데…….”

그때, 김민주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또 누가 와?”

“오늘 지원팀에서 보좌관이 온다고 했거든요. 나름 팀장이라고 붙여준다네요.”

“아, 그러겠네. 이젠 어엿한 팀장이니까.”

작전 팀장에게만 붙여주는 전속 보좌관.

이 녀석이 정말 팀장이 됐다는 게 실감 나는 대목이었다.

‘보좌관이라… 뭐, 나도 팀장일 때 도움 많이 받았지.’

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머릿속에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현역 시절, 내 전속 보좌관이었던 이아영 실장.

내가 죽던 그 날, 유일하게 나와 함께였던 직원이자, 단언컨대 협회에서 가장 오래 붙어 있던 동료.

‘그러고 보니 이맘때면 이 실장도 협회에 있을 때인데…….’

지원팀 헌터관리실 소속이었나?

그런데 뭐, 우리 팀은 그쪽이랑 아예 교류가 없으니… 우연이라도 마주치긴 힘들겠네.

아니면 혹시…….

“……야, 혹시 오늘 온다는 보좌관. 이름이 뭐냐?”

“아직 저도 몰라요. 딱히 신상을 알려주진 않아서.”

“그래… 알았어.”

나는 입맛을 다셨다.

그래, 물어봐서 뭐 하겠는가.

만난다고 해도 할 얘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실장이 날 알아볼 리도 없는데.

“이런, 손님이 온다니 그 전에 가봐야겠구먼! 다들 일어나자.”

박 팀장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덩달아 팀원들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아니에요. 굳이 자리 피하시지 않아도…….”

“팀장님 업무를 방해할 수는 없지. 우리도 슬슬 다음 작업하러 가야 하니…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가십쇼!”

“또 놀러 오세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다음엔 저희가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작전 팀원들의 여전히 기세 좋은 인사를 받으며 등을 돌렸다.

그렇게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아……!”

앳된 얼굴의 여성과 마주쳤다.

꽤나 화들짝 놀라는 표정.

보아하니 곧 온다던 김민주의 보좌관인 듯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지만…….

“아,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김민주 팀장님을 보좌하게 된 지원팀 소속, 송혜연이라고 합니다!”

처음 듣는 이름.

……역시 아니었다.

“아, 오셨네. 반가워요. 그런데 김민주는 그분이 아니라 전데…….”

“아, 어? 아! 죄,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보좌관, 송혜연의 볼이 확 붉어졌다.

물론 더 이상은 신경 쓸 일도 아니었기에 나는 무관심하게 그녀를 지나쳤다.

“……그럼 우린 이만 간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김민주에게 가볍게 인사를 던지며 사무실을 나왔다.

아쉬운 기색을 애써 숨긴 채였다.

***

헌터지원팀, 헌터관리실.

협회 내 모든 헌터들의 정보를 관리하고 현황과 필요 지원을 분석하는 곳.

“하아…….”

첫 출근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한 송혜연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협회에 들어온 지 겨우 두 달 만에 작전 팀장 보좌관이라니. 과분해도 너무 과분한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모든 게 긴장의 연속이었으니, 한꺼번에 피곤이 몰려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왜 그래, 혜연 씨. 상사가 생각보다 별로였어?”

“아, 부실장님.”

그때 단발의 여성이 송혜연에게 다가왔다.

지원팀 헌터관리실, 이아영 부실장.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까지 단숨에 올라온 대단한 실력자.

게다가 같은 여자가 봐도 반할 만큼 아름답고 고혹적인 외모.

신입인 송혜연에게 있어 가히 롤모델이라고 불릴 만한 존재였다.

“그, 그런 건 아녜요. 생각보다 더 좋으신 분이긴 한데… 제가 긴장을 너무 많이 했나 봐요.”

“그래? 그건 다행이네. 김민주 팀장이랬나. 그 공중분해 될 뻔한 팀을 맡게 됐다지? 운 나쁘게도.”

“네 맞아요. 뭐… 확실히 본부장님 눈 밖에 나긴 했나 봐요. 저 같은 생 신입을 보좌관으로 붙일 정도면.”

이아영 부실장이 싱긋 웃었다.

“아직 잘 모르는구나. 협회에서 서민철의 눈 밖에 났다는 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소리야.”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정말이라니까?”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 될 표정이었다.

송혜연 보좌관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아무튼, 앞으로 계속 잘 해봐. 듣자 하니 그 팀장이 협회장 라인인 청소부랑 엄청 친하다던데? 이름이… 김준우였나.”

“아…. 안 그래도 오늘 한 번 마주쳤어요.”

송혜연 보좌관은 미간을 살짝 좁히며 말했다.

초면에 사람 얼굴을 뚫어지라 노려보는 게, 신입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혹시 알아? 혜연 씨도 잘 보이면 김준우 라인에 붙을지.”

“에이, 전 그런 거 싫어요. 높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자기 생각만 하잖아요. 아랫것들은 사람으로도 안 보고… 재수 없게.”

“흐음, 그런 것치곤 청소팀에서 꽤 열심인 것 같던데? 저번엔 예산도 받아내고, 청소팀 무시하는 놈들 혼내주고.”

“다 이미지 관리에요, 그거.”

“……그래?”

“그럼요! 지금이야 이미지 생각해서 위해주는 척하는 거지, 조금이라도 문제 생기면 바로 나 몰라라 내뺄걸요? 내기해도 좋아요.”

송혜연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에도 이아영 부실장은 왠지 모르게 그 청소부에게 자꾸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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