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022
김민주가 작전 2팀장으로 승진한 지도 벌써 3일이 지났다.
아마 지금이 가장 바쁠 시기일 것이다.
뭐, 터지기 직전의 팀을 맡게 됐으니 안 바쁜 날이 있겠냐만.
부족한 팀원도 충당해야 할 거고, 팀원들 랭크 현황과 스테이터스 성장, 동시에 필요 아이템 분석도 해야 할 거다.
당연히 직접 토벌에 나설 기회는 적어지겠지만, 본인의 성장을 위해선 무리해서라도 작전에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팀장의 주 업무인 작전 기획도 해야 할 테니 당분간은 얼굴 보기도 힘들겠지.
그래, 이제 어엿한 팀장이니 그게 당연한 건데…….
“선생님! 해체 아직 안 됐어요? 통로 청소는 다 끝났는데.”
근데 왜 여기서 청소나 하고 있는 거지?
“……너 이러고 있을 시간 있냐? 일 안 해?”
“무슨 소리예요. 이것도 일이잖아요.”
“아니…… 하, 됐다.”
팀장 되고 처음으로 하는 일이 던전 청소라니. 머리가 어떻게 되먹은 게 분명하다.
팀장이 저 모양인데 팀원들이 가만히 있을까 싶다.
만약 내가 저 녀석의 팀원이었다면 절대 가만 안 놔뒀다.
작전팀 코가 석 자인데 청소팀이나 도와주고 있으니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당연히 2팀의 팀원들 또한 반발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래, 그게 당연한 건데…….
“청소 팀장님! 여기 벽에 묻은 살점이 잘 안 떨어지는데, 이건 어떻게 합니까?”
“김준우 청소부님! 해체는 이 정도면 충분한가요?”
“야, 이 멍청한 새끼야. 아까 문소연 청소부님이 오 등분 하랬잖아! 사 등분 해놓고 뭘 충분하냐고 물어봐. 숫자도 못 세?”
“참 나, 지도 아까 실수해서 한상혁 청소부님한테 까여 놓고 훈수는……. 누가 보면 청소팀 선배인 줄 알겠네.”
“…….”
저 새끼들은 대체 왜 또 따라온 거지?
저 팀에는 제정신 박힌 놈이 한 명도 없는 건가?
“4등분도 괜찮아요! 나머진 저희가 할게요, 조금 쉬고 계세요.”
“아닙니다! 이왕 도와드리는 거 끝까지 해야죠!”
“그래요? 음… 그럼 상혁 씨랑 같이 소독 작업 좀 해주실래요?”
“제가 아주 친절하게 알려드립죠. 하하하!”
“넵, 알겠습니다!”
첫 만남의 어색함이 무색하게 문소연과 한상혁 또한 어느새 부쩍 그들과 친해진 모양이었다.
뭐, 사람 좋아하는 박 팀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오늘 마침 비번인 친구들이에요. 선생님 만나러 간다고 하니까 바로 따라 나오더라고요.”
“하아… 그 팀장에 그 팀원이라더니.”
칭찬이 아닌데도 김민주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왜 온 거냐. 진짜 청소나 도와주려고 온 건 아닐 거고.”
“아, 별 건 아니고요…. 이번 달 작전 기획을 해야 하는데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가다 못해 결국 말끝을 흐린다.
염치가 없는 건 아는지, 덩달아 고개도 밑으로 떨어졌다.
“에휴, 그럼 그렇지……. 어떤 건데. 말해봐.”
김민주의 표정이 갑자기 환해졌다.
기회를 놓칠세라 곧바로 입을 열었다
“이번 달 저희 팀 작전 할당량이 50개 던전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인원으로는 아무리 계산을 해도 맞출 수가 없더라고요…….”
“50개라… 많긴 하네.”
그 정도 할당량이면 인원이 30~40명은 넘는 팀 수준인데.
쯧, 아무리 내놓은 팀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지.
“아, 그리고 작전 난이도는 블루 등급이 최소예요. 그 밑으로는 할당량에 포함 안 된다고 본부장님이…….”
“그거 구라야.”
“……네?”
김민주의 눈썹이 물결쳤다.
“최소 등급은 본부에서 임의로 정해주는 거야. 협회 실적이랑은 크게 상관없어. 뭐, 그렇다고 정해준 등급이랑 너무 차이 나면 안 되긴 하는데……. 블루면 네이비 등급까지는 할당량에 포함돼.”
“……그,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요.”
뭐, 협회 내사에 직접 개입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모르는 게 당연하다.
팀장 단 지 10년이 넘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하물며 그저께 팀장 된 녀석이 알 수 있을 리가.
“아무튼, 네이비 등급은 아무리 많아도 3~4인이면 충분히 토벌하니까 그걸 위주로 가. 팀 실적이 신경 쓰이면 간간이 블루랑 그린 등급 섞어주고. 일주일에 한두 개 정도면 될 거야.”
“자, 잠깐만요.”
김민주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눈을 반짝이며 받아 적을 준비를 마쳤다.
아주 만반의 준비를 해오셨네.
“일단 17명밖에 없으니까 저번처럼 세 팀으로 나눠. 하루에 토벌은 오전, 야간 타임으로 딱 2회. 그 이상은 팀원들 컨디션 때문에라도 무리야. 당일 작전을 나간 팀은 다음날 꼭 비번 주고. 그렇게 한 2주 정도 해보고 많이 힘들어한다 싶으면 지원팀에 요청해서 케어 한 번씩 받게 해줘.”
“네, 네. 알겠어요.”
열심히 받아 적길 잠시.
이내 김민주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한테는 항상 신세만 지네요.”
어째 무기력한 목소리.
나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됐어. 볼일 다 봤으면 이제 가봐. 청소는 우리가 마무리할 테니까.”
“제가 불편하세요?”
“……네가 아니라 쟤가 불편해.”
나는 뒤쪽을 향해 고갯짓했다.
송혜연 보좌관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왜요. 아는 사람 아니셨나요?”
“……무슨 소리냐. 난생처음 보는 사람인데.”
“난 또. 어제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전 여자 친구라도 되는 줄 알았죠.”
김민주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왠지 날카로웠다.
대체 뭔 헛소리를 하는 건지, 원.
“그런데 팀원들은 제 발로 따라왔다고 쳐도, 보좌관은 왜 데려온 거야?”
“저도 따라올 필요 없다고 했는데, 혼자 보낼 수 없다면서 제 발로 따라왔어요. 물론 청소까지 거들 필요는 없다고는 했지만요.”
“…파이팅 넘치네.”
“신입이니까요.”
다시 한번 보좌관을 흘겨보려다 포기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여전히 너무 매서웠던 까닭이다.
어째 아까부터 뒤통수가 따끔따끔하더라니…….
“김민주 팀장님! 이제 슬슬 가셔야 합니다. 오후에 작전 총괄 회의 참석하셔야죠.”
그때, 연신 시계를 힐끔거리던 송혜연 보좌관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시간 아직 있잖아. 점심은 먹고 가야지.”
“…아, 네, 네! 그럼, 여기 근처 한정식집으로 예약해둘까요?”
“그래. 9명으로 예약해줘. 청소팀 분들도 같이 가실 거죠? 승진 턱 쏠 생각인데.”
“우리야 좋죠!”
한상혁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럼 혜연 씨, 먼저 나가서 예약해줄래? 던전 안에선 어차피 전화도 안 되고.”
“네! 알겠습니다!”
걷는 법이 없다.
송혜연 보좌관은 곧바로 던전 밖으로 도도도 뛰어갔다.
나는 멀어져가는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통화되는데?”
“저도 알아요. 혜연 씨 없을 때 할 얘기가 좀 있어서.”
만난 지 3일 만에 뒷담화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다.
“선생님, 혹시 지원팀에 아는 사람 있어요?”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야기다.
나는 눈을 한 번 끔뻑였다.
“아니. 그건 왜?”
“다른 건 아니고… 지원팀에서 선생님을 한번 뵙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요.”
“지원팀에서 나를? 왜?”
“저야 모르죠. 그래서 선생님한테 물어본 거잖아요. 아는 사람 있냐고.”
나는 곰곰이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짚이는 게 없다.
아는 사람이 있긴 한데, 어차피 나 혼자 아는 사람이고. 그쪽은 내가 누군지도 모를 텐데.
아니면 혹시… 나한테 경고하려는 건가?
청소팀 주제에 작전팀 하나를 터트려버렸으니, 괜히 자기네들도 건드릴까 불안해서 미리 선을 그으려고?
어찌 됐든 좋은 일 때문에 보자는 건 아닌 듯하네.
음, 가지 말아야지.
“……시간 날 때 한번 찾아가겠다고 전해줘.”
“네. 그럴게요.”
“그런데 딱히 별 얘기도 아니구먼. 왜 굳이 보좌관 없을 때 하는 거야?”
“아 그게… 저도 잘 이해는 안 가는데, 헌터관리실 쪽에서 혜연 씨한테는 비밀로 해달라고해서요.”
나는 미간을 좁혔다.
“뭔 소리야 그게.”
“그러니까, 지원팀에서 선생님 뵙고 싶다는 거요. 혜연 씨는 몰랐으면 한대요. 선생님을 워낙 안 좋게 봐서 분명 싫어할 거라나?”
“그 사람은 왜 또 날 안 좋게 본대?”
“글쎄요. 전 남친이라 그런 거 아니에요?”
“…….”
김민주가 방긋 미소를 지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묘한 느낌이다.
“예약하고 왔습니다!”
“수고했어요.”
순식간에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내가 방금 뭘 본 건가 싶다.
“자, 다들 빨리 마무리하고 밥 먹으러 가자!”
“역시 여럿이 하니까 금방 끝나네요.”
“리미트 한 시간 남기고 끝내는 건 거의 처음 아닙니까?”
청소팀은 서둘러 장비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작전팀은 누구랄 것 없이 거들었다.
작업이 빨리 끝나서인지, 아니면 점심을 얻어먹을 생각에 들떠서인지. 그도 아니면 친구가 생겨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척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뭐…….
나쁘지 않은 풍경이었다.
***
「뉴스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12시 30분경, 남자 중학생 2명이 토벌이 완료된 건물형 던전에 실수로 출입했다가 가스에 중독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해당 사고에 대해 ‘던전 입구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일반 건물과 착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피해 학생 보호자들 또한, 바리케이드 없이 던전을 방치한 협회에 대해 자세한 원인 규명과 강력한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다행히 피해 학생들은 1도 화상의 경미한 상처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협회는 부주의한 던전 관리의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말을 아끼고 있는…….」
본부장실.
호출받은 김민주 그리고 송혜연 보좌관이 서민철 본부장 앞에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자리에 함께였다.
청소팀에 내려온 다급한 호출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박 팀장 대신 올라왔는데… 상황을 보아하니 좋은 선택인 듯싶었다.
“뭐냐?”
이윽고 서민철 본부장이 핸드폰을 우리 앞으로 툭 내던졌다.
김민주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었다. 덩달아 입술까지 파르르 떨고 있었다.
“뭐냐니까? 이게 지금 뭔 일이냐고!”
서민철 본부장이 소리를 빽 지르자, 동시에 김민주의 어깨가 움찔했다.
“더, 던전은 애초에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누가 그걸 몰라? 그럼 쟤들이 던전인 걸 알고 기어들어 갔겠냐? 니네가 던전을 방치해서 착각했다잖아! 바리케이드는 대체 왜 안 친 거야! 기본이잖아, 기본!”
김민주는 내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지, 조금이라도 크게 사고가 났으면 니네는 진짜…….”
서민철 본부장이 안도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사고 원인을 공표해야 해. 배상이랑 책임은 그다음 문제고. 그래서, 대체 누가 실수한 거야?”
“…….”
잠시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물론 이 상황을 모면할 변명을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단지…….
[폴리모프 - 해금 조건 : 일반 시민 내 던전 청소팀에 대한 관심도 상승]
여기서 이걸 푸냐 마냐, 고민하는 중이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