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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5화 (2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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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55분.

협회 서울 본부 1층, 로비.

이른 아침부터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뒤쪽 사무실에서 상황을 슬쩍 훔쳐봤다.

어제 새벽, 나는 사고 현장 근처에 설치된 CCTV를 찾아 모조리 부숴버렸다.

물론 그 짧은 시간에 블랙박스까지 회수할 순 없었지만, 뭐… 그건 김민주도 마찬가지겠지.

그들이 의존할 수 있는 건 결국 영상 증거뿐이다.

CCTV라는 증거가 막혀버린 이상, 햇병아리 작전팀만으로는 절대 범인을 찾을 수 없다.

‘청소팀은 애초에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를 거고…….’

뭐, 분명 기사 보고 왜 아무 말도 안 해줬냐고 노발대발할 건 뻔한데.

나중에 잘 이야기해두면 되겠지.

‘그럼 이제 남은 변수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겼다.

이걸로 끝.

더 이상의 방해꾼은 없다.

주먹을 불끈 쥐고 승리를 자축하고 있자, 서민철 본부장이 다가왔다.

“길게 말할 것 없네. 그냥 제 실수입니다, 한 마디면 돼. 이건 자네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괜히 변명을 붙이면 여론만 더 안 좋아질 거야.”

“…알겠습니다.”

주제넘은 훈수.

내가 입장 표명 한두 번 해보는 줄 아시나.

전생에선 매일이 사건 사고였는데.

“시간 됐어.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잘하고 오게.”

“예.”

양복 매무새를 정리했다.

오랜만에 입는 거라 그런지 꽤나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밤새 달달 외운 성명문을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읊으며, 사무실을 나와 기자들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앞다퉈 들이미는 마이크와 무질서한 질문들. 그 사이에서 나는 담담하게 마이크를 쥐었다.

“안녕하십니까. 던전 청소팀 소속 청소부, 김준우입니다.”

던전 청소팀 소속.

그 단어에 일부러 힘을 주며 말했다.

“우선, 작일 발생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보신 학생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겁게 떨어지는 고개.

“당시 던전 구분용 바리케이드를 치지 않고, 던전을 방치한 것은 변명의 여지 없이 제 실수입니다.”

곧바로 이어 본론을 꺼냈다. 그에 맞춰 쏟아지는 플래시.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배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그러므로 이번 사고의 책임은 모두 던전 청소팀 소속인 저에게 있음을…….”

“아뇨, 이번 사고는 제 책임입니다.”

“……?”

그 순간, 내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대체 어떤 새끼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고.

“던전 청소팀, 팀장 박근태입니다.”

동시에 눈이 크게 벌어졌다.

“바, 박 팀장님? 여긴 대체 어떻게 알고…….”

“송혜연 보좌관님한테 들었다.”

뭐, 뭐라고…?

그 사람이 왜?!

“팀장님, 이미 얘기 다 끝난 거니까 그냥 돌아가시는 게…….”

“가만히 있어, 이놈아. 팀장이 뻔히 있는데 어디서 들어 온 지 한 달도 안 된 녀석이 건방지게 책임을 진다 만다야? 팀장이 왜 팀장인지 알어?!”

평소답지 않게 엄한 표정과 목소리였다.

“그동안 네 덕 많이 봤잖냐. 이번엔 팀장 기 좀 살려줘라.”

“아니, 이게 뭐 좋은 일이라고…….”

“됐으니까 나와, 이놈아.”

박 팀장은 기어이 나를 밀어내곤 단상을 차지했다.

기자들 또한 예상치 못한 불청객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 앞에서 뜸을 들이길 잠시.

“……무릇 팀장이란 책임자의 자리입니다.”

이윽고 박 팀장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김준우 청소부가 던전 청소팀 직원인 이상, 그의 실수는 모두 팀장인 제 책임이 되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참 나, 그렇게 따지면 잘못 없는 사람이 어디 있대. 후배 관리 못 한 선배 책임은 없답니까?”

곧이어 기자들 사이에 끼어 있던 한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한상혁이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던전 청소팀, 문소연입니다. 제가 김준우 씨 사수에요. 그러니 저에게도 당연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옆에서 손을 들고는 강경한 목소리로 덧붙이는 문소연까지 있었다.

기자들이 웅성거렸고, 나는 사색이 된 얼굴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젠장, 대체 어디서들 튀어나와서 방해하는 건가.

내 선에서 마무리하면 될 일을 왜 나서서 크게 만드는 거야.

이딴 식으로 청소팀 전체가 들고나오면… 단체 징계를 피할 수 없다.

나는 하늘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시발…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끌어올렸는데.’

소리가 들린다.

다시 이전의 청소팀으로 돌아가는 소리가.

“저… 그럼 결국 이번 사고는 던전 청소팀 전원의 책임인 겁니까?”

“아니. 아닙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둘 순 없다.

“……네?”

“제 책임이라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합니까?”

“준우 씨!”

“새끼야, 그게 왜 네 책임…….”

“다 닥치고 있어.”

나는 눈을 부릅떴다.

그리곤 바로 앞에 있는 기자를 콕 집어 말했다.

“앞에 당신. 지금 말하는 거 그대로 받아 적으세요. 이번 사고의 모든 책임은 김준우 청소부의 실수로 벌어진…….”

“그분의 책임이 아닙니다.”

“이런 시발, 자꾸 어떤 새끼가…!”

결국,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또다시 끼어든 누군가의 목소리. 모든 시선이 한꺼번에 뒤로 향했다.

“청소팀에서 바리케이드 설치를 실수한 게 아니라, 누군가 고의로 바리케이드를 치운 겁니다.”

“……김민주?”

위풍당당하게 로비로 걸어 들어오는 그녀.

뒤에는 작전 2팀 전원이 함께였다.

‘설마… 범인을 찾은 건가?’

그럴 리가 없다. 확인할 수 있는 CCTV가 없었을 텐데…….

“실례지만 어디 소속에 누구시죠? 같은 청소팀이십니까?”

“작전 2팀, 김민주 팀장이라고 합니다.”

“작전팀?”

“작전 팀장이 왔다고?”

“야, 야! 그 사람이잖아! 이번에 최연소 작전 팀장 단 사람!”

나를 향하던 카메라와 마이크가 타깃을 바꿔 김민주에게 달라붙었다.

“하던 말씀 계속해주십시오! 누군가 고의로 바리케이드를 치웠다고요?!”

“이번 사고에 다른 사람이 개입했다는 소리인가요?”

“그게 누굽니까!”

득달같이 달려드는 기자들.

그 속에서 김민주가 입을 열었다.

“던전 청소팀이 설치했던 바리케이드를 치운 건……. 피해 학생들 본인입니다.”

“……!”

“……?”

정적.

그렇게 몇 초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예?”

“진짜로…?”

“그, 그게 정말입니까?”

뒤늦게 반응들이 쏟아지며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헐.”

나 또한 예상치 못했던 사실에 입을 틀어막았다.

“즈, 증거는요? 증거는 있는 겁니까?”

있을 리가 없다.

CCTV는 물론이고, 하룻밤 새에 차량 블랙박스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

“물론입니다.”

“……?”

김민주가 자신만만하게 핸드폰을 들이밀었고, 이윽고 화면에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

그건 CCTV도, 블랙박스 영상도 아닌…….

“지원팀의 도움으로 입수한 사고 던전 근처 매장의 CCTV 영상입니다.”

무려 그날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한식당의 주차장 카메라 영상이었다.

‘빌어먹을, 저거까진 생각을 못 했는데…….’

아니 그것보다, 대체 저런 건 어떻게 구한 거야?

“확대한 영상이라 흐릿하지만… 잘 보시면 사고 시간대의 던전 입구가 찍혀 있습니다. 직접 확인해보세요.”

모두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화면에 비친 것은.

“이거…….”

“뭐야. 피해 학생들 맞는데?”

“여기, 여기! 자기들이 치우네! 여기 봐봐!”

“와 이놈들 봐라. 이래놓고 처음부터 없었다고 거짓말한 거야?”

여기저기서 탄식이 울려 퍼졌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던전 청소팀은 이번 사고에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다. 그들은 그저 평소처럼 완벽하게 작업했고 그것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김민주가 다시 한번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내 기자들은 어딘가로 다급하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에휴…….

모르겠다, 이젠.

***

[해금 조건 달성]

“진짜…….”

[일반 시민 내 던전 청소팀에 대한 관심도 상승]

[습득 스킬 : 폴리모프 -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어이가 없네.”

세상 졸라게 불공평하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 사실 처음부터 별로 관심 없었음ㅋㅋ 바리케이드 안 친 게 뭐 그리 잘못이라고ㅋㅋㅋ

└ 근데 청소팀이 뭐하는 팀임?

└ 모름ㅋㅋ 던전 청소하는 애들이겠지 뭐.

└ 그건 모르겠고 청소팀에 있던 여자애 누구임? 개이쁘던데?

└ 문소연? ㄹㅇ그 얼굴로 왜 청소나 하고 있대.

└ 청소팀 입사하면 문소연 실물 볼 수 있는 거냐?

└ 청소팀 채용 공고 언제 올라옴? 바로 이력서 넣는다.

└ 방금 청소팀 앞으로 후원금 넣었다. 소연 씨에 대한 내 작은 마음이다.

└ 주접 오지네ㄹㅇㅋㅋㅋ

빌어먹을…….

언론에 얼굴 한 번 노출했다고 뭔지도 모르던 청소팀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갖는다고?

미친 거다.

진짜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뭐,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애초에 핸드폰도 인터넷이 안 되는 구식 기종이지 않던가.

문소연 성격에 이런 꼬라지는 모르고 있는 게 백번 나을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댓글 창을 훑었다.

이후로 모두 문소연의 외모 이야기다.

뭐, 가끔 김민주에 대한 언급도 있긴 했는데… 빈도로 따지면 한 7:3 정도?

“제가 그날 밤을 새워 가지고 그런 거예요.”

작전 2팀 사무실.

내 옆에서 핸드폰 화면을 훔쳐보던 김민주가 볼멘소리를 냈다.

“누가 뭐라 그랬냐?”

“오해하실까 봐요.”

“오해할 게 뭐가 있다고?”

“……조용히 하세요.”

…이게 미쳤나.

“그래도 다행이네요.”

“대체 어디가?”

“이번 입장 표명이요. 다들 재밌었다는 반응이잖아요. 개그 프로인 줄 알았다고.”

“……그게 다행이라고?”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자 김민주가 그럼 뭐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뭐…… 썩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이번 입장 표명으로 인터넷에서 청소팀은 뜨거운 감자였으니까.

당연하겠지만 비단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 그 중딩들 솔직히 처벌 빡세게 때려야 됨;; 그놈들 때문에 몇 명이 모가지 날아갈 뻔한 거야.

└ ㄹㅇ임. 근데 그 청소부는 왜 자기가 잘못한 것도 아니면서 자기 책임이라고 그런 거임?

└ 괜히 일 커질까 봐 자기 선에서 끝내려 그런 거겠지.

└ 근데 솔직히 좀 오바 아니냐? 보통 이런 일 터지면 어떻게든 책임 전가하려고 별 지랄을 다 하는데.

└ ㅇㄱㄹㅇ. 어떤 팀이 서로 자기 책임이라고 나서냐;; 참된 동료애 ㅇㅈ합니다.

└ 작전 팀장까지 나서서 감싸줬잖아. 나름 협회에서 중요 직군인 듯? 아니면 그 청소부가 협회 실세거나ㅋㅋ

└ 엌ㅋㅋ 청소부 실세 설ㅋㅋㅋㅋㅋ

└ 그래도 청소는 좀;;

└ 동료애 없는 대기업 VS 동료애 넘치는 청소팀.

└ 닥전.

└ 닥전이라는 새끼들 최소 백수ㅋㅋ 방송에서 나온 거 진짜면 진지하게 청소팀 입사할 생각 있음.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응?”

“아니… 웃고 계시길래. 저도 보여주세요.”

김민주가 가까이 다가오려 했지만, 나는 그냥 핸드폰을 꺼버렸다.

“별로. 아무것도 아니야.”

“…….”

김민주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진짜 너무들 하시네. 한 번 만나게 해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어쩜 끝까지 안 오시지?”

누군가가 씩씩거리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단발의 여자였다.

날카로운 것 같으면서도 도도한 얼굴. 어딘가 낯이 익은 듯한…….

“부, 부실장님?”

“그때 정말 밤새워서 도와줬는데 이러기에요? 지원팀 직원이 작전팀 사무실 돌아다니는 거, 얼마나 눈치 보이는지 아시면서.”

“아, 미, 미안해요. 그 후로 밀린 업무 좀 보느라 깜빡했어요.”

“……그렇게 진심으로 사과해버리면 나도 할 말이 없는데.”

김민주의 친구?

아니 그럴 리는 없는데.

그때 여성이 나를 향해 돌아섰다.

“아무튼… 처음 뵙겠습니다. 지원팀 헌터관리실 소속 이아영 부실장이라고 합니다.”

“아, 예. 처음 뵙겠습……”

………어?

누, 누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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