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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8화 (2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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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하하! 그래도 하루에 던전 하나 정도면 나쁘진 않네요. 업무 강도가 세긴 해도 빡세게 두 시간 일하면 끝 아닙니까!”

“하루에 평균 3, 4개씩 합니다.”

“아…….”

구상찬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그, 그래도 말입니다. 이렇게 고생하시는데 협회에서도 나름 대접해주지 않습니까?”

“며칠 전까진 구내식당도 이용 못 했다고 하던데요. 더럽다고.”

“아……….”

깊은 탄식.

그럼에도 구상찬은 한 번 더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익숙해지면 이것도 꽤 할 만한 일이겠죠?”

“…….”

“…….”

이젠 더 이상 포장할 생각도 없다.

사실 이 정도 봤으면 구상찬 본인도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

제아무리 포장하려고 해도 결국 청소는 청소일 뿐이라는 걸.

이대로라면 내가 원하는 기사는 나오기 어렵다.

지금 이 꼴을 보고도 이 정도는 나도 하겠다,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생각이 짧았네…….’

처음부터 업무 내용으로는 가망이 없었다.

그러니 업무 외적으로 어필할 만한 걸 찾아야 한다.

‘김민주 팀 불러서 단체로 인사라도 시켜?’

……자존심이 있지 쪽팔리게.

“아, 그러고 보니 준우야. 확인해봤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던 그때.

박 팀장이 손뼉을 치며 뜬금없는 말을 건넸다.

“……뭘 말입니까?”

“뭐긴! 오늘 월급날이잖냐.”

“아,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얼씨구? 이놈 봐라. 첫 월급인데 별로 기대도 안 하네?”

“뭐…….”

대수롭지 않은 대답.

지금 이 상황에서 월급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머리가 번뜩였다.

동시에 이거다 싶어 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확인했다.

사실 기대를 안 하고 있었던 건 맞았다.

기대를 떠나서, 애초에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처음 회귀를 하고 며칠간은, 택시 탈 돈도 없는 궁핍한 생활에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본격적으로 스킬 해금에 열을 올리고 나서부턴 모든 게 뒷전이었다. 시내버스? 세 끼 편의점 음식?

그쯤이야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 나오니 또 생각이 달라졌다.

그래, 업무적으로 어필할 게 없으면 결국 돈이다.

월급이 많으면 일이 아무리 개 같아도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다.

무슨 일이 됐든 돈만 많이 준다고 하면 너도나도 하려고 달려드는 놈들이야 깔리고 깔렸으니까.

그렇게 마지막 희망을 걸며 금액을 확인한 순간.

“……와, 미친.”

동공이 방향을 잃고 흔들렸다.

총 출근 일수 25일.

총 근로 시간 300시간.

일일 평균 12시간 근로.

+공동 프로젝트 참가 성과급.

실 급여액.

[3,563,240원.]

이게 대체 어떻게 돼먹은 계산법인가…….

25일을 12시간씩 일했는데 350만 원?

아니, 성과급까지 포함한 게 이 금액이라고?

‘아니야. 이건 아니야…….’

뭔가 착오가 있는 거다. 아직 돈이 덜 들어왔다거나…….

그래, 그러지 않고서야 이 금액은 말도 안 된다.

나는 그렇게 굳게 믿으며 박 팀장을 향해 핸드폰 화면을 들었다.

“저… 이, 이거 금액이 잘못…….”

“이야, 역시 이번 달엔 많이 들어왔네!”

“……?”

핸드폰 화면을 보던 박 팀장이 손뼉을 쳤고, 문소연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성과급까지 있어서 꽤 넉넉하네요.”

“……??”

이게 맞는 금액이라고?

0이 하나 빠진 게 아니라?

당연히 헌터 때와 비교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100배가량 차이가 나는 금액이다.

‘아니면 헌터가 특별하게 많이 받는 건가……. 원래 이게 평균이고?’

그런 생각이 들어 구상찬에게도 슬쩍 보여줬다.

아니나 다를까, 표정이 확 굳는다.

딱 봐도 이 돈 받곤 절대 이런 일 못 하겠다는 표정이다.

‘일 났네…….’

더럽고 위험한 일인 주제에 빡센 업무 강도.

그런데도 급여는 쥐꼬리.

심지어 이게 이들에겐 많이 받은 수준.

이건 끝났다.

이대로 기사가 나면 n년차 백수조차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어떻게든 수습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던 끝에.

“하하하… 아직 반밖에 안 들어왔군요.”

“……네?”

“……뭐?”

무리수를 던졌다.

“워, 원래 우리 팀이 월급이 나눠서 들어온답니다. 하하.”

“아! 역시 그렇습니까? 난 또…….”

“에이, 설마하니 이 정도 일을 하는데 이런 금액일 리가 없잖습니까.”

나는 과장되게 웃었다.

구상찬은 그제야 표정을 풀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반만 들어온 거니까, 평균 700만 원 정도는 되는 거네요?”

“……그렇죠.”

“에?”

“저놈 지금 뭐래냐?”

내게 쏠리는 두 개의 시선.

하지만 그걸 애써 무시하며 쐐기를 박아 넣었다.

“평균 그 정도 됩니다.”

“이야, 그 정도면 괜찮네요! 엔간한 대기업보다 더 받네!”

“하하…….”

“야, 야…!”

애매하게 웃고 있자, 박 팀장이 나를 확 끌어당겼다.

“야, 이놈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떡하시게요?! 어떡하려고 그래요!”

“과장도 정도가 있지…! 팀장인 나도 그 정도는 못 받아!”

“빠, 빨리 농담이라고 해요!”

“그래! 이거 이대로 기사 났다가 거짓말인 거 들통나면 10년간은 신입 못 받는다!”

목소리를 죽이고 문소연과 함께 닦달을 해댔지만…….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거짓말 아닙니다.”

“……뭐?”

[시간 초과 - 해금 조건 : 던전 청소팀 임금 인상]

“거짓말 아니라고요.”

***

무리수였다.

그걸 깨닫는 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젠장, 어쩌자고 그딴 말을…….’

깊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쓸어 넘겼다.

말을 하면서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너무 앞뒤 생각 없이 뱉어버렸다.

고작 신입 하나 받겠다고 임금 인상까지 걸어버리다니.

그것도 두 배씩이나.

어째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버렸지만…….

어차피 언젠간 달성해야 할 조건이었다.

이참에 한 번 시도라도 해보는 셈 치지 뭐.

안 되면 깔끔하게 꼬리 말고 더 좋은 타이밍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고.

취재 건은…….

‘김민주 팀 불러서 청소팀한테 인사라도 시키지, 뭐.’

일은 개 같아도 나름 대접은 받습니다, 정도로 밀고 나가자고.

나는 팔짱을 끼며 최대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렸다.

어쨌든 뱉은 말이 있으니 시도야 해보겠다만, 사실 큰 기대는 안 한다.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말고.

그렇게 애써 가벼운 마음인 척 찾은 본부장실.

내 이야기를 들은 서민철의 표정은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안 건드린다고 마음먹자마자 이게 무슨…….”

“예?”

“아무것도 아닐세.”

서민철 본부장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보아하니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뭐, 당연한 일이다. 그로서는 갑작스러운 걸 넘어서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일 테니.

계약이 끝난 것도 아니고, 들어온 지 한 달밖에 안 된 비정규직 청소부가 다짜고짜 임금 협상을 꺼내든 게 아닌가.

나 같았으면 면전에 욕 박고 당장 꺼지라 그러고도 남았다.

그렇게 보면 서민철이 성격은 참 좋아.

“그… 왜 임금 협상을 하려는지 먼저 물어봐도 되겠나? 비정규직에 그 정도 임금이면 나쁜 편은 아닐 텐데.”

내 눈이 순식간에 가늘어졌다.

진심인 건가?

350만 원이다.

한 푼도 안 쓰고 모은다고 했을 때 내 벤X리를 다시 사려면 대충 100개월.

무려 8년이 걸리는 금액인데, 이게 나쁜 편이 아니라고?

물론 그대로 말할 수는 없겠지.

“네, 뭐. 임금만 보면 나쁘지는 않죠. 다만 업무 수준과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나는 최대한 표정을 관리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알겠네, 얼마를 인상해줬으면 하나?”

“두 배.”

“이런 씨…….”

우는 건지 화가 난 건지 모를 표정이었다.

“물론, 이건 제안입니다. 판단하시기에 그 정도는 아니다 싶으면 협상을 하셔도 됩니다.”

“아냐, 아냐. 올려 주겠네. 그래. 자네 정도면 두 배 정도야…….”

“아뇨. 저뿐만 아니라, 저희 팀 전체 두 배입니다.”

“……….”

방금 이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본부장의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한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가. 내가 본부장인 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드나?”

“…? 아뇨. 전 그런 말씀 드린 적 없는데요.”

“팀 전체 임금을 두 배 올려달라는 건 일반 회사에서도 말이 안 되는 제안이잖나. 게다가 전문직도 아니고 고작…….”

서민철이 황급히 입을 닫았다.

“왜 그러시죠?”

“아, 아닐세.”

그리곤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내 눈치를 본다.

뭐, 영문은 모르겠지만 나로선 다행이다.

고작 청소부가 두 배를 올려달라는 게 가당키나 하냐고 물었다면… 나도 할 말 없어서 조용히 빠꾸할 생각이었는데.

“아무튼, 이건 내 권한 밖일세. 이 정도면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야.”

“흐음…….”

“어떻게든 내 꼬투리를 잡으려는 건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이건 맹세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세. …미안하네.”

서민철이 고개를 떨어트렸다.

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다른 게 아니라, 그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던 까닭이었다.

그냥 권한 밖이라고 하면 될 걸, 왜 진심으로 변명을 하는 건지…….

게다가 사과까지?

이 방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라도 있나?

“뭐, 알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서민철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그, 그냥 가는 건가?”

“안 된다면서요. 그럼 더 남아 있어봤자 뭐 하겠습니까.”

“……그, 그래.”

어딘가 풀 죽은 목소리.

나는 한 번 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결국엔 이렇게 되는군.

큰 기대는 안 했다만, 막상 대놓고 고배를 마시니 아쉽기는 하네.

뭐, 별수 없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시기상조였다.

일단 최대한 좋게 기사를 내서 신입을 받는 것에 집중하고, 임금은 그 이후에 다시 노려봐야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본부장실을 나서려던 그때.

벌컥―

“이봐, 서민철이!”

사무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다짜고짜 본부장 이름을 부르며 들어온 한 중년 남자.

그를 발견하자마자 서민철이 벌떡 일어났다.

“이, 이사님?!”

“이번 1팀 작전 배분, 이거 너무 대놓고 몰아주기식 아닌가! 내 보자 보자 하니까 이놈이 아주……!”

남자가 성이 잔뜩 난 듯 고래고래 목소리를 높이던 중.

문득 그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어이쿠, 손님이 있었군.”

“……나가려던 참입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곤 사무실을 나섰다.

이윽고 복도로 들어서서 몇 걸음을 옮기던 그때.

“거기 자네! 잠깐 나 좀 볼 수 있나?”

“……?”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뒤돌아보니, 조금 전 중년 남자가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자네 혹시… 청소팀인가?”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름이?”

“김준우라고 합니다.”

그 순간 딱, 손가락을 튕기는 남자.

“드디어 만나는구먼.”

“……예?”

그리곤 씨익 미소를 짓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반응.

이윽고 그가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반갑네. 이두식이라고 하네. 자네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네.”

“아, 네. 반갑습…….”

동시에 내 눈이 번쩍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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