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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9화 (2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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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부실장의 아버지.

현 이능차원관리 협회 임원.

이두식 이사.

난데없이 거물이 나타났다.

“하하! 그렇게 경계하지 말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그… 이사님께서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물었다.

물론 곧 꺼질 불이지만, 그럼에도 현재까지는 협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런 자가 나를 알고 있다니.

괜히 불안한데.

“지금 본부 안에서 자넬 모르는 사람도 있나? 모르고 싶어도 이것저것 들려오던데. 청소팀을 위해서 엄청 애쓰고 있다면서.”

“아뇨? 그건 아닌…….”

“게다가 공동 프로젝트에선 임동빈을 날려버리고, 작전팀까지 운용하면서 본부 곳곳에 라인을 심어두었다지? 조금씩 본부를 집어삼키려고 밑밥을 깔아 둔다는…….”

“……?”

대체 누구 망상인가 그건.

“하하하! 농담일세. 뭐, 그만큼 자네에 대한 소문이 많다는 뜻이야. 오히려 난 자네가 날 알고 있다는 게 더 신기하구먼. 이거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어쩐 볼일로…….”

“음? 아니, 딱히 볼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유명인이 지나가길래 말 한번 걸어보고 싶었네. 한창때 아이돌 따라다니던 딸내미 기분이 이런 거였군. 하하하!”

이두식 이사가 호탕하게 웃었다.

변한 게 없는 사람이다.

전생에서 협회장은 이두식을 두고 ‘아직도 고등학생인 줄 아는 철없는 놈’이라 표현했다.

다시 보니 그 이상 어울리는 표현이 없네.

‘그나저나 그 천하의 이아영이 아이돌을 따라다녔다고?’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데.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서민철이를 찾아왔나?”

이두식은 계속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지, 또다시 말을 걸었다.

“별건 아니고, 임금 협상을 하러 왔습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잘 안 됐나 보군. 이상하네… 그 정도야 서민철이가 바로 해줬을 텐데.”

“팀 전체 두 배 인상을 제안했거든요.”

“아……. 그, 그럼 뭐… 그럴 만하지.”

큼큼, 몇 차례의 헛기침.

다른 사람 같았으면 미친놈이냐고 윽박을 질러도 모자랐을 일이다.

“뭐, 저도 사실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 이사회에서나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을 본부장한테 들고 갔으니… 당연한 결과였겠죠.”

“흐음… 포기가 빠른 건지, 아니면 염치를 중시하는 편인 건지.”

“……예?”

이두식 이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 이사회 소속이 지금 자네 앞에 있는데, 나한테는 부탁하지 않는 건가?”

내 눈썹이 순간 꿈틀거렸다.

이렇게 대놓고 들어온다고?

“……부탁드린다면,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뭐, 물론 확답은 못 하지.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래도 최소한 서민철이보다는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애매한 대답.

나는 반사적으로 눈에 힘을 주었다.

“지금부터 말하는 건 이사회랑 상관없는,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난 솔직히 자네 부탁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곤 생각하지 않네.”

“무슨 말씀이신지.”

“청소팀 임금 말일세. 나도 얼추 들어 알고는 있는데, 솔직히 그 돈 받으면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야. 작전팀 헌터들은 한 달에 두어 번만 토벌을 나가도 연봉이 억을 뚫는데 말이지.”

“청소부를 헌터랑 비교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자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구먼. 그래, 맞는 말이긴 한데… 최소한 같은 조직에서 일하는 직원으로는 대우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

이두식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자네 말대로, 헌터가 청소부보다 많은 돈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청소부가 터무니없이 적은 돈을 받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 그들도 나름 협회 소속이지 않은가. 그럼, 그 정도의 대우는 해주는 게 마땅하다고 보네.”

“그렇다는 건 임금을 인상해주시겠다는…….”

내가 넌지시 묻자, 이두식이 또 한 번 호쾌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하하하! 말했잖나,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라니까. 지금 이사회 분위기로썬 섣불리 제안할 수 없는 일이야. 나로서도 리스크가 상당하고.”

“…….”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자네 부탁을 들어준다고 한다면… 자네는 내게 뭘 해줄 수 있는가?”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결국, 이러려고 쓸데없는 말을 그리 한 건가.

대단한 빌드업 납셨네.

“제가 크게 해드릴 건 없고……. 훗날 이사님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드리겠습니다.”

나는 이두식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실로 어마어마한 제안이다.

협회에 계속 남아 있게 해주겠다는, 상당히 수지맞는 장사.

뭐, 물론…….

“음, 별로 직관적이지 않은데?”

본인은 자기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 턱이 없겠지만.

“나도 협회 사람이고, 이 자리에 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성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 직관적인 성과가 필요하네.”

“결과요?”

“임금을 올려줄 가치가 있는지, 결과로 설득하라는 거야. 그래야 나도 이사회에 들이밀 명분이 생기지 않겠나.”

“이해가 잘 가지 않는군요. 주어진 일만 하는 청소부가 대체 어떤 성과를 내겠습니까.”

이두식 이사가 씨익 웃었다.

마치 미끼를 물었다는 표정이었다.

“듣자 하니 작전 2팀장이 자네 라인이라지?”

“라인이라고 하기엔 조금 거창합니다. 그래 봤자 일개 청소부인데요.”

“뭐, 자네가 청소부건 헌터건 나는 관심 없고…….”

이두식 이사는 슬쩍 본부장실 문을 흘긴 뒤,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자네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달이 작전팀 정산 시즌일세. 그런데 통제팀에서 1팀에 제공한 정보만 해도 100개 던전 가까이 되더군. 서민철이 그놈이 대놓고 이수용한테 실적을 몰아주겠다는 거지. 쯧… 역시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이야.”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내젓는다.

“그렇다고 나로서도 1팀을 건드리긴 뭐해. 어쨌든 협회 간판이 아닌가. 그런 놈들을 깎아내려봤자 내 얼굴에 침 뱉는 꼴이야. 뭐…… 그놈들을 대체할 팀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리곤 이내 다시금 나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그러니까, 자네가 2팀 친구들 데리고 이번 실적 싸움에서 1팀을 이겨봐.”

“………예?”

눈썹이 꿈틀거리다 못해 하늘로 승천할 뻔했다.

“자네 공동 프로젝트 때 리더 위임받았다면서. 보아하니 이번 달 2팀 작전 기획도 자네가 조언해줬다던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아,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성공한다면 이사회에 밀어붙일 명분도 생길 테니… 청소팀 전체 임금 두 배 인상, 내가 어떻게라도 해줌세.”

이두식이 환한 미소와 함께 내 어깨를 탁 짚었다.

“어디 한번 실력 좀 보여줘.”

“…….”

망할.

어째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데…….

***

자정이 다된 시간.

나는 청소팀과 작전 2팀을 모두 불러 모았다.

할 일이 없던 건지, 아니면 그냥 부르니까 쪼르르 달려온 건지 모르겠지만… 겨우 5분 만에 모든 인원이 사무실에 모여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모인 이들 중…….

“당신은 여기 왜 껴있는 겁니까?”

구상찬 기자까지 당당하게 한자리를 꿰차고 있다.

“에이, 청소팀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는 게 제 역할인데. 그렇게 말하면 저 섭합니다?”

사실 누가 끼든 상관이야 없다만…….

‘허세 부린 거 수습하려다 여기까지 왔다는 건 들키고 싶지 않은데…….’

나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저, 그래서 선생님이 어쩐 일로 소집을…?”

그때, 기다리던 김민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른 건 아니고. 요즘 작전팀 정산 시즌이지?”

“아, 네…….”

“준비는 잘 되고 있냐?”

“아, 아뇨. 지금 저희 인원으로는 할당량 채우기도 벅차서…….”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듣자 하니 서민철이 1팀을 대놓고 밀어주고 있답니다. 3팀도 최근에 프리랜서 몇 명 영입한 거로 봐선 꽤 칼을 간 것 같고요.”

“뭐, 아무래도 굵직한 팀들의 실적 싸움에 끼어들기엔 인원도, 지원도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죠.”

동시에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지 말고 시도라도 해보는 게 어때?”

“저희도 그러고 싶은데, 아무래도 여건이…….”

“여건이 된다면 할 수 있다는 거야?”

“…네?”

김민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에 청소팀한테 좋은 제안이 들어왔어. 뭐, 자세한 내용은 알 거 없고…….”

나는 몸을 앞으로 당기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것 때문에라도 너희가 이번 정산 시즌에서 성과를 좀 내줬으면 하거든. 솔직히 너희한테도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있을 거 같은데? 잘만 하면 하꼬팀 딱지 벗을 수도 있고.”

“…….”

“물론 막무가내로 싸움에 끼어들라는 건 아니야. 대충 계획은 세워놨어. 나도 최대한 도와줄 거고. 그러니까 지금 말해줘.”

나는 팀원들을 한 명씩 훑어보며 말했다.

“낄 거야, 말 거야.”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말하면 안 할 수가 없는데요.”

동시에 김민주가 작게 미소를 흘렸다.

“아니 뭐, 도와주신다면 저희야 감사하죠.”

“김준우 청소부님이 손수 도와주신다는 데 안 할 이유가 있습니까?”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이어 줄줄이 목소리를 내는 팀원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신 주의해야 할 게 있어.”

“말씀만 하십쇼!”

“이건 작전팀의 싸움이지만, 청소팀도 끼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어딘가 어리둥절한 팀원들의 표정.

나는 천천히 설명을 이어갔다.

“정산 시즌에 토벌되는 던전은 일주일에 평균 50개꼴. 서울 내에서 한 달 동안 출현하는 던전이 일주일 새에 모두 토벌되는 수준이지. 뭐, 중요한 시기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뒤처리는 모두 우리 몫이야.”

“아…….”

“지금 우리 인원으로는 하루에 3개도 벅차. 일주일에 50개? 턱도 없는 소리지.”

숙연해진 사무실.

다들 미쳐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다는 분위기다.

뭐… 나라도 몰랐을 것이다.

막상 내가 하게 생겼으니 와닿는 것뿐이지.

“그러니까 무턱대고 토벌만 하는 건 안 돼. 그랬다간 청소팀이 감당할 수 없으니까. 작전팀이랑 청소팀이 한 팀이 돼서 완벽하게 맞물려야 해.”

“역시…….”

“알겠습니다!”

“결국, 두 팀의 연합 작전이군요!”

“…아니. 그건 아니야.”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한 팀 더 있거든…….”

떨떠름하게 말을 꺼낸 그 순간.

벌컥―

“참 나…….”

때맞춰 그녀가 사무실로 들어섰다.

“면전에서 대차게 거절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필요해지니까 부르시네.”

등장과 동시에 면박을 주는 그녀.

“되게 섭섭한 거 알아요? 다른 사람 같았으면 거들떠도 안 봤을 텐데.”

“미안하게 됐습니다.”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 지원군은 다름 아닌 지원팀 헌터관리실, 이아영 부실장.

이번 작전은 작전팀과 청소팀만으론 불가능하다.

토벌은 현실이다.

같잖은 자신감이나 근성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내가 기똥찬 기획을 짜고, 작전팀이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분명하게 한계는 존재한다.

때문에 자존심 다 굽히고 찾아가서 이아영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몇 번 튕기긴 했지만… 그래도 못 이기는 척 수락은 해줬으니 다행인 셈이지.

“한 번 떠난 버스 다시 잡으려면 그냥은 안 되는 거 아시죠?”

“……압니다.”

“미리 말하지만 나 뒤끝 심해요. 나중에 가서 딴말하기 없기.”

“그러죠.”

마지못해 대답하자, 이아영 부실장이 싱긋 웃는다.

“뭐, 일단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그래서… 제가 뭘 도와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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