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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2화 (3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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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팀, 작전 지휘실.

미청소 던전이 세 개나 발생했다는 소식에 통제팀 직원들은 단체로 패닉에 빠진 채였다.

물론 황동휘 대리와 편창현 팀장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떡합니까? 지금이라도 중지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시발…….”

편 팀장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떻게든 수습은 해야겠는데, 서민철이 끼어 있는 한 독자적으로 허가 철회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젠장할, 이렇게 앞뒤 없이 나가면 우리는 어떡하라고.’

서민철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다, 그렇게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 또한 이렇게 되리라는 걸 내심 알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1팀한테 전부 우선 허가를 내준 이상 다른 팀과 속도를 맞출 수 없다.

미청소 던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건, 편 팀장 또한 어렴풋이 상정하고 있는 일이었다.

다만 애써 무시했을 뿐.

협회 들어온 지 13년, 팀장 자리도 어언 4년째다. 여태껏 협회에 있으면서 윗사람 말 들어서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간 조직 생활 그리 어렵지 않다고 느낀 것도 그 덕분이다.

하라는 대로 하고, 하지 말라는 건 안 한다.

딱 그것만 지키면 됐으니까.

그런데 이게 뭔가.

하라는 대로 한 결과가 이것인가.

“야, 동휘야. 우리가 임의로 작전 철회시키면… 어떻게 될 거 같냐?”

편 팀장이 황동휘 대리에게 넌지시 물었다.

“본부장한테 쌍욕 처먹겠죠.”

“본부장 외에는?”

“팀장님. 이미 저희가 토벌 허가 몰빵 해준 시점부터 다른 팀들 싹 다 적으로 돌린 겁니다. 이제 와서 주변 시선 신경 쓰기엔 늦었어요.”

후우, 편 팀장이 길게 한숨을 늘어트렸다.

맞는 말이다.

이제 와서 수습하려 한들 이미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다.

선택의 기로.

여태껏 그래왔듯이 본부장 끈을 잡고 있을지, 아니면 황동휘 말대로 이제라도…….

“티, 팀장님! 허가 철회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전화를 받던 어느 직원이 목청을 키웠다.

“…갑자기 뭔 소리야.”

“작전 2팀과 지원팀 전원, 청소팀으로 투입됐답니다! 작업량도 따라잡고 있고요. 미청소 던전은 더 이상 안 나올 것 같으니, 이대로 밀고 나가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

심장이 쿵 떨어졌다.

작전 2팀이 실적 싸움에서 빠졌다고?

게다가 지원팀이면 이두식 이사의…….

“이야, 진짜 불행 중 다행입니다. 이제 저희가 수습 안 해도…….”

“야!”

편 팀장의 입에서 새파랗게 날이 선 목소리가 나왔다.

“네가 볼 땐 이게 다행이냐?”

“……예?”

멍청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수습을 안 해도 되는 게 아니라, 이제 수습할 수 있는 기회조차 뺏긴 것이다.

“우리 이제 다 좆 된 거야…….”

편 팀장의 공허한 목소리가 통제실에 메아리쳤다.

***

“저기요! 이거 왜 이렇게 안 잘려요?!”

아까부터 낑낑거리고 있던 이아영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거 그렇게 힘으로 하면 안 돼요. 결을 따라서 몇 번 흠집을 내줘야 해요.”

“…에?”

이내 김민주가 다가가 설명해주자, 이아영의 표정이 퍽 이상해졌다.

“흘러나온 피는 꼭 닦아주시고요. 보통은 해체하면서 틈틈이 닦아주는데, 그러기엔 지금 시간이 너무 없으니까 먼저 다 해체를 하는 게 좋을 거예요.”

“…….”

“그래도 처음치곤 꽤 감이 있으시네요. 잘 하고 계세요.”

“…….”

이아영의 시선은 몬스터가 아닌, 김민주를 향했다.

“왜, 왜 그렇게 보세요?”

“김민주 씨, 작전팀장… 맞죠?”

“네? 그, 그렇긴 하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하지만 이아영은 더욱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무슨 작전팀장이 청소 일에 이렇게 빠삭해? 원래 청소팀 출신이었어요?”

“아, 이전에 며칠 일을 도운 적이 있어서요.”

“…또 나 빼고?”

“그, 그땐 부실장님을 모를 때였는데…….”

“농담이에요. 농담.”

익살맞게 웃는 이아영.

보아하니 김민주 놀리는 거에 맛을 들인 모양이다.

“아, 준우야! 오늘 남은 던전 몇 개냐?”

그때, 저만치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박 팀장이 나를 불렀다.

“오늘 저희 할당량은 이게 마지막입니다. 몇 개 남은 건 다른 팀이 투입됐고요. 뭐, 그쪽도 곧 마무리될 겁니다.”

「역삼동 던전 청소 완료했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울리는 무전.

「대치 1동 던전도 완료했습니다!」

「논현동, 곧 완료됩니다!」

「삼성동까지 마무리됐습니다.」

줄줄이 무전이 날아들었다.

“오케이. 다들 수고했어.”

후우, 나는 길게 한숨을 뱉었다.

꼬박 4일이 걸렸다.

4일 내내 김민주 팀과 이아영 팀의 모든 인원이 청소에만 매달렸다.

이제야 겨우 1팀의 토벌량과 얼추 비슷해졌다.

뭐, 예상했던 대로 얼마 가지 않아 1팀 놈들이 제풀에 나가떨어진 게 컸다. 덕분에 이젠 토벌량도 확 줄었고…….

이 정도면 더 이상 미청소 던전은 나오지 않겠지.

이미 발생한 세 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수고하셨어요, 선생님.”

그때, 김민주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나는 대답 대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왜, 왜 그러세요?”

“아니, 그냥 뭐…….”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너희들 실적 싸움에 끼라고 실컷 부추겨 놓고, 이제 와선 또 발 빼라고 했잖냐. 괜히 고생시킨 것 같기도 하고…….”

“…….”

애초에 관심도 없던 녀석들한테 바람 넣어서 싸움을 부추겼는데… 그것도 지원팀까지 끌어들였는데. 게다가 1등 아니면 관심도 없다고 허세까지 부렸는데…….

결국, 미청소 던전 작업하기 싫어서 다 내팽개친 꼴이지 않은가.

‘쪽팔리게.’

나는 고개를 숙였다.

“와, 설마 그런 걸 신경 쓰고 계실 줄이야.”

“……?”

“걱정 마세요. 만약 선생님이 작전 밀고 나갔어도 우리가 안 했을 거니까.”

사뭇 진지한 표정.

“그리고… 정말로 다들 1등에만 혈안이 돼 있었으면, 청소팀으로 투입하라는 한 마디에 우리 팀이랑 지원팀이 한걸음에 달려왔겠어요?”

하긴, 장관이었지.

헌터라는 놈들이 겨우 지원받은 A+ 무기를 들고 오질 않나. 지원팀은 세 대밖에 없다던 플라즈마 절단기를 모조리 뜯어 오질 않나.

별안간 미친놈들만 다 모아 놨다.

“실적은 한참 뒤처졌겠죠?”

작업을 마무리하고 던전을 나가던 도중, 김민주가 넌지시 물었다.

“당연하지. 뭐, 4일을 꼬박 청소에만 올인했으니.”

“그래도 아직 3주나 남았으니까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하면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음…… 아슬아슬하긴 한데.”

나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돌렸다.

현재 1팀과의 차이는 거의 두 배.

하지만 현재 1팀의 전력이 상당히 소진된 걸 감안하면…….

“아주 못 할 것도 아니긴 한데… 확신은 못 해.”

“뭐, 우리가 야근해줄게요.”

난데없이 이아영이 불쑥 끼어들었다.

“저희 팀도 아직 할 만한 것 같고요.”

김민주가 덧붙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팀원들의 상태를 살폈다.

하나 같이 시켜만 달라는 표정이다.

그 모습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럼 이제라도 다시…….”

“아니. 미안하지만 늦었네.”

던전에서 나오자 대번에 초를 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획 돌리자.

“정산이 끝났거든.”

던전 앞에 서 있던 이두식 이사가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우리를 기다린 모양이다.

“정산이 끝났다뇨. 시즌은 한 달이잖습니까. 아직 3주나 남았는데요.”

“자네도 알면서 뭘… 지금 실적에 눈먼 머저리 한 명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여기서 더 할 수는 없지.

이두식 이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통제팀에서도 오늘 이후로 모든 작전 허가 철회했어. 아마 청소팀 상황이 진정될 때까진 더 이상 토벌은 못 할 거야.”

“그, 그럼…….”

“작전 3팀 24개. 1팀 55개. 그리고 2팀은 25개. 이게 최종 정산이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민주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2, 2등?!”

동시에 팀원들의 눈도 순식간에 동그래졌다.

“이야! 4일을 쉬었는데도 2등입니까?!”

“크하하핫! 나머지 팀은 대체 뭐한 거래?”

“말이 2등이지, 1팀 똥 싸재껴 논 거 누가 치워줬냐! 그거 생각하면 우리가 1등이지!”

큰소리로 자축하는 팀원들.

하지만 내 반응은 사뭇 달랐다.

“……그렇군요.”

자연히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물론 2등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지만, 나에겐 의미가 없었다.

이두식 이사가 내민 조건은 1팀을 재끼는 것이었으니까.

“혹시 내가 넓은 아량으로 이긴 거로 해줄 거라 기대하는 건 아니지?”

“애초에 그런 기대를 할 거였으면 밀고 나갔겠죠. 진 건 진 겁니다.”

“하하하!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진 건 진 거지. 하지만 그건 자네뿐이고…….”

이두식의 시선이 나에게서 팀원들에게로 향했다.

“자네들은 이겼어. 완벽하게.”

다들 머쓱한 표정이다.

구상찬은 왜 거기 껴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고맙네. 자네들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뭐… 포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번 일에 대해선 서민철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생각이야. 1팀과 통제팀한테도 마찬가지고.”

“쉽지 않으실 텐데요. 워낙 빌어먹을 놈이라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놨을 겁니다.”

“…….”

이두식 이사의 눈썹이 순간 꿈틀거렸다.

“마치 오랫동안 같이 일해본 사람 같은 말투군.”

“……촉이 그렇다는 겁니다. 촉이.”

급하게 변명을 했지만, 여전히 의아하단 표정이었다.

“기획력, 지휘능력, 리더십, 정보력 그리고 촉. 뭘 갖다 붙여도 다 자네 얘기군.”

“예?”

“자네 대체 정체가 뭔가. 내가 평가할 수준은 안 되지만, 자칭 정예라고 떠드는 1팀 놈들이 비할 바가 못 되는 거 같은데. 민간 길드에서도 자네만큼 젊은 인재가 있다곤 못 들어봤고.”

“…….”

똑같은 대답을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자.

“뭐, 정체가 뭔지는 사실 그리 중요한 건 아니고… 자네 혹시 나랑 일 하나만 같이 할 생각 없나?”

이두식이 갑작스런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어떤 일입니까?”

“음… 여기서 말하기엔 조금 그런데. 생각 있으면 시간 날 때 사무실로 찾아오게.”

“……알겠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전생에서와 마찬가지로 본부 개혁 건일 것이다.

절대 안 가야지.

“그래, 그럼… 어이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구먼. 그럼 난 먼저 가볼 테니 며칠은 좀 쉬엄쉬엄하게. 아, 그리고 조만간 좋은 소식 하나 있을 걸세. 자네 덕분에 일이 좀 수월해졌거든.”

이두식 이사는 끝까지 호쾌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걸음을 옮겼다.

좋은 소식이라.

괜히 불안한 건 기분 탓인가.

자기 할 말만 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거물.

팀원들은 다들 뭔가 싶은 표정들이었지만… 이아영만큼은 달랐다.

“회식하죠?”

……얘도 어지간히 지 할 말만 하는 녀석이다.

“그거 좋지! 작업 끝난 친구들도 다 불러오라고!”

“회식도 되게 오랜만이네요. 언니도 갈 거죠?”

“아… 네.”

“형님! 저도 껴도 됩니까?! 저도 고기 좀 먹을 줄 아는데!”

순식간에 분위기가 왁자지껄해졌다.

그런 와중에 김민주와 문소연의 시선이 날아들었다.

“선생님도 갈 거죠?”

“이번엔 준우 씨도 갈 거죠?!”

동시에 찾아온 정적.

“에휴…….”

옅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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