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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6화 (3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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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만족도를 올리는 방법은 아마 누구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첫째는 임금에 맞는 업무 강도.

그리고 좋은 근무 환경.

사실상 이 두 가지는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더욱이 실현하기 힘든 조건.

현재 청소팀은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18%나 된다는 게 놀라울 정도지만.’

일단 신설 팀이 만들어지면 업무 강도가 줄어드는 건 기정사실일 테니 내버려두고.

문제는 좋은 근무 환경.

좋은 근무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역시 청소팀에 빠삭하고 청소팀을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겠지.

‘뭐… 일단은 내가 팀장 내정이라는 것부터가 모순이긴 한데.’

어쨌든 신설 팀만큼은 청소팀에 어울리는 사람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청소팀에 들어가 준다고 하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면 될 일이지 뭘 미팅까지 하자고 불러내.”

에휴.

나는 가만히 머리를 쓸어 넘겼다.

서울 본부 근처 카페.

30대 중후반의 남자와 마주 앉아 30분 동안이나 그의 소싯적 이야기를 듣는 중이었다.

이전까지 리스트에 있던 놈들과 차례로 미팅을 진행한 탓에 피곤하기 그지없는 상태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지금 내 앞에 앉은 이 남자, 신태환이 그 마지막 순서라는 것뿐.

신태환.

국내 10위권 안에 드는 유명 길드, 아레스의 전 부길드장. 현 프리랜서 헌터.

잘 아는 놈은 아니지만, 일면식은 있는 놈이다.

내가 팀장으로 있을 때 몇 번 같이 작전을 한 적이 있었으니까.

기획이나 지휘는 그냥 평범한 수준. 하지만 헌터 랭크 하나만큼은 국내에서도 꽤나 상위권. 무엇보다 국내 광전사 클래스 중에선 1, 2위를 다투는 놈이다.

그런 놈이 청소팀에 관심을 보일 줄은 몰랐는데…….

“내가 왜 길드를 나온 줄 알아?”

“글쎄요.”

커피에 시선을 처박은 채로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길드는 그래 봤자 길드더라고. 협회 소속보다는 확실히 제약이 많아. 뭐만 하려고 하면 허가받아야 하고…… 그래서 나왔어. 그렇지 않아도 협회로 들어갈 생각이기도 했고.”

정말이지 눈곱만큼도 관심 없는 정보.

“아무튼, 나도 협회가 무슨 상황인지 대충은 알고 있어. 너랑 비슷한 청소팀을 신설한다지? 뭐, 너 대안이라고들 하는 것 같은데…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아. 누가 누구의 대안이라는 건지.”

고작해야 청소부 주제에.

……라고 직접 말을 하진 않았지만, 표정에 모두 쓰여 있다.

“아무튼, 어차피 길드도 나와서 지금은 백수고. 당분간 시간도 있을 것 같으니까 들어가 줄게.”

“신태환 씨… 뭔가 착각하고 계시는데.”

나는 결국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제가 부탁해서 당신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당신이 사정사정 부탁해야 제가 겨우 추천을 해주는 겁니다.”

“……뭐?”

동시에 날카로워지는 눈빛.

나 또한 무척이나 피곤했던 탓에, 더 이상 좋게 돌려 말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저는 청소팀 사람을 뽑는 겁니다. 부 길드장? 랭크? 그딴 게 청소팀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미팅을 요청했으면 본인이 어디에 지원하는 건지 정도는 준비하고 오세요.”

“하, 하하…….”

“별 같잖은 길드에 조금 있었던 거 가지고 뻐길 생각이시면, 청소팀이 아니라 작전팀으로 가시고.”

신태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이가 없네.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나 신태환이야.”

“어쩌라고요.”

그가 카페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쳤다.

“야, 이 새끼야. 협회에서 조금 띄워주니까 진짜 뭐라도 된 것 같냐? 어린 나이에 유명세 조금 탔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인데… 너 이러다 후회해.”

“이미 하는 중입니다.”

이 자리에 나온 걸 말이지.

참 나, 저런 놈을 내 대안으로 꽂으라니.

고작 A랭크 부길드장 주제에 누구 앞에서 주름을 잡아.

“할 말 끝나셨으면 먼저 일어나보십쇼. 전 할 게 좀 남아서.”

“……너 조만간 다시 보자.”

신태환은 이윽고 문을 부술 듯이 열어젖히며 카페를 나섰다.

그가 자리를 뜬 후, 나는 곧바로 편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이번에도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고. 저런 놈은 청소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튼, 랭크나 경험은 조금 모자라도 되니까 최대한 청소팀에 어울릴 만한 사람으로 다시 리스트를 뽑아주십쇼.”

“네. 네. 그럼 이만.”

핸드폰 너머에선 아직도 할 말이 남은 듯 시끄러웠지만, 나는 더 들을 것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미간을 꼬집었다.

미팅을 모두 끝낸 소감은 딱 하나뿐이다.

하나 같이 다 똑같은 놈이라는 것.

잘 나가는 헌터다. 그런 내가 특별히 청소팀에 들어가 주겠다. 대신 모든 권한을 달라 등등.

심한 놈은 헌터급 연봉을 요구하고 나선 경우도 있었다.

하나 같이 지들이 유능한 줄 아는 머저리들뿐.

본인이 뭐라도 되는 양 휘두르려고 하는 놈은 필요 없다. 그런 놈들이 청소팀에 들어가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청소 업무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테고 온갖 허드렛일은 나머지 팀원들에게 미룰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도 자신이 헌터인 양, 팀원들을 덜떨어진 부하 취급하겠지.

당연히 만족도 30%는커녕, 오히려 더 떨어지기만 할 것이다.

‘하…… 이렇게 인재가 없냐.’

연신 한숨만 내쉬고 있던 그때.

또다시 울리는 핸드폰.

이번엔 이아영 부실장이었다.

“여보세요.”

「진짜 수고 많았어요! 역시 당신한테 부탁하길 잘했네요.」

“……또 뭔 소리를 하는 겁니까.”

여전히 다짜고짜 이상한 말부터 내뱉고 있다.

「제가 이왕이면 재밌는 사람으로 찾아달라고 한 거 말이에요. 벌써 이렇게 찾아오셨잖아요?」

“……아직 못 찾았는데?”

「아, 비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럼 모른 척해줄게요. 아무튼, 빨리 본부로 오세요.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니, 대체 뭔 소립니까. 기다리긴 누가 기다려요.”

「누구긴요. 청소팀 지원자죠! 김준우 씨 불러 달라고 애타게 찾던데? 어, 성함이…….」

저편에서 무어라 소리가 들리길 잠시.

이내 다시금 이아영이 입을 열었다.

「한유빈 씨?」

……그게 누군데?

***

본부장실.

“후보 준비해봤습니다.”

이수용 또한 편 팀장과 마찬가지로 준비해온 리스트를 서민철에게 건넸다.

“최승훈 헌터. 국내 랭킹 300위권. 작전 경험 다수. 하승빈 헌터. 국내 랭킹 290위권. 연합 작전 및 특수 작전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민철의 시선이 리스트의 마지막 장으로 향했다.

누가 봐도 방금 급하게 끼워 넣은 듯한 페이지였다.

“신태환 전 아레스 부길드장. 원래는 통제팀 쪽에 먼저 연락이 닿았는데, 김준우가 거절했답니다. 이후에 저희 쪽으로 연락이 와서 냉큼 잡았고요.”

“뭐? 이런 놈을 거절했다고 왜?”

“그건 저도 잘……. 불협화음이 있었다곤 하는데.”

김준우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수용은 알 턱이 없었다.

신태환에게 물어봤지만, 욕지거리만 들려줄 뿐이었으니.

“뭐… 그놈 성격에 자기보다 잘난 놈을 두고 싶진 않았겠지. 부길드장이면 자기 수준 이상일 테니까 멋대로 다룰 수도 없을 테고.”

그때 서민철이 멋대로 상황을 해석했다.

“동감입니다. 그리고 스카우트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을 테고요.”

“맞아. 단가 맞춰서 데리고 오려면 어중이떠중이 같은 놈밖에 없겠군.”

서민철이 미소를 흘렸다.

“좋아. 김준우는 일단 신경 꺼도 될 것 같고. 고은영 이사랑 송철식 이사는?”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쪽도 꽤 쟁쟁하답니다. 이름 좀 날리는 헌터들로 후보를 짰다는데… 그래도 뭐, 신태환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한 패 같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는 신태환으로 밀어 보자고.”

서민철이 리스트의 마지막 장만 두고 나머지를 반으로 쭉 찢으며 말했다.

“채용은 어떻게 진행할까요.”

“임원들 눈도 있으니 최대한 공평하게 가야지. 괜히 낙하산 얘기 나오면 귀찮아지니까 일단 1차로 면접부터 보자고.”

“면접이요?”

이수용은 탐탁지 않은 반응이었다.

“왜. 뭐 문제 있어?”

“아뇨. 그런 것보다… 김준우도 이번 채용 심사에 끼고 싶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괜히 자기 후보를 밀어주려고 할 수도…….”

“맘대로 하라 그래. 그런 것까지 방해하고 싶지도 않고… 제아무리 밀어준다고 해봤자 후보 스펙이 다르잖아.”

서민철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

이아영의 호출에 본부로 복귀하자, 웬 꼬맹이가 있었다.

이아영은 어디서 저런 분을 꼬셨냐고 물었지만… 내가 알 리가 없었다.

나도 지금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

- 김준우 씨? 생각보다 카리스마 있어 보이진 않네요.

어찌 된 영문인지 지원자는 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말투에 싸가지가 더럽게 없었다.

아무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 이아영을 내보낸 후, 그녀 앞에 앉았다. 몇 가지 신상 정보를 물어보던 중.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 전직…… 뭐라고요?”

“국제 협회 헌터라고요.”

그리고 꺼내 보여주는 헌터증.

이 꼬맹이가 정말로 국제 협회 헌터라는 것에 한 번 놀랐고, 나보다 연상이라는 것에 두 번 놀랐다.

“국제 협회 헌터가 청소팀에는 왜…?”

“뭐… 수준이 맞는 것 같아서요.”

“수준이라면 차라리 작전팀이나 하다못해 민간 길드가 더 맞으실 텐데요.”

“헌터 자격 박탈당해서 헌터는 안 돼요.”

“……?”

정말 담담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재밌는 사람으로 뽑아달라더니, 기어이 미친년이 왔네.

“아무튼, 딴 일은 할 줄도 모르고 헌터는 하고 싶어도 못 하니까… 그나마 여기가 하는 일은 비슷한 것 같아서 면접이나 보려고 왔어요. 혹시 지금 사람 안 뽑아요?”

“아니 뭐. 뽑긴 뽑는데… 청소팀이 뭐 하는 팀인지는 압니까?”

“어? 왜 박탈당했는지는 안 물어봐요?”

“별로 안 궁금한데요.”

의외라는 듯한 표정.

그것도 잠시,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 미국에서 청소팀이 하는 일이라면 그냥 던전 부산물 청소였죠.”

“아, 잘 알고 계신…….”

“하지만 한국의 청소팀은 긴급 상황 시 특수 작전 수행 및 전반적인 작전 조율. 그리고 대규모 작전 기획 및 지휘. 맞죠?”

“…….”

뭐라는 거야, 시발.

“혹시 기사 보고 오셨습니까?”

“네.”

나는 손바닥으로 두 눈을 꾹꾹 눌렀다.

“미안합니다만… 청소팀은 그런 거창한 팀이 아닙니다. 미국이랑 똑같아요. 그냥 던전 청소하는 팀입니다.”

“비슷한 방식이네요.”

“……? 뭐가요.”

“제가 처음 미국 지부에 들어갈 때, 그런 말을 들었거든요. 작전팀은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매우 하찮고 사소한 일을 한다고. 연봉도 완전히 낮춰서 알려줘요.”

“……?”

“물론 미끼였죠. 직업 네임벨, 작전팀 간판만 보고 뛰어든 놈들은 그걸 듣고는 바로 면접을 포기했고요. 저 나름 꽤 오래 일했어요. 그런 수법은 안 통해요.”

그런 거 아닌데.

미국에서 오래 일을 해서 그런가, 어째 말이 통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더 이상의 대화를 이어가는 것보다, 그녀가 가져온 이력서를 살펴보는 게 좋을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실로 어마어마한 스펙이었다.

랭크부터 시작해서 스킬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청소팀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거지만.

‘이것만 보면 이 녀석도 다른 놈들이랑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특히 국제 협회에 몸담았던 녀석이 아닌가. 자존심으로 따지면 다른 놈들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게다가 청소팀이 뭐 하는 팀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지 않은가.

아쉬운 인재지만 청소팀엔 어울리지 않는다. 역시 기각을…….

‘잠깐.’

그 순간 이전에 박 팀장이 했던 말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성함이 어떻게 되신다고 하셨죠?”

“한유빈이요.”

“……혹시 동생 이름이 한상혁입니까?”

“오, 오늘 면접 온 거 그 새끼한테 말하면 안 돼요!”

그녀가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역시 그랬나…….

이건 생각지 못한 부분이네.

동생이 청소팀이니까 최소한 이전 놈들처럼 청소팀을 하대하진 않겠지.

듣자 하니 유일한 가족이라고 했고.

소중한 피붙이가 있는 팀이니까, 오히려 더 잘 대해 줄 수도…….

쾅―!

“야 이 미친년아! 내가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 진짜 뒤지고 싶냐?! 니 주제에 무슨 청소부야, 청소부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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