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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2팀 사무실.
이아영 부실장과 김민주 팀장 그리고 문소연이 한자리에 모여 간만의 다과회를 갖는 중이었다.
“……그렇게 돼서 조만간 각자 후보를 데려올 거예요. 듣자 하니 인사 담당자랑 본부장이 직접 면접을 본다나 봐요.”
이아영 부실장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나 신설 팀원 채용에 관한 이야기였다.
직군도, 역할도, 팀도 달랐지만, 김준우를 대신할 청소팀이 만들어지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들로선 아직 그것이 좋은 일이 될지, 아니면 나쁜 일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직접 청소팀에 몸담은 문소연은 걱정이 먼저 앞서는 모양이었다.
“그… 제가 소문을 들었는데요. 헌터들로만 후보를 짰다는 거, 진짜예요?”
“네 뭐. 말이 청소팀이지 사실상 김준우 청소팀의 레플리카를 만들려고 하는 거니까요.”
“다들 선생님을 띄엄띄엄 보고 있네요. 그게 따라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씨익 웃는 김민주.
그러자 문소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알잖아요. 높은 분들 특징이란 거. 청소팀이 조금 잘 된다 싶으니까 다들 이때다 싶어서 너도나도 청소 코인을 타려는 거죠. 청소팀 자체는 안중에도 없으면서.”
이아영 또한 이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쯧, 한 차례 혀를 차곤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번 신설 팀에 그런 놈들의 후보가 들어오면… 본부 꼴은 안 봐도 뻔하죠. 청소팀이 지들 거라도 되는 것처럼 꽉 잡으려고 할 거예요.”
“저는 그런 것보다……. 이제야 청소팀 모두가 조금이나마 어깨를 펴고 있는데, 괜히 헌터들이 들어와서 그걸 꺾는 게 아닌가 걱정되네요.”
김민주는 이아영과 조금 시각이 달랐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김준우야 정보가 알려진 것도 없고, 스스로를 당당하게 청소부라 자칭하고 있으니 여태껏 문제 될 건 없었지만…….
공식적으로 헌터가 청소팀에 들어오면 다른 청소팀원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헌터들 또한 팀원들을 동료라고 생각하기보단 아랫사람으로 보고 휘두르려 하겠지.
애초에 그러기 위해 청소팀에 들어오려는 놈들이다.
협회의 높은 분을 등에 업고, 김준우가 쌓아 놓은 영향력에 숟가락만 얹어서 휘두르기 위해 청소팀에 들어오려는 것이 아닌가.
때문에 그들이 채용되면 청소팀은 다시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채용 싸움, 김준우 씨가 무조건 이겨야 해요. 다른 후보는 몰라도 그가 데려온 사람이면 믿을 만할 테니까.”
“당연히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제가 도움을 드릴 게 없는걸요.”
“그러게요. 차라리 청소팀 실무 면접이면 저희 팀이 어떻게든 밀어줄 수 있을 텐데.”
문소연이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아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어려울 거예요. 본부장이랑 임원들은 면접에서 어떻게든 승부를 보려고 할 테니까요.”
동시에 울려 퍼지는 한숨 소리.
다들 진심으로 걱정이 되는 모양인지, 표정이 무척이나 안 좋았다.
이아영은 괜히 있는 그대로 말했나 싶었다.
조금은 위안을 해주려던 그때.
“저 그래서…….”
“근데 말이에요.”
김민주와 문소연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준우 씨가 데려온 후보, 여자래요?”
“선생님 후보분 여자예요?”
“…….”
이아영은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
본부에 마련된 작은 면접실.
나란히 앉아 있는 네 명의 면접자.
그리고 나와 서민철 본부장, 인사 담당자 몇 명이 그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뭐, 원칙적으로는 내가 낄 자리가 아니지만…….
청소팀 인원을 뽑는 자리에 청소팀 소속이 없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누가 목소리를 냈다는 모양이다.
안 봐도 이아영이겠지만.
“그럼 저부터 먼저 질문드리겠습니다.”
그들을 향해 민희숙 인사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아영에게 슬쩍 들은 바로는 고은영 이사의 입김이 닿는 인물이라는 듯했다.
“작전 중 도저히 현재 팀으로 토벌할 수 없는 몬스터를 만났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강우혁 씨부터 차례로 답변해주세요.”
“다중 구역 던전이 아니라면, 일단 포기하고 향후에 다시 작전을 기획하겠습니다. 무리하게 토벌을 진행하다간 무의미한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오른쪽에 앉은 고은영 이사의 후보-강우혁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한 번 진행된 작전을 도중에 포기하기엔 금전적으로 매우 큰 손실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계속 토벌은 진행하되, 통제팀에 연락하여 추가 병력을 요청하겠습니다.”
노소민-송철식 이사의 후보가 뒤이어 답변했다.
그들의 답변에 작게 웃음을 흘리던 신태환-서민철의 후보가 입을 열었다.
“작전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전 중지를 걸어 놓고, 일단 던전을 빠져나와 다른 팀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로케이션 토벌을 진행하면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여유로운 표정과 확신에 찬 목소리.
무엇보다 정답이라고 해도 될 만큼 완벽한 답변이다.
요행으로 부길드장을 단 건 아닌가 보군.
“그럼 마지막으로…… 한유빈 씨?”
자연스레 마지막 순서인 한유빈에게 시선이 옮겨갔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내뱉은 답변은…….
“애초에 토벌에 들어가고 나서야 못 이긴다는 걸 알 정도면 그건 이미 틀린 작전 아닌가요? 저라면 창피해서라도 그냥 죽겠습니다.”
“…….”
정말이지 숨도 쉬기 힘들 만큼 싸늘한 정적.
‘내가 미쳤지. 어쩌다 저런 녀석을…….’
나는 가만히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 후보는 결국 한유빈으로 정해졌다.
물론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나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편 팀장의 리스트는 결국 쓸모가 없었고, 다른 마땅한 놈이 없었다.
무엇보다 저 녀석이 그나마 청소팀에 적대적이지 않았기에 한 번 면접이라도 보게 하자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데려와 앉히니 불안하긴 매한가지였다.
전형적인, 딱 봐도 자존심 강해 보이고 사람을 휘두르려는 타입.
아무리 봐도 만족도를 올릴 만한 인재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그렇지 저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로 계속해서 몇 가지 질문들이 이어졌다.
작전 규칙에 관한 질문.
장비 지원 절차에 관한 질문.
팀과 협회의 입장이 다를 때, 어느 편에 설 것인지에 관한 질문.
토벌 허가 혼선을 해결하기 위한 절충안 등등.
그에 맞춰 각자 정석적인 답변들을 내놓았고…….
“작전에 규칙이 어디 있어요. 어떻게 하든 몬스터만 죽이면 그만이지.”
“장비? 미국에선 모두 개인이 관리했는데요.”
“조직과 동료 중에 골라라… 어이가 없어서 원.”
“애초에 허가를 받아야만 토벌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이해가 안 갑니다. 한국 협회는 시민을 지키는 것보다 헌터 개인의 실적이 더 중요한 건가요?”
한유빈은 매번 개소리를 내뱉었다.
쟨 대체 미국 지부에 어떻게 들어갔지?
미국은 원래 면접을 저따위로 보나? 문화 차이 뭐 그런 건가?
다른 면접관들을 슬쩍 살피니 아니나 다를까 모두가 고개를 내젓고 있다.
확실하다.
저 자식, 무조건 떨어진다.
“그럼 뭐… 김준우 청소부님, 마지막으로 질문하실 거라도?”
나는 쉽게 말을 뱉지 못했다.
내가 여기서 어떤 질문을 하든 한유빈에게만 마이너스다.
사실 저 녀석이 떨어지든 말든 나야 크게 상관은 없다만… 문제는 저 녀석이 떨어지면 다른 놈이 붙는다는 것이다.
아마 높은 확률로 신태환이 되겠지.
내 면접 기준은 오로지 청소팀의 만족도를 올릴 수 있느냐, 마느냐. 그런데 신태환 같은 놈이 채용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저놈들이 채용되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여기서 그냥 전부 떨어트릴까…?’
이렇게 된 이상 그편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아예 백지화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뽑는 게 백번 낫겠지.
쯧, 어쩔 수 없군.
억지를 좀 부려보는 수밖에.
“김준우 씨? 질문 없으면 이대로 면접 끝내는 거로…….”
“지네형 몬스터는 해체 작업 시, 몇 등분으로 잘라야 할까요.”
정리를 마친 후 마침내 입을 열었다.
“……?”
“자, 잘…….”
“무슨 질문이 그따구지?”
동시에 쏟아지는 의문들.
“아무도 모르시는군요. 알겠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인사팀장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이봐요. 김준우 씨. 대체 무슨 질문이…….”
“지금 우리 어느 팀 사람을 뽑는 겁니까?”
“……네?”
“여기 서류에 쓰여 있네요. 청소 6팀 신규 입사자 채용 면접이라고. 청소팀 사람을 뽑는데 청소 관련 질문을 하는 게 이상한 겁니까?”
면접실에 있던 모두가 침묵했다.
나는 기세를 놓칠세라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
“그럼 다른 질문을 드리죠. 3층 상가 건물형 던전 기준, 크기 2m의 고블린 사체가 있을 경우 던전 내 가스 수치는 평균 분당 몇 마이크로그램씩 올라갑니까?”
“다른 질문. 몬스터의 점액과 함께 사람의 혈흔이 벽면에 묻었을 경우, 가장 효과적으로 청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여전한 침묵.
나는 이내 서류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훌륭한 인재들이 아닐 수 없군요.”
“…….”
“…….”
벙찐 표정의 후보들.
그들을 한 명씩 노려보며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다른 면접관분들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제 기준에선 모두 불합격입니다.”
***
면접은 그렇게 흐지부지되었다.
면접자들은 우선적으로 면접장을 빠져나갔고, 우리는 그 자리에 남아 간략하게 회의를 진행했다.
나는 당연히 전원 불합격을 제안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떻게든 자기 후보가 뽑혀야 하니 전원 불합격은 가당치도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소팀 채용인 만큼, 그에 맞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것만큼은 동의했다.
결국, 실무 과제로 대체하기로 합의를 봤다.
“그렇게 큰소리쳐놓고 데려온 게 고작 저런 꼬맹이야?”
짧은 회의를 끝내고 면접장을 나오던 그때.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신태환이 대뜸 말을 걸었다.
근데 큰소리는 내가 아니라 저놈이 치지 않았던가.
게다가 고작 저런 꼬맹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지만… 이내 후보자들끼리는 서로의 정보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도 성에 차지 않긴 하지만… 뭐, 그래도 당신보다야 나은 것 같던데요.”
“그래?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그 정도 안목인 거겠지.”
대놓고 주절거리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보아하니 면접으로는 너희들이 불리할 것 같으니까 일부러 뒤집어엎은 것 같은데… 어디 할 수 있는 만큼 해봐. 대충 수준 보니까 뭔 짓을 해도 안 뽑힐 것 같긴 한데.”
“…….”
신태환은 그 말을 끝으로 서민철과 함께 먼저 자리를 떴다.
나는 그저 가만히 그의 등을 바라봤다.
이제 와서 저 측은한 자존심에 발끈할 것도 없다만…….
‘뭔가 이상한데…….’
이상하리만치 자신감이 넘친다.
게다가 마치 합격자가 정해져 있다는 듯한 말투. 아무리 나를 얕잡아 본다고 해도 면접관과 면접자의 위치를 무시하는 도발.
저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올 만한 근거가 있나?
께름칙한 기분과 함께 걸음을 옮기던 찰나, 이번엔 다른 녀석이 길을 막았다.
“방금 면접 대체 뭐예요?”
바로 내 후보님 되시겠다.
“뭐가 말입니까?”
“그런 질문을 할 거였으면 조금 귀띔해줘도 좋았잖아요! 그래도 나름 추천받고 여기 온 건데… 이게 뭐야, 괜히 쪽만 당하고…!”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깊게 숨을 들어 쉬고 내뱉길 한 차례.
“미국에서는 아무런 준비 없이 온 사람도 인심 써서 뽑아준답니까?”
정확히 한유빈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청소팀 들어오고 싶다고 제 발로 찾아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럼 준비는 당신이 해야죠. 준비는 하기 싫고, 면접은 잘 보고 싶고. 그래놓고 또 자존심은 상해요? 청소팀이라고 너무 우습게 본 거 아닙니까?”
“그, 그런 건 아닌…….”
“마음 같아선 떨어트리고 싶었는데… 내부 회의 결과, 아쉽게도 실무 면접으로 대체됐습니다. 날짜는 정해지면 통지해드릴 테니까 떨어지고 싶지 않으면 다음엔 준비해서 오세요. 내가 추천해줬으니 응당 붙겠거니 하는 마음이시면 그냥 나오지 마시고.”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이 등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