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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41화 (4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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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심사가 끝나고 하루가 지났다.

이전과 다름없는 평온한 백수 생활로 돌아왔지만, 한유빈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자꾸만 어제의 일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것이다.

시험이 끝나고 김준우에게 사과를 받아낸 것까진 좋았다. 애초에 그러기 위해 참석한 거니까.

다만, 몇 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시험 중에 왜 화를 낸 건지 스스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신태환의 개소리에 기분이 나빴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 봤자 청소 시험. 그렇게 화를 낼 것까진 없었다.

거기에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따로 있었다.

‘대체 뭐야 그 인간…….’

한유빈은 그때를 떠올리며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한유빈의 근력 스텟은 ‘한계돌파’ 스킬로 인해 최대치를 한참 상회하는 수치를 자랑했다.

물론 근력에만 올인한 덕에 다른 수치는 B급 수준이었지만, 그럼에도 힘만큼은 미국 지부에서도 단연 1위의 스텟이었다.

게다가 고유 스킬인 ‘하이패닉 버서커’까지 발동된 상태.

당시의 근력 스텟은, 짧은 순간 몇만을 돌파했었다.

그런데, 그걸 한 손으로 막았다.

막는 걸 넘어서 순간적으로 압도하기까지 했다.

자신을 순수하게 힘으로 압도할 수 있는 헌터?

물론 있기는 하다.

세계 랭킹 50위 안에 들어 있는 최상위권 헌터 몇 명.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큰 길드의 우두머리이자, 현 세계 랭킹 1위인 그 자식.

그렇게 모두 포함해봤자 열댓 명 정도다.

근데 헌터도 아닌 청소부가 그 열댓 명과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대체 그런 인간이 왜 한국에 있는 건가.

아니, 그걸 떠나 그런 인간이 왜 청소팀에 있는 건데?!

‘뭐 하는 놈인지는 몰라도, 괜히 본부 실세라고 하는 건 아닌가 보네.’

능력은 있다 이건가.

한유빈이 쓰게 웃었다.

습관적으로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를 만지작거리기도 잠시, 이내 고개를 털었다.

그래,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차피 두 번 다시 볼 것도 아닌데.

과정이 어찌 됐든 소정의 목표는 이뤘으니 합격 여부 따윈 아무 상관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떨어지지 않으면 곤란하다.

모든 게 미심쩍은 그 인간과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았으니.

지지잉.

그때, 짧은 진동과 함께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모르는 번호다.

한유빈은 의아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이능차원관리협회 이능운용과 청소 6팀 최종 면접에 합격하셨습니다. 귀하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출근 일자는 추후……」

“…….”

이내 빌라 전체에 귀를 찢는 절규가 울려 퍼졌다.

***

[해금 조건 달성]

[던전 청소팀 신규 입사자 1명]

[습득 스킬 : 과다출혈 -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김민주가 찻잔을 들어 올리며 먼저 입을 열었다.

채용 심사 합격자가 발표된 직후, 나는 작전 2팀 사무실을 방문했다.

심사 기간 동안 밀린 청소 작업을 위해 작전팀의 일정을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대화는 어느샌가 삼천포로 빠진 뒤였다.

“안 괜찮을 건 또 뭐야.”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드는 게 다 보였는데요?”

“첫인상은 달라지는 법이니까. 지금은 나름 만족해.”

김민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성실하신 분 같던데요. 아마 바로 현장에 투입해도 잘하실 거예요.”

“잘해야지. 그러라고 뽑은 건데.”

담담하게 대답하며 찻잔을 들었다.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한유빈을 최종적으로 밀어주었다.

다른 심사관들은 영 탐탁지 않아 했지만… 사실 그들로서도 도리가 없었다.

어쨌든 실무 과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사실이니까.

불안한 구석이 있긴 해도, 일주일간 청소를 배워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점을 높이 샀다.

성격이 좀 삐뚤어지긴 했어도 능력만 있으면 어느 것이든 시킬 수 있을 테니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은 잘할 거 같은데… 성격이 상당히 지랄 맞아서 사고 칠까 봐 좀 걱정이야.”

애초에 미국 지부에서 해고까지 당한 녀석이 아닌가.

자세한 건 몰라도 그 성질에 뭔 일이든 벌였을 거다.

“글쎄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특히 선생님한테는요.”

“…음? 무슨 소리야.”

“아, 유빈 씨가 선생님한테는 말 안 해줬나요?”

김민주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과외 해줄 때 저희한테 슬쩍 얘기해줬거든요. 본인이 왜 지부에서 해고당했는지. 뭐, 사실 저희가 얘기해 달라고 조른 거긴 하지만요.”

“그래서, 뭔 일이 있었던 건데?”

“미국 지부에서 일할 때 유일했던 동료가 필리핀 출신의 헌터분이셨대요. 도움도 많이 받고, 심적으로도 의지할 수 있는 친구였다던데…….”

김민주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사망했대요. 작전 중에.”

이상하다. 미국 지부라면 헌터의 사상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 아니던가. 던전 내 사망사고라면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일 텐데.

“한유빈 씨 말로는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상황이었대요. 그런데 통제팀에서 구조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일방적인 후퇴 명령을 내렸고, 한유빈 씨는 혼자라도 구조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나 봐요.”

“국제 협회는 동료가 위기에 처하면 목숨을 걸고라도 구하라고 하는 곳이잖아. 그럼, 구조를 포기했다는 건…….”

김민주가 쓰게 웃었다.

“뭔가 구린 게 있었나 보죠.”

“……허.”

참으로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역시 인간이 모이면 꼭 뒤가 구리다더니. 그건 국내나 해외나 다른 게 없구만.

“한유빈 씨는 미국 지부 임원들에게 재조사를 요청했지만 묵살됐나 봐요. 그 후로는 뭐, 통제팀에 쳐들어가서 언쟁을 벌이던 중에 통제팀장한테 주먹을 날렸다고…….”

“참 나, 잘릴 만했네.”

동기는 이해가 되지만 방법에는 한숨이 나왔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들어오면 잘 대해주세요. 상처가 많은 분이잖아요.”

“됐어.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유로 잘 대해주면 오히려 더 싫어할걸. 동정받는다고 생각할 테니까.”

자존심이 강한 녀석이니 더욱이 말이지.

하지만 그런 건 일단 둘째 치고라도.

‘……받지 말 걸 그랬나.’

차라리 욱해서 사고를 친 거면 그 녀석 한 명만 조심하면 될 텐데, 생각보다 스케일이 너무 크잖아?

이거 어째 더 불안해지네.

“……뭐, 괜찮겠지. 어쨌든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일단은 우리 일이나 신경 쓰자고.”

그렇게 말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게요?”

“난 뭐 노냐. 이번 채용 심사 때문에 며칠 자리 비웠더니 작업 엄청 밀렸어.”

“아, 선생님.”

김민주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따라붙었다.

“왜.”

“승진 축하드려요.”

싱긋 미소를 지었다.

***

국제 헌터 협회, 미국 뉴욕 지부.

던전 통제팀, 작전 지휘실.

뉴욕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층 사무실. 배가 불룩 튀어나온 남성이 잔뜩 뿔이 난 표정으로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쿵, 소리와 함께 창문이 흔들렸다.

제 주먹만 아플 뿐이었지만, 제이슨 통제팀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체 작전 파일이 왜 남아 있었던 거야! 내가 바로 폐기하라고 했잖아!”

“통제팀 쪽 데이터는 확실하게 삭제했습니다. 아무래도 작전팀 쪽에 복사본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원팀의 클로이 실장이 고개를 떨어트렸다.

늘씬한 몸매에 똑 떨어지는 금색 단발.

지부 소속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모델로 착각할 법한 외모의 여성이었다.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그 파일이 언론에라도 뿌려지면 모가지 날아가는 거로는 안 끝난다고!”

제이슨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클로이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시발, 나갈 거면 곱게 나갈 것이지…….”

제이슨의 시선이 다시금 창밖으로 향했다.

그의 분노는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한이 지휘를 맡았던 그 작전에서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사고. 그로 인해 헌터 한 명이 낙오해 홀로 보스 방에 남겨졌다.

한은 그 필리피노 헌터를 구하기 위해 지원 병력을 투입해달라고 했지만, 제이슨은 요청을 묵살했다.

해당 던전의 추산 이익과 병력 투입의 예산을 저울질해본 결과,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그동안 토벌 수익의 상당 부분을 본인의 지갑으로 빼돌리고 있었던 제이슨에게, 필리피노 헌터 한 명과 수억 원대의 비자금은 재볼 가치조차 없었다.

결국, 그 필리피노 헌터는 목숨을 잃었지만 사실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상부에서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뿐더러, 보고서 조작은 제이슨의 주특기였으니까.

제이슨은 당시 정황들을 조작해서 구조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조서를 상부에 제출했다. 덕분에 협회 또한 더는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던전 내 사고’로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한이 미쳐 날뛰긴 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제이슨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눈엣가시였던 그년을 내쫓을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었으니.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듯했다.

한이 지부를 나가면서 통제팀 쪽 원본 작전 파일을 들고 나가기 전까지는.

그 파일이 공개되면 사고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작, 로비.

무엇보다 그동안 자신이 작전 수익금을 횡령했다는 사실 또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시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회수해.”

제이슨이 이를 빠득 갈았다.

“협상이라도 해볼까요?”

“그 성격에 협상이 먹히겠냐.”

“그럼 어떻게 하시게요.”

“뭘 어떡해. 힘으로라도 뺏어와야지.”

클로이가 흠칫했다.

“……설마 습격이라도 하실 생각인가요? 다른 나라에서 일을 벌이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클 텐데요. 무엇보다 한이 그런 거에 당할 사람도 아니고요.”

“…….”

제이슨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맞는 말이었다.

자칫 목격자라도 생기면 괜히 일만 커질뿐더러, 도심에서의 무력 충돌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무엇보다 비밀리에 처리해야 하는 만큼 좋은 방법이 아니다.

젠장, 마땅한 방법이 없나.

“……근황은 파악되나?”

“네. 정보팀 쪽 얘기로는 내부 전산망에 프로필이 다시 등록된 거로 보아 다시 협회에 입사한 것 같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야. 헌터 자격 정지됐잖아.”

“그게… 프로필상 소속이 작전팀이 아니라 청소팀이랍니다.”

“……뭐?”

홀리… 제이슨은 욕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이해할 수가 없군. 그 미친년이 왜 청소팀으로 들어간 거지?”

“그것까진 모르겠습니다.”

클로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문득 제이슨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잠깐. 협회에 다시 들어간 거면… 한국 협회?”

“네. 맞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다음 주에 한국 협회에 합동 작전 제안하기로 하지 않았나? 그거 어떻게 됐어.”

“루프 던전 건 말씀이시죠? 아직 연락은 안 해봤습니다.”

“빨리 연락해봐. 그리고… 작전 무조건 따내.”

그의 목소리가 점점 격양되고 있었다.

뭔가 불안해진 클로이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말했잖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수할 거라고.”

제이슨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마침 머릿속에 재밌는 생각이 떠오른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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