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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45화 (4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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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당일, 신림동.

기본적으로는 옐로우 등급의 차원형 던전.

하지만 일반 던전에는 없는 까다로운 조건과 위험성으로 2급 특수 작전 구역으로 분류된 곳. 루프 던전인 동시에 이중구역 던전이다.

그 앞에 미국 지부의 파견팀과 본부팀이 모두 모여 있었다.

작전 개시까지 약 30분가량 남은 시각.

이번 작전의 리더로 선발된 김민주는 작전 개요를 파견팀에게 설명해주고 있었고, 나는 문소연, 한상혁과 함께 청소 장비를 점검하는 중이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내 시선은 연신 파견팀으로 향했다.

벌써부터 시간석을 빼돌리기 위해 무슨 수작을 벌일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어째 공동작전 때보다 분위기가 더 엄숙하네요. 회의도 벌써 한 시간째고”

그때, 문소연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합동 작전이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토벌 규칙도, 전투 방식도 협회마다 크게 차이가 있어서 처음부터 조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가서 문제가 생길 겁니다. 회의가 중요할 수밖에 없죠.”

문소연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딱 봐도 이해는 못 했지만 대충 알았다는 표정이다.

“무엇보다 루프 던전은 숙련된 헌터들도 힘들어하는 곳이라 다들 바짝 긴장하고 있을 겁니다. 토벌 조건을 만족할 때까지 기약 없이 던전에 갇혀 있어야 하니까요.”

“그럼… 영원히 토벌을 못 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뭐, 그럴 확률은 희박하지만… 아예 없다곤 장담할 수가 없군요.”

문소연의 낯빛이 순식간에 회색이 됐다.

그러자 한상혁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야, 시작부터 겁주면 무서워서 작업이나 제대로 하겠냐? 걱정 마 소연아. 저거 다 농담이야.”

“……그렇겠죠?”

“당연하지! 그리고 미국 지부 놈들도 있는데 설마 뭔 일 나겠냐.”

한상혁은 애써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모양이었다.

뭐, 그의 말대로 반은 농담이었지만 반은 사실이다.

전생에선 실제로 어떤 루프 던전을 1,400회 반복하고 미쳐버린 헌터도 있었으니까.

그만큼 위험한 던전임은 틀림없지만… 그것도 정보가 없을 때나 이야기고.

이 루프 던전은 내가 참가했던 던전이다.

당연히 토벌 조건 또한 알고 있다. 무엇보다 이 정도 인원이라면 떡을 치고도 남지.

‘뭐, 그렇다고 한 번에 토벌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 통제팀도 모르는 조건을 내가 알고 있으면 괜한 의심만 살 테니까.

무엇보다 김민주가 팀장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맡은 대규모 프로젝트 리더 자리 아닌가.

경험도 쌓을 겸 일단은 그냥 내버려두고, 여차할 때 도와주면 되겠지.

파견팀 쪽을 다시 한번 슥 훑었다.

그리고 나 외에도 파견팀을 힐끔거리는 녀석이 한 명 더 있었다.

“……이래서 말 안 해준 거예요? 미국 지부랑 합동 작전이라서?”

다름 아닌 한유빈이었다.

콕 쏘는 목소리가 마치 ‘지금 장난하냐’고 대놓고 말하는 듯했다.

애써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얘기했으면 참가 안 했을 거 아닙니까.”

“네. 그래서 지금 한 대 칠까 말까 되게 고민 중이에요.”

“누굴 말입니까.”

“누구겠어요.”

“…….”

한유빈의 시선이 정확히 나를 향한다.

내가 어쩌자고 이런 사람을 뽑았을까.

깊은 후회가 몰려왔다.

“큼큼… 어쨌든 이렇게 된 거 문제 일으키지 말고 진행합시다. 마음은 이해하는데, 그렇다고 괜히 시비 걸고 그러면 골치 아파집니다.”

“시비는 제가 아니라 저쪽이 걸 거 같은데요.”

“그럼 그냥 참으세요. 맞대응하실 생각 마시고. 설마하니 미국 지부가 공식 작전에서 문제를 일으키겠습니까. 아무리 당신이 꼴 보기 싫다고 해도 그렇지.”

“아직 잘 모르시네. 저 새낀 그러고도 남을 새끼예요.”

두고 보라는 듯 한유빈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쪽도 그렇고, 저쪽도 그렇고 다들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네요.”

“둘이 맞짱 깔 거면 나한테도 말해주라. 구경 가게.”

“민주 언니랑 아영 언니도 불러야겠죠?”

팍팍해진 분위기를 애써 풀어보려는 듯, 한상혁과 문소연이 농담을 던졌다.

“됐습니다. 제가 질 것 같으니.”

“…….”

작전 시작부터 초를 칠 생각은 없었기에, 나 또한 농담으로 화답했다.

덕분에 한유빈도 한풀 꺾인 듯 얌전해졌지만…….

어느샌가 눈앞에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제이슨 통제팀장입니다. 청소팀장님이시죠?”

“지원실장 클로이입니다.”

배가 불룩한 남성과 금색 단발 여성이 다가와 대뜸 악수를 권했다.

“아, 예. 반갑습니다.”

눈에 익은 얼굴.

전생의 기억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유능한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던전에도 해박하시다고.”

“과찬입니다.”

“겸손하실 거 없습니다. 그렇게 들었다는 것뿐이니.”

한쪽 입꼬리가 슥 올라간다.

동시에 내 미간이 확 좁혀졌다.

어째 통화할 때와는 태도가 천지 차이다.

이내 제이슨은 내 뒤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네, 뭐.”

옛 직장 동료와 마주한 순간.

한유빈은 적개심을 숨기지 못한 채 대답했다.

“당신도 잘 지내는 것 같네요. 유감스럽게도.”

“하하…… 자네가 참가한다고 하니 마음이 놓이는군. 아, 혹시 이번 작전에 참가하는 거,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지?”

“마음에 안 들기야 한데… 어쩌겠어요. 일인데.”

“그래,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아무튼, 이전 일은 나도 유감일세.”

제이슨은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렸다.

한유빈이 그의 등을 향해 중지를 치켜들었다.

“아, 그런데 혹시…….”

그 순간, 제이슨이 다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퇴사할 때 지부에서 뭐 들고 나간 거 있나?”

“…….”

한유빈의 눈빛에 갑자기 날이 서린다.

“아무것도.”

“……그래.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

의미심장한 대화를 마치고 제이슨은 다시 파견팀으로 돌아갔다.

한유빈이 나를 쏘아봤다.

내가 뭐랬어, 라고 말하려는 듯 보였다.

“그럼, 이제 다들 모여주세요. 마지막 브리핑하겠습니다.”

이윽고 작전 시간이 다가왔고, 김민주가 앞으로 나와 브리핑을 시작했다.

모든 대원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그녀에게 집중했다.

“사전에 고지한 바와 같이, 오늘 작전 구역은 루프 던전이자 이중구역 던전으로, 보스는 총 두 마리입니다. 인원이 많지 않지만, 순차적으로 한 마리씩 토벌한다면 전력에는 무리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김민주는 자신의 대원들을 슥 훑어보곤 다시 말을 이었다.

“루트 던전인 만큼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미지수입니다. 다들 최대한 체력을 아껴주세요. 토벌 조건을 알아내는 방법은 직접 부딪혀 보는 것, 딱 하나입니다. 당연히 막무가내로 진행하는 건 아니고 여기 미국 지부 통제팀에서 준비해준 매뉴얼 대로 조건들을 하나씩 소거해볼 예정입니다.”

우렁찬 대답 소리가 쏟아졌다.

“그럼, 작전 개시하겠습니다.”

***

작전 개시 3시간째.

던전 내부는 고대 그리스 사원과 같은 분위기였다.

“1층에 있는 방은 모두 클리어했습니다!”

“좋아. 이제 2층 진입할 거야. 내가 앞장설 테니까 본부팀은 청소팀 데리고 천천히 따라와. 파견팀은 바로 뒤에 붙어주세요.”

“알겠습니다!”

“네!”

김민주의 지휘에 맞춰 본부팀과 파견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통로도 복잡하고 방도 굉장히 많은 던전이었기에 본부팀과 파견팀은 서로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던전 내부를 면밀히 탐사해나갔다.

물론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할 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평소 하던 청소 업무가 아니었기에, 다들 바짝 긴장한 채였다.

“한상혁, 마킹 어떻게 되고 있어.”

“잘하고 있어.”

“통로에만 하지 말고 갈림길이랑 탐사 완료된 방에도 해둬. 마킹할 때 시간이랑 횟수 적어두는 것도 잊지 말고. 소연 씨는 루프 될 때마다 인원 체크랑 상태 점검해주시고요.”

“네, 네!”

“만약 잡몹 사체가 발생하면 분해하려 하지 마시고 그냥 소각해야 합니다. 괜히 처리하려고 하다가 뒤처지면 큰일이니. 그리고…… 한유빈 씨?”

나는 한유빈에게 태블릿 PC를 건넸다.

“던전 내부 매핑해주세요. 작전팀장 출신이시니 이 정도는 가능하시겠죠?”

“뭐, 그렇긴 한데. 이건 팀장님 일 아니에요?”

“……누구 일인 게 뭐가 중요합니까.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거지.”

한유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받아들었다.

‘하여간 눈치는 또 빨라 가지고.’

나는 혀를 찼다.

한유빈의 말대로, 내 역할까지 모두 팀원들에게 떠넘긴 채였다.

나한테는 이런 자잘한 업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뭐겠어, 저 양아치 새끼들 감시하는 거지.

그도 그럴 게, 제이슨 통제팀장은 어째 아까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우리 쪽을 연신 힐끔거리질 않나 자꾸만 시계를 확인하지 않나.

뭔가를 기다리는 건지 상당히 초조한 얼굴이다.

‘누가 봐도 꿍꿍이가 있는데…….’

낌새가 이상하긴 해도 아직은 괜찮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래, 뭐든 상관없다.

뭔 짓을 하든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한 시간석은 절대 빼돌릴 수 없을 테니.

그렇게 두 시간이 더 흘렀다.

이윽고 토벌대는 커다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기 말고 다른 방은 다 확인한 거지?”

“네. 방이랑 통로까지 싹 다 확인했습니다. 여기만 남았어요.”

“그러면…… 여기가 보스 방이네.”

김민주가 고개를 돌려 팀원들을 향했다.

“바로 진입할 겁니다. 다들 집중해주세요.”

끼이익―.

커다란 문을 힘껏 밀어젖히자, 거대한 석상 하나와 넓은 공간이 드러났다.

모든 팀원이 공격 태세를 갖추며 천천히 그곳으로 발을 들여놓은 순간, 정면에 있던 석상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석상의 전신에서 푸른빛이 발광했다.

단단한 갑피로 무장한 첫 번째 보스, ‘퍼시픽 골렘’.

그 거대한 몬스터가 이윽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부팀이 전방에서 최대한 공격을 받아내겠습니다! 파견팀은 패턴 분석을 해주세요!”

김민주가 검을 뽑아 들었다.

[고유 스킬 : 천수관음(千手觀音)]

동시에 서슬 퍼런 검날이 허공을 갈랐다.

캉―!

전투가 시작되었다.

***

‘시발, 어째 틈이 안 나네…….’

제이슨은 손톱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첫 번째 보스와의 전투가 시작되고, 비전투 인원은 서둘러 보스 방을 나와 통로에서 대기 중이었다.

자신과 클로이 그리고 한유빈을 포함한 청소팀이 서로 말을 아낀 채 전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을 훑어보던 제이슨은 이내 쯧, 혀를 찼다.

제이슨은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그는 토벌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저 빌어먹을 년에게서 파일만 회수하면 됐으니.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서든 한유빈과 따로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마음 같아선 파견팀과 본부팀이 찢어져서 진행하고 싶었지만, 명분이 없었다.

보는 눈도 많은데 대놓고 파일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고…….

‘이러다 끝날 때까지 손도 못 쓰는 거 아니야?’

으득, 제이슨이 이를 갈았다.

밖에서는 기회가 없다.

어떻게든 던전 안에서 끝을 봐야 한다.

그런 생각에 또다시 한유빈을 흘겼지만, 이번에도 엉뚱한 놈과 눈이 마주쳤다.

‘저 새끼…….’

다름 아닌, 청소팀장이었다.

‘저 새끼는 왜 자꾸 꼴아보는 거야.’

제이슨이 팍 인상을 구겼다.

그러자 청소팀장이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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