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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46화 (4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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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토벌은 순조롭지 못했다.

두 번째 보스, ‘아틀란틱 골렘’까지 토벌한 직후.

모든 토벌대원이 자리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그럴 틈도 없다는 듯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던전 전체가 푸른빛으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토벌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마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듯, 외벽이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휘어지길 잠시.

우리는 던전 입구에 되돌아와 있었다.

“뭐, 뭐야…….”

“이게 루프…?”

한상혁과 문소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루프 1회.

나는 곧바로 마커를 꺼내 초입 통로에 그렇게 적었다.

이제야 본격적인 루프 던전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번엔 전투 방식을 바꿔 토벌을 진행했다.

결과는 또다시 루프.

세 번째엔 물리 스킬이 아닌 마법 스킬로 전투를 진행했다.

네 번째엔 시간제한을 두고 진행했다.

다섯 번째부터 일곱 번째까지는 보스 방 진입 루트를 바꾸었다.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

횟수는 점차 늘어갔지만, 토벌 조건은 단서조차 찾지 못했다.

그렇게 던전이 11번째 루프 되었을 시점.

“끄윽, 끄으…!”

“하아하아…….”

“허억, 허억…….”

본부팀 헌터들의 넘어갈 듯한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단순히 피로가 누적된 게 아니다.

이대로 영영 던전에 갇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계속해서 같은 짓을 반복해서 생긴 착란.

정신적인 한계가 온 것이다.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청소팀은 물론이고 더 경험이 많은 파견팀 또한 애써 내색하진 않았지만, 슬슬 지쳐가는 게 눈에 보였다.

그중에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건 나와 김민주 그리고 한유빈뿐.

‘더 이상은 안 되겠네…….’

나는 고개를 저었다.

토벌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선 최대한 루프를 반복하면서 두 보스의 전투 패턴을 완전히 익혀두는 게 중요했다. 때문에 웬만해선 저들끼리 해결하도록 두고 싶었지만…….

더 이상 내버려뒀다간 사고만 날 뿐이다.

“김민주.”

나지막이 부르자 바로 나에게 달려온다.

“어떻게 되고 있어.”

“좋지 않아요. 마땅한 단서도 못 찾았고……. 아무래도 몇 번은 더 반복해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엔 다들 많이 지쳐 있고요.”

흠, 일부러 심각한 척 신음했다.

“전투 변수는 체크해봤고?”

“네.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어요.”

“특수 공간은?”

“없었어요.”

“몬스터 분석은 완료했고?”

“네. 첫 번째 보스가 방어형의 푸른빛을 내뿜는 골렘, 두 번째 보스는 공격형의 붉은빛을 내뿜는 골렘이에요. 이외에는 딱히 특별한 건 없었어요.”

김민주가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토벌 직후 특이사항은?”

“토벌 직후요…? 루프가 되는 순간 던전에 푸른빛이 번쩍인 걸 빼면 딱히…….”

그 순간, 김민주가 아, 소리를 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각해보니까 토벌 직후에 붉은빛을 내뿜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왜 그럴 거 같아?”

“…….”

진지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을 하던 끝에, 넌지시 입을 열었다.

“매번 퍼시픽 골렘을 처음으로 토벌해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김민주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럼 이번엔 첫 번째를 건너뛰고 바로 두 번째로… 아니, 아니지. 두 보스가 서로 다른 빛을 내뿜는 것에 이유가 있다면 어느 한쪽을 먼저 쓰러트리는 것은 의미가 없고…….”

더 이상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단서를 짜맞춰 가기 시작하더니 자연스레 결론에 도달했다.

“그럼 동시에 토벌을 진행하면…?”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정답이었다.

물론 대답은 안 했지만.

“고마워요, 선생님!”

하지만 스스로 확신이 선 모양이었다.

부리나케 토벌대로 달려가더니 그들에게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토벌대는 그녀의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떻게 말입니까?”

“동시에 토벌하려면 팀을 두 개로 나눠야 할 텐데요.”

“옐로우 등급이라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전투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작전을 위한 구체적인 의견이 오고 갔다.

“본부팀, 파견팀으로 나눠서 동시에 토벌을 진행하면 됩니다. 같은 몬스터를 10번이나 반복했으니, 전투 패턴은 충분히 익혔을 테니까요.”

“패턴을 익혔다고 해도 전력이 안 됩니다. 지금 파견팀도 상당히 지쳐 있는 상태라…….”

“전력도 충분할 겁니다.”

김민주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우리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설마 저 녀석… 나보고 토벌을 해달라는 건…….

“한유빈 씨가 있으니까요.”

…….

“그, 그건 그렇지만… 지금 그녀는 헌터 자격이 정지됐습니다.”

“그리고 청소부가 전투에 직접 참가하는 것도 좀…….”

“아, 잘 모르셨나 보군요.”

김민주가 싱긋 웃었다.

“한국의 청소팀은 토벌 지원도 업무에 포함됩니다.”

“……?”

“……?”

다들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던 그때.

“하하하! 좋습니다. 그렇게 진행하죠.”

제이슨 팀장이 상황을 정리하며 나섰다.

“그럼 첫 번째 보스는 본부팀과 클로이, 청소팀장. 두 번째 보스는 파견팀과 청소팀 그리고 한이 가겠습니다.”

“한유빈 씨를 파견팀으로 넣으시겠다고요? 차라리 제가 파견팀으로…….”

김민주의 미간이 좁혀졌다. 한유빈과 파견팀 사이에 있었던 불화를 알기에 그가 제안한 구성이 꺼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제이슨은 넉살 좋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래도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좋을 테니까요. 물론 한만 괜찮다면.”

모두의 시선이 한유빈으로 향한다.

“뭐… 저도 상관없어요.”

한유빈은 담담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해보죠.”

김민주 또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주춤했던 토벌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그런 와중에, 제이슨이 애써 미소를 참는 듯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

11번째로 찾은 첫 번째 보스 방.

이미 파견팀은 재빨리 그곳을 가로질러 두 번째 보스에게 향한 뒤였다.

그그그―.

이윽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퍼시픽 골렘.

“괜찮을까요?”

하지만 김민주는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뭐가?”

“유빈 씨랑 파견팀을 붙여 놓은 거요.”

“에이……. 설마 뭔 일 나겠냐.”

나는 그렇게 말하며 클로이 지원실장을 바라봤다.

내심 맞장구쳐주길 바랐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저러면 나도 괜히 불안해지는데.

“이미 지난 일인데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전투에만 집중해. 알고 있지? 거의 너 혼자 싸워야 한다는 거.”

“……네.”

슬쩍 고개를 돌려 본부 팀원들을 살폈다.

그들 또한 전투태세를 갖췄지만, 누가 봐도 겨우 흉내만 내는 모양새다.

지친 저들에게 이전과 같은 전투를 기대할 순 없다.

현재 상태로는 탱킹과 카운터 그리고 버프만 제때 줘도 1인분이다.

나머진 모두 김민주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뭐, 여차하면 내가 도와주면 되니까.

“파견팀, 준비되셨습니까?”

이윽고 김민주가 무전을 날렸다.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그럼 제가 카운트를 셀 테니, 최대한 맞춰서 토벌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스릉, 김민주가 검을 꺼내든 그 순간 골렘이 달려들었다. 김민주 또한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진했다.

콰광―!

11번째 토벌이 시작됨과 동시에, 나는 보스 방 구석으로 이동했다.

뭐, 대충 보고 있다가 위험할 때나 나서줄 요량으로 턱을 괴고 전투를 관람했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된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내 고개가 점점 꼿꼿해졌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디언 클래스! 최대한 몬스터를 오른쪽으로 몰아줘!”

“네, 네!”

“마법사들은 잘 보고 있다가 큰 동작이 보이면 스킬 몇 번 꽂아주고! 카운터만 쳐줘도 스턴 유도할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근접 포지션들은 괜히 앞으로 나갔다가 어그로 끌리지 말고 뒤에 박혀 있어!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타앗―.

전투 흐름, 공격 방식, 팀을 지휘하는 방법.

그녀가 하고 있는 모든 게 전생의 나와 상당히 비슷했던 까닭이었다. 심지어는 말투까지.

‘저 녀석…….’

반 토막 난 전력, 전투 인원 부족, 누적된 피로.

11번이나 반복했다곤 해도 좋지 않은 상황임은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김민주의 검은 공기마저 가를 기세였다.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 정확히 관절부에 꽂아 넣는 정확도.

무엇보다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 정신력.

‘……성장했네.’

김민주는 생사를 건 전투를 벌이는 중이었지만, 딸아이 학예회를 관람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작게 탄성을 내뱉으며 전투를 구경하기도 잠시.

지이잉―.

이윽고 골렘의 몸통에서 푸른빛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본부팀, 레드존 진입했습니다!”

「여기도 방금 진입했습니다! 카운트 시작해주세요!」

“다섯 신호에 공격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그 순간이었다.

“…야, 야! 피해!!”

“……!”

정면에서 기습적으로 날아든 공격.

하지만 체력이 많이 소모된 탓인지, 김민주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쿠웅―!!

그 무지막지한 공격에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꽂혔다.

“김민주 팀장님!!”

“민주 언니!”

“끄윽…!”

왼쪽 어깨에 심한 상처를 입었는지 고통을 호소한다.

골렘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거대한 두 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스킬 발동]

[습득 스킬 : 업화]

쾅―!!

내 손에 날아간 검은 화염이 골렘의 팔에 직격했다.

강력한 폭발과 함께 골렘이 균형을 잃고 잠시 주춤했다.

“서, 선생님…?”

김민주가 놀란 눈으로 나를 돌아봤다.

“떠들 시간 없어. 빨리 일어나서 마무리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김민주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지만, 그것도 잠시.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다시금 공격 태세를 갖췄다.

“…넷.”

이윽고 그녀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번뜩이는 순간.

[고유 스킬 : 천수관음(千手觀音)]

“다섯.”

[천수관음 - 각성]

[고유 클래스 : 검제]

스릉―.

시퍼런 검의 궤적이 눈앞에서 번쩍였다.

보스 방 전체를 반으로 가르는 일격.

그 무지막지한 공격은 단단한 외갑을 뚫고, 골렘을 정확히 반으로 갈랐다.

“…….”

“…….”

숨 막히는 정적.

쿠웅―.

이윽고 육중한 소리를 내며 골렘이 쓰러졌고, 그와 동시에 던전에서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드디어, 루프가 끝난 것이다.

와아아아―.

함성이 들려오고 나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김민주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슬쩍 그녀의 어깨를 살폈다.

상태가 썩 좋진 않았다.

골절 내지는 탈골.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몸을 일으켰다.

“괜찮냐?”

“……죽을 것 같진 않아요.”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그녀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참 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저 깡다구는 예나 지금이나…….

“그나저나 너 고유 스킬 각성은 언제 했냐?”

고유 스킬을 최대치까지 끌어 올릴 경우 발생하는 고유 스킬 각성.

각성을 끌어낸 이들은 그 순간부터 고유 클래스를 부여받는다.

A랭크 사이에서도 고유 클래스를 부여받은 놈들은 몇 없을 텐데…….

“아… 며칠 안 됐어요.”

“그런데 왜 말 안 했어. 바로 랭크 심사 신청했어야지. A랭크는 그냥 받았겠다!”

“선생님한테 먼저 보여드리려고요.”

“…….”

지랄 났다, 지랄 났어.

숙제 검사받는 초등학생도 아니고.

“……됐다, 정리하고 나가기나 하자.”

“네.”

김민주가 세상 밝게 웃는다.

그리곤 이내 무전기를 들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부상자 있으면 보고해주시고, 특이사항 없으면 바로 복귀하겠습니다.”

「…….」

근데 어째서인지 무전기는 묵묵부답이었다.

“파견팀? 파견팀, 응답 바랍니다.”

「…….」

지직거리는 전파음만 들려왔다.

아무리 기다려도 무전기에선 아무런 응답이 없다.

“…너희들도 무전 해봐.”

김민주의 목소리가 굳어갔다.

“저희 무전도 안 받습니다.”

“뭔 일 생긴 거 아닙니까?”

“그럴 리가. 토벌은 됐는데 이제 와서…?”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때, 먼저 상황을 판단한 건 클로이였다.

“그 인간, 진짜로 일을 벌인 걸 수도… 빌어먹을, 설마설마했는데…….”

“무슨 소리예요, 그게. 무슨 일을 벌여요?”

나는 목소리를 키운 김민주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

“……너는 일단 본부팀이랑 나가서 치료부터 받아. 내가 가볼 테니까.”

“아, 아뇨. 저도 가는 게…… 끄앗!!”

김민주의 어깨에 손을 살짝 올리자, 곧바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이 상태로 어딜 따라오려고.”

“하지만…….”

“나가, 인마.”

시간도 없고, 괜히 짐만 될 뿐이다.

딱 잘라 말하자 그제야 김민주도 한풀 꺾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청소팀 장비를 뒤적거리던 끝에, 며칠 전 새로 산 빗자루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곤 곧바로 두 번째 보스 방으로 향했다.

[습득 스킬 : 레플리카]

[타인의 고유 스킬을 1분간 복제합니다.]

머릿속으로 1분 타이머를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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