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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58화 (5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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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협회에 난데없는 폭풍이 불어 닥친 지도 몇 주가 지났지만, 그 여파는 식을 줄 몰랐다.

가장 큰 이슈는 크고 작은 비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진 폭로전.

‘협회 게이트’가 기어이 정치권을 건드리기에 이르렀다.

지부장 몇 명이 시의원 후보와 결탁해서 시내의 던전 토벌량을 임의로 조정했다나 뭐라나.

‘뭐, 종종 있는 일이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보수 진영의 선거철 무기로 던전이 쓰인 건 꽤나 유서 깊은 일이었다. 걸린 게 이번이 처음일 뿐이지.

덕분에 모든 지부에 검찰 조사가 들어가고, 국정감사에 청문회에 아주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새로 발족한 기획본부의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지경이다.

물론 그러나저러나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것보단 작전본부 내부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게 많았으니까.

당연히 이번 사건으로 작전본부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이두식 이사가 예고했던 바와 같이 서민철 본부장은 울릉도 지부로 날아갔다.

서민철은 헌터 출신이 아니었으니, 만약 해고라도 당했다면 어디 중소기업 팀장으로 들어가 아쉬운 소리 들으면서 말년을 보냈어야 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론 협회에 남게 된 거니 본인에겐 다행인 셈이겠지.

그 뒤를 이어 이수용은 충남 아산 지부로 인사발령이 났다.

이번 게이트의 시발점 중 한 명이었던 것 치고는 꽤나 가벼운 처분이었다.

본인도 그걸 아는 모양인지 별다른 말 없이 순순히 받아들였다.

헌터들 사이에도 대대적인 인사발령이 진행됐고, 새롭게 조직된 작전 1팀에 김민주가 팀장으로 배정됐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B급 헌터였던 녀석이 이젠 한국 협회 최고 정예팀의 팀장이 되었다.

더불어 최근 진행된 랭크 심사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하며 한국에서 네 번째 A랭크 헌터가 되었다. 국내 랭킹 4위였다.

한동안 동료들 사이에서 야단법석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별로 감흥이 없는 모양이다.

‘하긴, 딱히 랭크에 신경 쓸 타입은 아니지.’

무엇보다 고작 A랭크에서 끝날 녀석도 아니고.

한편 청소팀은 입사 희망자가 꾸준히 상승하더니 이젠 공채까지 진행하게 됐다.

그 결과, 청소팀은 총 10팀까지 신설되었다.

문소연과 한상혁은 각각 7팀, 8팀의 팀장직을 제안받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둘 다 거절했다.

지원팀에선 강현숙 실장이 게이트에 휘말려 날아가고, 이아영이 실권을 쥐었다.

통제팀은 게이트에 연루된 인원 몇몇이 교체된 것 외엔 큰 변화는 없었다.

굵직한 것만 열거해도 이 정도다.

그야말로 격변기라 부를 만한 지금 시기. 이 모든 행정 업무를 처리한 건 다름 아닌…….

나였다.

“퇴사하는 것도 빡세네…….”

누군 입사하고자 지옥 같은 경쟁을 뚫으려고 아등바등하는데, 누군 나가질 못해서 전전긍긍이라니.

사무실 책상에 앉아 머리를 쓸어 넘겼다.

책상 위엔 아직도 검토해야 할 서류들이 산더미였다.

그 옆에 놓인 자개 명패엔 ‘대한민국 이능차원 협회, 작전본부장’이라는, 쓸데없이 긴 직책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참 나,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네.

대체 어느 조직이 한 달 후에 퇴사할 놈을 본부장 자리에 앉힌단 말인가.

혹시나 싶어 한 달 뒤에 정말 퇴사할 수 있는 건지 재차 확인하니, 협회장은 웃으며 ‘별일 없으면’ 이라 말했다.

별일 없으면……이라.

그럼 반대로 별일이 있으면 사표 수리를 안 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자칫하다간 국제 협회엔 얼씬도 못 하고 쓸데없이 직책만 높은 이 자리에서 몇 년을 썩어야 할지도 모른다.

5년 밖에 없는데 그런 의미 없는 짓으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무사고 전역.

아니, 무사고 퇴사.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한 달 만큼은 조용히 보내야 한다.

일주일간은, 조용히 앉아서 일만 했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틀어박혀서 종이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착란이 생길 정도로.

오죽하면 청소일이 그리워질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빌어먹을…….’

물론 이번에 본부장이 돼서 이득을 본 것도 분명 있다.

[해금 조건 달성]

[던전 청소부 평균 연봉 1억 원 이상]

[습득 스킬 : 타천사 -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던전 청소팀 입사 경쟁률 30:1 이상]

[습득 스킬 : 한계돌파 -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던전 청소부, 20대 층 직업 선호도 2위 달성]

[습득 스킬 : 디스트로이어 -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던전 청소부 정규직 전환율 50% 이상]

[습득 스킬 : 롤링 페이퍼 -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기타 등등…….

거의 대부분 스킬을 해금할 수 있었다.

사실 해금되었다고 하기보단, 내가 전부 인위적으로 달성했다고 하는 편이 맞겠지만.

이제 나름 본부장의 위치다.

작전, 통제, 지원, 청소, 4개 조직을 모두 관리할 수 있는 작전본부장.

청소팀 키우기 조건 따위, 손가락 까딱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현재 비공식 S랭크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비공식 국내 랭킹 1위, 세계 랭킹 37위에 도달했습니다]

시스템 창의 그 문구를 보며, 슬슬 랭크 등록을 해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애초에 스킬을 해금시켜 다시 헌터가 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뭐, 활동 범위를 생각하면 오히려 등록을 안 하는 편이 나을 수도…….’

그렇게 따지면 또 이제 와서 헌터가 되는 게 무슨 이득이 있나 싶다.

좋든 싫든 토벌에만 귀속되는 헌터와 달리, 지금의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입장이니까.

잠시 개인적인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였다.

똑똑―

“들어가도 될까요. 본부장님.”

“예. 들어오십쇼.”

노크와 함께 한 여성이 사무실로 들어와 가볍게 묵례했다.

이번 내 승진과 더불어 새롭게 배정된 신수지 보좌관이었다.

“다음 달 작전 10개 팀 토벌 기획안입니다. 오늘 내로 결재해주셔야 통제팀에서 일정 잡고 정보수집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결재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보지도 않고 사인을 휘갈겼다.

“다 됐습니다.”

“…….”

뭐 하는 인간이지, 싶은 표정.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음 달 기획안 따위 내가 알 게 뭐야. 이번 달만 버티면 끝인데.

“또 보고할 거 있습니까?”

“……네. 이번에 지원팀에서 아이템 연구시설 증축 건의가 올라왔습니다. 저번 합동 작전에서 획득한 시간석 있지 않습니까? 그걸 연구하고 싶은데 여건이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기획서는?”

“메일로 보내드렸다고 합니다.”

곧바로 메일을 확인해서 첨부파일을 열었다.

PPT로 작성된 기획서엔 필요 장비와 인원, 예산이 꽤나 구체적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딱 봐도 이아영 실장의 솜씨였다.

대충 읽어보고 있던 그때, 신수지 보좌관이 설명을 덧붙였다.

“연구시설이 만들어지면 장기적으로는 분명 이득이긴 합니다만, 추정 예산만 500억이 넘습니다. 아무래도 기각하는 편이…….”

“지금 작전본부 쪽 예산, 얼마나 남아 있습니까?”

“대략 820억 정도 남아 있습니다.”

“추진하세요.”

“네, 네?! 그러면 당장 다음 달에 작전 예산부터 위험할 텐데요…….”

“상관없습니다. 추진하세요.”

이번엔 미친 건가, 싶은 표정.

물론 내가 이 정도로 성에 찰 리가 없었다.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번에 통제팀 장비도 싹 교체합시다. 통신도 자꾸 끊기고, 가끔 던전 매핑도 오류가 나는 걸 보니까 바꿀 때가 됐어요.”

“아, 네… 남아 있는 예산에서 최대한…….”

“그럴 거 없이 다음 분기 예산 미리 땡겨 받아서 진행합시다. 협회장님한테는 내가 말씀드릴 테니까.”

“……네.”

“그리고 청소팀 장비만 너무 아날로그 하지 않습니까? 시대가 어느 땐데 아직도 방호복에 빗자루 들고 일을 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청소팀한테 하이테크 슈트 하나씩 지원해주세요.”

“…….”

잠시 이어진 정적.

이후 신수지 보좌관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곤 사무실을 나섰다.

푹신한 의자에 등을 푹 기대며 한숨을 길게 늘어뜨렸다.

잠시 한숨 돌리려던 그때, 다시금 사무실 문이 열렸다.

“어떻게, 본부장 일은 할 만하십니까?”

이번엔 편창현 통제팀장이었다.

“예, 뭐. 그럭저럭.”

“하하! 그런 것치곤 표정이 썩 좋진 않으신데요.”

“위에서 멋대로 앉힌 거니까요.”

편창현 팀장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래서, 여기까진 직접 어떤 일이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네, 뭐… 문제라면 문제죠.”

“무슨 일인데요.”

“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내 그가 옅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이대론 위험합니다.”

“예…?”

“이래저래 작전팀이 개편됐다곤 하지만, 이번 게이트 영향으로 헌터들이 너무 많이 빠져나갔어요. 지금 인원으로는 당장 다음 주 작전부터 문제가 생길 정도입니다.”

이번 일로 작전팀에 빈자리가 꽤 생겼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다지 심각한 일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라떼는 말이야~ 10명으로 레드 던전도 토벌하고 그랬는데 말이지.

“저희 쪽에서 분석을 해보니, 안정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최소 32명을 더 채워 넣어야 합니다.”

“널리고 널린 게 헌터인데 문제 있겠습니까.”

“그 헌터들이 협회로 안 오려고 하니 문제죠.”

“……그렇습니까?”

“이번 게이트 사건으로 협회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져서 말이죠. 들어와도 눈칫밥인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흐음…….”

하여튼, 배들이 불렀군.

“일단 신입 받긴 글렀습니다. 당장 해볼 수 있는 건 길드나 프리랜서를 스카우트하는 것 정도겠군요. 당장 내일부터 진행해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급한 사항입니까? 작전을 아예 못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어찌어찌 돌아갈 수준이긴 합니다만, 저번에 보고 드렸다시피 이번에 인천항 부근에서 이능파가 감지됐잖습니까.”

“……?”

전혀 들은 기억이 없다.

“기억 안 나십니까? 그때 보고서에 결재까지 해주셨는데.”

“아, 아아…… 납니다. 네, 확실히 그랬었죠.”

젠장, 다음부턴 읽어는 봐야겠군.

“아무래도 저희 쪽 판단으로는 수중 던전으로 예상됩니다.”

“수중 던전이요?”

나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수중 던전.

바닷속에 생기는 던전. 기본적으로 수중 전투가 가능한 헌터들만이 토벌대로 선출되지만, 수중 호흡 관련 스킬을 가진 헌터는 많이 없는 게 현실이다.

토벌 후에도 잔존 몬스터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2차 피해도 많이 발생한다.

그런 던전이 출현 예정이라면 확실히 인원을 채우는 게 급한 일인 건 맞다만…….

‘그런데 수중 던전이 이맘때 열렸었나…?’

진지하게 기억을 더듬고 있던 그때.

편창현 팀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수중 던전을 대비해서라도 인원을 보충해야 합니다. 일단 저희 팀에서 괜찮은 길드랑 컨택을 해볼 테니…….”

“아뇨.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일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중요한 일이잖습니까. 이런 건 본부장이 직접 해야죠.”

편창현 팀장이 작게 감탄했다.

물론 그거야 표면적인 이유고, 본심은 조금 달랐다.

최소한 스카우트를 진행하는 동안엔 다른 일은 안 해도 되잖아?

사무실에만 틀어박혀 있느니 차라리 밖에 돌아다니는 게 훨씬 낫지.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걱정 마십쇼.”

편창현 팀장은 그렇게 거듭 감사를 전하곤 사무실을 나섰다.

난 의자에 등을 푹 기대곤 다시 생각에 잠겼다.

조금 전 그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까닭이었다.

‘수중 던전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맘때 수중 던전이 열린 기억은 없다.

물론 협회 사정이나 대외적인 부분은 전생과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지만… 던전 출현만큼은 전생과 100% 일치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갑자기 없던 수중 던전이 생긴 거지.

나는 연신 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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