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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61화 (6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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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포고?

민간 길드가 협회를 상대로?

단체로 약이라도 처먹은 건가?

아니, 일단 그건 둘째 치고…….

‘왜 하필 이런 타이밍에…….’

딱 한 달만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게 그렇게 어렵나?

쓰린 마음을 속으로 삭였다.

물론 지금 상황에 열이 뻗치는 건 편 팀장 또한 마찬가지인 듯했다.

“길드와 마찰이 생기는 건 저희로서도 피하고 싶지만… 이건 명백히 선을 넘었습니다.”

대답 대신 한 번 더 한숨을 내쉬었다.

편 팀장이 바짝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건 협회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습니다. 급격한 개편으로 내부가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계획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

“이럴 때일수록 강하게 나가야 합니다. 일단 작전팀 전원 출동시키겠습니다. 되도록 대화로 해결하겠지만…… 때에 따라선 무력 충돌도 고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력 충돌.

그 말에 눈썹이 꿈틀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어난 인터셉트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하려고 합니다. 일단 협회장님께도 보고를 드리고…….”

“아, 아니! 자, 잠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이 사람이 일을 크게 벌이려고 하네!

“하, 하하.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겠습니까. 협회장님도 많이 바쁘실 텐데.”

“그렇다고 말씀을 안 드릴 순 없지 않습니까. 법무팀에서도 이미 증거 수집 들어갔습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피해액이 수백억을 넘을 겁니다.”

손이 떨려왔다.

피해액이 커질 거라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다만, 고작 돈 몇 푼 때문에 법무팀까지 나서게 되면 일이 너무 커진다.

게다가 협회장 귀에까지 들어가면… 제때 퇴사는 물 건너간다.

‘그 꼴은 절대 못 보지!’

어떻게든 내 선에서 끝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하곤 넌지시 입을 열었다.

“일단 제가 해결해볼 테니 법무팀은 움직이지 말라고 해주십쇼. 협회장님께도 보고하지 마시고요.”

“해결하신다니. 어떻게…?”

“대화로 잘 풀어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편 팀장은 퍽 답답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 말꼬리를 잡진 않았다.

“……알겠습니다. 본부장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걸 보면 다 생각이 있으시겠죠.”

“하하, 감사합니다.”

“일단 보류하겠지만, 본부장님도 아시다시피 저희 입장에서도 더는 손해를 감수할 순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급하게 대충 지껄인 대답이었지만 편 팀장은 어째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편 팀장이 사무실을 나서는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작전 6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유빈 씨, 지금 어디십니까?”

「지금 막 잠실 쪽 작업 끝내고 나왔어요. 인터셉트 일어나고 있다면서요?」

“예, 방금 들었습니다. 그러잖아도 그것 때문에 연락드린 겁니다.”

「설마 저한테 처리해달라는 건 아니죠?」

“지금 당장은 아니고… 혹시 모르니까 대기해주십시오.”

「대기요?」

“무력 충돌…… 고려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진심이에요?」

“예.”

「잘못하다가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어떡하려고요?」

“그래서 한유빈 씨한테 부탁하는 겁니다. 비공식적인 일은 그쪽이 제격이잖습니까.”

핸드폰 너머에서 헛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알았어요.」

“혹시 몰라서 하는 얘긴데, 제가 별다른 말 하기 전까진 인터셉트는 못 본 척해주세요.”

재차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여전히 께름칙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뭔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지 않은가.

길드가 그간 협회에 쌓인 감정이 있다는 것도 알겠다. 청소부 출신인 날 무시하는 것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협회를 상대로 대규모 인터셉트를 벌인다는 게 과연 말이 되는 결론인가.

협회를 건드려서 길드에 무슨 이득이 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구리다.

구린 걸 넘어 냄새가 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말년에 이게 무슨…….’

이가 빠득 갈렸다.

그렇게 혼자 구시렁대기도 잠시.

외투를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일단은 길드들이 왜 이러는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

신림동 인근.

네이비 등급의 건물형 던전 앞.

국내 39위 길드, ‘칠성 길드’가 이제 막 인터셉트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던 참이었다.

인터셉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속한 토벌이다.

B급 이상의 헌터라면 네이비 등급 정도야 네댓 명으로도 30분이면 떡을 치겠지만, 민간 길드의 형편상 전력이 그리 넉넉할 리가 없었다.

때문에 길드 전체가 토벌에 참여해 어떻게든 양으로 밀어붙여야 했다.

물론 인원이 많을수록 눈에 띄기 쉬우니 인터셉트가 끝나면 바로바로 흩어져 몸을 숨겨야 했지만…….

막 흩어지려는 차에 칠성 길드의 대표, 손종현 길드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양민호 헌터님.”

핸드폰 너머에서 나지막한 중저음이 들려왔다.

「협회는 아직도 반응이 없나요?」

“네.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이상하군요. 눈앞에서 던전을 뺏기고도 가만히 있을 놈들이 아닌데.」

흠, 옅은 숨소리.

「새로 부임한 본부장을 생각보다 더 과대평가했나 봅니다. 이 정도로 물렁물렁한 놈일 줄은 몰랐군요.」

양민호가 피식, 실소를 뱉었다.

“저, 양민호 헌터님…….”

그러자 이내 손종현 길드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말씀하세요.」

“저,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뭐가요?」

“피해액이 너무 크지 않습니까. 손해배상이라도 들어오면…… 저희 감당 못 합니다.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협회는 협회 아닙니까.”

「하, 하하하.」

날카로운 웃음소리.

「당신들이 그러니까 평생 협회에 빌붙어 있는 겁니다.」

난데없이 비수가 날아들었다.

「협회한테 무시당하면서도 어떻게든 던전 받아내려고 자존심 다 버리고 굽신거렸던 건 이미 다 잊으셨나 봅니다.」

“그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상도가…….”

「상도요? 협회는 언제 상도가 있었습니까? 협회한테 당신들은 그냥 부려먹기 좋은 을일 뿐이었는데?」

“…….”

「협회가 아무리 개혁을 했다고 해도 당신들한테 손을 내밀 것 같습니까? 전혀요. 협회는 길드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어요.」

“예, 그렇겠죠…….”

「무엇보다 이번에 임명된 본부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청소부 출신입니다. 심지어 임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죠. 협회가 가장 약해진 순간이란 소립니다. 한두 번 인터셉트가 일어나는 거야 법적 대응이든 뭐든 하겠지만, 이렇게 모든 길드가 들고 일어나면 경험이 없는 본부장으로서는 어떻게든 협상을 하려 들 겁니다.」

양민호가 잠시 숨을 고르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 재고 던전을 약속받는 겁니다. 제가 전에 한 번 말씀드렸죠. 본인 밥그릇은 본인이 챙겨야지, 누가 챙겨주지 않는다고.」

손종현 길드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또한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으니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당신들은 평생을 지금처럼 협회에 벌레처럼 빌붙어 살 겁니다. 손종현 길드장님, 길드장님은 그렇게 살고 싶습니까?」

“아닙니다.”

「그럼 계속 진행하세요. 악독한 협회 놈들에게 한 방 먹여주는 겁니다.」

“네, 네!”

손종현의 목소리에 다시금 기합이 들어갔다.

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길드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음 포인트로 가서 대기하자. 조금 지체됐으니까 서둘러서…….”

“운이 좋았네요.”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손종현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처음 보는 얼굴이 있었다.

다른 길드원인가 싶었지만, 차림새를 보니 그것도 아닌 듯했다.

‘젠장. 설마 작전팀인가…?’

손종현은 이를 악물었다.

작전팀이라면 상황이 퍽 곤란해진다.

여기서 잡히면 다른 길드들도 위험해질 수 있으니.

도망을 치든 싸우든, 절대 붙잡히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다행히 쪽수는 이쪽이 훨씬 많다.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유니폼을 보니까… 칠성 길드인가 보군요.”

상대 여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손종현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쪽은?”

“이능차원관리협회 소속 작전 1팀장, 김민주입니다.”

“……!”

동시에 손종현의 얼굴이 바짝 굳었다.

협회 최연소 정예팀 팀장.

국내 최연소, 최고 성적의 A랭크 헌터.

국내 랭킹 4위.

고유 클래스 ‘검제’, 김민주.

이 바닥에서 던전밥 먹는 놈이라면 그녀의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

‘젠장, 하필 만나도…….’

손종현의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도망을 쳐야 하나? 아니면 이제라도 빌어봐야 하나?

어떤 선택을 하든 저 괴물 앞에선 소용없을 것 같았다.

그때, 김민주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하시죠.”

동시에 경고하듯 눈빛이 번뜩였다.

“힘쓰기 전에.”

***

이태원 인근의 작은 바.

양민호는 단골 가게에서 통화를 마치곤 다시 술잔을 들었다.

하지만 한 모금도 채 마시기 전, 다시금 전화가 울렸다.

“예, 의원님.”

「어떻게, 잘 돼가고 있나?」

“아직 반응은 없지만, 그것도 조만간입니다. 눈앞에서 던전을 뺏기고 있는데 협회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그래. 역시 자네에게 의뢰하길 잘했어.」

미래민주당 소속, 정훈 의원.

서울 지역구에서 3선을 노리는 중견 정치인.

그가 바로 이번 일의 의뢰인이었다.

「이번 게이트 때문에 협회가 정치권이랑은 아예 연을 끊어버려서 이래저래 곤란했는데 말이지. 이대로 가면 협회가 제멋대로 날뛰겠거니 싶었어.」

“잘 알고 있습니다. 의원님은 이제 걱정 마시고 선거 준비에만 신경 쓰시면 됩니다.”

무어라 대답이 들려왔지만, 양민호는 적절한 선에서 전화를 끊었다.

청소부라 불리는 그가 이번에 맡은 의뢰는, ‘협회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떨어트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것은 다시 말해, ‘토벌권 국가 전환’을 공략으로 내 건 어느 당의 정치 공작인 셈이었다.

이번 게이트로 정치권이랑 붙어있던 인사들이 대거 날아가고 협회가 정치 세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손에서 벗어난 협회를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다시금 그들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협회가 가지고 있는 토벌권을 빼앗으려 한 것이다.

이번 의뢰는 그것을 위한 밑거름이었다.

양민호는 의뢰를 받자마자 서울 내 길드에 연락을 돌렸다. 그리곤 협회에 복수할 기회가 생겼다며 바람을 넣었다.

밑바닥 생활을 오래 한 놈들일수록 다루기가 쉽다.

신분 상승을 미끼로 구슬려주면 목숨까지 갖다 바칠 기세로 움직이니까.

그럼 과연 협회가 정말로 협상하려 들까?

턱도 없는 소리.

아무리 청소부 출신이라고 해도 그간의 종적이 남아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자신의 눈은 속일 수 없다.

김준우 본부장.

그 새낀 서민철보다 더 악독한 놈이다.

법정 공방은 물론이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동원하겠지.

한 번 마찰이 일어나면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더욱 큰 분쟁으로 번질 것이다.

분쟁은 과열되면 될수록 좋다.

그러다 무력 충돌까지 일어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시민들에게 협회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테니까.

서로의 이익을 위해 피 튀기며 싸우는 저들이 과연 나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불신.

그때 타이밍 맞게 선거 공약으로 ‘토벌권 정부 회수’를 들고나오면?

‘돈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양민호는 입꼬리를 올리며 술을 홀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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