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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63화 (6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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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인근.

서둘러 그곳으로 달려가자, 이미 통제팀을 비롯해 지원팀 의무대와 대부분의 작전팀이 도착해있었다.

내 뒤를 따라 달려온 칠성 길드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얼굴들이었다. 특히나 손종현 길드장은 거의 패닉 상태였다.

지금 저 던전에서 사고가 난 ‘얼그레이’ 길드에는 그의 아내가 속해 있다고 한다.

거의 넋이 나간 그를 뒤로하고 편 팀장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던전은 오렌지 등급의 차원형 던전입니다. 워낙 위험 요소가 많은 던전이라, 저희 쪽에서도 최대한 정보를 모은 후에 다음 주 안으로 토벌을 시행할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인터셉트를 위해 진입한 것 같습니다.”

편 팀장은 태블릿 PC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오렌지 등급 던전은 작전팀 또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서야 겨우 토벌에 들어가는 곳이다.

체계적인 시스템도 없는 민간 길드가 인터셉트하기 위해 들어갈 만한 던전이 결코 아니란 소리다.

‘주제도 모르고 설치니 이 꼴이 나지.’

이가 빠득 갈렸다.

“사고가 난 건 확실합니까? 내부 상황 파악은요?”

“통제팀 모니터에 던전 진입이 한 시간 전에 확인됐는데, 이후로 보스 몬스터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급히 드론으로 확인해보니 보스 방이 닫혀 있더군요.”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보스 방이 닫혀 있을 경우는 두 가지밖에 없다.

우선 보스 방에 진입하지 않았을 경우.

혹은 보스 방에 진입했지만, 장시간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을 경우.

전자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약 지금 상황이 후자라면…….

“저희 쪽에선 전멸……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으아아아악!!”

편 팀장의 말이 들린 것인지, 손종현 길드장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곤 이성을 잃은 채 던전 입구로 달려들었다.

“뭐해! 잡아!”

“놔! 이거 놔, 시발!!”

“들어가서 어쩌시겠다고요! 오렌지 등급입니다! 작전을 세우고 들어가도 위험한 곳이라고요!”

“이, 일단 진정하시고…!”

작전팀 헌터들이 말렸지만, 이미 완전히 눈이 풀려 있었다.

퍽―!

결국, 내가 다가가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힘 조절을 했음에도, 온몸에 힘이 풀린 건지 그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진정하시죠. 지금 그쪽이 들어가 봤자 피해만 늘어납니다.”

“…….”

그는 허망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럼 시발 저대로 내버려두라고? 뭐, 자업자득이라 이거야?”

“예. 자업자득입니다. 그러게 왜 망나니 새끼 말에 홀랑 넘어가선 주제넘은 짓을 벌이셨습니까.”

“너, 너 지금 그게 할 소리…!”

“그리고 내버려두겠다고는 안 했습니다.”

“……?”

손종현이 눈을 크게 떴다.

나는 옅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저희가 들어가겠습니다. 그러니 그쪽은 제발 더는 일을 크게 만들지 마세요.”

손종현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당혹감이 서린 얼굴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 본부장님…….”

그때, 편 팀장이 다가와 조심스레 속삭였다.

“뭡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아직 정보가 많이 없는데 괜히 구조하려다 작전팀까지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자업자득입니다. 그리고 지금 들어가 봤자 이미 늦었을 수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지들끼리 지랄하다가 지들끼리 사고를 친 거에 협회가 나설 필요는 없으니까.

냉정하게 보자면 그렇다.

구출 작전은 일반 토벌 작전보다 몇 배는 어려운 작전이다. 들어가는 예산은 어마어마한 데 비해, 설령 작전에 성공한다고 해도 수익이 나는 작전이 아니다.

금전적으로 본다면 개손해 그 자체.

다만, 지금 나한텐 그깟 몇백억보다 무사고 퇴사가 더 중요했다.

비용이야 다음에 할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작전팀.”

“네!”

“지금 당장 던전 부근 모든 구역 봉쇄하세요. 사고 소식 듣고 길드들이 달려들기 시작하면 이도 저도 안 됩니다. 아무도 못 들어오게 무력을 써서라도 막으세요.”

“알겠습니다.”

“통제팀은 던전 내부 상황 실시간으로 보고해 주시고요.”

“네.”

“그리고 작전 1팀. 너흰 나랑 같이 들어간다.”

내 뒤에 있던 작전 1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김민주에게 말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여유를 부릴 생각은 없어. 내가 지휘할 테니까 바짝 긴장하고 따라와.”

“그럼요.”

웃음기 없는 대답.

1팀 대원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좋아, 다들 장비 챙겨.”

작전 개시를 선언했다.

***

“사고요?”

바에서 술을 마시던 양민호에게도 마침 그 소식이 날아든 참이었다.

「그래. 경찰청 쪽에 아는 놈이 있어서 방금 전해 들었네. 아무래도 길드놈들이 던전을 착각해서 오렌지 등급에 잘못 진입한 모양이야.」

“아, 그거 착각한 거 아닙니다.”

양민호는 전화기를 어깨에 걸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정훈 의원은 뜻밖의 대답에 꽤나 당황했다.

「뭐, 뭐? 착각이 아니면 뭔가?」

“처음 길드 놈들한테 인터셉트할 던전 정보 넘겨줄 때 말입니다. 거기를 블루 등급 던전이라고 알려줬거든요. 뭐, 그쪽은 철석같이 믿고 들어간 거겠죠.”

「왜, 왜 그런……?」

“당연한 거 아닙니까?”

양민호가 가벼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분쟁 일으키기에 누구 한 명 죽는 것만큼 좋은 명분이 어디 있겠어요.”

정훈 의원은 차마 즉답할 수 없었다.

모든 걸 알아서 해달라고 말하긴 했다만,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미친놈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뭐, 뭐 그렇긴 하다만… 소식을 듣자 하니 이미 협회에서 구출 작전 들어갔다던데.」

그 순간 양민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

「김민주 팀장이랑 작전 1팀, 그리고 김준우 본부장이 직접 작전을 지휘한다고 하더군.」

“협회가 대체 왜? 길드 때문에 그 지랄이 났는데. 인터셉트 막는 것도 모자랄 판에 길드를 구출해준다고요?”

「낸들 아나. 뭐… 나도 전해 들은 거라 확실치는 않지만.」

양민호의 머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전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인터셉트 구출 작전이라니, 협회에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

이득은커녕, 자칫 잘못하다간 어마어마한 손해만 볼 게 뻔한데…….

‘김준우… 대체 무슨 꿍꿍이야, 시발.’

양민호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가 대답하지 않고 있자 정훈 의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정예팀이 나섰으니까 구출은 되지 않을까 싶네만. 그리고 구출이 되면 길드 쪽에서도 더는 협회를 건드릴 것 같지도 않고. 이거 혹시… 의뢰에 문제 생기는 건 아니겠지?”

“글쎄요.”

양민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긴 경험도 없는 작전팀장이랑 청소부 출신 본부장이 어떻게 해볼 던전이 아닙니다.”

「그래?」

“네. 오히려 구출하겠답시고 나대다가 일만 키워줄 수도 있습니다.”

양민호는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러자 정훈 의원도 조금은 안심이 되는 듯했다.

「그래. 뭐, 자네가 실수할 리는 없겠지. 내 믿고 기다리겠네.」

“그럼요. 염려 마세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양민호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술잔을 휘휘 돌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협회가 직접 구출 작전을 할 거라곤 당연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으니.

다만 변수가 생겼다 한들 이제 와서 계획을 수정할 순 없었다.

이대로 계속 진행하면서 그저 구출 작전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꼬리 자를 준비는 해야겠군.’

양민호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

던전 내부는 어두컴컴한 고성(古城)이었다. 마치 중세로 온 것 같았다.

온통 시커먼 외벽엔 박쥐와 비슷한 무언가가 날아다녔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

“정보가 별로 없으니 천천히 진입한다.”

“예.”

작전 1팀과 함께 커다란 복도를 따라 조심스레 전진했다.

내가 토벌했던 던전이라면 주변을 살필 것도 없이 곧바로 보스 방으로 달려갔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던전은 나 또한 처음이었다.

방도 너무나 많았고 무엇보다 너무 어두웠던 탓에 시야 확보도 쉽지 않았다.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나 또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보스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는 것뿐.

사실 다행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이름이 블랙 타이거 드래곤이라는 것 외에는 알고 있는 게 전혀 없었다.

뭐 그래도 드래곤이 붙었으니 어떤 몬스터일지는 대충 예상은 되지만.

‘쯧, 날아다니는 놈은 영 까다로운데.’

혼자 중얼거리고 있던 그때, 무전이 울렸다.

편 팀장이었다.

「현재 위치가 어디십니까?」

“지금 막 진입해서 복도 따라 전진하고 있습니다.”

「아, 그대로 직진하시면 오른쪽에 계단이 하나 있을 겁니다. 계단 따라 꼭대기까지 올라가시면 커다란 문이 있는데, 거기가 보스 방으로 추정됩니다.」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하곤 이내 걷는 속도를 올렸다.

다행히 가는 길에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일은 없었다.

덕분에 그나마 무난하게 편 팀장이 일러준 위치까지 도착했고, 우린 커다란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제발 살아만 있어라, 그렇게 되뇌며 문을 열었다.

“…….”

방 내부는 코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확인을 위해선 직접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천천히 방 안으로 발을 들여놓던 그때였다.

바스락―.

“……!”

발소리와 함께 정면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

“수, 숙여!!”

피슉―!

가느다랗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머리 위를 스쳤다.

조금만 늦었으면 이마를 관통했을 공격.

들어서자마자 숨이 끊어질 뻔한 그 상황에 모두가 크게 당황했지만, 나는 재빨리 손을 들어 동작을 멈출 것을 지시했다.

“움직이지 마. 소리에 반응한다.”

겨우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다행히 전달된 듯, 모두가 제자리에 바짝 얼어붙었다.

숨소리조차 낼 수 없는 상황.

어떤 공간인지, 보스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범위가 큰 위력적인 스킬을 쓸 수도 없는 노릇.

‘생각보다 더 귀찮게 됐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도 못한 채로 몇 분쯤 지났을까.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며 차츰 공간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대략 100평쯤 되어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반대편 구석에 숨죽인 채 웅크리고 있는 다수의 실루엣이었다. 생존자들이다.

‘살아는 있군.’

진심으로 안도했다.

물론 그렇다고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아직 보스를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다시금 눈을 굴려 공간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머지않아 천장에서 보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블랙 타이거 드래곤.

과연 이름답게 거대한 검은색 몸통과 8개의 붉은 눈, 8개의 다리를 가진.

‘시발. 저게 왜 드래곤이지…?’

거대한 거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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