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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65화 (6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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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앞, 봉쇄 구역.

김준우를 기다리고 있는 한유빈은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속으론 상당히 초조했다.

구조팀이 던전에 진입한 지 두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분명 보스 방까지는 도달했다고 했는데…….’

한유빈이 손톱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미국에서 작전팀장까지 맡아본 경험상, 오렌지 등급 던전은 결코 한 개 작전팀이 준비도 없이 토벌에 나설 만한 곳이 아니다.

게다가 토벌보다 까다롭다 알려진 구조 작전이다. 소식까지 끊겼으니 당연히 걱정될 수밖에.

“괜찮을 거예요. 너무 걱정 마요, 유빈 언니.”

“맞아. 그 새끼 성격은 좀 이상해도 실력 있는 놈이잖아?”

표정에서 초조함이 묻어 나온 것인지, 문소연과 한상혁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하지만.”

물론 김준우 본부장은 강하다. 어쩌면 A랭크인 한유빈 본인보다 훨씬.

하지만 아무리 강하다 한들, 토벌은 경험과 정보가 결과를 좌우한다. 지금처럼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오렌지 등급의 보스를 상대하기엔…….

그때, 한유빈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불안해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

괜한 생각 말고 기다리자.

주먹을 불끈 쥐며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나, 나옵니다!!”

던전 앞의 누군가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던전 안에서 검은 실루엣이 일렁였다.

누구랄 것 없이 입구로 모여들었고,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던전에서 빠져나오는 그림자를 가슴 졸인 채 바라봤다.

“…구경이라도 났답니까. 뭐 이리 사람이 많이 몰렸대.”

이윽고 던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김준우 본부장이었다.

그와 동시에 던전 입구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괘, 괜찮은 거예요?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그런데 왜 혼자 나오십니까…?”

“구, 구조는요! 구조는 어떻게 됐어요?”

“설마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죠?!”

김준우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문이 귀찮다는 듯 귀를 후볐다.

그리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금 다치긴 했는데… 뭐 다 무사합니다. 걱정할 건 없습니다.”

그 말이 끝난 직후. 작전 팀원들이 생존자들을 한 명씩 부축한 채로 힘겹게 던전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작전 성공에 대한 환호가 쏟아졌고, 한 씨 남매와 문소연 또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의무팀, 바로 생존자 응급처치하고, 지원팀은 부설 병원으로 이송해주세요.”

“네!”

“다들 화상이 심합니다. 거미줄에 뒤덮여 있어서 그나마 많이 다치진 않았는데…… 병원 쪽에는 미리 연락해주세요.”

김준우의 지시에 따라 의무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여, 여보!!”

한편 생존자 무리에서 아내를 발견한 손종현 길드장이 출입 금지선을 넘어 달려들었다.

몇몇 작전 팀원들이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김준우가 퍽 귀찮은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손종현은 아내를 와락 끌어안으며 상태를 살폈다.

등과 다리에 화상 자국이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모든 생존자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손종현과 그의 아내에게 그 정도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

손종현과 마찬가지로, 다른 길드원들 또한 생존자들의 상태를 살펴주며 그들의 귀환에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있던 한유빈은 점점 못마땅한 표정이 되어갔다.

“저기요.”

결국, 참다못한 그녀가 칠성 길드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마음은 알겠는데, 일단 고맙다고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녀가 턱짓한 곳엔 김준우 본부장과 작전 1팀이 모여 있었다.

길드원들 또한 그들을 바라봤지만.

“쯧…….”

돌아오는 건 혀를 차는 소리뿐이었다.

“우리가 모를 줄 알아? 괜히 던전에서 사고 나면 니들이 덤탱이 쓸까 봐 구해준 거잖아.”

“일 크게 만들기 싫어서 구해준 거 가지고 고마워할 만큼 우리 사이가 좋아 보여?”

“설마 이번 한 번으로 그동안 니들이 했던 짓을 갚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적반하장식 날 선 반응에 한유빈의 이마에 난 핏줄이 꿈틀거렸다.

“하하…….”

분노를 감추기 위해 애써 웃어봤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다.

“감사는 염병, 이제 와서 이미지 세탁하는 거야, 뭐야.”

“영웅 행세하고 싶은 거면 번지수 잘 못 찾았어.”

“본부장들이 하는 짓거리야 뻔하지.”

한유빈은 고개를 저었다.

됐다.

더는 참아줄 이유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목숨 걸고 작전을 수행한 그를 욕보이게 할 순 없다.

한유빈이 주먹을 꽉 움켜쥐는 순간.

“고맙습니다.”

손종현 길드장이 김준우와 작전 1팀에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기, 길드장님…!”

“인정할 건 해야지. 저 사람들 덕에 살았잖아.”

하지만 이내 손종현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건 그거고……. 우리 애들 말이 틀렸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손종현 길드장이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김준우 본부장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번 일로 협회와의 사이가 개선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당신도 우리 입장이 된다면 이해하실 거라…….”

“참 나.”

잠자코 듣고 있던 김준우는 결국 실소를 터트렸다.

“내가 대체 어디까지 이해해주길 바라는 겁니까?”

“네?”

“이봐요, 손종현 길드장님.”

김준우의 눈빛이 번뜩였다.

“내가 그렇게 개 호구로 보여요?”

***

사실 손종현이 다가와서 인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너무 오랜만에 큼지막한 스킬을 쏟아부은 통에 몸과 정신이 피로해져서 멍한 상태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이건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아닌가.

“당신들 딱한 사정 모르는 거 아닙니다. 그동안 협회가 길드에 못 할 짓 한 것도 다 압니다. 근데 이건 방법이 틀려도 너무 틀렸습니다. 지금까지 당신들이 낸 피해액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십니까?”

손종현 길드장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도 어쩔 수 없었으니 이해해 달라고? 참 나, 우리가 무슨 자선 사업가입니까?”

“우리가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오죽하면 뭐요. 어려운 사람은 뭔 짓을 해도 용서된답니까? 아니 애초에, 여기서 당신들만 어렵습니까?”

“…….”

그 말에 손종현 길드장은 입을 닫았다.

나는 옅은 한숨과 함께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요. 그쪽 처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의도적으로 무게를 실어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들이 어떤 이유로 인터셉트를 했든 나와는 딱히 상관이 없다.

당장 나갈 날이 정해진 사람한테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나에게는 그것보다 그저 앞으로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대충 덮어놓고 넘어갔다간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으니까.

다만, 관계 개선을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필요했다.

저들이 원하는 게 있다면 최대한 맞춰주면 된다.

물론.

일을 벌인 책임은 분명히 해야겠지만.

나는 미리 챙겨뒀던 서류를 꺼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 오늘 있었던 일에 책임은 져 주셔야겠습니다. 설마 이 지경을 만들어 놓고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죠?”

모두의 낯빛이 퍽 어두워졌다.

정식으로 피해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그들은 파산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나 또한 법정 싸움까지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기선 제압이니까.

애초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해서 제대로 받을까 싶기도 하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일어난 사람들인데, 뭐가 있을 리도 없고. 괜히 협회 이미지만 더 안 좋아질 게 뻔하다.

그러니 보다 현실적인 타협안이 좋다.

최대한 문제가 덜 생기는 방향으로.

“여러분 모두, 당분간 협회 소속으로 토벌을 진행하면서 토벌 수익금으로 피해액을 변제해 주셔야겠습니다.”

가진 게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 뭐.

“그러니까 지금… 당신들 밑에서 공짜로 토벌을 하라는 겁니까?”

“예. 그린 등급 기준으로 길드 당 대충 10개씩만 토벌하시면 되겠군요.”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아직 제 말 안 끝났습니다.”

꺼냈던 서류를 각 길드의 대표들에게 한 장씩을 건넸다.

“쭉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피해액을 모두 변제한 이후부턴 토벌 수익금의 5%를 협회에 지급하는 조건으로 매월 일정 이상의 토벌권을 보장해드린다는 내용의 계약서입니다.”

그 순간, 모든 길드장들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뭐, 뭐라고요?”

“토, 토벌권을 보장한다는 건, 그러니까…….”

차마 말도 잘 나오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대충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알 것 같았다.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이후로는 토벌 건에 대해 합리적인 계약을 맺을까 합니다. 현실적으로 협회에서만 모든 토벌을 진행하는 건 현재 어렵기도 하고요.”

길드장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류를 확인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여태까지 길드가 수년간 협회에 요구했지만, 협회에선 단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던 것.

이능차원협회 및 민간 길드 간 협력업체 체결 계약서였으니까.

그것도 매우, 매우 합리적인 조건으로.

“마, 말도 안 돼…….”

“이거 정말입니까…?”

길드의 대표들은 무어라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그쪽에서 바라던 거 아닙니까?”

“하, 하지만 왜 굳이 이제 와서…….”

“그동안은 귓등으로도 안 들었으면서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나는 잠시 눈을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디 보자, 이유라…….

“이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 본부장은 접니다. 제가 필요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

“…….”

물론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대답했음에도 분위기가 퍽 이상했다. 협회 쪽 인원은 묘하게 쓴웃음을 지었고.

뭐야. 내가 뭐 못할 말이라도 했나?

아무튼, 급한 불을 껐다.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

“아 맞다. 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예, 예. 뭐든 물어보십시오.”

“이번 인터셉트를 사주한 자가 양민호 헌터가 맞습니까?”

“……!”

길드장들의 눈썹이 순간적으로 꿈틀했다.

‘역시.’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가서 손을 봐줘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귀찮게 뭘 또 찾아가냐.’

이미 다 끝난 마당에 괜히 또 일을 벌일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되도록 그 새끼랑은 별로 엮이고 싶지도 않았고.

“청소팀.”

한유빈 쪽으로 몸을 틀며 입을 열었다.

“인터셉트 당한 던전, 그대로 두면 안 되니까 청소 작업 들어가세요. 작업 지휘는 한유빈 씨한테 맡기겠습니다.”

“그거야 상관없는데… 우리끼리 작업하기엔 양이 너무 많은데요.”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길드 분들이 도와주실 겁니다.”

각 길드의 대표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죠?”

“네!”

“무, 물론입니다!”

물어 뭐하겠는가.

지금이라면 뭘 시켜도 좋다고 할 기세인데.

“김민주 팀장은 작전팀 데리고 현장 수습하고, 편 팀장님은 계약서 잘 받아서 바로 본부로 복귀하세요. 해야 할 일이 많을 겁니다.”

“네, 선생님.”

“알겠습니다.”

김민주와 편 팀장은 짧게 대답하곤 각자 지시한 대로 움직였다.

본부장으로서 일을 마치고 옅은 한숨과 함께 주변을 둘러봤다.

생존자들은 하나둘씩 구급차에 실려 이송되고 있었고, 과열되었던 분위기도 차차 가라앉는 중이었다.

“고마워요.”

들것에 실려 가던 손종현의 아내가 의식을 찾은 듯 내게 말했다.

“저희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트렸네요. 이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다들 무사하니 됐습니다. 물론 인터셉트는 너무하긴 하셨지만요. 오렌지 등급 던전을 인터셉트 하시려던 건 좀 무모했습니다.”

“저희도 오렌지 등급이라는 걸 알았으면 안 들어갔을 거예요. 사전에 블루 등급이라고 들었거든요.”

“……예?”

지금 뭐라고?

“정말입니까? 여길 블루 등급인 줄 알았다고요?”

“네. 아무래도 정보 전달에 착오가 있었나 보네요.”

“…….”

“아무튼,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워요.”

손종현의 아내가 쓰게 웃었다.

한편 내 눈엔 힘이 바짝 들어갔다.

손종현 아내의 말대로라면 인터셉트할 던전의 정보는 양민호가 준 거다.

그런데 양민호쯤 되는 인물이 던전 정보를 착각했다? 그것도 오렌지 등급을 블루 등급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등급을 모르면 몰랐지, 4등급이나 착각했을 리가 없다.

그 새끼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음에도, 잘못된 정보를 준 거다.

그 결과 민간 길드는 오렌지 던전에 제 발로 들어가게 되었다.

당연히 민간 길드가 오렌지 던전을 토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니겠지.

그 새끼는 그냥…….

‘누군가 죽었으면 한 거군.’

기어이 선을 넘네, 이 미친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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