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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71화 (7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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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가 사라진 던전.

어찌 된 상황인지 알 리가 없는 토벌대는 통신이 연결될 때까지 일단 잠자코 기다릴 생각이었다.

물론, 던전은 그들의 생각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지만.

[습득 스킬 : 발무]

촤악―.

“빌어먹을…….”

검을 휘두르던 김민주가 조용히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좁은 통로.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토벌대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드는 중이었다.

조금 전 진동으로 던전 내부에 숨어 있던 몬스터가 모조리 쏟아져 나오는 모양이었다.

[습득 스킬 : 블리자드 라이즈]

[습득 스킬 : 아토믹 스피어]

쾅, 콰광―!!

토벌대의 스킬들이 정신없이 난무했다.

하지만 화력이 충분하진 못했다. 공간이 워낙 좁았기에 자칫 아군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보스 때까지 아껴두려고 했는데…….’

상황을 바라보던 김민주가 혀를 찼다.

이내 크게 심호흡하며 눈을 감길 잠시.

[고유스킬 : 천수관음 - 각성]

[육관음중일(六觀音中一)]

김민주의 몸이 푸른빛으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집중하며 흐름을 느끼던 그녀가 이윽고 검을 빼 들었다.

[제1격 - 성관음(聖觀音)]

슥, 스윽―.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진 단 두 번의 검격.

투두두둑―.

눈앞에 있던 몬스터의 목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후우…….”

김민주는 길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기본 태세인 ‘육관음’에서 각기 다른 6개의 태세를 연계할 수 있는 각성 스킬.

그만큼 고도의 집중이 필요했고, 육체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가는 스킬이었다.

보스를 만나기 전까진 최대한 아껴둘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다시금 쥐 죽은 듯 조용해진 던전.

다들 긴장이 풀린 건지 자세를 축 늘어트렸다.

“긴장 놓지 마! 언제 또 들이닥칠지 모르니까.”

평소답지 않게 바짝 날이 선 그녀의 목소리에 작전팀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김민주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등 뒤는 막다른 길.

좁은 통로 때문에 전투도 쉽지 않은 데다가, 계속해서 물밀듯 쏟아지는 몬스터까지.

모든 상황이 최악이다.

무엇보다 점점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남은 산소는 25%.

‘고작해야 한 시간…….’

이대론 안 된다.

“해봐야겠네.”

김민주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예?”

“뭐, 뭘 말입니까.”

“보스 토벌 말이야. 시도라도 해 보겠다고.”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통신도 끊기고, 출구도 막혔는데 너무 무모한…….”

“알아.”

김민주가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너희들은 여기 남아 있어. 만약에라도 출구가 열리면 바로 나갈 수 있게.”

“그 말씀은…….”

“나 혼자 간다.”

단호한 목소리.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결코 농담으로 생각할 순 없었다.

작전팀 소속의 헌터 한 명이 그녀를 잽싸게 말렸다.

“아, 안 됩니다! 레드 등급이잖습니까! 혼자선 자살행위입니다! 차라리 다 같이 가는 게…….”

“다 같이 갔는데도 실패하면? 그땐 어떻게 할래?”

김민주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모두가 도박할 필욘 없잖아.”

“…….”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의 막무가내 같은 모습에서 김준우 본부장이 겹쳐 보인 까닭이었다.

작전팀은 고개를 떨어트렸다.

더는 그녀를 말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어떤 두 명은 생각이 조금 다른 모양이었지만.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저도요.”

아레스 길드의 차석현 대표 그리고 아프로디테 길드의 유지우 대표가 김민주 옆으로 다가왔다.

“진짜 죽을 수도 있어요.”

“여기 있어도 딱히 살 것 같진 않은데. 하하하!”

“차라리 보스 얼굴이라도 보고 죽는 게 낫지 않겠어요?”

차석현과 유지우가 너스레를 떨었다.

김민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들 역시 말린다고 말을 들을 상대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느낀 모양이었다.

이윽고 세 명의 헌터가 선두로 나섰다.

그리고 때맞춰 전방에선 몬스터가 또다시 밀려오기 시작했다.

“뚫어야겠죠?”

“제가 하겠습니다.”

차석현이 즉답하며 전방으로 조그마한 로봇 강아지를 던졌다.

메카닉 클래스의 전용 무기.

스킬에 따라 온갖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는 트랜스 폼 웨폰이었다.

[고유 스킬 : 스팀펑크]

차석현이 스킬을 시전하는 순간, 로봇 강아지가 진화하기 시작하더니.

[트랜스 폼 : 펑크 독]

이윽고 개 형태의 커다란 증기 로봇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차석현은 익숙하게 등에 올라타곤 두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꽉 잡으시죠.”

모두가 착석을 완료한 직후.

개의 입에서 증기가 터져 나오길 한 차례.

파앙―!

로봇은 가공할 속도로 통로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

인천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대교 위.

아직도 어질어질한 정신으로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미리 주변을 통제한 덕에 아무도 없었다.

딱 한 새끼.

정면에 있는 양민호를 제외하곤.

‘저 새끼는 갑자기 왜 튀어나온 거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길 잠시, 나는 먼저 시계를 살폈다.

한 시간.

토벌대의 산소가 버텨주기까지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안에 국제 협회와 딜을 하든 뭘 하든 해야 한다.

저 새끼가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든, 여기서 시간을 더 낭비할 순 없다.

“내가 지금 좀 급해. 가게 내버려두면 오늘은 특별히 살려줄 수도 있어.”

최대한 화를 참으며 말했다.

“그건 좀 곤란한데요. 저도 나름 일하는 중이라서.”

“누가 나 죽이라고 의뢰라도 했나 보네.”

“알 만하신 분이 그런 걸 물어보네요. 이 바닥 밥그릇 지키려면 비밀 엄수가 생명인데.”

“뭐,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곤 반파된 차에서 떨어져 나온 와이퍼를 주워들었다.

“청소부답게 쓰레기 하나 치우고 가지 뭐.”

“우연이네요. 저도 별명이 청소부인데.”

양민호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쉽게도 양민호와 같이 작전을 진행해 본 적은 없다.

솔직히 그가 어떤 방식으로 전투를 하는지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나마 아는 거라곤 클래스가 마법사라는 것뿐.

‘뭐, 그 정도면 충분하지.’

기본적으로 마법사는 저격수 클래스와 성격이 비슷하다.

한곳에 머문 채로 원거리에서 지속적인 공격을 가하는 포지션.

스킬 하나하나가 위협적인 동시에, 어떻게 운용하냐에 따라 타 클래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변칙적인 공격이 가능하다.

물론, 스킬을 시전할 수 없는 거리까지 파고든다면 모두 무용지물이지만.

나는 와이퍼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이내 짧게 호흡하길 한 차례.

[습득 스킬 : 극초식 어검술]

“검사…?”

양민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팟―.

나는 양민호를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

와이퍼가 시퍼런 궤적을 그리며 그의 목으로 날아갔다.

캉―!

생각지 못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습득 스킬 : 수프림 미러]

‘방어막?’

아니 뭔 마법사가 이딴 최상급 방어 스킬을…….

“상성이 너무 좋네요.”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

동시에 내 옆구리로 레프트 훅이 날아들었다.

피해야 하나, 생각이 드는 그때.

그의 손에 장착된 글러브에서 푸른빛이 번쩍였다.

쾅―!!

마법 스킬이 초근거리에서 직접 복부를 강타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뒤로 나가떨어지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크윽…….”

[습득 스킬 : 로우 실드]

[시전자에게 가해지는 피해를 일부 방어합니다]

항시 켜두고 다니는 방어 스킬이 발동됐지만 모든 대미지를 막아주진 못했다.

이 정도면 아까 트럭이 들이받는 것보다 더 강한 충격이었다.

“후우…….”

천천히 몸을 일으키곤 다시 양민호를 바라봤다.

“전투 마법사였네?”

“…….”

어떻게 알았냐는 듯 흠칫한다.

뭐, 흔하지 않은 고유 클래스니까 그럴 만도 하지.

전투 마법사 클래스.

일반적으로 원거리에서 광역 스킬을 시전하는 마법사와 달리, 신체에 스킬을 담아 육탄전을 벌이는 고유 클래스.

온갖 마법 스킬을 초근접 거리에서 터트리는 만큼,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마법사 클래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없애버린 클래스.

당연히 순수하게 신체 능력과 힘으로 밀어붙이는 검사 스킬로는 상성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이쪽에서 원거리 포지션으로 나설 수도 없다.

괜히 파고들 틈만 만들어 줄 뿐일 테니.

“쯧, 귀찮게.”

다시금 와이퍼를 주워들었다.

***

양민호는 조금 전 공격으로 확신했다.

저 청소부 새끼, 예상했던 것보다 강하다.

평범한 검사 클래스가 고유 스킬로 가지고 있을 법한 스킬을 습득 스킬로 쓰는 것부터 그랬다.

‘무엇보다 내 클래스를 한 번에 알아본 것도 그렇고…….’

하지만 딱 거기까지.

어디서 주워 먹던 놈인지는 몰라도, 국내 랭킹 1위인 자신을 이길 순 없다.

보아하니 저놈의 클래스는 검사.

같은 근접 포지션이라면 지는 걸 생각하는 게 더 힘들다.

게다가 방금 공격을 당하고도 다시 무기를 주워드는 걸 보면 눈썰미는 있을지언정 전투 경험은 전무한 놈이다.

양민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이런 상황이 된 건 예상 밖이었지만 양민호는 오히려 순수하게 기뻤다.

일이 아닌, 사적으로 만나고 싶었던 놈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업무가 되어 버린 이상 심심하게 죽일 수밖에 없던 게 퍽 아쉬웠는데…….

이렇게 된 이상 얼마든지 사적으로 상대할 수 있었다.

빨리 끝낼 생각은 없다.

최대한 가지고 놀다가 살려달라고 무릎 꿇고 비는 것까지 봐야 수지가 맞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탓―!

김준우가 또다시 정면으로 돌격해왔다.

무기를 치켜들며 시전한 스킬은 ‘어검술’.

스윽―.

똑같은 패턴, 느려터진 공격.

‘멍청하기 짝이 없네.’

[습득 스킬 : 수프림 미러]

아까처럼 막아 내고 바로 카운터를…….

쩌적―.

‘……!’

양민호의 미간이 확 좁혀졌다.

수프림 미러에 금이 갈 정도의 충격.

처음 공격과는 확연히 다른 대미지다.

‘설마 내 앞에서 힘 조절을 한 건가?’

양민호는 이를 으득 씹었다.

그리곤 곧바로 몸을 틀어 백스핀 엘보우. 동시에 직접 턱을 강타한 스킬.

[습득 스킬 : 라이트닝 블로우]

콰앙―!

제대로 들어갔다.

저건 못 일어난…….

“아오, 턱 빠질 뻔했네.”

“…….”

뭐야.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또 일어나는 건가.

전혀 대미지를 받지 않았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저건 그냥 허세를 부리는 거다.

양민호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한편 김준우는 또다시 와이퍼를 치켜세웠고.

“뭐해, 막아.”

탓―.

[습득 스킬 : 극초식 어검술]

벌써 세 번째 똑같은 패턴.

양민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정도로 멍청한 놈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설마 맷집만 믿고 밀어붙이는 건가?

역시 출신은 어쩔 수 없는―.

쾅―!!!

“……?”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준우가 또다시 같은 스킬로 무기를 휘두른 직후, 양민호가 딱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뜨자 하늘이 보인 것이다.

‘뭐야…?’

양민호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몇 초가 흐른 후에야 깨달았다.

이번에 나가떨어진 건 김준우가 아닌, 본인이라는 것을.

“하, 하하하…….”

자동으로 터져 나오는 헛웃음.

“당신… 대체 뭡니까?”

양민호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하지만 대답을 들을 여유도 없이, 그의 머릿속엔 온갖 잡념이 가득했다.

지금 검사한테 공격을 받았다고?

그것도 청소부 출신 검사한테?

국내 랭킹 1위인 내가?!

양민호는 안쪽에서부터 깊은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야, 이 개새―.”

[습득 스킬 : 극초식 어검술]

보이지도 않았다.

또다시 시야가 하늘로 이동했고, 동시에 전신에서 타는 듯한 고통이 엄습해왔다. 마치 이해할 수 없는 꿈이라도 꾸는 듯한 느낌.

툭―.

이윽고 그의 몸뚱이가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커억!”

입에서 핏덩이가 쏟아졌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싶어 힘겹게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김준우와 눈이 마주쳤다.

“꽤 버티네. 요령으로 국내 2위 먹은 건 아닌가 봐.”

“2, 2위가 아니라… 1위…….”

“아니. 넌 2위가 맞아.”

김준우가 미소를 지었다.

“뭐 하고 있어.”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살벌한 눈빛.

아니, 이번엔 진심으로 살기가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다시 막아봐.”

그가 다시 와이퍼를 치켜세우는 순간.

[습득 스킬 : 한계돌파]

[시전자의 모든 스테이터스가 일시적으로 한계치를 넘어섭니다.]

[습득 스킬 : 과몰입]

[전투 중 시전자가 사용하는 모든 스킬의 효과가 대폭 상승합니다]

“자, 잠…….”

[습득 스킬 : 극초식 어검술]

양민호는 죽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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