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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74화 (7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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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이사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들이었고, 그건 협회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해외로 나간다는 건 그러니까…….”

이윽고 협회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다른 독립협회를 인수해서 지부로 두자는 건가?”

“그렇습니다.”

“허…….”

기가 차다는 듯 탄식이 돌아왔다.

사실 지금 상황엔 선택지가 별로 없다.

국제 협회에 선제공격을 가하든가.

아니면 최대한 많은 아군을 만들어 방어망을 굳히든가.

이도 저도 아니면 오늘같이 공격을 당하든 말든 그냥 멍청하게 가만히 있든가.

현실적으로 선제공격은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멍청하게 두들겨 맞는 건 내가 용납을 못 한다.

그럼 남은 건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최대한 많은 아군을 만들어 대비한다.

나는 그걸 국내에서 해외로 확장했을 뿐이다.

우리가 다른 독립협회를 인수해서 해외에 지부를 둔다면 국제 협회를 견제할 수단이 생긴다.

우리를 건드리면 다른 협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심어주는 셈이니.

뭐, 물론.

“자, 잠깐만요! 독립협회인 저희가 해외에 지부를 두는 건 명백히 국제 협회에 대한 도발입니다!”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이건 국제 협회를 견제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적으로 돌리는 겁니다! 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김우배 이사가 단호한 목소리로 항변을 토로했다.

“저희가 다른 독립협회를 인수하기 시작하면 국제 협회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한 공격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닙니다, 협회장님!”

그 뒤를 이어 다른 이사들 또한 한 마디씩 거들었다.

한편 협회장은 계속 침묵을 유지했다.

퍽 답답했던 건지, 김우배 이사가 재차 입을 열었다.

“애초에 말입니다. 국제 협회가 저희를 공격했다는 소리를 정말로 믿으시는 겁니까? 증거도 없이 심증뿐이지 않습니까!”

“…….”

“협회장님! 고민하실 일이 아닙니다! 이번 사안은 도를 넘었습니다. 해외 진출은 절대 안 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청소부 출신의 헛소리를…….”

“뭐?”

순간 협회장의 시퍼런 눈빛이 김우배 이사를 관통했다.

강 건너 불구경 중인 나조차도 흠칫하게 만드는 위압감이었다.

“지금 네놈을 그 자리에 올린 게 저 청소부 출신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니지?”

“그, 그건…….”

말끝을 흐리는 김우배 이사.

그리곤 어째 내 눈치를 살핀다.

“아, 아무리 그래도 국제 협회에 대놓고 도발하는 건 너무 위험…….”

“김준우 본부장.”

협회장은 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그의 말을 자르며 나를 불렀다.

“예.”

“이사들 말이 맞아. 자네의 심증만으로 국제 협회를 적으로 돌리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 하물며 해외 진출은 더욱이 그렇고. 자칫하다간 역풍을 맞아 우리 쪽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어.”

날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이 꽤나 날카로웠다.

그걸 내가 모를까.

나 또한 웬만해선 국제 협회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기구를 건드려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무엇보다 내 목표가 국제 협회 사무총장인 이상, 그들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건 나로서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 앞에서 대놓고 개수작을 부리지만 않았다면 말이지.

“그걸 모를 리 없는 자네가 이렇게까지 얘기한다는 건…… 그럼에도 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거겠지?”

“예.”

단호하게 대답했다.

“좋아.”

이내 협회장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협회가 날아가든 말든 그건 내가 책임질 테니까, 어디 자네 마음대로 한 번 해봐.”

“혀, 협회장님!”

“그렇게 감정적으로 결정하실 문제가…!”

“난 처음부터 그 새끼들 마음에 안 들었어. 그래서 한국 협회도 독립으로 세운 거고. 근데 시벌, 이젠 하다 하다 그놈들 때문에 내 부하들이 싹 다 뒈질 뻔했다는데…….”

그의 시선이 이사들에게로 향했다.

“국제 협회고 나발이고, 가만히 있는 게 병신 아니냐?”

“…….”

“…….”

이사들은 협회장의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을 아꼈다.

“해외 지부든 뭐든 자네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 우릴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라고.”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리곤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이번 건을 맡아주실 분도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선 당연히 제가 진행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협회장님과 약속했던 날짜가 다 돼서.”

진심으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본심은 전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약속했던 한 달도 거의 끝나간다.

며칠 남지도 않은 기간 동안 일을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을 테니, 당연히 다른 사람이 맡는 게…….

“에이, 그래도 말 꺼낸 사람이 하는 게 맞지.”

이두식 이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예? 아, 아니 저는…….”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작전 본부장이 맡는 게 맞지. 설마 일만 저지르고 내뺄 생각은 아니지?”

“저도 동의합니다.”

“아, 아니 그러니까 퇴사 날짜가…….”

이두식 이사가 손사래를 쳤다.

“그런 거라면 신경 쓰지 말게. 그 정도야 협회장님이 융통성 있게 처리해주실 테니. 그렇지 않습니까, 협회장님?”

협회장이 날 지그시 바라본다.

그러더니 이내 씨익 웃는다.

“암, 어디 가서 꼰대 소리 안 들으려면 이런 건 또 융통성 있게 해줘야지.”

“…….”

“그런 고로 한 달만 더 해라.”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것 같았기에 입을 꽉 다물어야 했다.

***

서울 본부, 작전 본부장실.

“빌어먹을 놈들…….”

한숨을 팍 쉬며 의자에 몸을 던졌다.

동시에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결국, 내 퇴사는 한 달 뒤로 미뤄졌다.

‘시발, 진짜…….’

거 나간다 그럴 때 곱게 좀 보내줄 것이지, 대체 언제까지 붙들고 있을 생각인가.

나는 깍지를 끼곤 뒤통수에 가져다 댔다.

말을 꺼내놓고 정작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고 한 건 물론 귀찮기도 했지만… 사실 지금 내 상황으로선 그래야만 하는 입장이기도 했다.

괴담 속에만 존재하던 조직이 실제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황상 전생에서 날 죽인 것도 그놈들이겠지.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이고, 어쨌든 날 이렇게 만든 국제 협회 놈들에게 복수는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목적이 뭔지, 그리고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이상, 내 쪽에서 그들을 먼저 찾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쪽에서 나를 찾아오는 거면 몰라도.

습격도 실패했고 덩달아 정체까지 노출되지 않았던가. 그들로선 언젠가 반드시 나를 다시 찾아올 것이다.

애초에 그러라고 양민호를 풀어줬다.

어쩌면 전생에서 내 머리에 ‘타이탄’을 박아 넣었던 그 새끼를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

뭐, 그놈이 직접 행차해준다면 나야 너무 고맙겠지만…….

‘그것도 나 혼자 있을 때 얘기고.’

적대적 인수합병을 위해 100여 명의 헌터를 죽이려고 했던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나만 노릴 거라는 보장은 없다.

나에게 접근하기 위해 내 부하들을 노릴지도 모른다.

그럴까 봐 내가 습격당했다는 사실도 함구했다.

알아서 좋을 것도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다른 놈들은 그 조직에 대해선 모르고 있는 편이 신상에도 좋을 테니.

헌터 등록은 생각할 것도 없이 기각. 괜히 저쪽에 정보만 주는 꼴이니까.

하지만 그것도 결국 임시방편일 뿐, 내가 계속 협회에 남아 있는 한 반드시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그건 작전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

최악의 경우, 정말로 누군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에휴……. 김준우 많이 죽었네. 나랑 상관도 없는 놈들 걱정을 다 해주고.’

어쨌든 이번 일만 끝나면 협회를 나와 혼자 움직일 생각이다.

협회장도 그런 낌새를 어렴풋이 눈치챈 건지, 이번 건만 잘 처리하면 퇴사해도 된다고 했다.

덧붙여 나갈 땐 나가더라도 교범 하나는 만들어두고 나가야 하지 않겠냐며 말이지.

뭐, 그렇게 나오면 나로서도 더는 거절할 순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쨌든 처음 한 번만 진행하면 보내준다는 거니까.

‘쯧,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년에 무슨 해외 출장이냐…….’

심드렁한 표정으로 연신 구시렁대고 있던 그때였다.

똑똑―.

“본부장님?”

신수지 보좌관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부탁하셨던 베트남 독립협회 현황 분석 자료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녀가 서류를 건네주며 물었다.

“출국은 언제 하실 건가요?”

“이번 주 안으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모레쯤으로 비행기표 예약해두겠습니다. 아, 혹시 동행하실 분이 있나요?”

“생각해보고 오늘 안으로 다시 말씀드리죠.”

“네. 아, 그리고…….”

신수지 보좌관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방금 외상 병동에서 연락이 왔는데, 김민주 팀장이 의식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나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가보지 않으셔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그래도 거의 죽을 뻔하셨는데 한 번은…….”

“안 죽었잖습니까. 그럼 됐죠.”

“…….”

자꾸만 정수리에 시선이 느껴졌다.

슬쩍 고개를 드니 그녀가 굉장히 미묘한 표정을 하고 있다.

“에휴…… 그렇게 보지 마십쇼.”

나는 서류를 턱, 덮으며 말했다.

“이미 갔다 왔으니까.”

***

헌터지원팀, 중증 부상 관리 병동.

방금 막 의식을 찾은 김민주는 꽤나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무릎 위에 과일 바구니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바구니 안엔 대충 접은 쪽지까지 들어 있었다.

김민주는 주변을 먼저 살폈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조심스레 쪽지를 펼쳤다.

[산재로 얼마를 빨아먹는 거냐. 한 번만 더 다치면 진짜 해고다.]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누군지 이름이 적혀 있진 않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이미 알 것 같은데.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이야, 우리 팀장님 멀쩡하시네!”

“언니! 괜찮아요?!”

“거 좀 들어갑시다! 왜 문에서 길을 막아!”

문을 열고 들어온 이들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청소팀의 한상혁과 문소연. 그리고 같이 토벌을 진행했던 차석현과 유지우 길드장까지.

병실이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졌다.

“언니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벌써 몇 번째에요, 이게!”

“쉬엄쉬엄 하십쇼, 누님! 은퇴 후도 생각하셔야지. 젊을 때 몸 망가지면 나중에 고생하신다니까?”

문소연과 한상혁이 말했다.

김민주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속마음은 전혀 웃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결국 제대로 한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마지막에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병실이 아니라 영안실에 있었겠지.

아직도 한참 멀었다.

대체 언제까지 도움을 받을 건가.

그 분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아니 근데… 팀장님 진짜 A랭크 맞습니까?”

차석현이 넌지시 물었다.

“예, 예?”

“그 왜, 토벌 때 말입니다. 팀장님 거의 S랭크에 가까운 전투력이었습니다. 이거 랭킹 시스템에 오류 있는 거 아닙니까?”

“산소만 부족하지 않았다면 민주 씨가 토벌했을 거예요.”

유지우 길드장이 거들었다.

“내 말이! 본부장님이 도중에 끼어들어서 그렇지, 실질적으론 팀장님이 토벌한 거나 마찬가지라니까?”

“본부장님이요……?”

“아, 예 뭐.”

차석현 길드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듣자 하니 우리가 한창 전투 중일 때 던전이 열렸다나 봅니다. 그때 대원들한테 우리가 토벌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본부장님이 바로 달려온 거라던데.”

김민주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토벌 끝나고 본부장님이 묻더군요. 이거 누가 지시한 거냐고. 그래서 김 팀장님이 지시한 거라고 했죠.”

“……뭐라 하시던가요?”

“잘했다고 전해달래요.”

유지우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 병실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김민주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봤다.

“몸은 좀 어떠세요.”

신수지 보좌관이었다.

“아… 네 괜찮습니다.”

기대했던 이가 아니었기에, 김민주는 황급히 표정을 관리했다.

그러고 있자니 신수지 보좌관이 무언가를 건넸다.

비행기표였다.

“이건…….”

“이번에 본부장님이 해외 출장을 나가시거든요. 출국은 내일모레. 미리 짐 싸놓으시라고 전해달래요.”

갑작스런 이야기에 김민주는 퍽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그 말뜻을 이해하고 황급히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확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아, 한유빈 팀장도 같이 갈 거예요. 참고해주세요.”

“…….”

물론 좋은 감정이 오래가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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