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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79화 (7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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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지기 직전의 봉고차로 비포장도로를 달리길 몇 시간.

두 개의 작전팀이 현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던 후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빌어먹을…….”

현장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미 마을은 아비규환이었다.

집과 도로는 이미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고, 주변엔 아직도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이 가득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이들과 부모를 잃고 길 한복판에서 울어대는 아이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몬스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성가신 놈이네…….’

후인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

두들 버그 스콜피온.

전갈의 외형을 한 개미귀신.

그간 모은 정보에 의하면 땅속에 숨어 사냥의 기회를 노리는 놈이었다.

언제 어디서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는 이상, 두 작전팀을 모두 전투에 투입한다고 해도 토벌까진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사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은 그대로 위험에 노출되겠지.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후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2팀은 시민들 먼저 안전한 장소로 유도해! 인원이 많이 부족하니까 시민들한테도 도움 요청하고!”

“네!”

“1팀은 나랑 같이 몬스터를 찾는다.”

두 개 작전팀이 각자의 위치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후인 또한 서둘러 탐지기를 꺼내 들었다.

20년도 더 된 고물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선 이능파를 감지해 몬스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였다.

뚜뚜뚜―.

이내 탐지기에 북쪽으로 300m 남짓 떨어진 곳에서 반응이 잡혔다.

“좋아. 구출 지역이랑 가깝진 않아. 일단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구구구구―.

갑자기 땅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뭡니까?”

“설마 몬스터?!”

당황하는 목소리들.

하지만 후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탐지기엔 분명…….”

다시 탐지기 화면으로 시선을 옮기던 찰나.

콰광―!!

거대한 전갈이 땅 위로 솟구쳤다.

“……제대로 굴러가는 게 하나도 없네.”

예상과 다른 몬스터의 출현.

물론 당황하고 있을 틈 따윈 없었다.

“몬스터 출현! 몬스터 출현!”

“빨리 포지션 잡아! 근접은 몰려 있지 말고 최대한 흩어져!!”

응우옌 팀장이 서둘러 지휘권을 잡았다.

“공격해! 스킬 죄다 때려 부어!”

[고유 스킬 : 디스트로이어]

[고유 스킬 : 핑거 피스톨]

쾅―.

콰과광―!

두 개 작전팀의 총공격이 이어졌지만 단단한 갑피 때문에 대미지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팀장님! 화력이 모자랍니다!”

“우리 인원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닥치고 계속 공격해! 근접 포지션은 다가오지 못하게 계속 거리를 벌리고!”

응우옌 팀장이 소리쳤다.

그나마 다행인 건 땅 위로 나온 몬스터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아무리 전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멀뚱히 서 있는 몬스터조차 잡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쿠구구구―.

“다, 다시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못 들어가게 계속 공격해! 한 번 들어가면 언제 또 나올지 몰라!!”

황급히 몸을 숨기는 몬스터를 향해 온갖 스킬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화력이 부족했다.

몬스터는 결국 모습을 감췄다.

“…….”

“…….”

무겁게 내려앉은 적막.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연신 주변을 살폈다.

언제 어디서 다시 튀어나올지 모르니 긴장을 놓아선 안 됐다.

응우옌 팀장이 후인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팀장님, 이대론 무립니다. 일단 후퇴했다가 다른 세력과 합류한 뒤에 다시…….”

“후퇴는 안 돼. 그사이에 또 뭔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그럼, 여기서 다 죽자는 겁니까?! 일단 우리가 살아야 계속 토벌을 하든 말든 할 거 아닙니까!”

후인이 이를 갈았다.

응우옌 팀장의 판단은 정확했다.

하지만 그걸 몰라서 후퇴를 불허한 게 아니다.

시민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 상황에서 후퇴까지 해버리면, 정말로 자신들이 아무 힘도 없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지 않은가.

무엇보다 여기서 후퇴를 하면 다른 마을은 어쩌라는 것인가.

“……하는 데까지는 한다.”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

“그땐 어쩔 수 없지.”

응우옌은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어쨌든 현재 최종 결정권은 후인에게 있으니, 좋든 싫든 그의 명령에 따라야 했다.

구구구구―

이내 다시금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온다. 다들 준비해.”

응우옌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두가 다시 전투태세를 갖췄다.

표정은 하나 같이 무언가를 각오한 듯했다.

모두가 긴장을 유지하는 중이었지만 몬스터는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대신.

스스스스―.

갑자기 땅이 꺼지며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뭐, 뭐야?”

“안에서 모래를 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구멍 근처로는 가지…….”

작전팀이 밟고 있는 모래가 크게 원을 그리며 구멍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흡사 땅 위에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

“이, 이런 시발… 빨리 다 밖으로 나와!”

후인은 아차 싶어 재빨리 소리쳤다.

작전팀 또한 서둘러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솨아아아―!

“어, 어…?”

“티, 팀장님…!”

“으아아악!!”

소용돌이가 모든 것을 빨아들일 기세로 맹렬하게 회전했다.

“사, 살려…!”

“우으으읍…!!”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은 손을 써보기도 전에 모래 속에 파묻혔다. 동시에 빠른 속도로 구멍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뭐 하고 있어! 잡아!!”

곧바로 후인이 달려들어 손을 뻗었다.

“쯔엉! 판! 정신 차리고 손잡아!!”

죽어라 목청을 높였지만 혼자선 역부족이었다

이미 완전히 패닉에 빠진 팀원들에게 그럴만한 이성은 남아 있지 않았다.

“우읍읍…….”

“웁…….”

“…….”

모랫구멍에 빠진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오래 걸리지 않아 모두 모래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후인은 패닉에 빠져 완전히 얼어붙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당한 일이었다.

도저히 어떻게 할 수조차 없었다.

이런 몬스터를 대체 누가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에 이성적인 판단마저 흐려지던 그때였다.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고유 스킬 : 천수관음]

쾅―!!!

어디선가 검은 그림자가 날아들며 구멍을 직격했다.

키에에에에―!

땅속에서 울려 퍼진 괴성.

그와 함께 소용돌이 또한 회전을 멈췄다.

덕분에 모래 속에 파묻혔던 인원들도 다시금 땅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후인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싶었다.

그야, 기지에 포박되어 있어야 할 두 여자가 자신의 눈앞에 있었으니까.

“너, 너희들이 어떻게…….”

후인은 저도 모르게 말끝을 흐렸다.

‘뭐, 뭐야. 같은 놈들 맞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들의 눈빛에서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전의 긴장감 없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따지자면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에 조금 더 가까운 분위기.

“에휴. 내 이럴 줄 알았지.”

때마침 익숙한 음성이 낮게 깔렸다.

후인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이게 뭔 헛짓들입니까. 다들 죽으려고 환장을 하셨나.”

김준우가 만사 귀찮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

다른 것보다 짜증이 앞섰다.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멍청한 작전을 하는 머저리가 있을 줄이야…….

“왜 후퇴하지 않았습니까. 영웅 행세라도 하고 싶었습니까?”

위급 상황 시, 무조건 후퇴.

토벌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다.

만약 도망칠 수 있었음에도 목숨을 던지는 건, 영웅이 아니라 그냥 머저리일 뿐이다.

“이런 여건으론 토벌할 수 없다는 걸 아셨을 텐데. 아니면 뭐, 여기 있는 사람 다 죽이려고 작정이라도 하셨나?”

“……우리보고 뭐 어쩌라고. 애초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가 토벌할 수 있는 몬스터는 없어.”

후인은 이내 쯧,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하긴, 좋은 나라에서 지원 빵빵하게 받아온 놈들이 뭘 알겠어.”

“그래서 그냥 죽을 생각으로 무조건 들이받으려 했다?”

나는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뭐 무식한 건지, 순수한 건지…….”

“뭐, 뭐?”

“던전 밥 먹는 인원은 사망하면 안 됩니다. 작전팀이든 통제팀이든, 하물며 청소팀이든. 이건 기본 아닙니까? 가뜩이나 토벌 인원도 없는 마당에 당신들마저 저세상으로 떠나면 남은 던전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는 것 같아? 능력이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능력이 없어서 죽을 각오로 싸운다고? 개소리 집어치우십시오. 진짜로 능력이 없는 놈은, 죽을 각오 없이는 고작 그린 등급 몬스터 하나 토벌 못 하게 만든 당신들 윗대가리겠죠.”

“…….”

후인의 입이 억, 하고 굳었다.

어째 충격을 받은 얼굴.

있는 그대로 말했는데 뭘 그리 놀라는지 모르겠다.

“착각하지 마십쇼. 당신들은 능력이 없는 게 아닙니다. 능력 있는 우두머리가 없는 거죠. 지금 상황을 보세요. 작전팀의 상황도, 여건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토벌 지시나 내리니 이 꼴이 나는 거 아닙니까.”

“…….”

후인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이제야 도와주겠다는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 말을 믿지 않은 게 아니다.

이놈들은 그냥 현실에 절망하면서 자신감을 잃었던 거다.

구구구구―.

그때였다.

땅이 다시 흔들리며 모래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인원을 파악했다.

‘근접 8명에 원거리 11명… 아까 보니 마법사 클래스들 스킬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고…….’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

“또, 또 온다! 다들 빨리 피해…!”

“아뇨. 피하지 말고 공격하십쇼. 땅에다가 공격을 가하면 몬스터가 튀어나올 겁니다.”

“뭐?”

“땅에다가 스킬 죄다 때려 박으라고요.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설전을 벌일 시간은 없었기에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그때는 누가 와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번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제 말대로 하십쇼.”

“……시발.”

“나도 모르겠다, 빌어먹을.”

이미 피하기엔 늦었다.

헌터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땅을 향해 일제히 스킬을 쏟아부었다.

쿵―!

땅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스킬을 버티지 못하고 몬스터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

“이제 공격하시면 됩니다.”

헌터들의 스킬이 이번엔 몬스터를 향했다.

나와 김민주 그리고 한유빈은 그들의 공격을 뒤에서 가만히 지켜봤다.

이 기회에 전력을 파악해두고 싶었다.

뭐, 사실 안 봐도 뻔하긴 한데.

‘쯧, 역시 화력이 약하긴 하네.’

그나마 제일 높은 놈이 B랭크 턱걸이 같고, 나머진 죄다 C, D 랭크뿐.

“저런 전력으로 여태까지 용케 토벌했네.”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김민주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본인들이 해봐야죠.”

전갈형 몬스터는 단단한 갑피 덕에 기본적인 방어력이 매우 높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공격 자체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땅에 숨어 공격하는 거지만, 그것조차 막힌다면 이처럼 모든 공격에 취약해진다.

아무리 장비와 인원이 부족하다고 해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몬스터다.

키에에에―

몸뚱이가 훤히 노출된 채로 고스란히 공격을 받아내던 몬스터가 이내 괴성을 질렀다.

위험을 감지하고 다시 땅속으로 파고들려 했지만 허사였다. 땅에다가 스킬을 퍼부어놓은 덕에 모래가 돌처럼 단단히 굳어 있었으니까.

“다들 집중하세요.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걸 알았으니 무차별적으로 달려들 겁니다.”

“원거리 포지션은 조금 더 흩어지십쇼. 괜히 휘말리지 말고. 어차피 메인 공격은 근접 분들이 해야 합니다. 서포트 한다고 생각하세요.”

“거기 검사 클래스! 몸통은 백날 쳐봤자 흠집도 못 냅니다! 대가리를 노려요, 대가리를!”

“거의 다 왔습니다. 마법사 클래스 분들은 땅에 숨지 못하게 계속 스킬 흘려주시고요. 사제분들은 디버프 스킬로 최대한 몬스터의 움직임을 묶어 주십쇼.”

“좋습니다. 다들 그렇게만 하세요.”

이후로도 세세한 조정을 하면서 충분히 거리를 두고 몬스터를 공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가 보이자 헌터들의 움직임이 점점 좋아졌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흘렀다.

“허억, 허억…….”

“큭, 크어…….”

쿵―

거친 숨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육중한 소리와 함께 몬스터가 쓰러졌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울렸다.

저희끼리 부둥켜안고 고함을 지르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고작 그린 등급 몬스터 한 마리 잡고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 게 난 그다지 이해가 가진 않지만…….

뭐, 본인들이 기쁘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래서.”

나는 그들 사이에 있는 후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젠 제 말을 들어볼 마음이 좀 생겼습니까?”

“…….”

그는 대답 대신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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