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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96화 (9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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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지부 사무실에 모여 고창수 작전 1팀장과 김민주를 중심으로 작전 현황에 관해 이야기가 시작됐다.

나와 이아영 실장은 객원이었기에 그 자리에서 빠져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지켜봤다.

“흐음… 도시 외곽 던전까지 다 합치면 월 150개가량 출현하네요.”

“네. 일주일 당 25~30개 사이가 할당량인데, 저희가 작전팀이 5팀 밖에 없습니다. 팀당 인원수도 본부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고요. 무엇보다…….”

고창수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그리곤 주변 눈치를 살피며 작게 말을 이었다.

“지부 특성상 신입 헌터들이 많아서 작전 효율이…….”

“그렇군요.”

김민주는 단번에 이해한 듯 말을 끊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다들 지부에 첫 발령을 받은 이들이겠지만, 그중에 평생 지방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조금만 짬 좀 차면 죄다 서울이나 부산으로 가 버리니 지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늘 신입 헌터만으로 토벌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은 저희 팀이 일주일간 토벌 지원해주면서 급한 불부터 끄는 거로 하고. 그다음엔…….”

김민주가 말을 하다 말고 나를 돌아봤다.

“……왜 날 봐.”

“그다음은 선생님이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

어째 못 본 새 더 뻔뻔해진 것 같다.

이제 짬 좀 찼다 이건가.

“상황이 생각보다 더 좋지 않아요. 저희가 며칠 토벌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결국 서울로 돌아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거고요.”

“그래서 말했잖아. 근본적인 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할 거라고.”

“베트남에서 썼던 방법을 써볼까요?”

“청소팀 증원? 지금 상황에선 별로 효과 없을 거야.”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동시에 팔짱을 끼며 신음했다.

그렇게 머리를 굴리길 잠시, 내가 물었다.

“출현 던전의 평균 난이도는 어때?”

“음… 평균적으로 블루 정도에요. 높은 등급 빈도는 그렇게 많지 않네요. 해봤자 옐로우 등급 이상이 1년에 서너 번 정도.”

“난도는 높지 않네.”

“네. 경력 있는 헌터라면 지금 인원으로도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다들 반년 이하의 신입들이라는 게 아무래도…….”

“그럼 신입이어도 인원만 충분하면 된다는 소리지?”

“그…렇긴 하겠죠.”

신입.

부족한 인원.

낮은 난도의 던전.

그럼 가능한 방법이 있었다.

“판을 좀 키우자.”

“네?”

“협회 작전팀 신입 연수원. 여기에 세우는 거야.”

내 제안에 김민주를 비롯한 사무실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렸다.

“상하반기 신입 공채 3개월, 분기별 경력 채용 1개월. 그 정도면 인원도 충분할 거고, 던전 난도가 낮으니 실습용으로도 딱이지.”

“공식 작전보다 실습 토벌로 밀고 나가자는 거죠?”

“그렇지.”

“가능만 하다면 확실히 괜찮을 거 같네요. 어차피 수익 나는 건 실습이든 작전이든 똑같으니까요. 그런데…….”

김민주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왜? 뭐 문제 있어?”

“다른 것보다…… 허가가 날까요?”

“어차피 연수원 건은 벌써 몇 년째 검토만 하는 사업이잖아. 아니면 뭐 최근에 딴 곳으로 확정 나기라도 했나?”

“아뇨. 아직 확정 난 건 없는데 듣자 하니 최근에 최호성 본부장님이 성남 지부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무엇보다 작전팀 연수원 건은 작전 본부장 권한이기도 하고요.”

성남 지부에 추진하고 있다라…….

그러고 보니 그랬다.

이맘때쯤, 최호성 본부장이 온갖 로비를 받고 분당 쪽을 밀어주기 시작했지 아마.

그래도 뭐…….

“걱정 마. 설득은 내가 해볼 테니까.”

어떻게든 될 것 같다.

“이아영 씨는 사업 계획서 좀 부탁합니다. 그사이 넌 계속 토벌 지원 나가줘. 그리고 사업 착수될 때까지 스케줄 조정은…….”

“편 팀장님한테 부탁해볼까요?”

“그게 좋겠다. 통제팀에 연락 좀 해줘.”

“오랜만에 다들 얼굴 보겠네요.”

김민주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겁나게 일해야 하는데, 뭐가 저리 좋은지 모르겠다.

우린 곧바로 각자 역할에 착수했다.

***

“최호성이 있나?”

한창 최호성 본부장이 업무를 보던 중, 난데없이 협회장이 본부장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쩐 일이십니까…?”

“앉아, 앉아.”

퍽 긴장한 표정의 그를 쓱 흘기곤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업무는 할 만한가?”

“네 뭐…….”

“다행이군. 뭐 다른 게 아니라… 그 작전팀 연수원 건설 건 있잖냐. 몇 년째 검토만 하는 중인데… 너무 질질 끄는 거 아닌가. 이젠 슬슬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이던데.”

협회장의 말에 최호성 본부장이 화색을 띠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적절한 곳을 알아봤습니다. 아무래도 성남 지부 쪽에 추진하는 게…….”

“아니. 순천 지부 쪽으로 추진하지.”

“……네?”

물론 기쁜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쪽 작전팀 인원이 부족해서 길드 의존도가 너무 높다더군. 듣자 하니 그걸 빌미로 이래저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해서 말이야.”

“…….”

“그래도 협회 지부 자존심이 있지, 그래서야 쓰겠나.”

최호성 본부장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왜? 뭐 마음에 안 드는 거라도 있냐?”

“……작전팀 연수원 추진은 제 권한이잖습니까. 제가 여러모로 알아본 바로는 성남 지부에 건설하는 게…….”

“그거야 그렇지,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더 시급한 곳이 있는데 굳이 성남을 고집할 이유가 있나? 아직 건설사 계약 따 놓은 것도 아니고, 확정 떨어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아니면 뭐…….”

협회장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받아 챙긴 거라도 있나?”

“……그, 그럴 리가요.”

최호성 본부장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순천으로 추진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누가 봐도 굉장히 떨떠름한 대답이었지만, 협회장은 아무 말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

“빌어먹을!”

쾅―!

그와 동시에 최호성은 책상을 거세게 내리쳤다.

구렁이 같은 늙은이. 촉이 장난이 아니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성남 지부장과 이번 연수원 건설 추진을 잠정적으로 약속해놓은 상태였으니까.

여기저기 공사도 다 쳐놓았고, 건설사와 미리 계약을 진행하곤 리베이트까지 받아 챙겼다.

애초에 연수원 건설 결정권은 그에게 있었으니 위험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지역을 바꾸자니…….’

단순 변경이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원래 계획대로 추진을 강행했을 거다.

하지만 저쪽에 그럴듯한 명분이 있는 상황에서 억지 논리를 폈다가는 오히려 꼬리를 밟힐 수도 있다.

무엇보다 슬쩍 떠보는 게 눈치가 심상치 않다.

괜히 의심받을까,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알았다곤 했지만…….

이대로 진행되었다간 리베이트로 받은 돈을 토해내야 함은 물론 위약금까지 물어줘야 할지도 모른다.

‘시발, 어떡하지.’

이건 본인 선에선 막을 수 없다.

막는다고 하면…… 그쪽 당사자들이겠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어, 나다.”

「형님, 안 그래도 연락드리려고 했습니다. 일전에 부탁드린 건 어떻게…….」

“그건 둘째치고, 순천 지부에 연수원이 건설될 것 같다.”

「……갑자기 무슨 소립니까?」

“나도 갑자기 들은 말이니까 그냥 잠자코 들어.”

한숨을 내쉬길 한 차례. 마음을 진정시키고 최호성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협회장이 갑자기 쳐들어와서 기존 계획을 엎어버리고 순천 지부 쪽으로 하자고 하더라. 근데 잘 들어보니까, 이거 아무리 봐도 협회장이 단독으로 결정한 게 아니야.”

「그럼……?」

“누가 협회장한테 귀띔해준 거라고.”

「…….」

“게다가 타이밍도 이상해. 파견 업체랑 지부와 마찰이 생기자마자 그 지역에 연수원을 지으라고 협회장이 직접 움직인다…? 넌 이게 우연이라고 보냐?”

최호성은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애써 참으며 말했다.

“너 시발 대체 누굴 건드린 거야?”

「…….」

핸드폰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아무튼, 순천 지부에 연수원이 들어서지 못하게 어떻게든 막아.”

「하, 하지만 저희가 무슨 힘이 있다고…….」

“이게 지금 나 혼자만 엿 된 거 같냐? 이거 잘못되면 니들도 한 방에 가는 거야.”

이 정도면 알아들을 법도 한데……, 답답한 녀석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쪽 지부에 인원이 모자라서 문제였지, 알고 보면 던전 난이도는 평범해. 인원만 충분하면 토벌량 떡을 치고도 남을 텐데, 연수원 덕에 수백 명의 헌터들이 매일 상주하고 있어 봐. 너네한테 던전 배분해줄 거 같냐?”

「안…… 해주겠죠.」

“이거 내 쪽에선 막을 명분이 없어. 그러니까 너희가 어떻게든 막아.”

「어, 어떻게 말입니까?」

“시위하든 지부 앞에 드러눕든 막아! 그거 막으면 전에 네가 부탁한 거,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그렇게 말씀하셔도…….」

그 순간 최호성이 쾅, 책상을 내리쳤다.

“이런 시발, 지금 너 때문에 나까지 X 되게 생겼는데 딴말이 나와?! 너나 나나 둘 다 살고 싶으면 어떻게든 하라고!”

「……알겠습니다!」

대답을 듣자마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최호성은 불안한 마음에 자리에 앉아 손톱을 깨물었다.

점점 일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

강형원이 마련해준 사무실에서 한참 일을 보는 가운데 핸드폰이 울렸다.

아니나 다를까 박인범 협회장이었다.

“잘 됐습니까?”

「그래. 이사회 최종 허가도 났고 며칠 안으로 예산도 떨어질 거야. 최호성 그놈 자식, 뭔가 낌새가 이상하던데. 설마 진짜로 뭐 받아 처먹은 건 아니겠지?」

“그거야 본인만 알고 있겠죠.”

사실 협회장이 의심하고 있는 게 맞다.

내가 알고 있는 대로라면 이미 성남 지부 쪽에 건설 추진을 약속하고 온갖 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후일 것이다.

회귀 전 연수원 추진을 도운 게 나였으니 내가 그걸 모를 리가 없지.

「그거 계속 앉혀놔도 되는지 모르겠다. 워낙 능구렁이 같은 새끼라 뭐 좀만 잘못된다 싶으면 바로 꼬리부터 자르고 보니 건덕지 잡기도 뭐하고…….」

“그렇게 계속 꼬리를 자르다 보면 끝내는 자기 몸통까지 갉아 먹게 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협회장이 흠, 하곤 신음했다.

「그런데 이번 일이 자네한텐 무슨 이득이 있나? 아무리 봐도 시간 낭비에 인력 낭비 같은데.」

“왜 이득이 없겠습니까. 곪을 대로 곪은 순천 지부를 건져주면 다른 지부들에도 좋은 예시가 되겠죠. 저희를 찾는 지부가 늘어날 겁니다.”

「……홍보 목적이다, 이거야?」

“또 뭐가 있겠습니까.”

협회장이 파하, 웃음을 터트린다.

「자네 직원들 때문이 아니라?」

“……예?”

「백제 길드가 꽤나 못되게 굴었다면서. 그걸 보고도 그냥 넘어갈 자네가 아니지.」

……뭐라는 거지?

「말하기 부끄러운가? 알았어, 내 모른 척해줌세. 클클클.」

“…….”

드디어 노망이 났나 보군.

“아무튼, 갑작스레 이런 요청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무슨. 자네 말대로 곪을 대로 곪은 지부 대신 구해주겠다는데 협회 입장에서야 오히려 고맙지.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봐.」

“여부가 있겠습니까.”

암튼 좋게좋게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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