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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14화 (11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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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거…….”

이른 아침 사무실.

전 직원들 상대로 공문이 내려간 직후, 문소연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날 찾아왔다.

“앞으로 정말 이렇게 할 거예요…?”

“예. 그렇게 됐습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저로서도 어쩔 수 없군요.”

“아, 아무리 그래도…….”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건가.

뭐, 직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있으리라는 건 충분히 예상했다.

회귀 전, 내가 작전 팀장으로 있었을 때도 이 건으로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다.

헌터들도 들고 일어났는데 하물며 이들은 오죽할까.

하지만 사정 봐줄 생각은 없다.

저들이 아무리 반발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다짐하기도 잠시.

“야근을 금지하는 건 오히려 회사에 안 좋은 거 아니에요? 물론 저희야 좋긴 한데…….”

“야근 수당을 아끼겠다는 건데 그게 왜 회사에 안 좋은 겁니까?”

뭔가 내 예상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아, 아니…… 그 야근 수당이라는 게 원래 잘 안 주는 건데…….”

“그건 불법이잖습니까?”

“그, 그러니까 그게 불법이긴 한데, 보통은…….”

문소연은 뭔가 설명하기 어렵고 답답한 건지 말을 얼버무렸다.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소리만 하네.

“하아, 사람이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바보인 건지…….”

한편 옆에서 듣고 있던 한유빈이 작게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입니까?”

“지금 직원들 다들 난리인 건 알아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말했잖습니까, 어쩔 수 없다고. 이대로 가다간 직원들 월급도 못 주게 됩니다. 힘들더라도 당분간은 강행할 생각입니다.”

“그게 문제에요! 회사가 힘드니까 더 일을 해야지, 야근 금지에 철야 금지, 잔업까지 금지하면 일은 누가하고 돈은 누가 벌어요?!”

한유빈이 언성을 높였다.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자니,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러다가 망한다니까요?! 오죽하면 돈 안 받아도 좋으니까, 야근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겠어요?!”

“아니…… 지금 이해가 안 가는데……. 왜 돈을 안 받고 일하겠다는 겁니까? 회사가 망하든 말든 직원들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누구 회사인지가 중요하죠.”

“……?”

누구 회사인지가 왜 중요해. 회사는 회사지.

일한 만큼 돈을 받는 데가 회사잖아.

설령 회사가 망한다고 해도 나야 투자한 게 있으니 손해가 있겠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다.

일이 줄어든 만큼 수당이 적다고 불평할 줄 알았더니…… 일개 사원들 주제에 뭔 회사 걱정을 하고 있어.

“하아…… 됐어요. 결정된 사항이라는데 우리 마음대로 우길 수도 없고. 일단 알았어요.”

더는 말이 안 통한다는 듯 한유빈이 멋대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제가 한소리 들을 거라 그랬죠?”

가만히 듣고 있던 이아영 실장이 그제야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돈을 더 달라고 할 줄 알았지, 돈을 안 받겠다는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습니다.”

내가 작전 팀장일 땐 야근 금지 때리자마자 헌터들이 개 난리를 쳤단 말이지.

이런 식으로 불만을 표출하니, 솔직히 어느 장단에 춤추라는 건지 모르겠다.

“설마 헌터와 똑같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죠? 그쪽은 야근 수당이 억 단위잖아요.”

“단위가 다른 거지, 결국 돈 더 받는 건 똑같지 않습니까?”

“저들에게는 그거 몇 푼 받는 거보다 회사가 더 중요한 거예요. 왜,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게 이해가 안 간다는 겁니다.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해서 진짜 그러는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드라마도 아니고.”

“그러게요.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건데.

“있긴 하더라고요.”

“…….”

“기본 연봉부터 협회랑 비교도 안 되잖아요. 거기다가 수당은 다 챙겨주지, 교통비랑 식비도 나오고, 필요한 장비 있으면 바로 지원해주고요. 그리고 혹시나 불미스러운 일 생기면 당신이 어떻게든 해결해주잖아요.”

“…….”

“나 같아도 뼈를 묻겠는데요?”

이아영 실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래도 아주 문제가 없는 건 아니죠. 리더로선 완벽해도 사업가로선 영 아니니까.”

칭찬할 거면 칭찬만 할 것이지.

이건 뭐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일단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줄였지만……, 유빈 씨 말 대로 경영이 힘들어질 거예요. 비는 시간만큼 매출이 떨어질 테니까요. 결국,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금을 확보해야 해요.”

“흐음…….”

“물론 당신 성격에 누구 도움받는 거 싫어할 건 아는데… 지금은 고집부릴 때가 아니에요. 필요하면 도움도 받을 줄 알고 그래야죠.”

애초에 고집부릴 생각 따윈 없다.

돈 앞에 자존심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저 내가 당장 비용을 최대한 줄일 방법을 내놓은 것뿐이다.

‘그래서 더 반발할 줄 알았는데…….’

하여간 제정신인 놈들이 없다.

아무튼, 어찌어찌 한동안 버티는 건 가능하지만 이대론 위험하다.

협회장이 말했던 것처럼 기업 투자라도 따내야 할 실정인데…… 가장 돈에 환장한 놈들이 뭘 보고 우리에게 투자하겠는가.

‘쯧, 어디서 돈뭉치 좀 안 떨어지나.’

역시 돈 버는 건 어려운 문제군.

똑똑―

자금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는 가운데 한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미래민주당 소속 정훈 의원님 보좌관 배현수라고 합니다. 혹시 김준우 대표님 되십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다른 게 아니라, 의원님께서 한번 만나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

국회의원이 날 만나고 싶어 한다고?

갑자기 왜?

***

서울 종로에 위용을 뽐내듯 건물 하나가 높이 세워져 있다.

한때 부도 위기까지 갔지만, 최초 던전의 출현에 맞춰 부산물과 아이템 무역을 통해 국내 최고 주가 기업으로 급부상한 곳이다.

한별 종합 상사.

“테러 및 습격 사건 이후 협회 내외적으로 꽤나 심각한 상황이라는 듯합니다. 그에 맞춰 미래민주당에서 던전 민영화 법안을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영업 본부장실.

오재엽 실장이 준비해온 서류를 한 남자에게 전달하며 설명했다.

던전 민영화 법안의 자세한 내용이 담긴 서류였다.

“흐음…….”

서류를 건네받은 남자가 턱을 집었다.

한별 종합 상사, 하성태 영업 본부장.

무척이나 젊은 나이지만, 그가 한별 그룹 하덕수 회장의 장손이자 한별 종합 상사 하동배 사장의 장남이라는 걸 생각하면 나이 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최근 하동배 사장이 지병으로 쓰러져 의식 불명인 상태였기에, 한별 상사의 실질적인 총수나 다름이 없었다.

하성태 본부장이 서류를 훑어보고 있던 그때, 오재엽 실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물론 아직 찬반 여론이 갈리고 있는 법안입니다. 기업 입장에서야 당연히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아무래도 협회와 시민들이…….”

“그렇겠죠. 여태까지 협회 고유 권한이었던 토벌권, 던전 소유권이 민간 기업에 풀린다는 거니까.”

원래 처음부터 안 주는 것보다 줬다 뺏는 게 더 반발이 심한 법이니까.

무엇보다 토벌권은 협회의 근본이자 영향력의 원천이지 않은가. 그걸 빼앗겠다고 하니 반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성태 본부장이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뭐, 어쨌든 확실하게 통과가 될 건가가 관건이겠군요. 협회야 어찌 됐건 우리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니까요.”

“속단하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전문가들 의견으로는 통과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발맞춰 움직여야겠군요.”

하성태 본부장이 품격 있는 미소로 답했다.

던전이 민영화된다면 기업들은 물론 민간 길드와 일반 시민들까지 모두가 던전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럼 작전 수행이 가능한 인원만 있다면 기업들 또한 토벌이 가능하다.

그 말인즉슨, 이젠 토벌 또한 하나의 사업이 된다는 뜻이었다.

‘민간 토벌 사업이라…….’

그의 촉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돈이 된다고.

그것도 어마어마한 돈이.

“뭐, 헌터들이야 프리랜서랑 길드 쪽에서 데려오면 되겠고…….”

하성태 본부장의 머릿속엔 벌써부터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 오재엽 실장도 합세했다.

“지원, 통제팀은 해외에서 스카우트해오면 될 것 같습니다.”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그런데…… 청소팀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아… 그렇군요. 그런 것도 있었죠.”

청소팀이라…….

“사실 그게 제일 애매합니다. 스카우트하기엔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입지가 너무 두텁고, 그렇다고 자체적으로 팀을 만들기엔…….”

“예산이 문제겠죠. 그래봤자 청소부인데.”

오재엽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하성태 본부장이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아예 만들어진 회사를 우리 쪽으로 끌어오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말입니까…?”

“그거 말고 청소팀 업체가 또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거기 대표가 김준우 전 본부장입니다. 인수에 동의할 것 같진 않은데…….”

“흐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쭙잖은 수로는 그를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그를 구슬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그때, 하성태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곤 오재엽 실장을 향해 눈짓했다.

그 뜻을 단번에 알아 차라니 오재엽 실장은 곧바로 자리를 피해주었고, 하성태는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

「날세. 어떻게, 기사는 확인했나?」

전화를 건 인물은 미래민주당 정훈 의원이었다.

“예, 의원님. 방금 확인했습니다.”

「뭐, 지금 분위기가 좋아. 이번에는 진짜 통과될 거 같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성태 본부장이 목소리를 죽이며 말을 이었다.

“값은 어떻게 드리면 될까요. 요즘은 부동산보단 주식을 추천해 드리긴 합니다만…….”

「하하하! 역시 회장님 손자라 그런지 시원시원하구먼!」

정훈 의원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해당 법안은 이미 오래전에 발의됐지만, 몇 번의 고배 끝에 미래민주당 내에서도 폐기 직전까지 간 법안이었다.

하지만 하성태의 입장에서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회였다.

그래서 먼저 정훈 의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민영화 법안을 끝까지 밀어주는 조건으로, 지원금과 거액의 선물을 약속한 것이다.

정훈 의원은 이미 부친인 하동배 사장과 오래전부터 연을 이어온 사이였기에 그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정훈 의원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일단 그 얘긴 접어두고…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네.」

“말씀하십시오.”

「혹시 김준우 대표라고 아나?」

“예 뭐,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 사람이 무슨 문제라도?”

「아무래도 그 인간이 복병이야. 누가 뭐래도 협회의 전성기를 이끈 놈이잖나. 분명히 법안에 반대할 텐데……. 솔직히 다른 놈들이야 무시해도 그만이지만 그놈은 아니야.」

“다른 협회 인사들과는 영향력의 차원이 다르긴 하죠. 시민들의 신뢰도 어마어마하고요.”

「그런 놈이 협회 측에 서서 반대하고 나서면 우리가 불리해져. 그래서 어떻게든 그놈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더군.」

하태식 본부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던 끝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잘됐군요. 마침 저희도 그 사람 회사에 관심이 가던 중이었는데.”

「음…?」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정말인가?」

“네, 뭐… 일단 한번 만나서 얘기하시죠. 물론 김준우 대표도 같이.”

하성태 본부장은 그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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