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18화 (11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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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 그룹의 새로운 시작, (주)한별 던전]

[전 한별 종합 상사 하성태 영엽 본부장 曰 ‘시민에, 시민의, 시민을 위한 토벌 산업’]

[위기에 놓인 협회 대신 토벌 산업에 나선 기업들, 시민들 ‘한시름 덜었다’]

[GT그룹, 오각그룹도 잇따라 뛰어든 토벌 사업, 주목해야 할 팀은?]

[전국 유일 청소팀 파견 업체, 카르마 코퍼레이션. 한별 던전과 전속 계약 화제]

[김준우 대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한별 던전 이대로 독주하나?]

던전 민간관리 법안 시범 운영 첫째 날.

모두에게 주목을 받는 법안인 만큼, 벌써부터 여론은 시끌벅적했다.

물론 불안한 시각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주식회사 한별 던전은 무사히 설립됐다.

“축하드립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하성태 대표 이사를 비롯한 여러 인사가 한별 던전 대표 이사실에서 만남을 가졌다.

물론 나 또한 그 자리에 함께였다.

엄연히 한별 그룹의 일원으로서 참가한 자리지만…….

‘본심은 서열 정리를 하고 싶은 거겠지.’

내가 잘 보여야 할 사람들. 혹은 내가 고개를 숙여야 할 사람들을 미리 소개해주는 자리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겠지.

“아, 우리 김준우 대표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흔쾌히 계약을 받아주실 줄 몰랐습니다.”

그때, 하성태 사장이 나를 향해 말했다.

“한별 그룹 같은 대기업과의 전속 계약인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야망이 매우 크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전속 계약을 하신 이상 개인적인 목표는 잠시 미루셔야 할 텐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사업가에게 야망이란 돈이죠. 그 외엔 부수적인 것이지 않겠습니까.”

“멋진 대답이군요.”

마음에 들었는지 하성태 대표 이사가 웃어 보였다.

“그나저나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매출이 상당히 많이 올랐던데.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한 거겠습니까. 다 오재엽 실장님 덕분이지.”

“뭐, 이제부터가 중요하겠죠.”

오 실장을 살짝 날카로운 눈초리로 보자, 내 시선을 눈치챈 듯 그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내게 다가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아마 앞으로는 카르마 코퍼레이션으로 출근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시겠죠. 엄연히 한별 던전 이사님이신데.”

“이제부턴 대표님에게 믿고 맡기겠습니다. 부디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해주시길 바랍니다.”

“하하하.”

나는 입만 웃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해달라고?

까고 있네.

앞으로 딴생각 말고 자기들 말에 고분고분 따르라는 거잖아. 잘리기 싫으면.

‘아주 지 회사야, 시발.’

하긴 지분도 기어이 과반을 넘겼고 전속 계약까지 됐으니, 본인들이 철저한 갑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렇게 대놓고 아랫사람 취급하는 건 기분이 상당히 뭣 같다.

“아, 오늘 오후에 첫 작전이 잡혀 있습니다.”

서열 확인도 끝났겠다, 오 실장이 입을 열었다.

“자세한 사항은 저희 쪽 통제팀이 따로 연락을 드릴 겁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보십시오. 업무 때문에 꽤나 바쁘시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새끼를 봤나…….

‘밖에서 만났으면 벌써 몇 대는 얻어터졌을 텐데.’

벌써부터 목줄을 쥔 것처럼 행동하는 꼬라지가 상당히 고까웠지만…… 그래, 어쩌겠는가.

아직 준비도 안 된 마당에 이빨을 드러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단념하며 사무실을 나서려고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물어볼 게 있었는데…….”

불현듯 정리하지 않은 일이 떠올라 다시금 오 실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유빈 팀장은 왜 해고하신 겁니까?”

“제가 보내드린 경위서에 다 적혀 있지 않았나요? 상사에게 폭언과 협박을 가했다고.”

그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왜 유빈 씨가 오 실장님에게 폭언과 협박을 했는지입니다.”

“……네?”

“이유도 없이 그럴 사람은 아닙니다. 근데 어째 경위서에 그 내용만 쏙 빠져 있더군요.”

굳이 따지자면 쓰레기를 보면 짖는 개랄까.

성격은 뭣 같아도 사람 자체가 나쁜 녀석은 아니다. 적어도 선을 지킬 줄 안다.

만약 그걸 넘었다고 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게 분명하다.

이미 한유빈 본인에게 물었지만, 시원하게 이야기 않고 말을 돌렸다.

그래서 싸운 당사자에게 직접 듣고 싶었던 건데…….

‘입에다가 본드를 붙였나.’

어째 그 또한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이내 하성태 사장을 비롯해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오 실장은 그제야 상황을 수습하듯 급히 입을 열었다.

“글쎄요. 저도 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던 터라……. 문소연 씨와 면담 중이었는데 난데없이 들이닥친 것만 기억나는군요.”

“그럼… 이유도 없이 오 실장님에게 욕을 했다는 건가요?”

“뭐, 그동안 스트레스가 좀 있었나 봅니다.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조직에서 그냥 넘어갈 순 없죠.”

오 실장은 뻔뻔하게 모르쇠로 일관했다.

누굴 호구로 보나.

그 이야길 믿는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나저나 전 직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해고당했다면서요. 채용 때 인적성 검사라도 좀 하시지, 어떻게 데려와도 그런 사람을 데려오셨습니까.”

가만히 두니까 가면 갈수록 가관이다.

뭘 숨기고 있는지 몰라도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의 과거를 들추는 걸 봐서는 분명 찔리는 게 있는 거다.

하지만 여기선 굳이 상대해주지 않는다.

시기나 장소가 그리 좋지도 못하고.

나는 애써 미소로 대화를 마무리하고 미련 없이 그곳을 벗어났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아영 실장이 냉큼 다가왔다.

“어땠어요?”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습니다.”

“뭐… 애초에 목줄을 쥐고 있는 게 누군지 확인시켜주려고 부른 걸 테니까요.”

“연락 온 건 없습니까?”

“아직이요. 액수가 액수인 만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한별 던전에 목줄을 잡힌 이상, 내가 계속 대표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우리 쪽 지분을 반수 이상 확보하는 것.

따라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게 연락을 돌렸다.

이두식 이사 또한 두 팔 걷고 나서서 백기사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큰돈을 모으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마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

“더 지체되면 영영 한별 그룹에서 못 벗어날 거예요. 당연히 해외 지부 사업은 꿈도 못 꿀 거고요.”

“알고 있습니다.”

나는 핸드폰을 꼭 쥔 채 대답했다.

물론 당장이라도 오 실장 뺨을 후려치며 꼬리를 끊어버리고 싶지만…… 아직은 안 된다.

감정적으로 나서다간 모든 게 도루묵이다.

최소한 우리 쪽 지분을 확보할 때까진 잠자코 기다려야 한다.

“인내심을 좀 가져보죠. 일단 사무실로 돌아갑시다.”

나와 이아영은 사무실로 복귀했다.

그 후로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그저 가만히 때를 기다릴 뿐이었다.

***

「한별 던전 통제팀입니다. 방금 종로구 작전 종료했습니다. 청소팀 투입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등급과 몬스터 타입이 어떻게 됩니까?”

「블루 등급, 인간형 몬스터입니다.」

“바로 파견해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이아영 실장을 향해 물었다.

“지금 대기 중인 팀 있습니까?”

“소연 씨 팀이 남아 있어요.”

“그럼 바로 투입하죠. 아, 그리고… 괜히 약점 잡힐 만한 행동은 하지 말아 달라고 전해주시고요.”

“알았어요.”

이아영 실장은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급히 1팀을 투입하고 불과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대, 대표님! 소연 씨가 쓰러졌어요!!」

1팀에 소속된 직원의 다급한 연락이 왔다.

“……예?”

「요 며칠 몸이 안 좋아 보이긴 했는데… 해체 작업 중에 갑자기 쓰러져서…….」

“지금 어딥니까?”

「성은 병원이에요.」

결국, 일이 터진 건가.

나는 외투를 챙겨 곧장 사무실을 나섰다.

병원에 도착하자, 응급실에 누워 있는 문소연과 1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곧바로 담당 의사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된 겁니까?”

“급성 위염입니다.”

의사가 차트를 훑어보며 덤덤히 대답했다.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입니다. 뭐,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이 정도면 며칠째 열이 펄펄 끓었을 텐데……. 이 상태로 던전에 들어갔던 겁니까?”

“…….”

나는 대답 대신 문소연에게 다가갔다.

“제가 아프면 반드시 말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오, 오 실장님에게 말했는데, 병가는 안 된다고 하셔서…….”

“그렇다고 그 몸으로 일을 합니까?”

“그럼 어떡해요. 전속 계약하고 첫 작업인데 빠질 순 없잖아요.”

문소연은 시선을 피하면서도 꿋꿋이 대꾸했다.

그 한심한 모습에 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대표님…….”

“이건 진짜 아닌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참았지만… 그쪽이랑은 더는 일 못 하겠습니다.”

한편 기다렸다는 듯 1팀의 성화가 쏟아졌다.

“일단 진정들 하시고, 조금만 더 버티면…….”

그때 전화가 울렸다.

오재엽 실장에게서 온 전화였다.

「대표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왜 그러십니까?”

「아니, 파견해주신 1팀이 지금 작업도 안 하고 던전에서 빠져나왔다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문소연 팀장이 쓰러졌습니다. 지금 병원입니다.”

「병원이요…?」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 대표님이 병원에 계시면 어떡합니까! 그러면 바로 다른 팀이라도 파견해주셔야죠!」

“하아……. 오 실장님.”

「첫 작전부터 이게 지금 뭡니까! 적자 나면 책임지실 수 있으세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아직은 안 된다.

때가 될 때까진 참아야 한다.

“오 실장님, 일단 진정하시고…….”

「그리고 말입니다. 일하다가 쓰러질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리 대수라고 병원까지 달려가십니까! 그렇게 사리 분별이 안 돼서 앞으로 저희랑 같이 일할 수…….」

“야, 이 개새끼야!”

왜 자꾸 말을 끊어, 시발.

「무, 무슨……!?」

“지금 일하다가 사람이 쓰러졌는데, 뭐 대수냐고? 실장이라고 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

사업에서 자본은 곧 권력이다.

당연히 돈을 주는 사람이 권력을 갖고, 돈을 받는 사람은 권력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그게 인간을 포기하라는 건 아니다.

“이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대안이 없다고 사람보다 일이 먼저라고 한다면…… 그건 일이 아니라 노역입니다.”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습니까.」

“네. 뭐 실장님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하신 말씀이 아닌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랬다면 이미 내 손에 죽었겠지.

누굴 노예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더는 참기가 힘들군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더는 X 같아서 너네 똥꼬 못 닦아주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제부턴 니들끼리 청소하든 말든 알아서 하시죠.”

「…….」

충격을 받았는지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후회하실 겁니다.」

이내 진심으로 경고하는 듯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나도 모르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까는 소리 말고 더는 간섭할 생각 마. 모가지 비틀어 버리기 전에.”

더는 할 이야기가 없어 전화를 끊었다.

문소연을 포함한 1팀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구경났습니까. 뭘 그렇게 쳐다보고 그럽니까.”

“다, 당신… 어떡하려고…….”

이아영 실장 또한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어쩔 수 없지.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떡하겠는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쇼.”

그 말을 남기고 응급실을 뒤로했다.

***

“역시 대표님도 참고 있었네요.”

“그렇겠죠. 저분이 어떤 사람인데…….”

김준우가 빠져나간 응급실에 남은 1팀원들이 한마디씩 했다.

조금 놀라긴 했어도 다들 내심 반기는 모습이었다.

“화 많이 났나 봐요. 준우 씨가 저렇게 욕하는 거 처음 봐요.”

문소연이 걱정하는 투로 말하는 가운데, 이아영의 표정이 어째 상당히 어두웠다.

“아영 언니? 왜, 왜 그래요?”

“준우 씨…… 해임될지도 몰라요.”

“네?!”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에 문소연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턱이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겠다만…….

이아영 또한 당황스럽긴 매한가지였다.

‘본인이 조금만 참자고 할 땐 언제고…….’

아직 준비도 안 된 마당에 어쩌자고 여기서 터트려 버리는가.

이러면 말짱 도루묵이 아닌가.

이아영은 미간을 꾹꾹 눌렀다.

분명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내심 통쾌했다.

뭐. 이래야 저 사람 답지.

“어쩔 수 없죠. 이미 벌어진 일, 더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무, 무슨 소리예요?”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는 거죠.”

이아영은 걱정을 털어내듯 미소를 지었다.

“조금 도와드리자고요.”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이전 김준우에게 받아놓은 번호를 눌렀다.

“아, 구상찬 기자님?”

「엥? 이 실장님께서 연락을 다 하시고… 어쩐 일이십니까?」

“다른 게 아니라, 기자님이 좋아할 만한 제보를 하고 싶어서요.”

「장르가 어떤 겁니까?」

“내부 고발.”

「크으으으!!」

순간 생리적 혐오감에 전화를 끊을 뻔했다.

……미친놈.

「지금 바로 만나 뵙죠. 어디 십니까?!」

“아, 그리고 수첩보단 녹음기를 가져오는 게 좋을 거예요.”

그녀는 팀원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인터뷰할 사람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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